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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2004: 또 죽음의 조....
첫경기 프랑스전; 클럽에선 함께 뛰었던 두 캡틴
스타 탄생 웨인 루니: 스위스전에서 2골 넣고 재주 넘는 모습
제라드: 스위스 전에서 한 골 넣어주면서 프랑스 전 실수 만회
포르투갈과의 4강전: 루니가 다치지 않았음 우승까지 가는거였는데... 루니야 앞으론 국제 대회 전에랑 대회 중에는 조심하거라.
2004 유로: 포르투갈 리스본
(여느 대회처럼) 잉글랜드는 강력한 우승 후보라는 기대와 희망을 안고 리스본에 도착했다. 루니와 오웬이 공격 파트너로 자리 잡았고, 미드필드 문제도 유로 본선이 시작하기 전 두번의 친선경기를 통해 해결된 상황이었다. 원래는 미드필드를 다이아몬드 형태로 나가기로 했었다. 내가 왼쪽, 베컴은 오른쪽, 다이아몬드의 머리, 그러니까 공격형 미들에 스콜스, 수비형 미들에 니키 버트 이렇게. 물론 나는 잉글랜드를 위해서라면 어디서 뛰든 상관없다. 하지만 스티븐 제라드에게서 최고의 경기를 끌어내고 싶으면 나를 중앙 미들에 두어야 한다. 왼쪽 미들에서 뛰면 내 실력 발휘를 제대로 할 수 없게 되므로, 솔직히 좀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유로 2004 시작 직전 나는 잉글랜드 팬들이 뽑은 올해의 잉글랜드 선수상을 받았다. 저널리스트나 동료 선수들이 주는 상은 이미 받아봤기 때문에, 팬들에게 받은 상은 정말 특별했다. 이제 그들에게 보답해야 할 때. 어디서든 열심히 뛰자.
유로 시작 직전 일본과 첫번째 친선경기: 왼쪽 미드필더에서 오웬의 골을 어시스트 해 주긴 했지만, 난 왼쪽 미들에서 뛰는 것이 계속 불편했다. 에릭손 감독님은 간혹 경기 시작 하루전에 내게 다른 포지션을 맡기곤 하시는데, 제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새로운 임무를 맡는 경우는 충분히 준비하고, 연습하지 않으면 제 몫을 하기 힘들다. 일본과의 친선 경기 후 언론에서는 내 포지션에 대해서 열띤 토론이 시작되었다. 물론 나는 공적인 자리에서 나의 선호를 드러내진 않았지만, 사실 내 포지션에 대해서는 토론할 필요도 없다. 중앙 미들이 내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최상의 자리다.
다행히(?) 다이아몬드 전략은 오래가지 않았다. 아이슬란드와의 마지막 친선 경기에서 나는 경기를 쉬었고, 람파드가 인상적인 플레이를 보여주어, 에릭손 감독은 유로 본선에서 니키 버트 대신 람파드를 주전으로 기용하기로 마음을 바꾼 것이었다. 고로 미드필더는 우 베컴, 좌 스콜스, 그리고 람파드와 내가 중앙 미들로 옮겨졌다. 언제나 잉글랜드의 골칫덩이인 왼쪽 미들 자리로 갑자기 쫓겨간 스콜스에겐 미안했지만, 내가 중앙에서 뛰게 된다는 감독님의 말씀을 듣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나는 스콜스가 왼쪽 미들에서 잘해주길 간절히 바랬다. 안그러면 감독님이 나를 왼쪽으로 돌릴지 모르니까 (이런 이기적인 스티비, 이거 때문에 걸출한 중앙 미들인 스콜스가 국대에서 빨리 은퇴를 해 버렸구만… 잉글랜드는 괜찮은 왼발잡이 왼쪽 미드필더가 부족한 상황인 듯. 지금은 조콜이 잘 해주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잉글 미들은 화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포르트갈 리스본 숙소에 도착. 별 다섯개짜리 호텔에 환상적인 날씨. 훈련이 없을 땐 동료들과 당구도 치고 골프도 치고. 보통 국제 대회를 위해 한두달씩 가족들과 떨어져 있다보면 지루하고 향수병이 생기기 마련인데 유로 2004만큼은 그럴 여지가 없이 팀 분위기가 완전 좋았다 (아무래도 귀염둥이 루니 때문일까요?). 골키퍼 데이비스 제임스는 엄청 재밌는 사람이다. 밖에서는 그를 좀 특이하게 생각하지만, 잉글랜드 팀내에선 유머도 있고, 필요할 땐 조언도 해주는, 아버지 같은 존재다.
