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변함없이 버크셔 사업보고서를 통해 공개된 버핏의 의장 서한은 전세계에 걸쳐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2007년도 연차보고서도 매년 그래 왔듯 버핏 특유의 해학과 재치가 넘치는 문체로 파이넨셜 마켓 전반에 걸쳐 현명하고 명쾌한 지적을 하고 있는데요. 이 글에서는, 달러 가치 하락에 대한 버핏의 생각을 밝힌 부분을 옮겨 보구요, 관련해서, 그런 트랜드를 실제 투자에 어떻게 응용을 했는지를 아마존(Amazon.com) 채권 투자 사례로 설명하고 있는 부분도 함께 살펴 보겠습니다. 의장 서한 일부 번역입니다.
2003년 버핏이 예고한 대로 되다
미국 달러화는 2007년에도 다른 메이져 외환 대비 더욱 가치가 하락했습니다. 전혀 이상할 게 없는 결과입니다: 미국 사람들은 미국 내에서 만들어진 물건보다 다른 나라에서 만들어진 물건을 사는 걸 더 좋아했으니까요. 당연한 결과로, 미국은 '매일매일' 다른 나라로 20억 달러의 차용증을 써주고 있는 실정입니다. 시간이 경과하면서 그건 달러 가치에 압박을 가하게 되죠.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외국인들은 미국産 제품을 더 싸게 살 수 있을 것이고 미국인들은 외국 제품을 더 비싸게 사게 됩니다. 바로 그것이 미국의 무역 적자를 줄여주게끔 하는 거죠. 사실, 미국 무역적자는 의심할 여지 없이 달러 가치의 폭락에 의해 완화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이걸 생각해 보세요: 2002년, 유로화가 1유로 당 평균 94.6센트였을 때입니다. 당시, 對 독일 무역적자(독일은 미국의 5번째로 큰 무역 대상국입니다.)는 360억 달러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2007년, 유로화가 평균 1.37달러가 되면서 독일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는 450억 달러에 이르게 됩니다. 비슷한 방식으로, 캐나다 달러는 2002년 평균 64센트 선이었는데 2007년 달러 당 93센트가 됩니다. 캐나다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 역시 2002년 500억 달러에서 2007년 640억 달러로 늘어나게 되죠. 적어도 지금까지로는 추락하는 달러가 미국 무역수지를 제대로 돌려 놓는 데 그다지 기여하지 못 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국부펀드(sovereign wealth funds)와 그들이 미국 비즈니스를 대거 사들이고 있는 것에 대해서 말들이 많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자초한 것이지, 외국 정부의 무슨 사악한 의도 때문이 아닙니다. 미국의 무역 상황 자체가 외국의 미국에 대한 거대한 투자를 보장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매일매일 다른 나라에 20억 달러씩 억지로 먹이고 있다면 다른 나라는 당연히 미국 내 '무엇인가에든' 투자를 해야만 합니다. 상황이 그러할진데 그들이 채권대신 주식을 선택했다고 해서 우리가 무슨 불평을 할 수 있나요?
미국 통화가 약세인 것은 오펙(OPEC)이나 중국, 또는 기타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다른 선진국들 역시 우리랑 똑같이 원유를 수입해야만 하고 중국 제품과 경쟁하고 있습니다. 합리적인 무역 정책을 만들어내려면 미국은 비난할 특정 국가를 지목하거나 보호해야 할 특정 산업을 골라내는 식으로는 안 됩니다. 또한 미국은 보복적인 행동들을 야기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거나 해서는 안 됩니다. 그건 결국 미국의 수출에 타격을 줄 것이고 미국과 다른 나라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진정한 교역에 악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국 당국자들은 이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현재의 통화 불균형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거. 그러므로 그런 불균형을 실제적으로 줄여 줄 수 있는 정책들을 가급적 빨리 채택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매일매일 다른 나라에 강제로 먹이고 있는 20억 달러가 전세계적인 소화불량을 야기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달러 가치 하락에 대한 버핏 식 대응: 외화표시 채권을 산다
달러 가치 하락을 2003년부터 예고해 왔던 버핏은 이후 외환에 직접 투자하기도 했습니다. 여러 통화에 분산투자를 해 왔는데 2007년 현재는 브라질 리얼 화(Brazillian real)에만 직접 투자를 하고 있답니다.
큰 트랜드가 드러날 때 어떤 식으로 대응하는가. 미국 부동산이 폭등세가 될 때 조립식 주택 만드는 회사에 투자를 했던 것처럼 달러 가치 하락이 예상되자 외환에 대한 직접 투자와 함께 외국 회사를 구입함으로써 환 리스크를 분산합니다. 그 중 일부 밝혀진 부분이 우리에게는 더욱 밀접하게 느껴졌던 포스코(POSCO)에 대한 투자였습니다.
물론 포스코라는 기업 자체의 펀더멘틀과 장기적 전망, 중국시장 성장세, 기타 여러 가지가 고려되었겠습니다만 한편으로는 달러 가치 하락에 대비한 해외자산에 대한 투자 측면도 있었던 것입니다.
재미있게도, 버핏은 정크본드까지 활용해서 달러 가치 하락을 하나의 기회로 삼았는데요. 버핏 식 역발상 투자가 잘 드러난 아마존 닷컴의 채권 투자에 대해 버핏이 설명한 부분을 읽어 봅시다.
