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514 박준영 제물로 김부겸·임혜숙·노형욱 임명 강행… 정국 급랭
국회 인사청문회 정국이 여야 강대강 대치로 막을 내렸다. 더불어민주당은 5월 13일 단독으로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처리했으며, 노형욱·임혜숙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 채택까지 강행했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원구성 협상을 앞두고 여야 간 갈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민주당의 강경 기류는 이날 오후 1시경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의 자진사퇴를 기점으로 급물살을 탔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국민과 야당의 의사를 충분히 수용·반영했다"며 국민의힘과 박병석 국회의장을 동시에 압박했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소관 위원회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없더라도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총리 인준안을 부의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양보라는 점도 강조했다. 송영길 대표는 "장관 후보자 관련 열심히 의견을 수렴해 문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소통해왔다"며 "후보자가 어려움 끝에 사퇴했고, 문 대통령도 고심 끝에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야당의 주장을 수용해 장관 후보자 한 명이 낙마했으니 정치적 타협을 하자는 의미였다.
당초 후보자 세 명 전원 불가 입장이었던 국민의힘은 임혜숙 후보자 낙마를 요청하는 것으로 선회했다. 논문표절과 논문내조, 다운 계약서, 외유성 출장 등 의혹이 많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이날 오후 여야 원내대표 간 마지막 담판에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민주당은 곧바로 임명 강행 절차에 돌입했다.국회 본회의 의사진행 발언에 나선 한병도 민주당 원내수석은 박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거론하며 "더 이상 무엇을 원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보궐선거에 승리했다고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국정을 마비시킬 권한을 갖는 게 아니다”며 "하나로 안 되니 둘을 내놓으라는 것은 오만"이라고 국민의힘을 비난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진행된 김부겸 총리 후보자 인준안은 찬성 168표, 반대 5표, 기권 1표, 무효 2표로 가결됐다.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위원회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이 가결된 것은 지난해 정세균 국무총리 인준안에 이어 두 번째다. 민주당은 본회의 산회 직후 국토교통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각각 소집해 노 후보자와 임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도 채택했다.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속전속결 처리 이면에는 당청 갈등과 당내 갈등을 빨리 수습해야 한다는 판단도 깔려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간 후보자 전원을 임명하려는 청와대와 민심을 살펴야 하는 민주당 사이 긴장감이 돌았던 게 사실이다. 급기야 초선 의원들이 '장관 후보자 한 명의 낙마'를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친문진영 의원들이 "적절치 않다"고 반격하며 당내 갈등으로 이어지는 조짐이 있었다.
인사청문회 정국은 일단 끝났지만 여야 간 긴장국면은 계속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14일 청와대 앞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인사 강행에 항의할 방침이다. 그간 국민의힘 의원들이 청와대 앞에서 개별적으로 시위를 하거나 면담을 요청한 사례는 있지만, 의원들이 전원 참여하는 의원총회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원구성 재협상을 앞두고 있는 만큼, 정부여당이 느끼는 압박감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4.7 재보선에서 국민은 문재인 정권의 독선적이고 오만한 국정운영에 심판 의지를 확인해주셨다. 그러나 청와대와 여당은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국정운영을 할 수 있도록 대통령께 건의를 드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또한 "오늘 우리는 민주주의가 처참하게 유린 당하는 현장에서 또 한 번 눈물을 삼키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서 문재인 정권의 오만한 인사에 대하여 반드시 기억하시고 심판해주실 것을 간곡하게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강민국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통령은 새정치민주연합 야당 대표 시절 '대다수 국민이 반대하는 후보자를 다수 의석의 힘으로 밀어붙이면 안 된다'고 했는데, 지금 대통령과 민주당은 국민의 뜻을 거스르고 국민과 싸우려고 한다"며 "우격다짐으로 만드는 국무총리가 무슨 역할을 할 것이며, 민심을 외면하는 힘자랑 정치가 대한민국의 미래에 무슨 이익이 되겠느냐"고 질타했다.
故손정민 부검 결과… 혈중알코올농도 0.154% '친구 물가서 목격'
한강공원에서 술을 마시다 실종된 뒤 숨진 채 발견된 고(故)손정민(22)씨의 부검 결과가 나왔다. 경찰은 손 씨가 물에 빠져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5월 13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전날 손씨의 사인이 익사로 추정된다는 부검 감정 결과서를 경찰에 전달했다. 경찰 관계자는 “음주 후 2~3시간 이내 사망했을 거라는 소견이 있었다”며 “관련 연구논문을 근거로한 국과수 결론으로, 반드시 2~3시간 이후 죽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SBS 보도에 따르면 손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54%로 나타났으며 문제가 될 약물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손 씨와 친구 A 씨는 밤 10시 54분부터 이튿날 새벽 1시 30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인근 가게에서 막걸리 3병과 청주 2병, 640mL짜리 페트 소주 2병과 360mL짜리 소주 2병 등을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나온 목격자 진술에 따르면 4월 25일 오전 2시부터 오전 3시 38분까지 손씨 일행은 한강공원 인근 수풀에 앉거나 누워 있었다. 한 주요 목격자는 “오전 3시 37분쯤 A씨가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고, 그 옆에 손씨가 앉아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한 목격자는 “오전 4시 20분쯤 친구 A씨가 가방을 메고 잔디 끝 경사면에서 누워 잠들어 있는 걸 확인하고 깨웠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 이 목격자는 나무와 수풀로 덮인 꽤 가파른 경사면에서 잠든 A씨가 위험해보여 직접 깨운 것. 이때 손씨는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10분 뒤인 오전 4시 30분쯤 A씨가 한강공원 출입구를 통해 나가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담겼다.
이에 오전 3시 38분부터 4시 20여 분까지두 사람이 떨어져 있게 된 이유 등 42분 간의 행적이 확인돼야 정확한 사망 경위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손씨 부친은 SBS에 “예상한 대로 익사라고 나온 것도 맞고, 우리가 궁금해했던 (새벽) 3시 반, 4시 반 사이에 물에 들어간 것도 확실해졌으니 그 시간에 어떻게 들어가게 된 건지만 밝혀지면 되는데. (경찰 수사 범위가) 그쪽으로 많이 압축돼서 하고 있는 것 같아서 특별히 불만 없다”고 전했다.
한편 경찰은 A씨의 노트북, A씨 어머니의 휴대전화, 당일 오전 5시 10분쯤 A씨와 부모가 함께 타고 온 차량의 블랙박스 등의 포렌식 작업을 완료했다. A씨 아버지의 휴대전화 포렌식 분석 작업도 진행 중이다. A씨는 12일 변호사 동행 하에 2시간 가량 프로파일러 면담을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고 손정민씨(22) 사건과 관련해 사건 당일 새벽 손씨의 친구 A씨가 잔디밭 경사면에서 혼자 자고 있는 것을 보았다는 목격자 진술이 나왔다. 목격자에 따르면 A씨가 잠들어 있던 곳은 손씨와 A씨가 돗자리를 깔고 술을 마시던 곳에서부터 강쪽으로 10여m 떨어진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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