게리 네빌은 제임스보단 약간 진지한 성격이고 (인터뷰할 때 보니 농담도 잘하더만), 잉글랜드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선수이다. 사람들은 게리가 파업이나 주도하는 노동당 리더같은 이미지로 생각하지만 (워낙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리오 사건 때 데모한다 난리를 쳐서 그런 평판을 얻은 듯) 게리는 잉글랜드 동료들의 권익을 위해 앞장서고, 경기장에서든 경기장 밖에서든 팀과 동료들을 위해 용감하게 싸운다. 게리는 또한 어린 선수들을 대단히 아끼고, 필사적으로 보호한다. 게다가 실력은 또 어떤가. 경기에 집중력이 대단하고, 진정한 프로 정신을 가진, 내가 상대해 본 오른쪽 풀백으로서는 단연 최고다. 정말 이상적인 팀동료라 할 수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캡틴으로서 진정한 리더이고 승리에 대해 한치의 의심도 없다. 유로 본선이 시작하기 전에도 난 우리가 유로 2004에서 잘 할 수 있을까 염려하고 있었는데, 게리는 우리가 이길꺼라는 확신에 차 있었다. (스티비, 당신 정말 리버풀 맞어? 맨유맨들에 대한 칭찬을 침이 마르도록 하네 J 다행히 국대에서는 클럽 라이벌 의식을 잊고 서로 서로 아껴주는 모습이 넘 보기 좋네요).
프랑스와의 첫경기: 언론에서는 티에리 앙리, 지단, 비에라 등 세계적인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의 우위를 점쳤다. 경기 시작전 드레싱 룸에 붙어 있는 프랑스 선수 라인업을 보며 “좋아 너희들을 무시하진 않겠지만 두려워하지도 않겠어”라고 다짐했다. 우리도 마이클 오웬과 웨인 루니같은 월드 스타가 있단다. 워밍업을 하며 루니를 보니, 루니답게 긴장감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도 없고, 아주 느긋한 모습으로 마치 썬데이 리그 경기에 나가는 애같이 워밍업 대신 슛연습을 하고 있었다. 터널로 나가기 직전 마지막 화이팅 시간, 루니는 우리 모두에게 “무조건 공을 나한테 줘. 그리고 나머지는 내게 맡겨.”라고 말했다. (ㅋㅋ 열여덟살짜리 막내가 형아들을 앉혀놓고 형 노릇을 했나봐요).
람파드가 첫골 성공. 프랑스를 상대로 첫 국제 대회에서 첫골을 터뜨리며 사기충천한 그가 잘 하는 모습을 보니 덩달아 기뻤다. 유로 2004에서 중앙 미들 짝으로서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기회가 많았는데, 물론 유로에 대해서, 그리고 그의 팀 첼시, 우리팀 리버풀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그가 참 괜찮은 친구라고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루니 역시 국제 대회에 데뷰한 애가 떨지도 않고, 프랑스의 수비와 미들진을 완전 헤집고 다녔다. 우리야 물론 루니가 얼마나 특별한 선수인지 모두 잘 알고 있지만, 이제 드디어 온세상이 잉글랜드의 보물 루니를 감상할 차례다. 리스본에서 루니는 스타로 탄생했다.
