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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로 임관한 학군장교들이 지난 2월 28일 충북 괴산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열린 '2023년 학군장교 통합임관식'에서 모자를 던지며 환호하고 있다. /뉴스1
국방부가 초급 장교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학군장교(ROTC)의 복무 기간 단축을 검토 중이다. 병사들의 복무 기간 단축과 월급 인상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으로 ROTC 지원율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의뢰한 연구 용역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구체적인 단축안을 마련해 본격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ROTC의 복무 기간은 육군 기준 28개월로 일반 병사보다 10개월 길다. 4개월가량 단축할 것이란 관측이 많지만 ROTC 예비역들 사이에선 10개월 단축설까지 돌고 있다.
ROTC의 지원율 하락은 심각한 수준이다. 수도권 대학의 ROTC 후보생 지원율은 매년 급감해 작년 처음으로 선발 예정 인원을 하회(0.92 대 1)했다. 실제 선발률은 훨씬 저조해 51%에 불과했다. 선발된 뒤에도 ROTC를 중도 포기하고 일반병으로 입대하는 사례까지 속출한다. 복무 기간은 병사보다 훨씬 긴데 받는 돈은 비슷해졌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병장 200만원 월급’ 공약에 따라 병장 월급은 내년 165만원, 2025년 205만원이 된다. 현재 소위 1호봉 월급이 178만원이다.
한국군 초급 장교의 70%를 공급하는 ROTC만 흔들리는 게 아니다. 육사도 자퇴생이 점점 늘어 작년엔 2018년(9명)의 7배(63명)가 됐다. 1학년은 10명 중 1명이 자퇴했다. 공군·해군 사관학교도 자퇴가 2배 가까이 늘었다. 의무 복무 기간인 5년 복무를 마친 뒤 군을 떠나는 사관학교 출신들의 비율도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부사관 지원도 줄어 중사는 3000명, 하사는 8000명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렇게 된 근본 원인은 사병 처우 개선으로 청년 표 얻겠다는 포퓰리즘에 있다. 선거 때마다 여야 할 것 없이 복무 기간 단축 경쟁을 벌여 지금 병사들은 제대로 전술도 익히기 전에 전역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월급 인상 경쟁까지 더해져 초급장교·부사관들의 박탈감을 자극했다.
초급 장교는 군의 중추이자 핵심이다. 세계 전사(戰史)를 보면 모든 전쟁은 일선 소대장과 중대장, 부사관 등 초급 간부 자질의 격차에서 승패가 갈렸다. 이들이 제대로 지휘하지 못하면 아무리 많은 병사도 오합지졸이고 아무리 우수한 무기·장비도 무용지물일 뿐이다. 초급장교의 복무 기간을 줄이는 것은 국방 자해와 다름없다. 포퓰리즘이 만든 문제를 또 다른 포퓰리즘으로 덮으면서 나라 안보를 허물 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