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질문을 살펴보면 질문하신 분이 어느정도의 재즈화성 지식을 갖고 계신지 금방 알 수 있을거 같습니다. 굳이 버클리화성학을 기준으로 삼아 말씀드린다면 Harmony3 정도의 Dominant Resolution, Related II-7, Substitute Dominants 등 조성적인 코드들의 해결에 대한 것을 알고 계신거 같습니다. 그러나 질문하신 'Con Alma'는 디지 길레스피가 1954년에 'Afro'라는, 앨범 제목에서도 느껴지듯이 라틴리듬과 비밥재즈를 절묘하게 조화시켜 이국적인 멜로디로 작곡한 곡으로 다이어토닉 조성해결의 개념으로는 분석에 어느정도 어려움이 있는 곡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듀크 엘링턴의 'Caravan'( Juan Tizol, 1936)의 영향이 느껴지는 곡으로, Exotic하다고 표현되는 이국적인 멜로디, 즉 반음-온음이 반복되는 Symmetric스케일이 사용되었으며 계속해서 조성이 변하는 Multi-tonal곡(전조로 분석할 경우 너무 난잡해지는..)으로 위에서 언급한 수준의 이론으로는 다소 분석하는데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한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그렇다면 "그 이상의 이론으로 무장해서 이런 곡들의 구조를 단번에 파악하는 수준으로 가야하고, 또 갈 수 있는가?" 저는 그 또한 여러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이 출현하고 각광받게 되면 그것을 효율적으로 습득하기 위해서 각종 이론서가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수학이나 과학에서의 어떤 원리, 공식 등의 근원을 이해하는것과는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많이 느끼게 됩니다.
특히 버클리 Harmony4 텍스트북을 보고 있으면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든 한 권의 텍스트북에 집어넣어 보려는 억지스러움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예를들어 리얼북1에서 접하게 되는 조 헨더슨의 'Inner Urge', 키이스 자렛의 'The Fields We Know' 등의 코드진행을 설명할 수 있는 'Constant Structure'(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같은 유형의 코드가 움직이는 아래의 악보예와 같은 코드진행)가 그러하고


또, 존 콜트레인의 'Moments Notice'의 도입부 코드를 설명하기 위한 'Contiguous Dominant', 즉 거짓종지(Deceptive Resolution)에서 파생된 아래와 같이 해결되지 않는 II-V의 연속 등이 있고

그뿐아니라 '도미넌트기능을 하지않는 Dom7th코드들', '일시적 전조', '모달인터체인지' 등과 같은 것들은 어떤 확실한 재즈화성이론으로써 우리에게 중요한 해법을 준다기 보다는 다양한 기법, 유형 등에 대한 요약으로 서로 소통하기 위한 도구, 내지는 공통된 용어 정도로 이해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Con Alma 같은 곡을 이해하는데 꼭 필요한 것이기도 하구요. 그렇기때문에 저같은 경우 항상 연주해보고 정확한 조성과 형태등을 멜로디를 통해 우선 이해하고 풀어가야 한다는 얘기를 하게되는거 같습니다.
서두가 너무 길었습니다만, 'Con Alma'정도의 곡을 분석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버클리 Harmony4 정도의 이론과 5~60, 대략 마일즈 데이비스 퀸텟에서 웨인 쇼터와 허비 행콕이 마구 써재끼던 시절의 곡들을 어느 정도 연주해 봐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며, 상당히 주관적일 수 있지만 멜로디를 중심으로 절묘한 하모니제이션을 만들어낸 이 곡을 분석해 가며 제 생각에 이러이러한 이론을 공부 할 필요가 있겠다 하는 부분을 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Con Alma 분석
다시 말씀드리지만 Con Alma는 이국적이면서 아름다운 멜로디와 계속해서 조성이 변하는 Multi-tonal 코드체인지 안에서 펼쳐지는 보이스리딩이 정말 아름다운 곡입니다. 재즈뮤지션이면서 미국 대통령선거에도 출마했을 정도로 유머러스하고 해학적인 천재 트럼피터, 디지의 이면에 이러한 지적인 음악적 감수성이 있었다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네요. 이 곡은 정말 수 많은 뮤지션들이 새롭게 연주하려 애썼던 곡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Jesse Van Ruller와 피아니스트 Aaron Goldberg가 연주한, 공교롭게도 각각 5박으로 연주한 버전을 좋아합니다.
우선 곡을 분석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멜로디의 형태와 조성을 이해하는 것인데, 이 곡의 멜로디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반음-온음이 시메트릭으로 연결된 이국적인 멜로디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림1> Con Alm도입부

이렇듯 도입부 첫 모티브의 종착지인 4마디의 EbM7의 3음을 기준으로 거꾸로 나열하면 아래와 같이 반음-온음을 반복하는 대칭적인 Symmetric스케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림2> Con Alma의 도입부에 쓰인 Symmetric 스케일

그와 동시에 코드 4번 마디의 중간 Ebm-Ab7을 연결코드로하여 Db코드에 머물다가 CM7코드로 진행하며 마찬가지로 C코드의 3음인 E음을 거꾸로 하여 나열하면 E-F-G-G#의 시메트릭 스케일이 생겨나고 있음을 아래 멜로디에서 알 수 있구요.
그림3> Con Alma 악보의 두번째 단