루니는 함께 있으면 즐겁고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다 (국대 사진보면 루니가 늘 웃고, 주위 선수들도 웃고 하는 사진들이 많더니 스티비가 딱 증언해 주었네요). 나는 개스코게인을 개인적으로 잘 알지 못하지만,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도 루니처럼 분위기를 밝게 하고, 주위 사람들을 기분좋게 만드는 능력을 지녔다고들 한다. 루니는 늘 웃고 있고, 늘 행복하다. 그리고 장난도 잘 친다. 유로 2004를 치루는 동안 고참 선수들은 루니를 대견해 하고 그의 특별한 재능에 대해 감탄을 금치 못했다. 어쩜 십대의 어린 선수가 국제 무대에 처음 와서 전혀 주눅 들지도 않고, 겁도 없이, 경기도 잘하고, 선배들과도 스스럼없이 잘 어울리는지. 루니는 자기가 잉글랜드의 핵심 선수라는 걸 잘 인식하고 있었다. 그가 국대에서 20번 뛰었을 때 아주 자신만만하게 자기는 앞으로 80번을 더 뛸꺼라고 오웬에게 말했다 (결국 센츄리 클럽에 가입하겠다 이거군요). 암튼 프랑스 전은 루니가 센세이셔널하게 데뷔한 무대로서, 람파드 선취골, 지단의 동점골로 1:1 무승부로 경기가 끝나는 듯 했다. (그러나 인저리 타임에 스티비의 백패스가 앙리에게 연결되며 골키퍼가 앙리를 막으려다 페널티를 주고, 지단이 성공시켜 2-1로 프랑스 승리).
인저리 타임이 되자, 우리는 우리 진영의 하프 라인에서 공을 돌리며 시간을 끌기로 했다. 나는 공을 골키퍼 제임스에게 백패스 하려 했는데, 우리 센터백 뒤에 숨어 있던 앙리를 미처 보지 못했다. 내 실수로 프랑스가 결승골을 터뜨리고 귀중한 승점 1점이 코앞에서 날라가 버리자, 나는 너무나 맥이 빠지고 미안해서 동료 선수들과 팬들을 차마 볼 수가 없었다. 종료 휘슬이 울리고 프랑스 선수들 몇명이 위로의 말을 건네며 악수를 청했다. 대충 악수만 하고 셔츠를 바꾸는 것도 생략한 채 빨리 드레싱 룸으로 도망쳤다. 너무 창피하고 화가 나고 어이가 없고 죄책감과 미안함. 드레싱 룸에서 손에 머리를 묻고 망연자실해 있으니 오웬, 베컴 등 동료들이 들어와 나를 위로했다. “괜찮아. 이미 끝난건데 뭐. 잊어버려.” 하지만 너무 고통스러웠다. 밖에선 프랑스 팬들과 선수들이 승리를 자축하는 소리로 시끄러웠다. 누군가가 말했다 “제네들이 틀렸다는 걸 보여주자.” 다른 선수들이 샤워를 마치고 나간 후에도 난 혼자서 마구 자책하고 있었다. 그 백패스만 아니면, 그 마지막 1분만 아니었다면, 나는 꽤 만족할만한, 괜찮은 경기를 했었다. 이걸로 무너지지 말자. 다시 일어서서 보여주자.
다음날 신문의 헤드라인은 내 백패스 기사가 화려하게 장식했다 (당연하지). 다음 경기는 스위스 전. 경기 전날 스티븐 맥클라렌 (당시) 코치가 베컴, 람파드, 스콜스 그리고 나 이렇게 미드필더들만 불러 미팅을 했다. “프랑스 전은 빨리 잊자. 내일 또 중요한 경기가 있잖아.” 그리고는 어떤 미드필드 전술로 갈 것인가를 정해야했다. 훈련장에선 다이아몬드 형태 아니면 일렬 형태로 훈련을 했었는데, 우리에게 어떤 포메이션이 좋겠냐고 물었다. 스위스의 하칸 야킨을 막기 위해 다이아몬드 포메이션을 쓰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었는데, 그렇게 되면 홀딩 미드필더가 그를 마크해야 한다. 나는 일렬 형태를 선호한다고 했다 (홀딩을 봤던 스티비, 이그 야킨이 무서웠구나? ㅋㅋ). 람파드와 베컴도 동의. 스콜스는 다이아몬드 포메이션을 선호했으나 (왼쪽 미들에서 너무 고립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 셋이 동의하니 우리 의견에 따르기로 했다. 에릭손 감독님은 스위스 경기 전에 내게 너무 긴장하지 말고, 프랑스 전에서 실수 직전 89분간 했던대로만 하라고 하셨다. 루니는 프랑스 경기 후 언론에서 막 띄워줘서 사기충천. 스위스 수비를 갈기갈기 찢어놓고 두골 성공. 날씨가 찌는 듯이 더웠기 때문에 선수들이 모두 더위에 지쳐 있었고 후반전에 스콜스 대신 하그리브스를 투입하고 나를 스콜스 자리인 왼쪽 미들로 이동, 그러나 스티비 골. 3:0 잉글랜드 승. 허나 옥의 티는 스위스 스트라이커 알렉산더 프레이와 부딪쳐 코너에서 실랑이를 좀 했는데 내가 돌아설 때 그가 내게 침을 뱉은거였다. 사실 비껴가서 내게 맞진 않았는데, 나는 그에게 대응하는 대신, 그냥 경기에만 집중했다. 그런데 결국 그게 카메라에 잡혀 나중에 프레이는 징계받음. 세번째 경기 크로아시아: 루니의 2골로 4대 2 잉글랜드 승리. 그룹 통과로 8강에 안착.
