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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오행도(五行刀)-1
악삼은 시신들을 뒤로하고 악소채와 경운도장의 발자국을 추
적했다. 그런데 얼마 못 가서 악소채와 경운도장의 발자국
이 지하수가 흐르는 통로로 이동한 흔적을 끝으로 사라지자
악삼은 추적을 단념하고 말았다. 지하수가 흐르는 통로의
물깊이는 고작 한 자도 안됐지만 자연적으로 생성한 천연 동
굴이었고 수십 개가 넘는 통로와 지하광장이 연결되어 있었
다.
"더 이상 추적할 방법이 없군."
"어떻게 하죠?"
"이 지하로를 벗어나자."
"네!"
"이곳을 나가면 모두 만나게 되겠지."
"그렇군요."
악삼은 지도를 펴서 자신이 있는 위치를 파악하고 최단시간
으로 지하로를 빠져나갈 길을 찾아냈다. 악삼과 갈운영은
수십 개가 넘는 미로를 넘나들며 빠르게 이동했다. 그런데
선두에 서서 달려가던 악삼이 걸음을 멈췄다. 갈운영은 악
삼의 갑작스런 행동에 의아함을 느껴 걸음을 갑자기 멈춘 이
유를 물어 보려고 했다. 그런데, 악삼이 고개를 돌리고는
손가락을 입가에 대고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내고는 횃불
을 꺼버리자 갈운영은 혀끝까지 나왔던 말을 목안으로 삼켜
버렸다. 악삼은 갈운영에게 기둥 뒤에 숨어 있으라고 신호
를 보내고는 묘첨보(猫尖步)를 이용해 기척을 없애 마치 유령
같은 움직였다. 악삼이 은밀하게 전진하는 장소에는 4명의
장년인들이 있었다. 그들은 연남삼수를 추적하다가 4개조
로 나누어진 해룡단 대원들 중에 하나였다. 그들은 칼을 들
고 주변을 샅샅이 뒤지며 천천히 나가고 있었다. 그들은
악삼과 갈운영이 들고 있던 횃불에서 나온 불빛을 보고 매복
을 했다가 불빛이 사라지자 직접 찾아내기로 결정하고 주변
을 뒤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나름대로 기습을 대비해
자연스럽게 사상진의 형태를 유지하고 주변을 수색하고 있었
다. 그러나, 악삼이 자신들을 노리고 다가오고 있음을 그들
은 전혀 눈치채지 못 했다. 그들은 자신이 사냥감을 노리
는 맹수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악삼이라는 사냥꾼에게 걸린
것이었다. 악삼은 해룡단 대원들이 대략 삼 장 정도의 거
리까지 다가오자 몸을 날렸다. 탄알같이 날아간 악삼은 들
고 있는 창을 해룡단 대원 중에 선두에 있는 자의 인후혈을
찰의 기법으로 내리 찔렀다.
[푹.]
선두에 있던 해룡단 대원은 창모가 목을 관통해 버리자 비명
조차 지르지 못하고 창간을 잡고는 쓰러져 버렸다. 남은
세사람은 갑자기 동료가 쓰러지고 악삼이 자신들을 향해 날
아오자 칼을 휘둘렀다. 악삼은 그들의 칼을 공중으로 몸을
날려 피해 버렸다. 악삼은 해룡단 대원들 머리 위로 날아가
그들의 배후에 도달했다. 몸을 돌린 해룡단 대원 두 명은
악삼이 착지하자 바로 칼을 쾌도의 용법을 응용해 찌르기를
시도했고 다른 한 명은 측면에서 공격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
다. 악삼은 두 자루의 칼이 자신의 가슴까지 도달하자 몸을
날려 허공에서 눕는 자세를 취했다. 두 자루의 칼은 악삼의
몸통에서 한 자 정도의 거리에서 지나가 버렸다. 악삼은 두
자루의 칼을 피하는 동시에 허공에서 누워있는 자세를 이용
해 측면으로 다가오는 해룡단 단원의 공격을 역공으로 받아
쳤다. 악삼의 측면으로 다가오던 해룡단 대원의 두부를 허
공에서 누우면서 쭉 뻗은 오른 발로 가격해 버린 것이다.
