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2024년) 10월 29일(화). 국립공원 계룡산 수통골지구를 함께 걸어본 것이 벌써 3주전.
2주를 건너뛰고 다시 만나니 반갑다. 10시에 (대전지하철) 갑천역구내에서 만나기로 한다.
집을 나선다. 나름대로 가꿔온 구절초 들국화가 피기 시작한다.
어드메선가 날아온 한떨기 구절초가 한 3년만에 이만큼이나 무성하게 번식했다.
꽃내음을 찾아 온 작은 벌들의 윙윙대는 소리를 들으며 생명의 경이를 느끼면서 발걸음을 옮긴다.
기온은 14도, 벼가 싹트는 최저온도인데, 기분이 상쾌하다. 구름은 껴 있지만.
옆 동 정원의 감나무 대봉시도 한참 영글어 가고 있다.
내가 17년 전 퇴직하던 해에 심어놓은 그 대봉감도 이만큼 영글어가고 있겠지.
감나무 심은 뜻을 알려나,
아무튼 매년 잘 따먹고 있다는 말을 들으니 감개가 무량했던 때가 엊그제만 같다.
좀 이르게 갑천역에 도착해서 일행이 오기를 기다린다.
환경 전시물 사진에 눈길이 간다.
1969년 신구교 공사현장 사진이다. 섶다리모양의 나무다리가 갑천에 있었음을 보여주는 사진이다.
예산의 삽다리(총각) 자명과 함께 떠오르는 다리 모양, 보릿고개와 함께 지독히도 못살았던 시절,
전 세계 125개국 중에서 100위에 있었다는 1961년 시절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경제개발5개년계획이 제대로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시절
경부고속도로가 착공된 것이 1968년. 그로부터 반세기도 지난 지금은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되었으니,
감회가 새로워지게 하는 사진 한 장이다.
약속된 시간에 약속된 장소에서 지기들을 만나서 갑천역 구내를 나온다. 성지기는 급한 약속으로 못 나오고..
4륜구동에서 3륜구동차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10시 10분이 지나고 갑천변 둔치로 들어선다.
멀리 한국과기대 옆 산으로 구성동토성(빨간 점 표시)가 눈에 들어온다. 대전과학고도 있고, 기상대도 있는데..
(유성)만년교를 향해서 갑천변 상류로 거슬러 걷기 시작한다. 새로 덧쒸우기 아스팔트 길에 기름이 묻어날 것만 같다.
지난 여름 홍수 피해 입은 부분을 보수한 것 같다.
(7월 10일인가, 대전 갑천변 만년교에 홍수 사진 ,유등천의 유등교 교각이 무너져 내리고 물난리가 난 여름이었다.)
잠시 옛 사진을 떠들어 본다. (화면 캡쳐 사진임)
빨간 점 표시 부분이 월평동산성이고, 보이는 다리가 만년고, 저멀리 쪽으로 국립중앙과학관이 있는 엑스포 쪽
그 아래로 가면 갑천, 유등천, 대전천 세 냇물이 모이는 삼천동이 있고 그아래에는 원촌교 다리옆에는 우술산성터가 있다.\
그러구보면 산성은 강 따라 하천 따라 펼쳐지는 것 같다.
천연 해자 노릇하는 강과 하천들이다. 산성과 물의 조화
만년교를 지나니 오른쪽으로 도안신도시 아파트 단지가 갑천 건너로 보이고 교각에는 지난 여름 홍수에 떠밀려온 버드나무 한 그루가 걸려 있다. 한 일생을 마친 생명체가 애처롭게 느껴진다.
갑천물에 반사된 하늘과 아파트 모습들 사이로 홍수의 흔적들이 선연하다.
그틈에 살아남은 버드나무의 생명력이 가슴 뭉클하게 한다.
뿌리뽑혀 죽은 버드나무와 살아남은 버드나무.... 생과 사의 극명함.
문득 1950년대 대전천변 주변 사는 모습의 사진이 보고 싶다.
1969년 신구교 개설시대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시대상이다.
인공난리(한국전쟁)만 난리가 아니란다 . 물난리도 난리, 그 흔적을 두 눈으로 보면서 걷는다.
커다란 나무 저 높이까지 물이 찼던 흔적의 쓰레기가 걸려 있다.
