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의 수채화, 언젠가 그 비슷한 소설이었나 영화 제목을 보았던 것 같다. 수채화라면 산뜻한 색채의 풍경이 생각나는데... 우리는 어제 손수 그 수채화속 한 점 정물이 되어 있었다.
등산이라하면 지붕이 덮인 실내에서의 활동이 아니므로... 얼마간의 찬바람, 뜨거운 햇볕, 쌓인눈... 등은 상식적으로 알고 있었고 각오도 있었다. 며칠전 청계산 사전답사에서도 몇군데 길에서 나를 당황시켰던, 복병 진흙길이 차마 이처럼 찐하게 우리의 바지가랭이를 붙들고 늘어질줄은... 예전엔 미쳐 몰랐어용.
전국 곳곳에 살고 있는 68 기러기들의 응원에 힘입어, 까페 방장배 청계산 등반대회에, 때맞춰 내리는 비를 헤쳐가며 붉은 머리띠 (는 아니고 붉은 티셔츠,쪼끼, 팬티등) 로 무장하고... 나타난 의욕의 남녀 선수들은 사실 그 얼굴이 그 얼굴이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단연 뉴 페이스로 각광을 받는 이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유선, 이니셜로는 Y.S, 약자로는 선! 동원이 늘 가까이서 멀리서, 믿거나 말거나 사모 또는 싸모해 왔다는 그 여인이다.
그 여인과 여타 선수들은, 한 가지 뚜렷한 목표를 공유하면서 가시밭길 인생길과도 같은 끝없는 진흙길을 행군하고 있었다. 매봉까지 시간은 얼마든지 걸려도 좋다, 앞으로 넘어지지는 말자! 코가 깨지는 것 까지는 좀 참는다해도... 미꾸라지 패숀이 되는 것은 좀 거시기하지 않겠느냐? 여태까지 쌓아놓은 산악인으로서의 이력에 혹 누가될 수 있지 않겠느냐.... 는 자존심까지 동원된 긴장감이 산행내내 우리를 붙들었다.
비와 진흙길은 우리를 힘들게 했지만, 덕분에 주말이면 몰려드는 인파를 일거에 격파해 버렸으며,,, 또 비가 되지못한 구름들이 바쁘게 몰려다니며 신비스런 안개를 만들고 있었다. 산봉우리와 산봉우리 사이를 대가의 한 획 붓끝처럼 절묘하게 감싸고 있는, 선녀의 옷자락 같기도한 안개, 안개여...
늘 우리곁에 있고, 또 그 처음과 마지막을 모두 안다고 생각했던 낯익은 대상이 어느날 갑자기 아주 색다른 모습으로 나타났을 때... 신선한 흥분과 설레임이 일시에 가슴속을 회오리 바람되어 다가오지 않던가?
그런 낯익음으로, 그런 설레임으로... 비오는 날의 청계산은, 화창한 날에는 상상할 수 없는 신선한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일백퍼센트 목표달성을 마치고, 우리는 정해진 장소에 오붓하게( 아, 이 표현이 다소 마음에 걸린다. 참석자가 많았으면 뻥이 쎈 나도 차마 이 표현은 못썼겠지?) 둘러앉았다. 갖가지 사연으로 둘러앉지 못한 친구들을, 문명의 이기를 이용하여 이리저리 목메여 호명한 연후에... 우리는 술과 안주 그리고 식사순으로 배를 채웠다.
아, 산을 좋아하면 술을 좋아하는 것인가? 혹은 넓은 가슴을 자랑하는 것인가? 우리는 에프와 엠을 따질 겨를이 없이, 진달래냐 위하여냐 고민할 것도 없이 쨘, 쨘, 술잔을 수없이 부딪혔다.
사모하는 여인의 귀한 상경을 축하하자는 것인지, 귀염둥이 따님의 대학합격을 축하하자는 것인지 따져묻지는 못했지만,,, 거금을 쏘겠다는 동원을 말릴 수 없어... 답례로 땡큐만을 외쳤다. 그래도 임시총무가 된 나는 참석자 전원에게 1만원의 회비는 따로 받아냈다. 참석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팩스로 1만원을 송금받자는 의견도 있었다.
평상시 같으면 그쯤에서 헤어져야 했으련만... 사실, 노래방 출입은 월중행사가 아니고 연중행사가 되어야한다고 에프엠 공히 말없이 굳게 약속했건만... 그러나 기러기 까페의 든든한 꿈나무 유선이, 글로만 모습을 보여도 너무 반가웠을 Y.S 가 몸으로 모습을 직접 보였으니... 어화둥둥 꽹과리는 자동뻥이 아니었겠는가?
“그대는 할 수 없는 장기가 무엇인고?” 라고 묻는 편이 빠를 것만 같은 유선의 각종 장기에 힘입어, 우리 에프엠은 밤늦은 시각까지 비가 그토록 끈덕지게 내리는줄도 모르고 정신이 팔려있었읍니다요.