[퍽.]
수박 깨지는 소리와 함께 악삼의 탄퇴에 두부를 강타 당한
해룡단 대원의 머리가 산산조각 나버렸다. 해룡단 대원 두
사람은 갑자기 나타난 악삼이 자신들의 공격을 한순간에 피
하면서 다른 동료마저 죽여버리자 이성을 잃어버렸다. 그
들은 해룡단의 독문절학인 광해도법(狂海刀法)의 팔대절초를
한꺼번에 쏟아내 악삼을 산산조각 내려했다. 광해도법은
매서운 바닷바람 같은 도기를 뿜어내면서 강력한 힘을 내재
한 폭풍같은 도법이었고 단숨에 악삼은 난도분시라도 날 것
같았다. 그런데 땅바닥으로 내려와 방어해야 할 악삼은 허
공에서 몸을 누운 채 뒤로 회전하며 이동해 버렸다. 악삼
은 너무도 간단하게 광해도법의 영향권을 피해 버렸다. 해
룡단 대원 두 사람은 악삼의 묘기 같은 신법에 입을 벌렸다.
그러나 그들은 바로 정신을 차리고는 악삼을 일격에 두 동강
내려는 듯이 칼을 잡고 날아갔다. 악삼은 허공에서 몸을 구
르다가 박쥐처럼 전신을 쫙 펴고는 옆에 있는 종유석을 박차
며 해룡단 대원들을 향해 날아갔다. 악삼은 해룡단 대원 중
에 선두에 있는 사람의 미간을 향해 중지를 꼿꼿이 세웠다가
슬쩍 찔렀다. 악삼의 중지 끝에 무지개 빛의 광채가 나타났
다가 한 순간에 사라졌다. 마치 꿈결처럼 나타났다가 사라
진 빛은 환상 같았다.
[뾱.]
[퍼억.]
악삼은 오 장 거리에 있던 해룡단 대원의 미간에 태을지를
사용한 것이다. 해룡단 대원 한 사람의 미간에는 젓가락 굵
기의 구멍이 뚫려 있었고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런데, 태
을지에 격중한 해룡단 대원 뒤에 있던 다른 해룡단 대원의
안색은 공포에 질려 벌벌 떨고 있었다. 그의 눈은 선두에
있던 동료의 뒤통수에 눈이 고정되어 있었고 그는 사시나무
떨 듯 벌벌 떨고 있었다. 선두에 서서 공격을 하던 해룡
단 대원의 시신은 서서히 자리에서 무너져 땅바닥에 엎어져
버렸다. 그런데, 죽은 해룡단 대원의 뒤통수에는 네 치
크기의 구멍이 뚫려 있었고 그 구멍은 앞으로 갈수록 좁아
소용돌이처럼 시점은 작고 상부로 갈수록 커지는 형상이었다.
또한, 뚫려진 구멍 사이로 보이는 뇌는 수백 개가 넘는 나
선이 빽빽이 그려져 있었고 두부의 내부 전체에 있던 혈맥이
나 근육, 살, 뇌는 동아줄 꼬여 있듯이 꼬여 있었다.
"너... 너.. 가 사용한 것이 뭐냐? 도대체 이런 잔혹한 마공은
본 적이 없어...."
