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주작가님께서주신글]
봄 처녀 제 오시네!
시인이 뽑은 가장 아름다운 노래 가사가 ‘봄날은 간다.’였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서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꽃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 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딸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그래도 봄날은 간다.
봄은 지키지 못할 언약처럼, 미련만 남긴 채 사라지고, 봄철에 띄운 연서(戀書)는 아지랑이처럼 흩어진다.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그 임은 어디에 가셨나?
알뜰한 그 맹세, 내 벌써 허망할 줄 알았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떠나는 봄이 더 외롭단다.
새파란 풀잎이 물 위에 떠서 흘러가더라! 약동하는 봄철에 새파란 죽음이라니? 이 구절에서 목이 멘다.
봄날은 간다에는 봄과 인생이 모두 들어있다. 그러니 제대로 부르지 못하면 가수라고 할 수 없지요!
배 호는 정제된 슬픔을 묵직한 저음으로
조용필은 슬픔을 단단히 끌어들이고,
장사익은 슬픔을 목청껏 토해내고.
조관우는 팔레토 창법으로 계집애 같이 앵앵거리고
한영애는 퇴폐미 넘치는 끈적끈적한 슬픔으로
주현미는저 혼자 봄에 취해서 흐느적거리고
김정호는 헤드 빙으로 처절한 슬픔을 나타낸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봄꽃’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최종적으로 진달래와 개나리로 압축되었다.
진달래는 전국 방방곡곡에서 피는 토종 꽃이다.
개나리는 토종이 아니다. 영어로 골든 벨 플라워(golden bell flower), 한자로 금종화(金鐘花)
그런데 선정을 보류했다. 미완(未完)은 피기 전 몽우리처럼 아름다운 것. 그래서 선정은 여러분의 몫이다.
좋은 글
매화가 젖다 하신 편지 받자옵고
개나리가 한창이라 답장을 했소.
둘 다 봄이란 말은 차마 하지 못하고
이은상
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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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viHhzAlsi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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