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따라 골목따라] '초량' 뒷골목
역사와 전통의 다국적 전통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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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에서 참새,뻐꾹이… 온갖 잡새(?)들이 전화 왔다고 우지진다.
"최 시인,막걸리나 한잔 하십시다."
"아이고! 박사님 좋지요. 그럼 저희 사무실로 오시지요."
워낙 사람 좋아하고 만남 거절 못하는 오지랖이라,필자 사무실에는 좋은 분들이 자주 드나드는데,
언제나 행선지의 끝은 필자 사무실 뒤 초량 뒷골목이다.
[초량 뒷골목]이란 상해거리,텍사스골목과 영주시장,초량시장까지 아우르는 약 700m에 이르는 골목을 말한다. 이곳에는 대를 이어 맛을 내는 역사와 전통의 다국적 맛집들이 오랫동안 사람들의 입을 즐겁게 해왔다.
필자도 그 덕을 많이 보고 있는 사람 중의 하나다.
예로부터 초량 뒷골목 주위는 역사적으로 부산의 관문이었던 터라,중국,미국,러시아,동남아 등 시대를 달리하며 여러 민족과 교류가 잦았던 곳이다.
때문에 이곳에는 다양한 민족의 음식들이 공존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음식이 중화요리. 구한말 화교들에 의해 자연스레 부산의 대표적인 중화요리 전문거리가 형성된 이곳은,어느 가게에서나 맛있는 중화요리를 맛볼 수 있다.
그 중 대중화된 곳으로 홍성방,장춘방이 있다.
홍성방은 부산에서 제일 유명한 만두 및 오향장육 전문점으로써 촉촉한 육즙의 물만두는
개인적으로도 아주 즐기는 음식이다.
몇 년 전 분위기 좋은 신관도 지어 다양한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장춘방은 중화요리의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코스요리가 전문이다.
'가족 행사가 있을 때,이곳 코스요리가 좋더라.'는 몇 분의 전언이다.
고 안상영 부산시장과 정현옥 동구청장 등 지역 인사들이 자주 들렀다고 한다.
그리고 상해거리 윗길에는 돼지수육전문점 평산옥이 아직까지 수육의 지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옛 허름한 한옥을 헐어 깔끔한 건물을 지어올리고,따님이 대를 이어 운영하고 있지만 평산옥 특유의 달큰한
질금장 소스에 찍어먹는 수육 맛은 여전하다.
특히 돼지고기로 국물을 말갛게 끓여내어 그 육수에 말아 먹는 국수는,
누린내가 없어 남녀노소가 좋아하는 음식이다.
언론인 고 변노섭 박사의 단골집으로도 유명하다.
영주시장 안에는 영주동 일대 술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제주할매집이 요즘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일흔일곱의 연세에도 멍게,해삼,개불,전복 등 해산물과 갈치,고등어,조기 등 생선구이,생태,대구,우럭 등
생선매운탕,각종 조개와 해물로 끓여낸 해물탕 등 싱싱한 해물로 안주를 푸짐하게 만들어 낸다.
이 어른과는 어머니,아들하며 지내고 있는데,시장 술꾼 특유의걸직한 욕지거리나 짖꿎은 농담도
염불로 듣는 분이다.
해물안주 대부분 5천원 정도로 저렴하게 팔아,술로 보시한다는 뜻에서
필자가 '영주시장 술보살'이라 별칭하고 있다.
필자 이름대고(?) 말만 잘하면,서비스 안주도 사정없이 안겨주실 양반이다.
그 외 씹는 맛이 좋고 고소한 양고기 요리 전문점,연변 양고기집은 양고기 숯불구이와
양고기 샤브샤브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양고기는 기력을 북돋워주는 성질 때문에 아이들이나 노약자들에게도 좋은 보양음식이다.
가격도 양고기 전문점에 비해 턱없이 저렴한 것도 특징이다.
그리고 필리핀 등 동남 아시아인들이 자주 찾는 마부하이의 동남아 전통음식도 그들 사이에 끼여 먹어봄직 하다. 내국인은 출입이 자유롭지 못한 게 흠이라면 흠이다.
열차로 부산을 떠나거나 다시 돌아올 때 초량 뒷골목에서 잠시 다양한 국적의 음식들을 맛보는 여유를 가져보자. 잠깐의 낮잠만큼이나 푸근하고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최원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