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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권 1심서 사실상 전면 무죄…검찰 위기감 극대화
별건에 별별건 수사로 웅동학원 털었는데도 실패
김미리 재판장 유지 땐 조국 무죄 속출 가능성 대두
검찰 편향 법조기자들, 노골적 김미리 때리기 시작
한편, 김미리 부장판사는 조국 전 장관 재판 외에 동생 조권 씨의 재판도 맡고 있었다. 이쪽 재판은 조 전 장관 재판보다는 비교적 혐의 수가 적었기 때문에 판결도 훨씬 빠른 2020년에 1심의 선고가 나왔다. 그런데 이 조권 재판의 결과가 검찰의 향후 조국 재판 전망에 맹렬히 깜빡이는 비상등을 켜게 된다.
오직 조국 동생이라는 이유로 시작된 웅동학원 수사
조권 씨에 대한 검찰 수사는 조국 전 장관 수사의 별건수사로 시작되었다. 애초 조국 전 장관을 목표로 시작되었던 웅동학원 수사에서 조 전 장관의 혐의가 전혀 나오지 않자, ‘꿩 대신 닭’이라는 식으로 웅동학원 사무국장을 맡고 있던 동생 조권 씨의 혐의를 털었던 것이다. 검찰의 속내가 기왕 털기 시작한 거 덮어버리느니 조국 본인은 아니라도 ‘조국 일가’ 프레임을 씌울 수 있다는 계산이었을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오직 ‘조국의 동생’이어서, 또 조국의 명예를 더럽히기 위한 수사가 아니었다면, 경남 진해에 있는 학년당 3개 학급의 시골 중학교 사무국장 수사에 특수부 검사들을 몇 개 팀이나 투입해 수사를 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행정구역상 창원시 진해구라지만 주변 개발조차 전혀 되지 않은 후미진 산중턱 숲 속에 있는 코딱지 만한 시골 중학교다. 검사 1명 온전히 투입도 아까운 수사 아닌가.
검찰과 법조기자들이 수십억 대 배임을 운운하지만, 간단히 말해 사실상 받아낼 수 없는 부실채권의 문제일 뿐, 누구도 가지고 있지 않은 실존하지 않는 돈이고 앞으로 생길 기약도 없는 돈이다. 뭘 혐의를 따지고 말고 하기도 허탈할 정도로 사실상 ‘가상의 채권’으로, 수십년 전인 IMF 직전에 조국 전 장관 부친과 동생이 운영하던 건설회사가 웅동중학교 신축공사를 맡았다가 회사까지 부도 나고 숫자만 남은 채권이다. 조권 씨가 학교로부터 이 채권 대금을 일부라도 받아낼 현실 가능성이 단 1%라도 있었다면 감옥에 갇히더라도 조금이나마 덜 억울했을 것이다.
그런데 검찰이 대대적으로 수사를 벌였던 웅동중학교 공사 관련 혐의들에서 유죄 선고를 자신할 수 없게 되자, 검찰은 기소를 미루고 이번에는 ‘별건의 별건’으로 조권 씨의 개인 비리를 털기 시작했다. 조권 씨의 지역 내 지인들을 저인망식으로 광범위하게 조사하며 개인 비리를 샅샅이 훑은 것이다.
(이 ‘별별건’ 수사의 행태와 관련해, 조권 씨의 지인 박준호 씨는 TBS 뉴스공장과 영화 ‘그대가 조국’에 출연해 검찰의 기막힌 강압적 조사 행태를 증언한 바 있다. ☞ 조국 동생 조권 측의 검찰 언론 고발! ☞ 조국 전 장관 동생 조권씨 지인 박준호씨 "검찰이 '뉴스공장' 인터뷰 들려주며 압박")
조국 전 장관 조권 씨의 지인 박준호 씨의 인터뷰 (TBS 뉴스공장)
검찰은 조권 씨의 모든 지인들을 들들 볶아댄 끝에 결국 외부 브로커가 개입된 교사 채용 비리를 찾아내고야 말았고, 그걸 기존의 웅동중학교 공사 관련 수사 결과에 추가로 끼워넣어 조권 씨를 기소했다. 이것 역시 범죄를 포착하여 수사를 한 것이 아니라, 범죄가 나올 때까지 한 사람의 삶을 무한정 탈탈 털어댄 결과였다. (‘끝끝내 죄가 안 나오는 사람은 없다’가 검찰 특수부의 숨겨진 신조일 것이다.)
조권 재판 결과에 초비상 걸린 검찰
그런데 이 조권 1심 재판의 결론이, 이미 조국 1심 재판에서 수세에 몰려있던 검찰에겐 더없이 심각한 위협이 된다.
