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09. 13. MON. 14:19 By BLUE rain
오십원
... . 그 말조차 무성(茂盛) 할 만큼
작아지는 아버지와
점점더 커져가는 내가 있었을 뿐
새퍼렇게 솟아오른 힘줄과 황톳빛
굵은 손마디에 올려진
벼 한 다발이 양각(陽刻)되어진
오십원
누런이를 들어내보이며
탁배기 한 사발의 취기(醉氣)와 한 낯의
뜨거운 때앗볕으로 상기된 얼굴로
읍내 점빵에 들러 과자 사먹으라며 쥐어주던
회백색 동전(銅錢) 하나
쿵쾅거리는 가슴으로 달려가
땀에 젖은 백색 사탕을 사 손에 쥐고
쪽빛 바다, 논두렁을 지나
집으로 향한 발바닥은 참 가빠습니다
아버의 상기된 검붉은 얼굴, 땀내,
흙내 보다
이제는
밀랍(蜜蠟)인듯
뼈마디뿐인 값비싼 유해(遺骸)넣은
옥(玉)함을 남긴체
제 넘어 붉게 달아오른 노을로
남겨진체
무릎팍을 저미어오는
삶의 십자가가 있을 뿐
오십 원,
은과 납으로 합금 되어진
동전(銅錢) 하나에 아직도 다하지 않은 말들과
또한, 그의 순박한 웃음... .
삶의 땀 알갱이들만
켜켜히 가슴에 쌓이어갑니다.
다하지 못 한 어제의
찬 이슬 덮고
잠든 이름 없는 때 이른 가을 아래의
낙엽들같이_______
첫댓글 이십원은 어떠한고...하니. 십리길 차비로 홀랑..손에든 빨간 뽀빠이 한봉지... 이십원만 더 있으면 먼지나는 그 신작로를 터덜 터덜 걸을 일도 없었겠단 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