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7월25일
중복
아침부터 거실 온도가 오르고 있다. 오전에는 그럭저럭 선풍기로 견뎌냈는데 이제는 에어컨을 켜야 한다. 전기요금이 걱정되지만 더울 때 사용하려고 샀으니 다른 것에서 절약하고 시원하게 여름을 나기로 한다. 오래된 에어컨이라 주기적으로 껐다 켰다 하면서 한두 달 시원하게 보내기로 한다. 그냥 흐지부지 시간을 보내기에는 아까우니까 책을 보고 글을 쓰면서 지낸다. 더위에 밖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겸손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기로 한다.
오늘이 벌써 중복이다. 아이들이 어려서는 복날이면 이웃집에 토종닭을 보냈다. 부모님에게도 보내고 은사님이나 친한 벗에게 복이라고 인사를 했다. 애들이 다 커서 외지로 마음이 한가로워졌는지 그 시간의 추억이 떠오른다. 오늘이 복날인지도 모른다는 사람도 많다. 서울에 있는 아들도 중복인 줄 몰랐다고 한다. 어제는 현관문 앞에 복숭아를 한 봉지 놓고 갔다. 그냥 봉지만 놓고 가서 누가 놓고 갔는지 인사를 못하고 있다. 위층에 사는 복숭아 과수원을 하는 아주머니가 생각나고 옆집 어르신도 자주 현관문에 놓고 가신다. 섣불리 전화로 인사를 했다가 본인이 아니면 민망할까 따로 인사도 챙기지 못한 채 감사한 마음으로 먹고 있다.
저녁에 토종닭을 식자재마트에서 사 왔다. 간단하게 장을 봤다. 수박을 사려고 했는데 복날이라서 그런지 한 통에 2만 원 했다. 식구들이 좋아하면 비싸도 사겠는데 딱히 나 혼자만 좋아하니까 내 머리만 한 큰 수박을 선뜻 사게 되지를 않는다. 토종닭을 한 시간 가까이 삶아서 세 식구가 푸짐하게 복달임했다. 무엇이든 맛있게 먹어주는 식구들이 고맙다, 더위가 절정인데 건강하게 즐겁게 여름나기를 바라본다. 복숭아를 놓고 가신 천사에게도 시원한 여름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