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5다9769 판결
[진료비]〈연명치료 중단과 기존 의료계약의 존속 여부〉[공2016상,345]
【판시사항】
연명치료 중단의 허용 기준 / 환자가 의료계약을 체결하고 진료를 받다가 연명치료 거부 내지 중단에 관한 의사를 밝히지 아니한 상태에서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진입하였고 연명치료 중단을 명하는 판결이 확정된 경우, 기존 의료계약이 판결 주문에서 중단을 명한 연명치료를 제외한 나머지 범위 내에서 유효하게 존속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판결요지】
의학적으로 환자가 의식의 회복가능성이 없고 생명과 관련된 중요한 생체기능의 상실을 회복할 수 없으며 환자의 신체상태에 비추어 짧은 시간 내에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이 명백한 경우(이하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라 한다)에 이루어지는 진료행위(이하 ‘연명치료’라 한다)는 원인이 되는 질병의 호전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질병의 호전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에서 오로지 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하여 이루어지는 치료에 불과하므로, 그에 이르지 아니한 경우와는 다른 기준으로 진료중단 허용 가능성을 판단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른 후에 환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에 기초하여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연명치료의 중단이 허용될 수 있다.
한편 환자가 의료인과 의료계약을 체결하고 진료를 받다가 미리 의료인에게 자신의 연명치료 거부 내지 중단에 관한 의사를 밝히지 아니한 상태에서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진입을 하였고, 환자 측이 직접 법원에 연명치료 중단을 구하는 소를 제기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연명치료 중단을 명하는 판결이 확정됨으로써 판결 주문에서 중단을 명한 연명치료는 더 이상 허용되지 아니하지만, 환자와 의료인 사이의 기존 의료계약은 판결 주문에서 중단을 명한 연명치료를 제외한 나머지 범위 내에서는 유효하게 존속한다.
【참조조문】
헌법 제10조, 민법 제680조, 제686조, 제689조 제1항
【참조판례】
대법원 2009. 5. 21. 선고 2009다17417 전원합의체 판결(공2009상, 849)
【전 문】
【원고, 피상고인】 학교법인 연세대학교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종백 외 2인)
【피고, 상고인】 별지 피고 명단 기재와 같다. (소송대리인 변호사 신현호 외 4인)
【원심판결】 서울서부지법 2015. 1. 23. 선고 2014나2536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의학적으로 환자가 의식의 회복가능성이 없고 생명과 관련된 중요한 생체기능의 상실을 회복할 수 없으며 환자의 신체상태에 비추어 짧은 시간 내에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이 명백한 경우(이하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라 한다)에 이루어지는 진료행위(이하 ‘연명치료’라 한다)는 원인이 되는 질병의 호전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질병의 호전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에서 오로지 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하여 이루어지는 치료에 불과하므로, 그에 이르지 아니한 경우와는 다른 기준으로 진료중단 허용 가능성을 판단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른 후에 환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에 기초하여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연명치료의 중단이 허용될 수 있다(대법원 2009. 5. 21. 선고 2009다1741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한편 환자가 의료인과 사이에 의료계약을 체결하고 진료를 받다가 미리 의료인에게 자신의 연명치료 거부 내지 중단에 관한 의사(이하 ‘사전의료지시’라 함)를 밝히지 아니한 상태에서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진입을 하였고, 환자 측이 직접 법원에 연명치료 중단을 구하는 소를 제기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연명치료 중단을 명하는 판결이 확정됨으로써 그 판결의 주문에서 중단을 명한 연명치료는 더 이상 허용되지 아니하지만, 환자와 의료인 사이의 기존 의료계약은 판결 주문에서 중단을 명한 연명치료를 제외한 나머지 범위 내에서는 유효하게 존속한다.