포르투갈과의 4강전: 크로아시아와의 경기 후 3일만에 다시 포르투갈과 4강전을 치뤄야했다. 피로가 누적되고 아무리 많은 잉글 팬들이 응원 원정을 오긴 했지만 포르투갈의 홈에서 홈팬을 압도하긴 어렵다. 홈 어드밴티지에다가, 로날도와 피구같은 훌륭한 선수들을 보유한 팀. 로날도는 현란한 스킬과 놀랄만한 스피드를 자랑하는 선수고, 피구는 한번도 직접 상대해 본 적은 없지만 기술이 좋은 노련한 선수다. 물론 피구가 훌륭하다는 거야 익히 알고 있었으나, 그를 직접 상대했을 땐, 그가 엄청나게 몸싸움에 강한 선수란 걸 깨달았다. 로날도와 피구만 잘 막는다면, 우리도 승산이 있다.
그룹 3경기 동안 오웬은 골을 기록하지 못했다. 미들에선 오웬에게 계속 어시스트를 해 주었으나, 요상하게도 오웬의 골가뭄이었다. 물론 일단 한골이 들어가주면, 골이 무더기로 쏟아지겠지만, 그룹 경기에서의 골이 없어 오웬은 언론의 비난을 듣고 있었다. 그러나 존경스럽게도 오웬은 전혀 실망하거나 풀이 죽어있지 않았다. 비록 골가뭄이 계속 되더라도 오웬은 늘 곧 골이 올꺼라고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열심히 연습했다. 포르투갈전이 시작되고 3분도 되지 않아 오웬의 첫골이 터졌다. 훌륭해. 그에게도 팀에게도 잘된 일이다. 출발이 너무 좋아, 왠지 우리가 이 경기를 순탄하게 이기고 우승을 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루니가 부상으로 교체. 루니를 잃는 건 정말 대단한 타격이다. 헌데 에릭손 감독님은 놀랍게도 교체 선수로 다리우스 바셀을 내보내셨다. 물론 그는 훌륭한 선수다, 하지만 오웬과 경기 스타일이 너무 비슷하지 않은가. 헤스키 같은 타겟맨을 내보내셨어야 했다.
루니가 나가자 포르투갈의 사기충천. 그러나 애쉴리 콜은 계속해서 로날도를 잘 막아주었다. 잉글랜드 대 포르투갈의 경기안에 맨유 대 아스날의 작은 경기 같았다. 난 사실 애쉴리와는 친해질 기회가 별로 없었다. 국대에서도 애쉴리는 어울리는 선수들하고만 어울렸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알아갈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그가 퀄러티 수비수란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헌데 이 경기에서 로날도를 원천봉쇄하는 걸 보며 내 눈엔 애쉴리 콜이 세계 최고의 왼쪽 풀백이었다 (로날도 관광 보냈던 게 생각나네요). 나는 피구와 데코를 막느라 금새 지쳐버렸고 쥐가 나기 시작했다. 종료를 9분 남기고 오웬 하그리브스와 교체. 허나 종료 2분전, 포르투갈의 포스티가의 동점골. 인저리 타임에 솔 캠벨의 헤딩슛. 벤치에 앉아있던 감독과 선수들이 환호했다. 허나 스위스 출신 마이어 심판은 존테리가 포르투갈 골키퍼에 반칙했다고 골을 인정하지 않았다. 말도 안돼. 나는 벤치 근처에 있는 모니터를 보며 심판 판정이 잘못되었다고 확신했다. 포르투갈 코스타의 역전골 그리고 람파드의 극적인 동점골로 2:2 무승부. 페널티.
