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뜻밖의 날을 맞이할 때가 있다.
나에게는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나는 수십 년간 골프를 즐겨왔다. 40대, 50대 시절에는 펄펄 날았다. 싱글, 이글, 홀인원까지 두루 경험하며 어느 모임에서든 상위권을 지켰다. 그러나 은퇴 후에는 골프장에 가는 횟수도 줄고 연습도 소홀히 하다 보니 자연스레 실력이 예전만 못했다.
그런데 칠십이 넘은 요즘, 달라졌다. 체력 증진에 꾸준히 힘쓴 덕분이다. 근력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유튜브를 통해 스윙 동작을 반복하며 감각을 다듬었다. 놀랍게도 잊었던 기량이 다시 살아났다. 한마디로 골프 회춘이었다.
엊그제는 오랜만에 필드에 나갔다. 입사 동기 모임인 ‘75 골프회’ 월례회가 남여주 CC에서 열렸다. 요즘은 보기 플레이만 해도 만족했는데, 그날은 달랐다. 84타. 오랜만에 샷 감각이 예전 수준으로 돌아온 듯했다.
오늘은 또 다른 모임이 있었다. 농협 은퇴자들의 ‘일산포럼’ 스크린골프 모임이다. 십수 년간 같은 가상 코스, ‘마스터즈 클럽 아일랜드 CC’에서 치는데, 워낙 난도가 높아 80대 중반도 쉽게 나오지 않는 곳이다. 그런데 오늘은 신이 함께한 듯했다. 버디 세 개를 잡으며 78타, 생애 다시금 맛본 싱글이었다. 금년 들어 처음이자, 노년에 이룬 값진 성과였다.
나이가 들면 노년의 길을 피할 수 없다. 기억력도 흐려지고, 운동 실력도 줄어드는 것이 자연의 섭리다. 하지만 오늘의 ‘골프 회춘’은 내게 새로운 자신감을 안겨주었다. 아직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다는 믿음, 그것이야말로 늙음을 이기는 힘이었다.
나는 다시 책상에 앉아 일본어를 공부한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오카리나·색소폰·기타·장구를 익혀간다. 하루하루를 더 젊게, 더 새롭게 살기 위한 노력이다.
골프 회춘을 경험하니 마음까지 젊어졌다. 꾸준한 운동과 힘을 뺀 부드러운 스윙만 유지한다면 싱글 골퍼의 기쁨을 오래 누릴 수 있으리라 믿는다.
노인이 건강하게, 재미있게 하루를 보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이고 기적이다. 그런데 나는 거기에 하나를 더했다. 칠십 대에 다시 싱글을 기록한 것이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오늘 나는 깨달았다.
노년에도 기적 같은 성취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그 기적은 바로 지금, 내 인생에서 다시 피어나고 있다.
일산포럼 스크린골프 결과(2025.9.11 목)> 박군의심정은 박태호의 닉네임입니다.
남여주 cc 라운딩 결과(2025.9.9 화)
~75 골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