2020년 9월 18일에 있었던 조권 재판의 1심 선고에서는, 별별건 혐의였던 채용비리 혐의 하나만 유죄가 나오고, 검찰의 조권 수사에서 주목표였던 웅동중학교 관련 혐의들 모두에서 전면 무죄가 나와버렸다. ☞ 조국 동생 실형인데 검찰 판정패?…무죄 부분 보니 유죄가 나온 채용비리 혐의는 조권 씨 스스로 인정한 유일한 혐의였다.
1심 재판에 출석 중인 조국 전 장관의 동생 조권 씨 (연합뉴스)
더욱이 대다수 법조기자들은 못 본 체 무시해버렸지만, 재판부는 판결문의 양형 감경 사유 서술에서 “함께 기소된 나머지 대다수의 공소사실이 모두 무죄로 판명된 점”을 추가로 판시했다. 이건 사실상 검찰의 무리한 기소로 고초를 겪은 사실을 감안해 형량을 감경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 조국 동생 재판부, 1년형 선고하며 "다른 공소사실 모두 무죄로 양형 감경"
이 판결을 내린 것이 바로 김미리 부장판사였다. 그런데 같은 김미리 재판장이 조국 1심 재판도 진행 중이지 않은가. 검찰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초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게 됐다.
김미리 재판장이 조국 전 장관에 대한 판결에서 조권 재판과 비슷하게 전면 무죄 혹은 극히 일부만 유죄로 선고하고, 그것마저도 ‘고초를 겪었으니 형량 감경’ 해버리면 검찰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 뒤에 불어올 후폭풍은 검찰로서는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았을 지옥도였을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
더욱이 앞서 검사 측은 조국 1심 재판 중에 김미리 재판장과 몇 차례나 설전을 벌였는데 재판장을 전혀 설득하지도 못한 상태였다. 그 사안들에 대한 재판장의 잠정 판단들이 선고까지 그대로 유지되면, 무죄 판결은 너무도 뻔한 상황이었다.
이 1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주류 법조기자들은 조권 재판에는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고, 재판 과정이나 재판 결과를 보도한 기사의 수가 몇 되지 않았다. 재판 결과에 대한 유의미한 보도는 KBS의 보도 외엔 재판 결과를 문제 삼은 한국경제의 기사 ☞ 조국 동생 형량 논란…"우리법 아니라 우리편연구회냐" 정도에 불과했다. 한국경제 기사에서는 “주범보다 낮은 형량”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는데, 검찰에 매우 불리한 부분인 형량 감경 사유, ‘무리한 수사로 인한 고초’ 부분을 의도적으로 못 본 체 하고는 형량의 숫자가 공범보다 낮다는 결과 하나만 주목했다.
하지만 항소심 단계가 되자 사실상 거의 모든 주류 매체의 법조기자들이 이 재판에 달려들었다. 모든 주류 매체의 법조팀들이 반드시 조권의 형량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필승의 의지’를 다지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리고 그들은 결국 해냈다. 판결이 나온 직후에 일일이 세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기사들이 쏟아졌고, 그 많은 기사들의 제목이 하나같이 ‘형량이 1년에서 3년으로 늘었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 조국 동생, 2심서 형량 늘었다…징역 1년→3년 법정구속 ☞ ‘웅동학원 비리’ 조국 동생, 항소심서 징역 1년→3년…법정구속 ☞ 조국 동생 1심은 채용비리만 유죄… 2심은 4개 혐의 유죄
검찰과 법조기자들의 일치단결 협동 체제가 이뤄낸 ‘승전보’였다. 이 기사들에선 1심의 김미리 부장판사가 징역 1년만 선고했었다는 ‘뒤끝’도 꼭꼭 챙겨넣었다.
검찰의 무리한 특수수사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사법부의 보기 드문 지적은, 이렇게 법조기자들의 떠들썩한 승전보 아래로 묻혀버렸다.
하지만 이건 2021년 8월에 조권 씨의 2심 결과가 나온 후의 얘기고, 2020년 가을부터 2021년 봄까지는 법조기자들의 지독한 ‘김미리 죽이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조권 2심 판결에서 형량이 대폭 늘었음을 강조하는 법조기자들의 무더기 기사들 (포털 네이버 검색 결과)
검찰의 위기 상황과 향후 지침을 예고한 중앙일보 기사
당시 검찰의 상황과 스탠스에 관련하여 이 지점에서 주목해야 할 당시 기사가 하나 있다. 조권 1심 선고 며칠 후인 9일 21일에 중앙일보에 게재된 박태인 기자의 기사다. ☞ "檢개혁 반격 시각 있어" 조권 선고 뒤 주목받는 김미리의 입
이 기사에서 박 기자는, 서두에서부터 조권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김미리 재판장이 맡고 있는 재판이 조국 전 장관 사건과 울산시장 개입 의혹 사건 등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가장 중요한 재판을 모두“ 하고 있다는 점을 주지시키고, 이런 판단 기준이 조국 전 장관 재판에서도 이어질 것에 대해 검찰이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서 김미리 부장판사가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는 점을 환기시키고, 법정에서 “검찰 개혁을 시도한 피고인(조국)에 대한 검찰의 반격이라 보는 시각”을 발언한 사실도 곱씹었다.
