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장금 나라'의 여성 지도자 환대 도착때 花童 영접도 전례 없는 일… 현지언론, 1면 머리기사로 보도 시민들 "朴대통령 히잡 인상적… 우리 문화 존중해주는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은 2일(현지 시각) 공식 환영식을 시작으로 한·이란 정상회담 등의 일정을 진행했다. 박 대통령은 1962년 양국 수교 이래 처음으로 이란 땅을 밟은 한국 대통령이자 비(非)이슬람권 국가에서 이란을 방문한 첫 여성 정상이다. 이란 정부는 그런 박 대통령을 환대했고 테헤란 시민들과 현지 언론들 관심도 높았다. 전날 박 대통령이 전용기에서 내릴 때 전통 의상을 입은 화동(花童)이 영접한 것도 이란에선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사드아바드 좀후리궁 앞 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의장대를 사열한 뒤 정상회담장이 마련된 좀후리궁으로 이동했다. 박 대통령은 전날처럼 히잡(머리를 가리는 천)의 일종인 '루사리'를 착용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란 고유문화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대통령은) 모든 행사 때 루사리를 착용할 예정"이라며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신발을 벗고 집에 들어가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했다.
이란 최고 통치권자 하메네이와 회동 - 이란을 국빈 방문 중인 박근혜(왼쪽)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각) 수도 테헤란에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신정(神政) 일치 국가인 이란에서 절대 권력을 가진 최고 통치권자다. /AP 연합뉴스
사전 환담과 정상회담에는 당초보다 42분이 긴 2시간17분이 걸렸다. 정상회담에서 로하니 대통령이 이란의 물 부족, 환경 문제를 언급하며 전기차, 농기계, 쓰레기 처리 시스템, 하수 처리 분야 협력을 요청하자 박 대통령은 "전기차, 친환경 에너지 타운에서 맞춤형 협력이 가능하고 해수 담수화는 한국이 최고 기술을 갖고 있다"고 했다. 정상회담에 이어 좀후리궁 로비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과 로하니 대통령은 나란히 앉아 회담 결과를 설명했다. 박 대통령이 발언을 시작하려는데 마이크 상태가 좋지 않자 곧바로 로하니 대통령이 자신의 마이크를 넘겨주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발언 말미에 "우리 두 나라가 평화와 번영을 향한 여정에서 '두스트 바 함러헤 쿱'(이란어로 친구이자 좋은 동반자라는 의미), 서로 도우며 함께 전진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하자 이란 측 참석자들은 미소를 지었다.
이어 공식 오찬을 마친 뒤 박 대통령은 이란 최고 통치권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를 그의 집무실에서 면담했다. 이슬람 지상주의 사회 구현을 목표로 하는 이란에서 최고 지도자는 국정 전반에 통치 지배권을 행사하는 종신직이다.
이란 언론이 우리나라 대통령으로는 처음 이란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의 소식을 대서특필했다. 사진은 ‘루사리’를 쓴 박 대통령의 사진을 1면에 실은 2일 자 현지 일간지들. /연합뉴스
한편 이란 매체들은 이날 오전부터 머리기사로 박 대통령 소식을 보도했다. 일간 이란데일리는 1면 기사로 "이번 방문으로 양국 관계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고 했고 테헤란타임스는 "경제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했다.
이란 일반 시민들은 루사리를 쓰고 이란을 찾은 박 대통령의 모습을 인상 깊게 봤다. 테헤란 에스피나스 호텔의 여직원 자배디 자레이씨는 "이란의 문화이자 의무 사항인 루사리 착용을 한국 대통령이 존중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호텔에서 일반 외국 여성이 루사리를 쓴 것은 많이 봤지만, 여성 정상이 쓴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테헤란대 여대생인 바헤르 카리미씨는 "한국 드라마 대장금에서 옛 한국 여성들이 천으로 머리를 가리고 외출을 하는 장면을 봐서 (박 대통령의 모습도) 낯설지 않았다"고 했다. 이날 테헤란 주요 거리에는 한국 정상 방문을 환영하는 간판이 세워졌고, 한국 경제사절단이 묵는 호텔 주변에 태극기가 걸렸다.
이란 내수 시장의 상황을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전자상가 밀집지 테헤란 줌후리아 거리에는 대형 전광판에 태극기와 파르참(이란 국기)이 표시됐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다양한 문화 교류 행사도 열렸다. 지난 1일 테헤란 한 호텔에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주최한 한식 요리 강좌가 진행됐다. 이날 메뉴는 김치와 김밥이었다.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만으로 참가자를 모집했는데 정원 100명을 훌쩍 넘은 350명이 몰려 한식에 대한 이란의 뜨거운 관심을 볼 수 있었다.<테헤란=최재혁 기자 노석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