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 7,9-10.13-14; 마태 17,1-9
+ 오소서, 성령님
오늘은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입니다. 아울러 우리 본당 3대 주임 신부님이신 김홍천 베드로 신부님의 10주기이고, 잠시 후 10시 30분에는 우리 교구 최교성 세례자 요한 신부님의 장례미사가 주교좌 성당에서 봉헌될 예정입니다. 신부님들을 위해 기도드립니다.
오늘 축일의 의미는 감사송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뽑힌 증인들 앞에서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시고
당신의 모습이 온통 찬란히 빛나게 하시어
제자들 마음속에서 십자가의 걸림돌을 없애 주셨으며
머리이신 당신에게서 신비롭게 빛난 그 영광이
당신 몸인 온 교회 안에도 가득 차리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 주셨나이다.”
즉, 제자들에게 십자가의 걸림돌을 없애 주시고, 주님의 영광이 교회 안에도 가득 차리라는 것을 보여 주신 ‘주님의 거룩한 변모’를 기념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교회는 9월 14일 성 십자가 현양 축일 40일 전인 오늘, 이 축일을 지냅니다.
오늘 제1독서는 다니엘서의 말씀인데요, 세상 종말에 있을 하느님 나라의 완성을 미리 보여 주고 있습니다. ‘연로하신 분’은 하느님 아버지를 의미하는데, ‘사람의 아들 같은 이’가 구름을 타고 나타나 하느님 아버지 앞으로 인도됩니다. ‘사람의 아들’은 예수님께서 당신 자신을 가리키시며 자주 쓰시던 용어로서, 오늘 복음의 마지막 부분에도 등장합니다.
오늘 독서에는 “그에게 통치권과 영광과 나라가 주어져”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우리는 이 말씀을 미사 때마다 반복하고 있습니다. 주님의 기도 후에 바치는 “주님께 나라와 권능과 영광이 영원히 있나이다.”라는 기도가 바로 이 말씀입니다.
오늘 복음과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실 때의 복음을 비교해 보면 놀라운 점들이 많은데요, 오늘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데리고 올라가시는데 비해, 십자가에 달리실 때는 예수님께서 다른 이들에 의해 끌려가십니다.
오늘은 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나 예수님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십자가에서는 두 죄수가 예수님 옆에 달립니다. 오늘은 엘리야가 나타났는데, 십자가에서는 사람들이 “가만, 엘리야가 와서 그를 구해주나 봅시다.”라고 말합니다.
오늘은 옷이 새하얗게 빛나는데, 십자가에서는 옷이 벗겨지고 그 옷을 빼앗깁니다. 오늘은 빛나는 구름이 그들을 덮지만, 십자가에서는 어둠이 온 땅에 덮입니다. 오늘 복음이 ‘영광을 받으심’이라면 십자가는 ‘비천해지심’입니다.
하지만 공통점도 많은데요, 둘 다 산에 오르신다는 것입니다. 즉, 오늘은 타볼 산에, 십자가를 지시고서는 골고타 산에 오르십니다. 오늘은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 세 제자를 데리고 오르시는데, 십자가에 달리실 때는 많은 여자들이 있었지만, 마태오 복음은 그 중 마리아 막달레나, 야고보와 요셉의 어머니 마리아, 야고보와 요한의 어머니 등 세 여인을 언급합니다. (마태 27,56)
가장 결정적인 공통점은, 오늘 복음에서는 하느님 아버지께서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라고 말씀하시고, 십자가에서는 백인대장이 “참으로 이분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셨다.”라고 고백한다는 점입니다.
즉, 오늘 복음에서는 하느님 아버지께서 예수님을 당신의 아들이라고 말씀하신다면, 십자가에서는 그것이 인간, 그것도 이방인의 입을 통해서 고백됩니다. 이렇게 볼 때 십자가에서 예수님께서 비천하게 변모하심은 오늘의 영광스러운 변모의 동전의 양면이라 하겠습니다.
우리가 봉헌하는 미사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당신 몸으로 바치신 제사를 재현하는 것이지만, 또한 주님 부활의 영광을 재현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그 주님께 “나라와 권능과 영광이 영원히 있나이다.”라고 노래하며, 그 영광이 ‘주님의 몸인 교회 안에도 가득 차리라’ 희망하고 있습니다.
주님을 섬기다 주님께 돌아가신 두 사제의 영혼을 주님의 품에 맡겨 드리며, 우리의 비천한 몸이 주님의 빛나는 몸을 닮게 해 주시기를, 우리의 부족함을 당신의 자비로 채워주시기를, 우리의 고난을 당신의 영광으로 변모시켜 주시기를 기도드립니다.
프라 안젤리코, 주님의 거룩한 변모, 1440-1442년
출처: File:Transfiguration by fra Angelico (San Marco Cell 6).jpg - Wikimedia Comm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