동료의 참혹한 시신을 목격한 해룡단 대원은 공포에 빠진 눈
빛으로 악삼을 바라보며 말했다. 악삼은 아무런 대답도 없
이 칼을 내리고 벌벌 떨고 있는 해룡단 대원의 미간을 향해
중지를 겨누었다. 악삼의 중지에서 우유빛 광채가 한순간
에 나타났다가 사라지자 해룡단 대원의 미간에는 젓가락 굵
기의 새하얀 반점이 생겨버렸다. 해룡단 대원의 눈에서 빠
르게 생기가 사라지더니 땅바닥에 쓰러졌다. 갈운영은 몸을
피하고 있던 기둥에서 걸어 나와 태을지에 사망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특히 태을지의 첫 번째 희생자 뒤통수의 상처
와 희생자 뒤편에 있는 벽면에 그려진 그로데스크한 그림을
보고는 진저리를 쳤다. 벽면에 그려진 그림은 태을지에 휘
말려 날아간 피와 골편, 뇌수가 재료였다. 해룡단 대원의
뒤통수를 관통한 태을지는 벽면을 한자 크기의 소용돌이를
음각(陰刻)했고 그와 함께 회오리에 휘말려 딸려온 골편과 피
와 살점, 뇌수로 소용돌이를 채색한 것이었다. 소용돌이는
기하학적인 아름다움과 함께 기묘한 공포를 동시에 만들어
냈다. 갈운영은 이처럼 잔혹하고 아름다운 결과를 만들어 내
는 무공을 본 적이 없어 무엇이라 표현하기 힘든 감정에 빠
졌다.
"어서 가자."
"네!... 네."
갈운영이 넋을 잃고 멍하니 서있자 악삼은 길을 재촉했다.
악삼의 재촉에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갈운영은 고개를 흔들
었다. 갈운영은 앞서 걸어가는 악삼에게 쪼르륵 달려갔다.
"악가가... 그게 무슨 무공이지요?"
"......"
"악가가!"
"후우~."
"악가가, 말 좀 해주세요."
갈운영의 계속된 물음은 악삼을 짜증나게 만들었다. 태을
지의 위력이 그 정도로 파괴적이고 잔혹한 지는 몰랐기에 악
삼의 마음에 충격과 두려움이 생긴 것이었다.
"악가가!"
"허어~."
갈운영의 계속된 요청은 악삼의 마음 속에 있던 두려움과 충
격을 희석시킬 수 있었다. 악삼은 끈질긴 갈운영의 요청에
질려 버린 것이다.
"악가가, 어서 말해 주세요."
"태을지다."
"태을지? 명칭을 봐서는 도가의 지공계열이군요. 그러면 두
번째 지공은 뭐죠?"
"그것도 태을지다."
"네에? 하지만 전혀 다른 지공이던데..."
"현상만 보지말고 그 내면을 봐라."
"그 말은 겉에 드러나는 결과는 다르지만 내공 운기법이나
요결이 같다는 이야기인가요?"
악삼은 갈운영의 질문에 더 이상 대답하지 않고 묵묵히 걸어
갔다. 갈운영은 그런 악삼을 졸졸 따라 다니며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악삼은 갈운영의 질문은 더 이상
신경쓰지 않고 태을지의 5가지 요결을 생각했다. 태을지는
운용방법에 따라 다섯 가지로 분류되는데 그 방법이 오대요
결로 폭(爆), 진(振), 투(透), 탄(彈), 점(點)이었다. 해룡단
대원의 두부를 소용돌이로 만들어 버린 것은 폭의 요결로 태
을진기가 미간을 뚫으면서 바로 음양오행의 일곱가닥 진기로
나누어진 후 바로 회전을 하면서 그 폭을 넓히는 방법으로
그 파괴력은 말할 여지가 없을 정도였다. 악삼이 두 번째
로 사용한 요결은 투의 요결로 이것은 폭이 양강의 힘을 자
랑하는 것과 달리 음유한 공격법이었다. 투의 요결은 겉
에는 상처가 없고 내부에 들어가 심맥을 절단하는 초식이었
다. 악삼은 태을지에 대해 궁리하다가 두 시신을 생각하고
는 탄식했다.
'누가 태을지를 보고 도가의 최상승 공부라 하겠는가... 과연
장혜군주께서 고심하신 이유를 알겠구나... 그러나 이리 죽던
저리 죽든 죽음은 같은 것...'
악삼은 고개를 흔들고는 마음을 정리하고 빠른 시간 안에 지
하미로를 통과하기 위해 힘차게 걸어 나갔다. 갈운영은 자
신의 질문에 더 이상 일언반구의 대꾸도 없이 걸어가는 악삼
이 미운지 입을 반쯤이나 내놓고 뒤 따라 갔다.
낙성수 여진천은 을목도를 얻자 천하를 얻은 기분이었다.