조권 1심 판결 결과로 검찰이 처한 위기 상황을 진단하고 검찰의 대응 전략을 고민한 중앙일보 기사. (중앙일보)
그런데 이 대목에서 갑자기 익명의 “수도권에 근무하는 고법 부장판사”가 등장해 김미리 판사의 성향에 대해 엄중한 해설을 내놓는다. “재판장이 법정에서 '검찰개혁'을 언급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며, "그 용어 자체가 정치적인 단어”라는 것이다.
필자로선 이 ‘수도권 고법 부장판사’가 과연 실존하는 판사인지부터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판사 씩이나 되는 사람이 몇 줄 되지도 않는 김미리 판사의 발언에 대해 전혀 말귀를 못 알아들은 것으로 보이지 않는가.
김미리 판사의 입에서 ‘검찰개혁’이라는 단어가 나온 것 자체는 사실이지만 그가 검찰개혁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입장을 표출한 것이 전혀 아니다. 검사 측이 증인 사전면담을 한 사실이 심각한 문제가 되는데도 검사 측이 문제될 것 없다는 식으로 받아쳤기 때문에, 검찰개혁 관련 일각의 여론을 언급하면서까지 검사 측에 다시 한 번 주의를 준 발언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도 이 실존 여부가 의심스러운 ‘수도권 고법 판사’는 마치 김미리 판사가 따로 ‘검찰개혁’ 자체를 유의미하게 거론하기라도 한 것처럼 주장한다. 해당 판사의 성향이 어떤가는 제쳐놓고, 논리 전개와 정리가 평생의 주업인 법관이 이렇게 말귀를 못 알아들을 수가 있다는 것이 도무지 믿기 힘든 것이다.
박 기자는 이렇게 출처가 의심스러운 ‘한 판사’ 인용을 논거로 삼아 딛고는, 거기에 “검찰 내부에선 김 재판장이 조국 사건을 '여권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라고 덧붙였다. 이번엔 검찰을 인용해 김미리 판사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편 아니냐 하는 공격거리를 던진 것으로, 여기서부터 ‘정치적 편향성’을 제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지점 논리 전개를 다시 뜯어보면 알 수 있을 텐데, 존재가 의심스러운 ‘수도권 고법 판사’가 등장하지 않으면 김미리 판사에 대한 정치적 편향성 제기에는 오직 검찰의 시각만 남게 된다. 합리적인 독자의 시각에서는 ‘수세에 몰린 검찰의 억지 재판장 폄훼’로 비춰질 개연성이 높은 것이다. 그래서 이 대목에서 ‘수도권 고법 판사’의 ‘검찰개혁’ 운운은 (그런 판사가 실존하든 가공의 인물이든) 김미리 판사에게 정치적 편향성을 제기하는 논리 전개에서 독자를 설득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일 수밖에 없다.
요약하자면, 중앙일보의 이 기사는 이미 검찰에게 큰 타격을 입힌 조권 재판의 재판장이었던 김미리 판사가 노출한 시각과 성향으로 검찰이 심각한 위기에 몰렸다는 것, 윤석열에게 중요한 재판 모두를 김미리 판사가 맡고 있다는 등의 검찰의 현실을 정리하고, 이어서 김미리 판사에 대한 공격 포인트들을 러프하게나마 정리한 것으로, 향후 법조기자들이 주력해야 할 ‘김미리 대응 지침 초안’ 혹은 ‘레포트’에 가까운 기사였다.
물론 이 기사가 박 기자의 독자적 기획의 결과물로 보이지는 않는다. 기사의 서두에서부터 다른 보도에서는 노출되지 않던 검찰의 위기감을 그대로 보여준 데서부터 알 수 있다시피, 당시 검찰의 복잡한 속내가 반영된 기사라는 걸 짐작 가능하다.
그리고 바로 여기서부터 사사건건 검찰에 편향된 보도만 쏟아내던 법조기자들의 노골적인 김미리 때리기가 본격화한다.
이 박태인 기자가 문제의 이 기사를 쓰기 1년 전, ‘조국 사태’가 한창 벌어지고 있던 2019년 9월 8일에 자신의 블로그에 쓴 글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 특수부가 달라붙은 피고인 변호를 할 때, 실제 혐의가 별 게 없다면 변호사는 더 걱정이 된다. 검찰이 별건까지 탈탈 털어 작은 혐의라도 찾아낼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아울러 박 기자는 같은 글에서 검찰의 조국 수사에 대해 꽤 비판적인 시각도 함께 갖고 시각 정리에 고민 중이라는 사실을 내비치기도 했다. 조국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에 고민이 있다던 젊은 기자가 검찰 편향으로 돌아서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만으로 1년이면 충분한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