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의 털
창25:25을 보면 에서는 태어날 때부터 털이 많았다. 누구를 닮아서 털이 많았을까? “신체발부 수지부모”라 했으니 아버지 이삭이나 어머니 리브가로부터 물려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창27:3~4을 보면 이삭이 에서에게 “네가 사냥하여 잡은 짐승으로 별미를 만들어오면 내가 먹고 네게 축복해주겠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에서가 사냥꾼이었으므로 육식을 좋아했을 것이고 또 이삭 역시 육식을 좋아했으므로 에서의 몸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삭도 털이 많은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야곱은 털이 없는 매끈매끈한 사람이었다(창27:11). 이로보건데 야곱은 어머니를 닮은 것으로 보인다. 평소 그가 어머니의 부엌 일을 도와준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한편, 이삭의 몸은 아버지와 어머니 중 누구에게서 물려받았을까? 성경을 보면 이삭의 성격은 어머니 사라를 전혀 닮지 않고 아버지 아브라함을 닮은 것으로 나타난다.
창26:14~22을 보면 블레셋 사람들이 이삭의 우물을 빼앗는 장면이 나온다. 건조한 가나안 땅에서 물은 생명과도 같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삭은 그들과 싸우지 않고 양보하고 떠났다.
또 그가 그랄 지역에서 살 때도 그랄 목자들이 우물을 빼앗았지만 이때도 이삭은 양보하고 떠났다. 엄청난 경제적인 손실을 감수한 것이다.
창13:5~9을 보면 아브라함의 목자들과 조카 롯의 목자들 사이에서 목초 문제로 다툼이 일어난 것을 볼 수 있다. 아브라함은 고아였던 조카 롯을 자기 자식처럼 키워주었다. 그렇다면, 받은 은혜도 모르는 조카를 야단칠 법도 한데 아브라함은 오히려 목초지를 조카에게 양보했다.
이로보건데 이삭은 아버지 아브라함을 그대로 빼닮은 것으로 보인다. 아브라함이 하나님께 순종하는 것과 이삭이 아버지께 순종하는 것도 그대로 빼닮았다. 따라서 이삭이 털이 많았던 것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고로, 아브라함도 털이 많은 사람이었을 것이다.
이스라엘 12지파의 조상이 된 야곱은 털이 없는 매끈매끈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의 선조인 이삭과 아브라함은 털이 많은 사람이었다. 조상으로부터 내려오던 “가문의 털”은 야곱 대에 와서 단절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