버크셔의 외환 포지션은 지난 5년에 걸쳐 23억 달러(한화 약 2조 3000억 원)의 세전이익을 안겨 주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미국 기업의 외화표시채권을 보유함으로써 이익을 얻기도 했는데요. 예를 들어 보죠. 2001년, 2002년, 우리는 아마존 닷컴이 발행한 3억 1900만 유로의 만기 2010년 채권을 액면가의 57%에 구입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아마존 채권은 '정크'(junk;투자부적격) 등급 채권이었습니다. 실상은 전혀 정크가 아니었죠.(그렇습니다. 여러분은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비효율적인 시장을 종종 찾아낼 수 있습니다 - 최소한 일류 비즈니스 스쿨의 재무학과만 아니라면 어디서든 찾을 수 있습니다.)
유로 표시 아마존 채권은 우리에게 아주 아주 중요하고도 매력적인 투자처였습니다. 우리가 그 채권을 구입한 2002년 당시 1유로는 95센트였습니다. 그러므로 채권 투자 총액은 1억 6900만 달러였죠. 지금 그 채권은 액면가의 102%에 팔리고 있고 1유로는 1.47달러가 되었습니다. 2005년, 2006년 콜옵션에 일부를 매도했고 우리는 2억5300만 달러를 받았습니다. 남은 채권은 올 연말 기준 1억6200만 달러에 이릅니다. 실현이익, 미실현이익을 합쳐서 2억4600만 달러의 이익을 얻었고 그 중 1억 1800만 달러가 달러 가치 하락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통화는 '정말로' 중요한 것입니다.^^
2002년이면 닷컴 붐이 막 꺼지고 모두 다 IT 회사들에 대해 환멸감을 갖고 있던 시기입니다. 당연히 채권도 폭락해 있었죠. 그제서야 가장 펀더멘틀이 확실하다고 생각되는 아마존에 투자를 단행하면서 그것도 외화 표시 채권에 투자를 해서 달러 가치 하락을 기회로 활용하며 고수익을 추구했던 것입니다.
버핏은 안전한 투자만 한다는 생각이 하나의 myth에 불과함을 다시 한 번 보여 준 것이죠. 자신이 이해할 수만 있다면, IT 회사든, 외환이든, 정크본드든, 투자의 종류는 중요한 게 아닌 것입니다.
달러 가치가 내려갈 것이다라고 생각했을 때 대부분은 다른 외환에 직접투자하는 것을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외화표시 채권에 투자하겠다는 생각이, 더구나 정크본드에 투자하겠다는 버핏의 판단이 너무나 재미있지 않습니까?
리스크에 직접적으로 노출되기보다는 그 리스크에 의해 필연적으로 야기되는 결과에 투자를 하고, 심리적 이유로 폭락한 곳에 들어간다는 행보가 너무나 잘 드러난 사례인 것 같습니다.
재무제표상 그리고 기업의 펀더멘틀 측면에서 전혀 투자부적격이 아닌데도 전체적인 분위기 때문에 투자부적격으로 신용등급을 받고 헐값에 매매되던 아마존 닷컴 채권에 투자함으로써 달러 가치 하락을 수익으로 바꿔 내는 버핏의 노련한 판단과 행동이 잘 드러나는 사례였던 것 같습니다.
출처 : 이명헌 경영스쿨
첫댓글 버핏의 글을 읽다가 웃음이 나오는 것을 멈출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여기서는 "최소한 일류 비즈니스 스쿨의 재무학과만 아니라면 어디서든 찾을 수 있습니다."라는 표현에서 크게 웃었습니다. 일류 비즈니스 스쿨에서 가르치는 효율적 시장이론의 신봉자만 아니라면 어디서든 비효율적인 시장을 찾아낼 수 있다는 표현이었겠죠. ^^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외국인들은 미국산 물건을 더 많이 사게 되고 반대로 미국인들은 외국산 물건을 덜 사게 되서 역설적으로 무역적자를 줄여주게 되고 이것이 달러 가치의 하락을 완화시킵니다. 하지만 최근의 경향을 살펴보면 달러 가치가 하락하는 와중에도 오히려 미국의 무역적자가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그것이 달러 가치의 하락폭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는 정크가 아니지만 시장에서 정크로 평가되던 아마존 채권에 대한 투자도 놀랍습니다. 그것도 달러 표시 채권이 아닌 외화 표시 채권에 투자함으로써 달러 가치 하락을 방어하려고 했던 생각이 너무 놀라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저도 타로님처럼 한참 웃엇습니다 ㅎㅎ 하여간 저분은 유머감각이 투자실력만큼이나 일취월장하시니 ㅎㅎ 타로님 혹시 이명헌 경영스쿨 회원이신지요?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버핏의 유머감각을 좋아합니다. 어쩌면 그것 때문에 버핏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네요. 참고로 이명헌 경영스쿨의 회원은 아닙니다. ^^
'버핏은 안전한 투자만 한다는 생각이 하나의 myth에 불과함을 다시 한 번 보여 준 것이죠.'라는 주장의 근거로는 적합한지 의문입니다.
아이님의 말씀처럼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 역시 의문입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버핏에게 있어서는 안전한 투자였다고 생각합니다. ^^
안전을 '안전마진'의 신화에만 매달리느냐 아니냐의 문제죠. '위험'이라는 단어의 정의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예측하지 못한 일이 일어날 가능성' 달러가치에 대한 불확실성이 '위험의 현실화'가 일어나기 전에 방어를 한 것이 안전한 투자가 아니면 뭘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본문 중 브라질 레알화는 헤알화가 맞습니다. 버펫이 헤알화에 투자를 할 때 브라질의 부자들은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달러자산에 투자를 했습니다. 결과는 버펫의 반대가 되겠지요 ㅎㅎㅎ. '안전'에 대한 Myth는 달러화는 안전하다고 생각한 브라질의 부자들, 한국의 일부 투자자들에게 해당되는 말일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