그러나, 여진천의 천하는 미로 속을 뚫고 나가 세상밖에 있어
야 구할 수가 있었다. 미로 속을 끊임없이 헤매는 동안 여
진천은 한없이 지쳐 갔다. 여진천이 미로를 터벅터벅 걸어
가고 많은 시간이 지나자 소리 없이 벽이 움직여 또 다른 미
로 구조를 만들었다. 그러나 여진천은 그 사실을 모르고 다
람쥐 쳇바퀴 돌 듯이 미로 속을 돌아 다녔다. 여진천은 누
군가 미로를 조정해 자신의 힘을 빼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힘없이 미로를 헤매고 있었다.
여진운과 팽가섭, 갈엽은 해룡단 대원 4명과 갑작스럽게 조우
했다. 그들은 단 4명에 불과한 해룡단을 우습게 생각하고
격전을 벌이기로 마음먹었다. 어느 정도 내상이 호전된 팽
가섭은 해룡단 대원 1명을 상대했고 여진운은 넓은 광장이라
자신의 특기인 편법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해 2명
을 상대했다. 남은 1명은 갈엽과 격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폭풍을 부르며 날아오는 편영은 해룡단 대원 두 사람의 생
명을 시시각각 위협했고 팽가섭의 장도는 단숨에 해룡단 대
원 1명을 피바다 속에 몰아 넣었다. 갈엽의 철 부채와 해룡
단 대원 1명이 휘두르는 유엽도는 막상막하의 결전을 만들어
냈다. 그런데, 그들을 쫓아오던 혁무강이 격전 소리를 듣고
뛰어 들면서 문제는 심각해 졌다. 혁무강은 바로 팽가섭와
겨루기 시작했고 겨우 생명을 구한 해룡단 대원은 바로 구룔
편에 휩쓸려 이리저리 구르는 동료를 향해 달려갔다. 5대 4
의 처절한 격전은 고함과 비명, 병장기가 부디 치는 소리를
각 통로에 울리게 만들었고 그 소리를 동료들을 찾기 위해
헤매던 환객과 해룡단 풍대 대장인 가득인을 포함한 해룡단
대원 5명이 들은 것이다. 그들은 격전 소리가 나는 곳으로
달려 갔고 몇 각의 시간만에 그 곳을 찾아냈다.
환객을 비롯해 해룡단 대원 5명이 추가로 나타나자 갈엽의
안색은 새파랗게 변해버렸다. 자신이 생각하는 계획과 달리
문제가 발생했기에 갈엽의 머리는 이 사건을 어떻게 피해 갈
지 고뇌했다. 갈엽은 일단 팽가섭과 여진운을 살려서 그들
가문에 되돌아가게 만들어 사해방과 격전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명제를 안고 있었다. 갈엽은 자신을 물고 늘어지는
해룡단 대원을 향해 철 부채에 설치된 기관장치를 눌렀다.
갈엽이 사용하는 철 부채의 살은 수전(袖箭)이었다. 해룡
단 대원의 목에 철 부채의 살촉이 박혀 즉사하자 갈엽은 여
진운과 팽가섭에게 퇴로를 알려주며 도주하자고 말했다. 그
러나 환객이나 혁무강의 손에 걸린 그들이 퇴로를 확보한다
는 것은 쉽지 않았다. 갈엽은 그런 상황을 보고는 소매 속
에서 붉은 색 쇠 구슬을 꺼내 격전의 중심지에 던져 버렸다.
"감숙궁가의 열염탄이다!"
"뭐야!"
"피해라!"
합공에 휘말려 생사를 보장 못할 팽가섭과 여진운은 갈엽이
던진 쇠 구슬을 보지 못했지만 갈엽을 죽이기 위해 달려갔던
감적형은 볼 수가 있었다. 감적형은 갈엽이 던진 쇠 구슬
이 붉은 색인 것을 보고는 궁가열염탄으로 생각해 바로 외쳤
다.
[펑.]
해룡단 대원과 환객, 혁무강은 바로 쇠 구슬이 떨어진 곳에서
벗어 났다. 그런데 엄청난 폭음과 함께 강력한 파괴력을 동
반한 화염 대신에 연막이 퍼져 버리자 다들 황당한 얼굴이
되었다.