첫댓글얼마나 그토록 ... 오가며 지나노라면 ... 나도 몰래 발이 머물러 ... 눈에 뛸까 다시 걸었던 ... 그 집앞의 선이 상경하여 손도 잡아 주고 노래도 불러 주고 ...함께 춤을 추어요 ...하던 그 날 ... 나는 정말 행복 하였어라 ... 희는 참으로 참으로 글도 잘 쓴다 ...
기러기 식구들의 유선데 대한 예우는 최상이었던것 같다. 왜냐면 "우중 산행"이라는 것이 아무에게나 해 줄수있는 대우란 말인가. 그리고 산행에 걸리적 거리는 능력안되는 선수는 초장부터 제외, 유선이 좋아하는 노래잔치에도 방해 될 만한 천사는 오지도 못하게 방어벽을 높이 쳤더라. 천사는 왕따다. 슬프면서 기쁘다.
한 방 쏘아야 할 기러기들 줄지어 날지, 가봐야 할 고향도 있지, 맛있는 맥주집에도 가야지, 이거 새키줄이 바빠서 월례회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몰러? 일년에 한 두 서 너 대 여섯 번 모여서는 언제 이걸 다 치르지? 꺽쩡이네.한 번에 모아서 크게 한 판 벌려 볼까나?!
첫댓글 얼마나 그토록 ... 오가며 지나노라면 ... 나도 몰래 발이 머물러 ... 눈에 뛸까 다시 걸었던 ... 그 집앞의 선이 상경하여 손도 잡아 주고 노래도 불러 주고 ...함께 춤을 추어요 ...하던 그 날 ... 나는 정말 행복 하였어라 ... 희는 참으로 참으로 글도 잘 쓴다 ...
동원이의 인류애적인 사랑, 특히 에프에 대한 넓은 사랑에 감동한 저녁이었다./ 돌아가는 길에 쏟아진 폭우는 생전 처음 겪어보는 악조건 속에 운전을 하게 만들었으나 유선을 비롯한 에프엠들의 얼굴을 등불삼아 무사히 마누라님에게 귀환할 수 있었다. 만세! 할렐루야!!
오랜만 '나주선님'의 상경을 더 편하게 할수는 없었는지,청계산의 흙탕길도,'여자의 일생''님'이 흐르는 노래방도,못내 아쉽기만 하였다.덕분에 난 제주도 갈치회를 처음 상면하였더라,수현이 졸업도 축하하고,가영이 입학도 축하하고,동원이는 신나는 축하공연을 하였더라,우리 9988합시닷.
기러기 식구들의 유선데 대한 예우는 최상이었던것 같다. 왜냐면 "우중 산행"이라는 것이 아무에게나 해 줄수있는 대우란 말인가. 그리고 산행에 걸리적 거리는 능력안되는 선수는 초장부터 제외, 유선이 좋아하는 노래잔치에도 방해 될 만한 천사는 오지도 못하게 방어벽을 높이 쳤더라. 천사는 왕따다. 슬프면서 기쁘다.
지금 이 순간 나도 청계산에 다녀와서 아픈다리 주무르며 음식점에 노래방에 함께한 느낌이다. 그날 자정 무렵에는 천둥과함께 폭우가 내렸었는데. 시끄럽지만 아주 맛있는 맥주집을 알아두었다. 다음 기회에 가보기로 하지요.
천사님이 슬허할만하게 되었군요.결과가 그리 되었으니, 전혀 예상치못한 방향으로다가 흘러갔으니까 그 때, 존화하기까지는, 이를 어째사쓰꼬?
유선님을 뵙지 못한 것을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안타까워 합니다. 글을 보니 많은 환영을 받고 가신 것 같아 조금은 마음이 놓입니다.
그 날 영총무가 못 오게 되다니 ... 우째 그런 일이 ...난 모린다 ...다음에 숙이 알아둔 맛있는 맥주집에 갈 때는 영총무를 꼭 챙겨야 되겠다...
한 방 쏘아야 할 기러기들 줄지어 날지, 가봐야 할 고향도 있지, 맛있는 맥주집에도 가야지, 이거 새키줄이 바빠서 월례회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몰러? 일년에 한 두 서 너 대 여섯 번 모여서는 언제 이걸 다 치르지? 꺽쩡이네.한 번에 모아서 크게 한 판 벌려 볼까나?!
그날,오랜만에 유종상군도 용안을 보여주셨다.일기불순함에도,공사가 다망함에도,그러다 피치못할 선약땜시 그 맛있는 갈치회도 분위기캡의 노래방도 마다하시고 가셔야 했는데,언제 또 만나질지 기약하지 못하여,지금도 거시기하닷.9988합시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