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음산악회 하계 단합대회를 겸해서 찾은 밀양 백운산.
나는 예전부터 얼음골 주변 여러곳을 쫓아 다녔고, 특히 백운산은 몇 번 다녀온 바가 있어 다른 곳을 기웃거려 보기도 하였다.
하지만 모든 게 여의치 않아 제일 후미에 붙어 따라가기로 하였다.
오늘은 단축산행으로 하산 후 가든에서 점심 식사 예약을 해둔 상태.
주위에 호박소와 오천평반석, 얼음골 등의 명소가 있지만 오늘은 시간단축에 방점을 찍는다.
밀양 백운산(白雲山·891m)은 영남알프스 산군 가운데 대체로 낮은 봉우리라 상대적으로 푸대접 받는 산이다.
그러나 산을 어디 높이에만 비교하랴.
거대한 화강암 암벽이 산의 서쪽 면을 송두리째 차지하고 있어 氣가 펄펄 살아 보인다.
하얀 몸체를 드러낸 기운찬 백운산 암벽은 눈이 부실 정도이고, 건너편에서 보면 전체를 바라볼 수 있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백연사에서 백운산으로 오르는 길은 아찔한 바윗길이지만 로프와 철 계단 등 안전시설이 설치돼 있어 큰 어려움은 없다.
사방이 트인 아찔한 암릉에서 하얀 암벽을 올려다보면 조망은 여느 산과 비교할 수 없다.
남쪽으로 능동산에서 천황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길게 펼쳐지고, 동쪽으로는 가지산에서 뻗어내린 능선이 능동산까지 연결된다.
정상에선 가지산에서 운문산으로 연결되는 소위 운문지맥을 오롯이 조망할 수도 있으니 전망대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바위마다 전망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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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을 놓치는 바람에 왕복 350m를 더 걸어 두 번을 밟았으니 3km가 되지 않는 거리이고, 시간은 더 의미가 없다.
<클릭하면 원본 크기> 국제신문의 참고 지도.
<클릭하면 원본크기> 참고할 국제신문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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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버스는 백운산 들머리인 2차선 도로에서 차를 멈춘다.
좌측 이통 안테나가 있는 길 아래 백연사와 대형주차장과 호박소가 있고, 들머리는 우측 산사태 방지 휀스 틈새.
틈새로 들어가 가볍게 밧줄을 잡고...
오르면...
짙은 녹음과 너덜이 군데군데 숭숭한 비탈에는...
박석(薄石)을 닮은 널찍널찍한 돌들이 깔려있어...
예전 같았으면 구들장 용도로 썼으면 좋을 것.
오늘 나와 짝지가 된 이형규 전 회장과 장수 씨.
너덜 오름길을 벗어나 뒤돌아보니 맞은 편에 선명하게 그어진 스카이라인.
그 중앙에 콘크리트 조형물은 케이블카 터미널.
바위와 어우러진 소나무는 그 자체가 산수화.
아래에 보이는 곳은 얼음골 유원지.
케이블카 터미널 우측으로 볼록 솟은 산은 천황산. 케이블카 터미널에서 뻗어내린 능선으로 등로가 나 있고, 깊숙한 계곡으로도 등로가 나있다.
오늘 케이블카를 이용하여(왕복 성인 12,000원, 경로 10,000원) 영남알프스의 중심에 서 볼까도 생각하였다.
도드라져 다소 위험한 바위에선 안전한 밧줄이 새로 설치되었다.
짝지가 된 우리 셋은 그야말로 유산(遊山) 놀음을 즐기며 느긋한 걸음. 생탁에다 마가목 술로 유산은 최고조.
산 아래 뚫린 두 개의 구멍은 가지산 터널.
맞은 편 하늘금 좌측엔 능동2봉과 능동산.
우측 산내면 방향으로 구만산과 용암봉인 듯한 운문지맥이 가라 앉는다.
산은 그 이름 그대로 명불허전(名不虛傳 )이로고~
이 모습이 백운산이라는 이름을 낳게한 것.
아래 제일농원 주차장에 우리 버스가 보인다. 여름 휴가철이면 주차장은 물론이고 도로변에까지 차들로 넘쳐난다.
맞은편 케이블카 터미널. 주중이라 손님이 없어 케이블카도 움직이지 않는다.
좌측으로 능동산.
열 걸음 걷고 뒤 돌아보고...
또 둘러 보고...
또 올려다 보고...
또 내려다 본다.
제일농원 주차장에는 우리 버스 딱 한 대.
올려다 보면 영남알프스의 맏형으로 불리는 가지산과 우측 깊숙한 계곡은 용수골.
살짝 당겨 보면 용수골 계곡을 올라서면 잘록한 밀양고개. 밀양고개 좌측 봉우리가 가지산이고, 우측 솟은 봉우리는 중봉(1167m).
이 길을 따라 낙동정맥이 지나고 있고, 가지산 좌측으론 운문지맥이 가지를 친다.