2.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소외 1은 2008. 2. 16. 원고 병원에 내원하여 원고와 의료계약(이하 ‘이 사건 의료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원고 병원 호흡기내과에 입원하였다. 이때 피고 4는 소외 1의 보호자로서, 피고 5는 연대보증인으로서, 소외 1과 연대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의료계약에 따른 진료비를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나. 소외 1이 2008. 2. 18. 폐암 발병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원고 병원에서 기관지내시경을 이용한 폐종양 조직 검사를 받던 중, 과다 출혈 등으로 심정지가 발생하였고, 이에 원고 병원 의료진은 심장마사지 등을 시행하여 심박동기능을 회복시키고 인공호흡기를 부착하였으나, 소외 1은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지속적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고, 원고 병원의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채로 항생제 투여, 인공영양 공급, 수액 공급 등의 보존적 치료를 받아 왔다.
다. 소외 1(피고 4가 특별대리인으로 선임되어 소송을 진행하였다)은 2008. 6. 2. 자녀인 피고 1, 피고 2, 피고 3, 피고 4와 함께 원고를 상대로 연명치료장치제거 등을 구하는 소송(서울서부지방법원 2008가합6977)을 제기하였고, 위 법원은 2008. 11. 28. 피고 1, 피고 2, 피고 3, 피고 4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외 1의 청구만을 받아들여 ‘피고는 소외 1에 대하여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는 판결(이하 ‘연명치료중단 판결’이라 한다)을 선고하였다. 이에 불복하여 원고가 항소를 제기하였으나 2009. 2. 10. 항소기각판결이 선고되었고(서울고등법원 2008나116869), 원고가 다시 상고하였으나 2009. 5. 21. 대법원에서 상고기각판결(대법원 2009다17417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되어 제1심판결이 확정되었다.
라. 원고 병원 의료진은 2009. 6. 23. 10:30경 연명치료중단 판결에 따라 소외 1에게 부착된 인공호흡기를 제거하였으나, 소외 1은 그 후에도 자발호흡으로 연명하다가 2010. 1. 10. 사망하였고, 그 상속인으로는 자녀인 피고 1, 피고 2, 피고 3, 피고 4가 있다.
마. 이 사건 의료계약에 따른 진료개시일인 2008. 2. 16.부터 소외 1이 사망한 2010. 1. 10.까지 총 진료비는 87,119,853원이고, 미납진료비는 86,969,850원인데, 이에는 연명치료중단 소송이 제기된 2008. 6. 2.부터 연명치료중단 판결이 확정된 2009. 5. 21.까지 인공호흡기 유지비용 1,237,398원과 2009. 6. 23. 피고 4의 요청에 따라 소외 1이 상급병실로 전실된 이후 그가 사망할 때까지 발생한 상급병실 사용료 66,690,000원, 선택진료비 총 5,336,032원이 포함되어 있으나, 연명치료중단 판결 확정일 다음 날인 2009. 5. 22.부터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2009. 6. 23.까지 인공호흡기 유지 관련 환자 본인 부담금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3.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소외 1은 원고와 이 사건 의료계약을 체결하고 기관지내시경을 이용한 폐종양 조직검사를 받다가 사전의료지시를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진입하였고, 소외 1과 피고 1, 피고 2, 피고 3, 피고 4는 원고를 상대로 연명치료중단 소송을 제기하여 연명치료중단 판결을 받았으며 그 판결이 대법원에서 상고기각되어 확정되었으므로, 그 이후로는 연명치료중단 판결에서 중단을 명한 인공호흡기 부착은 허용되지 아니하지만, 이 사건 의료계약은 연명치료중단 판결 확정 이후로도 인공호흡기 부착을 제외한 나머지 범위 내에서는 유효하게 존속하였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의료계약의 연대보증인 또는 소외 1의 상속인들인 피고들은 이 사건 의료계약에 따라 원고에게 연명치료중단 소송이 제기된 2008. 6. 2.부터 연명치료중단 판결이 확정된 2009. 5. 21.까지 인공호흡기 유지비용뿐만 아니라 2009. 6. 23. 소외 1이 상급병실로 전실된 이후 그가 사망할 때까지 발생한 상급병실 사용료를 포함한 미납진료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이와 결론을 같이 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의료계약의 해지의 방법과 효력발생시기 및 범위, 의사표시 해석, 다인실로의 전실 결정권 침해, 연명치료 중단 확정 후 치료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판단을 유탈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이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피고 명단: 생략]
대법관 이기택(재판장) 이인복 고영한(주심) 김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