난 페널티로 가면 우리가 우세하다고 생각했다. 베컴이 첫번째 킥커. 안심. 베컴은 데드볼 전문가다. 훈련장에서 그가 슛연습하는 걸 보면, 정말 정확하다. 그러나 페널티를 찰 때 미끄러지는 바람에 실축. 정말 운이 없었다. 다행히 오웬과 람파드, 존테리 그리고 하그리브스가 모두 성공. 잉글랜드 4개 성공. 포르투갈도 4개 성공. 이제 5개의 페널티로도 승부가 안났기 때문에, 다시 번갈아가며 페널티를 차게 되며 한번의 실수는 패배로 이어지는 한층 강도가 높아진 긴장의 페널티 시간이다. 누군가가 나서줘야 한다. 감독님은 남아 있는 선수들 중에 페널티를 찰 만한 선수들을 정하셨다. 6번째 애쉴리 콜이 용기 있게 나서서 성공. 포르투갈 성공. 7번째 킥커가 필요했다. 루니 대신 교체되어 들어갔던 다리우스에게 찰 수 있겠냐고 물었더니, 자신 없다고 거절했다. 내가 봐도 그가 긴장하고 자신감 없는게 명백했다. 그러나 주위를 둘러보니, 솔캠벨, 게리 네빌, 필립 네빌 이렇게 수비수들만 남아서 어쩔 수 없이 다리우스가 나서야했다. 불쌍한 다리우스. 예상대로 그는 실축했다. 포르투갈도 상황은 마찬가지. 그런데 7번째 킥커로 골키퍼인 리카르도를 내보내는 것이 아닌가. 우리 진영에선 예상치 못한 킥커에 당황했다. 난 잉글이 유리하다고 생각했는데, 리카르도는 아주 멋지게 페널티킥을 성공시키고 포르투갈을 4강에 올려놓았다.
물론 잉글랜드가 유로 04에서 탈락한 건 페널티킥을 실축한 선수들의 잘못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정규시간 90분, 그리고 연장시간 30분 내에 더 많은 골을 넣었어야 한다. 다들 베컴과 다리우스를 위로해 주었다. 언론에선 베컴에게 책임을 물었다. 하지만 그가 늘 잉글랜드를 구해 줄 수는 없지 않은가. 에릭손 감독 역시 왜 훈련장에서 페널티를 연습하지 않았냐고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아무도 우리가 페널티까지 갈 꺼라곤 예상치 않았고, 훈련장에서 연습 백날해도 경기 당일날 그 긴장감 속에서 차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내 생각엔 아무도 없는 훈련장에서의 페널티 연습은 별 도움이 안된다. 유로 2004에서 8강에서 4강 진입에 탈락하며 잉글랜드는 또 다시 팬들을 실망시켰다.
잉글랜드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스콜스가 은퇴를 선언했다. 스콜스는 중앙에서 밀려 왼쪽 미들로 가면서 유로에서 그닥 좋은 경기를 하지 못하자, 잉글 언론과 팬들은 그의 공헌도에 대해 실망했다. 중앙 미들이 왼쪽에서 뛰는게 얼마나 좌절스러운지 잘 알고 있는 나이기에, 또한 그가 유로 내내 힘들어 하는 모습을 지켜봤었기 때문에, 솔직히 기절할만큼 충격적인 소식은 아니었다. 스콜스 역시 그의 베스트는 중앙 미들에서 볼을 배급해주고 창조적인 플레이를 하는건데, 람파드가 이번 유로에서 너무 잘 해 준 바람에 스콜스가 중앙 미들에서 뛸 기회가 거의 사라져 버렸다는 걸 그도 생각했을꺼다. 물론 이제 나이도 서른이 다 되어가고, 맨유에 집중하고 가족과 시간을 더 보내고 싶다고 한 것도 이해가 간다. 그가 가족들과 있는 때 얼마나 행복해 하는지 보았기 때문에, 국대 경기에 불려와 벤치를 지키느니 차라리 가족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국가대표로서 최선을 다했고 모든 사람들의 존경을 얻었다. 날카로운 슛팅, 창조적인 플레이와 정교한 원터치 축구, 폴 스콜스는 내가 함께 경기해 본 선수들 중에서 단연 세계 최고에 속한다. 그는 정말로 조용한 사람이었지만, 경기장에선 조용한 암살자였다. 나 혼자 보기엔 너무 아까울만큼 타고난 재능을 가진 선수, 정말 눈으로 직접 봐야한다. 그가 그립다.
