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없이 울어본 첫번째 영화는 중학교때 MBC 주말의 명화에서 한 감독불명, 배우 불명의 '사랑하는 아들아' 란 영화였다.
처음엔 그냥 두루말이 휴지로 대충 눈물을 닦다가 눈 주변이 따가워서 도저히 견딜수 없었다.
영화 시작20분만에 크리넥스 새것 한 통을 뜯어 영화 끝날때 다 써버렸고, 처음엔 훌쩍거리다가 울음 소리를 참자니 목이 아파서 그냥 엉엉 울어버린 경의로운 경험을 하였다.
이 영화를 시작으로 영화에 대한 나의 관심이 시작되었고...
한때 너무나 영화 감독이나 시나리오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뭐 대충대충 세월이 흘러 현재 29 살.
오늘 본 태극기 휘날리며 역시 내가 얼마나 울었는지 혹시나 해서 준비해간 휴대용 티슈 한통을 몽땅 다 털어버리게 만들었다.
영화 시작 15분만에 눈물이 턱 끝에 매달렸고 목도리 때문에 상처나고 가뜩이나 거칠어진 턱 아래피부를 따값게 만들었다.
그렇게 질질 울었고 영화 후반부 절정에선 도저히 안경을 쓰고 있을 수 없을 정도 였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왜 이리 영화에 감정 이입이 잘 되는지...아무래도 그걸, 나이는 무시 못하는 거다...^^;;;;;
또는 혹 모르는 거다. 내 전생에 이데올로기의 폭풍에 휩쓸려 전장의 총알받이로, 어느 전선 이름없는 보병으로 죽어 완전히 썩지 못한 체 진달래 나무 뿌리에 뼈가 엉켜있음을 아는 건지..
몇년만이지 모르겠다,. 잡 생각없이 엉덩이 아픈것도 모르면서 영화 그 자체에 집중한것이..
인정사정 볼것 없다 이후 얼마만이지?
흠.. 99년 이후로 처음이군....
이 영화에 대한 자갈 맞을 나의 평을 주절댄다면,
초반부 전투장면 편집 방면이 좀 거슬리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편집은 무난했고, 타 전쟁 영화에서 처럼음악으로 감정을 기폭시켜 관객을 두번 죽이는(ㅋㅋ) 일도 없어서 좋았다.
영화 중반부까지 장동건은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서 처럼 장동건 답게 연기했고 후반부 狂軍의 역할은 고생하면서 최선을 다해서 연기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혹자는 연기가 많이 늘었다 발전했다라고 평하는데 나 같은 일반인이 감히 그걸 알기나 알까나?
원빈 역시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원빈답게 연기하지 않았기에, 이 두 배우는 잔뜩 기대하고 본 날 두번 죽이지는 않았다.
돌맹이가 귓가에 스칠 또 다른 나의 생각은
어떤 사람들은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를 비교하는데, 두 영화는 서로 비교 대상이 될 수 있는 같은 접시 위 사과같은 영화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실미도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받은 보수, 반공 교육과 비극적 민족으로서 역할 부여받고 태어난듯 말하고 가르치는 분위기에 익숙한 한국인들이 느낄 수 있는 분단 비극 후 한을 건드리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태극기 휘날리며는 한국인들만이 느끼는 어떤 것에 호소하는 영화가 아니였다. 처음부터 해외 배급, 특히 일본과 중국, 넓게는 세계 영화제들을 생각하고 만든 영화라 그런지 스케일, 드라마 그리고 배우 캐스팅까지 실미도와 전혀 다른 그릇에 담긴 영화였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내 뒤에 이어져 나오는 고등학교 관객들은 실미도와 비교하면서 떠들어댔고, 그 덕에 천천히 걸어나오면서 느끼는 영화의 여운은 오래가질 못했다. 갑자기 아파트 벽에 붙어있던 쓰레기 재활용 포스터에 있는 문구가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철은 철이되, 병은 병이다."
실미도는 실미도이고, 태극기 휘날리며는 태극기 휘날리며 임을 생각하면 좋으련만......--
그넘의 기록에 관한 집착들.. 쯧쯧....
첫댓글 망설리고 있었는데, 보는 쪽으로 생각이.....
꼭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