인생의적도(赤道, Equator)를 지날 때
최미경
가을의 끝자락에 비가 내린다. 출근을 하려고 차 키를 꽂았다. 나무 그늘아래 세워둔 차 유리에 가을이 오롯이 내려 앉아 있다. 앞 이 보이지 않을 만치 나뭇잎이 앞 유리를 가득히 메우고 있다. 올 가을은 얼마나 바쁜지 날짜 가는 것을 헤아릴 겨를 없이 훌쩍 지나 버렸다. 차창에 떨어진 나뭇잎을 털어내면서 길가에 떨어진 나뭇잎도 흘려 보지 않던 학창시절 생각이 나서 기분 좋은 콧노래가 흘러나온다. 곱게 물든 나뭇잎을 이게 예쁘니 아니 이게 더 예쁘니 하며 친구와 단풍잎을 주어 책갈피에 끼워 넣던 생각이 난다.
몇 해 가 지난 후에 친구가 보내온 편지에 몇 년 몇 월 며칠 에 너와 함께한 어느 나무 그늘아래에서 주운 것 이라고 해석을 붙인 편지를 받았다. 그때의 감격이 되살아나는듯하여 얼마나 기뻤던지, 사소한 것에 기쁘기도 하고, 슬퍼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런 소녀는 어느 덧 세상이라는 바다를 항해 하다가 밀려오는 큰 파도를 만나 좌초 위기를 만났다. 죽을힘 을 다해 바람에 몸을 맡겼다. 내 인생의적도(赤道, Equator)를 지날 때쯤에는 불 볕 태양이 내리 쬐여 금방이라도 타죽을 것 같았다. 자식이라는 축 때문에 평정을 찾고 선을 지키고 살았는지 모른다. 아무리 큰 파도라도 적도에 이르면 아무 느낌도 없이 바다가 잠을 자는 듯이 고요하다고 한다. 오늘아침 암막이 드리운 마음의 창에 낙엽이 노크를 해서 문을 빠끔히 열었다. 밖을 내 다보니 세상은 평온하다. 세월의 상흔 들을 만져 보았다.
아직도 아프다. 그러나 몸에 생기는 상처가 두려워 만약 수술 받지 않았다면 그것으로 인해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었겠지. 수술 후 얼마 동안은 수술 전 아픔으로 인해 아팠다. 시간이 지나면서 상처가 아물고 가끔씩 수술 받은 흔적을 보며 기억으로 아플 때가 있다. 지금쯤 인생의 반은 살아 왔을까? 어떤 분이 인생은 살아내는 것이라고 했다 감 히 인생을 잘 살아 보리라 교만을 떨던 나는 이제 하늘의 뜻을 헤아려 나머지 인생의 반을 살아야 하려나보다. 꽃이 아무리 예쁘고 화려 하다고는 하나 영원 할 수 없다. 꽃잎이 지고 열매를 맺기 까지 아마도 식물의 세계에서도 우리네 사람처럼 산고의 고통이 따르지 않을까?
꽃잎 털어낸 자리에 자라나는 자식이라는 열매를 위해 좋은 거름이 되어 주어야지.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의자를 비워 드리지요.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의자를 비워 드리겠어요.
먼 옛날 어느 분이
내게 물려주듯이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의자를 비워 드리겠습니다.
<조병화. 의자>
내가 이 자리를 물려 받 았 듯이 나도 이 자리를 비워주고 갈 때가 올 테니 말이다.
2010.11.13
첫댓글 꽃이 아무리 예쁘고 화려 하다고는 하나 영원 할 수 없다. 꽃잎이 지고 열매를 맺기 까지 아마도 식물의 세계에서도 우리네 사람처럼 산고의 고통이 따르지 않을까?
꽃잎 털어낸 자리에 자라나는 자식이라는 열매를 위해 좋은 거름이 되어 주어야지" 아픔만큼 성숙한 모습입니다. 건강하시고 행복 하십시요.^^
"꽃잎 털어낸 자리에 자라나는 자식이라는 열매를 위해 좋은 거름이 되어 주어야지~~ 내가 이 자리를 물려 받았듯이 나도 이 자리를 비워주고 갈때가 올 테니 말이다"...세월의 상흔들...생각을 머물게 합니다....*^^*
" 지금쯤 인생의 반은 살아 왔을까? 어떤 분이 인생은 살아내는 것이라고 했다. 감 히 인생을 잘 살아 보리라 교만을 떨던 나는 이제 하늘의 뜻을 헤아려 나머지 인생의 반을 살아야 하려나보다. 꽃이 아무리 예쁘고 화려 하다고는 하나 영원 할 수 없다. 꽃잎이 지고 열매를 맺기 까지 아마도 식물의 세계에서도 우리네 사람처럼 산고의 고통이 따르지 않을까?
꽃잎 털어낸 자리에 자라나는 자식이라는 열매를 위해 좋은 거름이 되어 주어야지."
잘 읽고 갑니다
큰 질병이나 삶에서 겪게 되는 진한 아픔들은 그 상처를 이겨내기만 하면 전에 없던 커다란 햇살이 비추어오는 것을 느낍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상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꽃잎 털어낸 자리에 자라나는 자식이라는 열매를 위해 좋은 거름이 되어 주어야지...아름다운 글 속에 한참을 머무르다 갑니다. 좋은 글 감사 합니다.
"꽃잎 털어낸 자리에 자라나는 자식이라는 열매를 위해 좋은 거름이 되어 주어야지."
자식이라는 열매!!! 우리모두는 그걸 지켜내기 위하여 무던히도 참고 견디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랬기에 보람도 한웅큼 남겠지요. 선생님 보고 싶습니다. 잘계시지요? 감성적인 글에 머물다 갑니다.
내 인생의적도(赤道, Equator)를 지날 때쯤에는 불 볕 태양이 내리 쬐여 금방이라도 타죽을 것 같았다. 자식이라는 축 때문에 평정을 찾고 선을 지키고 살았는지 모른다.
...마음이 뭉클해지는 글입니다..좋은 글 감사히 읽고 갑니다..
삶을 살아가는 이유가 무언지 잘 가르쳐 주셨습니다. 감동으로 잘 보았습니다.
'아직도 아프다...' 이 한마디가 가슴을 지나갑니다. 네, 선생님 사람이니까 아픔을 느끼는가 봅니다.
아파보니 건강의 고마움도 알게 되던걸요...사람이니까 외로워하고 고독하다고 합니다.
해서... 또한 사람이 아름다운가봅니다. 선생님핫팅!! 힘내십시오.
삶의 또 하나 지혜를 마주한 느낌이였습니다... 잘 보았습니다..
인생의 적도를 지날때 누구나 몇번씩 경험하고 공감하는글 잘감상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