추신: 이제 잉글 국대의 주요 국제 대회 얘긴 다 끝났네요. 유로 2000, 월드컵 2002, 유로 2004, 월드컵 2006까지. 이제 숨 좀 돌릴 수 있겠어요 :) 스티비 얘길 가만들어보면 맨유팀은 죽도록 미워한다쳐도, 맨유 선수들에 대한 존경심이 무한한 것 같아요. 특히 베컴과 스콜스, 루니는 틈만 나면 칭찬. 그리고 애쉴리 콜의 실력과 게리 네빌의 동료애에 대해 무진장 감동받은 것 같네요.
첫댓글 정말 재미있군요.. 감사~
아쉽다 스콜스.... 그래도 제라드와 람파드 기타 선수들이 있으니까 ...!!
제라드 ♡ ㅎㅎㅎㅎㅎㅎㅎㅎ
구조속의 개인을 바라보는 시선과 한 개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겠죠^^ 그나저나 중미가 왼쪽에서 뛰는게 얼마나 좌절스러운 건지 잘 알고 있다는 말에 현재 스뎅 위치가 생각나서 뜨끔했습니다;
잘 봤어요!! 못된 프라이 얘기가 나오는군요. 흥, 감히 누구에게 침을 뱉는것이냐!!!!!
루니 참 귀엽네 무조건 자기한테 골을 주라니..ㅋㅋ 진짜 자신감 만땅이군아 ㅋㅋ글읽으면서 느꼇지만 콜이랑 스콜스는 정말 대단한듯,, +_+ 제라드는 PSV전부터 중앙에서 뛰게되서 정말 다행,,ㅠ 너무 잼이써여~~ 너무 감사합니다..ㅠ
제라드 두려운게 왜이리많아 !ㅋㅋㅋ
저렇게 자신만만 루니가 월드컵에서 긴장해서 스티비 등에 기대어 긴장을 풀던 모습이 생각나네요 아무래도 부상에서 막 벗어나서 긴장을했나 ㅠㅠㅠㅠ 루니 이번 월드컵에서 너 퇴장당했을때 나 많이 울었다 짜식아 ㅠㅠ 스콜스 아쉬워 ㅠㅠ 2002년 월드컵때 스콜스만 보였는데 ㅠ 승부차기에서 지다니. 잉글랜드는 정말 승부차기와 인연이 없나봐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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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정보방에서 검색해보세요. 누군가가 거기로 옮겨놨더라구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유로는 처음에 16개국이 시작해서 그룹 통과하면 바로 8강이랍니다. 고로 포르투갈과는 4강을 놓고 경기했죠.
역시..잉글국대에는....긱시와...생강이 필요해....아무리 생각해도 아깝단 말이지...벡스까지 셋이 뛰었음 진짜 장난없었을 텐데...
너무 기여워 스티비ㅋㅋㅋㅋ
파업이나 주도하는 노동당....ㅋㅋㅋㅋㅋㅋㅋ
아 제라드 진짜 너무 귀여워
아 루니 진짜 너무 당당한거 아냐~ ㅋㅋ 젤 막내가 형아들을 불러놓고 볼을 다 자기한테 주라니... 참 대견하면서도 정말 괴물같은 실력의 룬희~ 이래서 널 미워할수가 없당~ ㅋㅋ Ellena님 늘 감사해요~ 이제 다음 편은 어떤내용~? ^^
꺄아 너무 재밌어요~ 재밌어~ ㅋㅋㅋㅋ
포르투갈이랑 잉글랜드 8강 맞는데요;;;네덜란드랑 포르투갈이 4강에서 붙었고 포르투갈이랑 그리스가 결승에서 붙음
프라이 이 나쁜녀석 ㅡㅡ'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