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시는 한겨울에도 “혼자 살아남”은 수숫대의 시각을 취하고 있다. ‘겨울 수숫대’를 화자로 내세운 배역시인 것이다. 화자인 ‘겨울 수숫대’는 이 추운 겨울밤에 “혼자 살아남아” 미안하고 아프다고 고백한다. 이어 그는 “한 시절 나란히 살다”가 “죽을 때라도 같이/갈 줄 알았다”고 덧붙인다. 그러나 그는 내가 아니라 “네가 살아 남았다”고 “한들/마음 불편하긴/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네가 벗어놓은 끈/풀린 신발은 아직도/정든 두둑에 놓여 있는데,/어쩌자고 나는/너를 먼저 보내고 밤새/바람의 조문을 받”느냐고 괴로워하고 있는 것이 화자이기는 하다. 실제로는 그도 봄이 오기 전 이 땅에서 사라지고 말 것이 분명하다. 왔다가 가는 것이 모든 존재의 숙명이기 때문이다.(이은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