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우유 시장의 한계에 부딪힌 유업체들은 검은콩우유로 대표되는 가공우유와 발효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투자를 늘렸으나 최근 들어 그마저 별 재미를 못 보자 기본에 충실한다는 움직임으로 다시 흰 우유 쪽으로 눈을 돌려 덤 주기 등 출혈 경쟁도 마다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3월 이후 야외 나들이가 시작되는 계절적 수요를 겨냥해 일부 업체들은 비장의 ''히든 카드''로 경쟁사 제압에 나설 것으로 보여 그 행보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발효유 시장은 식을 줄 모르는 웰빙 붐에 편승해 약효에 버금가는 고기능성을 표방하는 신제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업체간에 한 치의 양보 없는 판촉 싸움으로 제약 업체까지 위협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유의 영양적 가치가 보편화된 상황에서 이제 유가공 기술은 설비 싸움으로 전환하는 양상이다"며 "영양성을 뛰어넘어 맛과 성분을 어떻게 조정해 틈새를 공략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발효유는 전쟁 중=업계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장 기능성 발효유 시장은 4000억원 규모에 달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 중 남양의 ‘불가리스프라임’이 하루 평균 55만개로 선두를 달리고 있고 한국야쿠르트의 ‘메치니코프’(25만개)와 매일유업의 ‘장에는 GG’(18만개)가 그 뒤를 잇고 있다. 빙그레 ‘닥터캡슐’과 서울우유의 ‘네버다이칸’도 각각 10만개 이상 팔리는 전략 상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달 1일 파스퇴르가‘쾌변요구르트’를 뒤늦게 출시하고 집중적인 광고활동과 더불어 3개 구입하면 1개 더 주는 방식으로 공격적 마케팅에 나선 데 이어 최근엔 매일유업이 ''불가리아''를 내놓고 ''정통성''을 강조하며 1위 제품인 ''불가리스''와 한판 대결하는 양상이다.
이에 맞서 남양유업은 ''가격은 비싸지만 품질만은 자신한다''는 뉘앙스의 차별화 광고와 미군납 심사 기준인 ‘PMO’통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수성에 힘쓰고 있다.
"‘매일불가리아’를 내놓기 위해 불가리아 정부와 3년 동안 접촉했다"며 그만큼 ''심혈을 기울인 작품''임을 암시하는 매일유업은 올 한 해에만 100억원을 쏟아 붓는 등 발효유 시장 평정을 위한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여서 남양은 물론 한국야쿠르트 빙그레 서울우유 등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유 시장= 장기 불황에 원유가 상승으로 인한 우유 가격 인상 등으로 우유 시장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선두 서울우유를 노린 남양·매일유업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기진맥진해 있는 중소 규모 유업체들의 지분이 두 업체로 나눠지는 경향이다.
매일유업이 ESL(Extended Self Life)공법을 내세워 포장의 안전성까지 배려했다는 점을, 남양은 GT(Good Taste)공법으로 깨끗한 우유의 참 맛을 선사한다며 소비자 설득에 나서 성공을 거두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상대적으로 서울우유의 시장 지키기도 그만큼 힘겨운 실정이다. 서울우유는 지난 2월‘뼈에 좋은’을 컨셉트로 폴리칸 성분이 들어 있는 MBP우유를 출시하고 주력 제품으로 키우기 위한 판촉에 들어간 데 이어 최근엔 ‘MBP’를 상위 브랜드로 요구르트(3월)와 치즈(4월)를 잇따라 선보이며 브랜드 상승 효과를 노리고 있다.
서울우유측은 "MBP우유는 출시 2달 만에 하루 평균 50만개 정도 판매하고 있다"며 "아직 남양GT(일평균 130만개)에는 못 미치지만 승산이 충분해 이에 대한 마케팅 투자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우유는 또 우유를 마시면 속이 거북하거나 설사를 하는 유당 불내증 소비자를 위해 유당을 소화하기 쉽도록 효소로 분해한 ‘락터프리’를 이 달 말 새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 제품은 기존 ''락토우유''의 유당 분해로 인한 불쾌한 단맛을 대추 추출물로 해결한 리뉴얼 제품으로 서울우유는 제품을 내놓기도 전에 지면을 통한 전면 광고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매일유업은 5월 초 출시할 자사의 유당 제거 우유에 대응한 ''김빼기 작전''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제품 브랜드에 대한 보안을 철저히 하고 있는 매일유업은 아시아권 인구의 80% 정도가 유당 불내증 환자이며 우리 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막여과공법을 적용한 유당 제거 기술로 제품을 생산했다고 설명했다.
매일유업 이한동 전무는 "유당 제거 기술에 대한 세계 특허를 가진 핀란드 발리오(Valio)사와 제휴해 유당을 아예 걸러내는 방식으로 제조하기 때문에 우유의 맛이나 성분에 변함이 없어 서울우유의 ''락토프리''와는 확실히 다르다"고 말했다.
◇시장 전망= 업계는 발효유에서 흰우유 및 치즈에 이르기까지 유업체간의 물고 물리는 경쟁은 점점 더 심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에 따라 올 한 해 유제품 전체시장은 다소 확대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곤 있지만 일각에선 2∼3% 정도에 그칠 것이란 예측도 있다.
흰 우유시장은 그간 남양과 매일의 ‘약진’을 지켜보던 서울우유가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설 태세이다.
4월 한 달간 ‘빅스파이더’작전을 실시하고 있는 서울우유는 매달 13일을 ''우유마시는 날''로 정하고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이벤트와 판촉 행사 등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한껏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도 치즈는 매일과 서울우유가, 떠먹는 요구르트의 경우 정통 요구르트를 컨셉트로 한 매일의 신제품이 나오는 하반기를 기점으로 빙그레와 롯데우유가 본격적 대응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