그림1과 그림3의 8마디 Verse에서 비중있는 코드는 첫 코드, EM7과 네 번째 마디의 EbM7, 그리고 두 번째 줄의 DbM7과 여덟마디의 CM7코드 등 4개라고 할 수 있다. 멜로디가 해결되는 형태와 사운드를 들어보면 이들 4개의 코드 중 4번째와 8번째 마디에 등장하면서 서로 단3도 관계에 있는 EbM7과 CM7가 조성의 축이라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그리고 첫 코드, EM7과 DbM7코드는 서스테인 느낌의 '붕 떠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그 느낌이 유지하는 동안 Ab7과 F7코드가 각각 V7/VIm를 거쳐 베이스의 순차적인 하행과 함께 아름다운 보이스리딩이 형성되면서 매력적인 사운드로 들리게 됩니다. 이러한 보이스리딩과 매끄러운 코드진행을 사용하여 작곡된 곡으로는 역식 50년 대 중후반에 작곡된 호레이스 실버의 'Peace', 데이브 브루벡의 'In Your own sweet way'를 비롯하여 빌 에반스의 많은 곡들이 있습니다. 아래의 그림4>에서 보여지듯 B파트에서도 계속해서 반음-온음의 시메트릭스케일을 고수하며 멜로디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림4> Con Alma의 B파트

위의 4마디에서 유출된 스케일은 역시 다음과 같은 반음-온음의 시메트릭스케일 입니다
그림5> Con Alma의 B파트에 사용된 시메트릭 스케일

여기 궁금해 하셨던 Cm7b5-F7(b9)코드는 이러한 멜로디를 고려해 볼 때, 일반적인 '도미넌트 코드의 해결'이라는 전제로는 분석이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Half-Whole Symmetric 스케일이라면 디미니쉬드 코드가 쓰여야 알맞겠죠. 그래서 등장한 F7(b9)이 있고 이 코드는 마치 F#dim7과 마찬가지로 쓰이는 임무를 부여받게 된겁니다. 디미니쉬드 코드를 공부하셨다면 F7(b9)-Ab7(b9)-B7(b9)-D7(b9), 이런 공식을 보셨을 겁니다.
아래 악보의 4마디는 Dom7th코드의 해결이나 진행이 아닌 계속되는 디미니쉬드, 또는 b9사운드의 '지속'이라고 보시고 F7(b9)-B7(b9)이 이어져 있다고 보시면 좋을거 같습니다. 어쨌든 그 '지속', 즉 서스테인의 느낌은 B7에서 EM7코드로 외관상 해결되고 조성의 '홈'에 돌아 온 듯한 느낌을 주게 됩니다. 그러나 그것은 외관상 그러할 뿐, 사운드를 자세히 들어보면 마지막 두 마디 Fm7-Bb7에 도달했을때 더 '홈'에 온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서은 위에서 잠깐 언급했었듯이, 곡 도입부의 EM7코드보다는 4번째 마디의 EbM7이 더욱 조성을 이끄는 듯한 코드로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마지막에 EM7코드로 마무리되었는데 왜? 첫 코드 EM7과 관계도 없는 Fm7-Bb7이 필요한가? 라는 질문은 어느정도 답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역시 상당히 주관적인 답변이 되고 말았는데, 중간 중간 언급했던 버클리 Harmony4의 재즈화성에 등장하는 이론 몇가지를 추후에 붙여 놓도록 하겠습니다. 참고하세요
우선은 재즈화성 이론의 폭을 좀 넓히는 의미에서 '도미넌트 기능을 하지 않는 Dom7th코드'들에 대하여 설명 드리겠습니다.

On The Sunny Side Of The Street 의 Verse부분

아래는 '학교종' 멜로디를 길게하여 하모니제이션을 해봤습니다. 다이어토닉, 모달, 거짓종지, 크로메틱 등 다양한 코드진행이 존재하고 이것들이 어떤 이론이나 분석을 위한 지식으로 보기보다는 재즈 역사에 있어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발생된 스타일이고 현상이라는 인식하에 사운드, 멜로디 중심으로 연주와 함께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1>은 거의 다이어토닉 적인 코드진행에 마지막 DbM7, 모달인터체인지를 통한 베이스 반음진행 정도가 사용되었습니다.
예1>

아래의 예2>는 철저하게 베이스를 반음하행 시켜봤습니다. 이정도 되면 조성을 가늠할 수가 없죠. 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어렵게 들리는 무조음악이라고도 하기 힘듭니다. 그것은 역시 장음계 멜로디가 강하게 버팀목이 되기 때문이겠죠.
예2>

아래의 예3>역시 위의 예2>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장음계에서 좀 멀리 있는 듯한 느낌이죠
예3>

아래의 예4>의 경우는 상당히 조성적인 코드진행으로 Fm-Bb7, 콜트레인이 Substitution개념을 사용했던 코드진행 만을 끼워 넣은 것입니다.
예4>

아래의 예5>는 역시 콜트레인의 'Moments Notice'에서 사용되었던 Contiguous 코드진행으로 반음, 또는 온음단위의 베이스 진행이 해결되지 않는 II-V가 연속되는 것을 말하죠.
예5>

아래의 예6>는 마디마다 단3도 단위로 상행 시키다 베이스가 반음 상행하여 전위된 Cmaj7코드로 끝을 맺은 경우 입니다. 이 경우는 위의 경우들과는 상당히 다른 느낌의 사운드로 가장 모던한 코드프로그레이션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예4>

어느정도 계속해서 정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