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Saibt Network 대표
루마니아는 동유럽 내에서 면적은 한반도보다 조금 큰 크기로 2위, 인구는 약 2천 만으로 2위 등 폴란드 다음으로 큰 나라이다. 그렇지만 루마니아는 아직까지는 우리에게는 생소한 국가이며 양국 간의 교역규모도 2018년 기준으로 수출은 약 4억8000만 달러로 71위, 수입은 약 4억 달러로 61위로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그렇지만 루마니아는 2007년 EU 가입 이후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으며 2019년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이 1만2500달러(자료원:IMF) 수준이며 또한 유럽, 중동, CIS를 연결하는 교통의 요지로 12개국(터키 유럽쪽 포함) 발칸반도 시장을 공략할 거점으로 루마니아 시장은 우리 기업들에 점점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본다.
또한 그동안 루마니아 바이어들은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서유럽 국가 제품들을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구매·판매했는데 최근 들어 한국산 제품의 가격대비 우수성을 점차 알게 되었고 특히 한류의 영향으로 화장품, 식품 등 소비재 분야에서 한국산을 찾고 있으며 의료기기, 전자기기 등의 경우 이미 루마니아 시장에 진출을 시작하고 있다.
상기와 같은 긍정적인 시장 여건 및 변화에도 실제 현장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루마니아 기업들과 거래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을 많이 보았는데, 이러한 어려움이 발생한 근본적인 이유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오랫동안 루마니아 바이어들이 서유럽 국가 제품들을 언제든지 원하는만큼 수입하여 현지 판매한 것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이 루마니아 업체와 거래에서 겪는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루마니아는 EU 국가이므로 루마니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제품별 요구되는 EU 인증을 취득해야 한다. 일례로 의료기기, 전자기기 등은 CE 인증이 필수적이다. 아직 많은 우리 기업이 루마니아가 EU 국가인줄 모르고 EU 인증을 갖추지 않고 진출 의지만 가지고 루마니아 시장에 진출하려고 한다. 루마니아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우선 자기 제품이 EU 인증이 필요한지를 우선 확인하고 인증이 필요하다면 인증 취득한 후 진출을 시도해야 한다.
둘째, 루마니아 바이어들과 상담하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우리 업체들의 가격 상담 경향은 최대 가격을 불러놓고 협상하면서 가격을
낮추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는데 이러한 경향으로 인해 루마니아 바이어들과 거래하는 데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루마니아인들은 현실적이고 보수적이여서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없다고 말하는 등 허세가 없는 아주 실질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상담 시 현실적이고 가능한 조건이 될 때만 협상을 하고 처음부터 조건이 안 맞을 경우 상담 자체에 응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인다. 루마니아 바이어와 가격 협상 시 초기에 지나친 최대가격 제시로 상담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현실적인 가격 제시를 통해 상담을 진행하는 것이 루마니아 바이어들과의 협상 방법이다.
셋째, 소량 판매에 응할 수 있어야 한다. 보수적인 루마니아 바이어들은 초기 오더 시 많은 양을 주문하지 않는다. 즉 루마니아 바이어들이 처음부터 컨테이너 베이스로 물량을 주문하는 것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는 루마니아 시장이 크지 않은 점도 작용하지만 시장 판매 현황을 보고 주문량을 결정하는 루마니아 바이어들의 습성 때문이다. 일례로 어떤 한국기업의 경우 루마니아 바이어들의 초기 주문 물량이 작아 자신이 거래하고 있는 인근 서유럽 국가 바이어에게 사라고 안내하는데 이로 인해 한국산 수입 검토를 중단하곤 한다. 루마니아 바이어의 입장에서는 서유럽국가 업체로부터 구매를 하려면 굳이 거래선을 신규로 바꿀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넷째, 즉각적인 딜리버리 요청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서유럽 제품 구매에 익숙한 루마니아 바이어들은 주문한 즉시 2~3일 내 배달해주는 시스템에 적응되어 있다. 현지에 재고를 가지고 있지 않고서는 즉시 딜리버리가 불가능한 일인데 한국 업체로서는 이 점이 루마니아 시장 진출에 가장 큰 장벽으로 느껴질 것이다.
상기와 같이 우리 기업들이 실제로 겪게 되는 루마니아 시장 진출 애로점들을 살펴보았는데 이러한 애로점들을 극복하고 루마니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현지 소량 주문에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즉 현지 재고를 갖추고 소량 주문에 즉시 딜리버리할 수 있는 물류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소량 주문에 대응하는 딜리버리 시스템을 갖추는 데는 초기 투자가 필요한데 얼마나 판매될지 모르는 상황하에서 우리 중소기업에는 이러한 재고 판매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그동안 여러 시장성이 있었던 우수 중소기업 제품들이 상담 결과는 좋았지만 실질적인 수출의 문턱을 넘지 못했던 주된 이유일지 모르겠다.
최근 코트라에서 물류사업을 확대하고 있고 루마니아에서도 물류지원 서비스를 개시한다고 하니 루마니아 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우리 중소기업들이 초기에 현지 시장 진출에 맞는 물류시스템을 갖추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우리에게 아직 알려지지 않은 시장이지만 잠재력이 높고 성장하고 있는 루마니아 및 발칸반도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지금이야말로 우리 기업들이 진출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시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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