그 아래로는 그래도 괜찮은 흙길도 있고, 자갈길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갑천변 왼쪽(동쪽)으로는 북에서 월평동 산성이 남으로 도솔산 정상쪽 아래 정림동으로 이어진다.
중간에 도솔터널을 만난다. 월평공원 종합안내도가 보인다.
정림동 목적지 가수원교까지는 아직도 절반도 더 남았다.
걸으면서 그간의 이야기를 나눈다. 1972년인가 73년인가 읽었던 <청춘만장> 책 찾으러 대전시내 공공도서관을 찾아나선 이야기 속에서 지난 날 근현대사의 아픔을 느낀다. 인간만사 새옹지마 편은 사촌형님의 구사일생아닌 천사일생의 단초가 보인다.
그 단초의 구체적인 사연을 정확히 알기까지는 그로부터 근 50여년이 지나서이니 그것도 다 인연인가?
1944년도 1.20일 학병사기 < 청춘만장 > 1973년판, <묻지마라 갑자(甲子)생이다>.
1945년 해방이 되자, 좌우익 혼란, 1948년 제주4.3사건, 그해 10월의 여수 순천 사건에서 결국은 1950년 한국전쟁으로,
그 격동의 세월을 용케도 살아나온 세대, 갑자생의 삶이다.
어렵게어렵게 , 충남대도서관에 가서야 겨우 찾아본다.
52년 만에 "병장 특별 승진" 을 지방 병무청에 가서 신청했다고 하니,
나보고 정신이 좀 이상해진 것이 아닌가 했다는 이야기는 덤이다.
1972년은 험난했던 군생활을 마치고 복직한 해. 1968년 1.21 김신조 청와대 습격 사건의 뒷수습이 아직도 미완인채로 있고,
월남파병과 가난한 국가의 시절이 달러($) 벌이와 겹쳐져 달려온다.
갑자생이 아닌 현대판 갑자생의 애환 어린 병장 특별 승진에는 1946년생 노무현 대통령의 사연도 한몫 한다.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면서 길을 걷는다. 수크렁 사이로 한가롭게 걸어 온다.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모습으로, 야생 뽕나무, 활뽕이야기도 하면서.
보배는 돌아가신 할머니가 들려주신 옛이야기를 아쉬워 하면서 말한다.
"돌 씹은 시에미 얼굴상: 옛사람들의 말 속에 지혜가, 우리말의 뿌리가 있다.
월평공원 반딧불이 서식지 안내판에서 반딧불 어원도 들여다 보고, 건강해진 생태계를 본다.
앗 ! 뱀이다. 자그마한 뱀이 지나간다. 얼른 찰칵,,
갑천변에서 야생 뽕을 한 그루 찾았는데, 상전벽해, 창해상전도 떠올리고,
혹시 누에가 충국이 아닌 우리나라 원산이 아닌가 해본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가로수가 뽕나무라는데,
키르키스탄 다녀온 작은산지기의 이야기도 듣고, 요즘 뽕나무에 눈길이 자주 간다. 누에, 비단, 실. 번데기.......
근처에 인가가 있는지 태극기도 보이고, 야생뽕이 아닌지, 몇 그루 더 있다.
갈대밭지대 건너 도안동 쪽에는 억새(<으악새)밭이 하얗게 보인다. 가고싶은 충동이 불끈 생기지만.
갈대, 억새, 우리의 선조들의 애환이 어린 풀이야기이다.
(지난 홍수에) 으스러진 아스팔트 길, 이제 정림동이 머지 않은 가 보다.
13:00시에 밥집에 점심 예약을 했다는 데 시간 넘어서 도착한다.
반가이 맞이해주는 식당 아줌마의 정성어린 맛 준비로 허기진 배를 채우면서 헤어질 준비를 한다.
돌아오는 지하철 구내에서 새로 생긴 대전도시철도 2호선 안내 지도를 본다.
저 도시철도를 타 볼 수나 있을까? 갑자기 뚱딴지 같은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온다.
다시 보는 구절초는 아침보다 더 많이 피었고, 대봉감은 한층 맛이 들었겠지. 붉어져 있다.
( 2024.10.30. (수).카페지기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