"이.. 이건 연막탄이잖아!"
"도대체 누가 이걸 열염탄이라고 한 것이냐?"
연막이 사라진 곳에는 팽가섭도 여진운도 존재하지 않았다.
환객은 다 잡은 고기를 놓친 것에 분노했고 감적형은 꼬리말
은 강아지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환객은 타오르는 분
노를 감적형을 향해 걸어갔다. 환객은 감적형을 처 죽여야
분노가 풀릴 것 같아 보였고 다들 어찌 할 방도가 없었다.
"뭐하시는 겁니까? 그럴 시간이 있다면 바로 추적합시다."
혁무강은 환객의 귀에 강렬한 내공을 담아 외치고는 팽가섭
과 여진운, 갈엽이 도주한 통로로 뛰어 들었다. 환객도 혁
무강의 행동을 보고는 한숨을 쉬고 고개를 돌려 감적형을 싸
늘하게 노려보고는 바로 통로로 뛰어 들어갔다. 해룡단 대
원들도 안도의 한숨을 쉬고 바로 뒤 따라 들어 갔고 감적형
은 자신을 구해 준 혁무강이 너무나 고마웠다. 감적형은 안
도의 한숨을 쉬고는 바로 동료들을 따라 통로를 향해 달려갔
다.
여진천은 미로 속을 헤매며 아무런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
다. 그저 기계적으로 걸어만 가고 있었다. 여진천은 더
이상 기습에 대한 대비도 없이 멍하니 걸어만 갔다. 그런데
갑자기 측면에 있던 벽 속에서 화살이 쏟아지자 여진천은 자
신도 모르게 신법을 펼쳐 피해 버렸다. 무인이라는 본능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위험을 피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내려
온 바닥이 갑자기 꺼져 버리자 여진천은 자신의 몸을 반 회
전 시켜 발끝으로 벽면을 치고 지그재그로 날아 함정을 통과
했다. 바닥에는 보는 것만으로도 섬뜩한 칼날들이 빼곡이
박여 있었다. 여진천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갑자기 뒤통수를 향해 싸늘한 경기가 날아오는 것을 느낀 여
진천은 몸을 회전해 바로 뒤돌아 섰다. 싸늘한 경기는 여진
천이 몸을 회전하면서 옆으로 이동한 덕분에 귀밑을 스치고
지나갔고 바로 일권이 뒤따라 지나가 버렸다. 여진천은 자
신의 전면에 기괴한 미소를 그리며 일권을 뻣은 장년인을 볼
수가 있었다. 여진천은 갑작스런 함정과 기습에 짜증이 나
흑성장을 펼치려 했다. 그런데 의문의 장년인은 주먹이 두
개였다. 오른 손을 여진천이 피하자 바로 왼 주먹을 밑에서
여진천의 복부를 향해 날려 버렸다.
"쿠억!"
의문의 장년인이 내지른 일권은 여진천의 복부를 말아 버렸
다. 여진천은 새우처럼 허리를 꼬았다. 여진천의 등은 마
치 곱추등 같은 것이 튀어 나와 있었고 붉은 선혈을 토해냈
다. 여진천의 곱사등은 내장이 일권에 말려 척추를 부셔 버
리고 허리에 튀어나온 것이었다. 의문의 장년인은 여진천의
품속에서 을목도를 꺼내더니 천천히 감상했다.
"그... 그건... 내 것... 이다..."
"아니지. 보물은 줍는 자가 주인이지."
"쿨럭... 아니냐 내 꺼다..."
"어리석은 소리를 하는군."
"너는... 누구냐?"
"그런 것이 중요할까?"
"무슨... 소리..."
"큭큭큭, 이만 실례하지."
"어디... 가느.. 냐.."