백운산의 떠가는 한 조각 구름이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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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마다에 목례를 주며/ 산에 오르면
나는 숨이 가빠지면서/ 나의 뼈와 살이 부드러워지는 소리를 듣는다
고집과 불신으로 경직되었던/ 나의 지난 시간들이
유순하게 녹아 내리는 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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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절망할 때/ 뚜벅뚜벅 걸어와/ 나를 일으켜 주던 희망의 산
산처럼 살기 위해/ 눈물은 깊이 아껴 두라 했다
내가 죽으면/ 편히 쉴 자리 하나 마련해 놓고
오늘도 조용히/ 내 이름을 부르는 산
살아서도 남에게 잊혀지는 법을/ 처음부터 잘 익혀 두라 했다
보고 나서 돌아서면 또 보고 싶은/ 기다림의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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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산 위에서 >
예전엔 밧줄구간이었으나 지금은 안전한 철계단.
손잡이 부분은 스테인리스인 듯.
오늘 우리가 예약한 가든이 있는 얼음골 시설지구에서 케이블카 한 대가 올라가고 있어......
살짝 당겨 보았다. 저쯤되면 운영비도 나오지 않을 것.
바위에 비스듬히 드러누운 소나무. 뭇 사람들의 촬영 포인터가 된 듯 밑둥이 빤질빤질하다.
깊숙한 용소골 정점 하늘과 맞닿은 곳에 가지산. 산자락 군데군데 허옇게 배를 드러낸 바위들.
아직 백운이 머무는 곳은 더 올라야만 돼.
얼굴 가득 해학을 머금은 목장승을 지나...
다가서는 백운산의 정수리.
살짝 당겨 보았더니 두 여성분이 산희열에 들떠있다.
백운산 좌측으로 운문산이 구름문을 열고 있고...
더 좌측 뒤 억산 깨진바위를 지나며 운문지맥이 지나간다.
방향을 틀면 아까부터 보아온 능동산.
이 지점의 이정표에 가지산이 4.30km.
백운산 올라오니 흰 구름 자취를 감췄고, 멀리 가지산에 흰구름 두둥실 떠 있다.
선명하게 드러나는 가지산 오름길 능선.
능동산 아래 석남터널로 향하는 깊은 골짜기. 그 위에 이상한 물체가 뭣인고하여...
살짝 당겨 보았더니 가지산터널의 환풍구인 듯.
밀양이 고향이거나 시댁이 있는 사람들이라 그렇게 표정이 환하남.
그렇게 희희낙낙하다 정상석을 놓쳐 버렸다. 다시 200여m를 되돌아가다 올려다 보는 백운산.
끙끙 밧줄을 타고...
오늘 두 번 백운산 고스락을 밟게 된다.
타이머를 작동시켜 바위위에 올려 놓고 10초 만에 쪼오차 뛰어가 털썩 주저 앉았다. 그렇게 정상 세러머니.
구룡소폭포(九龍沼瀑布)로 내려서는 길은 돌무더기들이 널린 비탈길. 비가 오지 않아 수량이 적으니 아홉 마리 용은 고사하고 그저 유명무실(有名無實).
데크를 따라...
제일농원 이정표가 가리키는 곳.
아주 큼직한 화장실과...
가지산 구석구석을 속속들이 핥고 내려온 청정계곡은...
아직 손이 시릴 정도.
윗 주차장의...
안내판 <클릭하면 큰 그림>
너른 주차장에 우리 버스가 대기 중이다.
얼음골 주차장의 '수민家민박'이 우리가 예약한 식당.
식당으로 들어가며 올려다 보니 백운산의 화강암반이 하얗게 드러난다. 마치 흰 구름이 산정에 머물고 있는 듯하다.
그렇게해서 붙여진 이름이 백운산이다.
살짝 당겨 보았다.
식당의 위생수저에서 보는 글귀.
'강산만고주 인물백년빈(江山萬古主 人物百年賓)': 강산은 만고의 주인이요, 사람은 백년의 손님이다.
'미수월재(迷水月在)'는 국수월재수(掬水月在水)를 말하는 듯. '물을 뜨니 달이 손 안에 있네'라는 뜻. * 움킬 국(掬)자를 미혹할 미(迷)자로 잘못 쓴 듯.
‘농화향만의(弄花香滿衣)’는 당나라 시인 우량사(于良史)의 시 춘산야월(春山夜月)의 글귀로 ‘꽃과 어우러지니 향기가 옷에 가득하다’는 뜻.
식당에 유명 가수들이 왔다간 흔적을 남겨 두었다.
마치 민물 다슬기를 닮은 이것은 초석잠(석잠풀) 초간장이다.
초석잠(草石蠶)은 중국이 원산지로서 치매와 부종, 뇌졸중, 간경화, 동맥경화 등 다방면에서 민간치료제로 사용하고 있다한다.
그리고 메인 메뉴인 양념 오리고기 구이와...
소금구이.
중요 안건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산악회를 위한 조언이나 충언, 또 건의할 사항 등으로 식사 전 간단회의를 열었지만 '긁어 부스럼'이었다.
텅빈 얼음골 주차장.
산악 동호회 기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것 같아 나는 늘 다다익선(多多益善)이 최고의 가치인 줄 알았다.
그러나 과유불급(過猶不及)이었다.
이 말은 '정도가 지나침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라는 뜻이니 너무 많으면 모자람과 같다는 말로 중용(中庸)을 강조한 것.
밑천이 딸랑딸랑하면 마음놓고 베팅할 수 없듯, 가고싶은 산을 마음놓고 갈 수 없을 것 같아서였지만 이게 오히려 문제.
따라서 적정액수의 기금을 유지하는 것만이 적당한 긴장을 통해서 활성화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