의문의 중년인은 여진천에겐 더 이상의 미련이 없는지 아무
런 대꾸도 없이 사라졌다. 여진천은 자신이 살아 남는다 해
도 척추가 나가 더 이상 움직일 수가 없음을 알았다. 아니
내장이 밀려 나가면서 군데군데 끊어져 버린 이상 고통 속에
서 죽어 간다는 것을 알았다. 여진천은 의문의 사나이에 대
한 원한이 타올랐다. 여진천은 타오르는 원한을 이기지 못
해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장기가 상한 여진천의 입에서 나
온 비명은 작은 쉰 소리에 불과했다.
갈엽과 여진운, 팽가섭은 정신없이 도망가다 나지막하게 들리
는 작은 소리를 듣고 발 걸음을 멈췄다.
"이게 무슨 소리지?"
"글쎄요?"
"저 너머에서 난 소리입니다."
"한 번 가 봅시다."
"그러나 적들이라면..."
"갈 서생의 마음은 알지만 몰래 가서 확인만 한다면 이상 없
을 것이오."
"그렇소이다. 갈 서생."
갈엽은 자신의 마음도 모르고 호기심에 빠져 이리저리 돌아
다닐 애들처럼 행동하는 여진운과 팽가섭이 증오스러웠다.
그러나 이들을 안전하게 보내야 다음 계획이 움직이기 때문
에 갈엽은 부글거리는 마음을 누르고 그들이 걸어가는 장소
로 뒤 따라 갔다. 그들이 발견한 것은 촘촘히 싸여 있는 미
로의 입구에 쓰러져 피를 토하고 있는 한 곱사등이였다.
"누구냐?"
"허...억... 뉘..시..요.."
"나는 구룡편 여진운이다."
"여.. 진.. 운.."
여진천의 눈에 악독한 원한이 깃들었다. 여진천은 전신을 몇
번이나 비틀며 타오르는 원한의 불길에 전신이 타오르는 것
같았다. 여진천과 여진운은 사촌 형제였다. 그러나 여진
운은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여진천의 아버지와 여진
운의 아버지는 배다른 형제였고 서로 가주 위를 다투었던 사
이였다. 여진천의 아버지는 가주 승계에서 패배한 뒤에 가
문에 축출 당했다. 여진천은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한을
풀기 위해 동분서주했고 말년에는 오행도를 구해 그 비밀을
풀어 원한을 풀려고 했다. 여진천의 최고 목표는 절강여가
의 주인이 되는 것이었다. 그것을 위해서는 그 어떤 부도
그 어떤 사악한 행위도 거침없이 저지를 수 있었다. 그런
데 모든 희망이 사라진 뒤에 절강여가의 사람을 만나게 되자
타오르는 분노와 원한, 절망이 한꺼번에 밀려 온 것이다.
"도대체 당신은 누구... 아니 낙성수 여진천!"
"낙성수 여진천이 어떻게 이런 꼴이..."
여진천은 차라리 그 의문의 사나이가 자신의 목숨을 취했다
면 이런 꼴을 남에게 보여주는 구차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여진천은 그 의문의 사나이와 절강여가를
상잔시킬 방법이 떠올랐다. 자신이 가지지 못하면 남도 가
질 수 없다는 편협한 심성을 가진 여진천은 죽음 앞에서도
그 성격을 버리지 못했다. 여진천은 고통을 참으며 여진운
에게 지렁이 기어가는 듯한 어투로 힘겹게 말했다.
"처음... 보는... 인물이... 나를 기습했... 소... 그 자는 오행도
를... 노렸소... 내가... 가지고.. 있던... 을목도를... 가지고... 사
라졌소..."
"오행도?... 을목도?"
"그게 무엇이오?"
"오행도... 비밀... 천하...지...주... 커억..."
여진천은 마지막 말을 꺼내기도 전에 피를 토하고는 바로 절
명해 버렸다. 여진운과 팽가섭은 처음 들어 보는 보물 이름
을 듣고 서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들은
여진천이 말한 마지막 내용만큼은 절대로 잊지 않고 머리 속
을 떠돌고 있었다.
'천하지주(天下之主)... 천하지주... 천하지주...'
첫댓글 즐감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독입니다
즐독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잘보았습니다
즐독 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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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감하였습니다..
즐독하고 갑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즐독 입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여진천이 죽으며 을목두 천하지주~~~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독이랍니다
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