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학당은 한류 마중물이다. 세종학당재단에 따르면 세종학당은 전 세계 54개국 171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이 가운데 러시아에서는 중국(21개소), 베트남(13개소), 미국과 함께 세 번째로 세종학당이 많이 운영되고 있는 국가다. 러시아에는 최근 아스트라한 세종학당(아스트라한국립대학-동서대학교)이 지난 6월에 설립되면서 9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세종학당 이외에도 각 연방 내 주요 대학에 동양학부에 한국어학과 개설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으며 러시아의 초·중·고등학교인 쉬콜라(러시아 초중고 학교, 러시아는 초중고 학교를 번호로 부른다)에서, 특히 연해주에 있는 쉬콜라의 경우 한국어 강좌가 개설돼 운영되고 있는 곳이 적지 않다. 비록 시간이 많이 지나기는 했지만 작년 9월 1일(이날은 러시아의 새 학기가 시작하는 날로 ‘지식의 날День знаний ’이라 부른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블라디보스토크에 소재한 ‘김나지아 2(Гимназия, 한국의 고등학교에 해당한다)’ 학교를 방문했고 학생들에 훈화하는 모습이 러시아 내 전 매체를 통해 보도된 적이 있다. 당시 푸틴 대통령과 교사가 서 있는 교실 칠판에는 한글로 ‘태극기’가 적혀 있었으며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한국 여성의 포스터가 부착돼 있었다. 칠판 상단 스크린에 한국 음식을 소개하는 장면이 담긴 것으로 미뤄어 짐작해 보건데 한국 문화 교육 시간에 푸틴 대통령이 교실을 찾은 것으로 판단된다.
한류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있는 곳은 유럽 러시아 중서부 지역이라기보다는 시베리아와 연해주를 중심으로 한 극동 쪽이다. 연해주 지역은 항일 독립운동 근거지였고 한말 이래 우리 동포들의 망명지였으며 아직도 상당수 고려인이 정착해 살고 있는 등 역사가 깊다. 또 한국의 문화와 민족정서가 자연스럽게 러시아 영토에 스며든 유일한 곳이다. 그래서 러시아 내 한국 문화 수용과 흡수는 비교적 빠른 편이다. 연해주를 중심으로 러시아 서부에 위치한 타타르스탄 공화국 수도 카잔, 부리야트 공화국 수도 울란우데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한국 문화가 서서히 전파되고 있다. 그렇다면 카잔, 울란우데, 우수리스크, 블라디보스토크 등에서는 한국학 및 한국어 교육 등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카잔연방대 한국학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 타타르스탄 공화국 수도인 카잔에는 카잔연방대학교 한국어학과를 비롯해, 고등학교 2개, 한글학교 3개 학교가 운영되고 있으며, 총 500명 정도가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카잔연방대학교 한국어과와 카잔한글학교, 카잔볼가한글학교 등 3 곳에서 짧게는 6년에서 길게는 15년 한글을 가르쳐 온 김문수 교사는 “카잔 젊은 층 중에서 많은 이들이 한류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중년 여성들도 적지 않은 수가 한국 드라마와 케이팝, 그리고 전통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현지 젊은이들이 자체적으로 케이팝 행사도 열고 있다”고 말했다.
울란우데 부리야트 국립대학교 동양학부 한국학과가 개설된 것은 2001년이며 한국과의 교류 협력 강화를 위해 2005년 한국문화센터를 열었고 2014년부터는 부산외국어대학과 세종학당을 운영해오고 있다. 지난 20일 한국문화센터장을 맡고 있는 에르뎀 다시발로프 동양학부 한국어학과 교수를 만나 현지 한류 소식을 들어봤다. 부리야트 국립대학교는 울란우데의 중심 시가지인 레닌광장 옆에 위치해 있었으며 대학 본관 입구에 세종학당 현판이 걸려있었다. 시청건물과 레닌두상, 부리야트공화국 청사 옆에 있는 브리야트 국립대학교 본관 건물에서 시작해 울란우데에 있는 유일한 한식 레스토랑인 코리언 하우스(KOREAN HOUSE)까지 걸으며 자연스럽게 인터뷰가 진행됐다.
그가 한국 학자가 된 이유는 아버지 권유 때문이다. 에르뎀 교수의 전공 분야는 한국 고대사다. 그는 “고고학을 전공한 아버지께서 한국학을 전공해보라고 제안하셨다. 처음에는 애정이 없었지만 한국학에 대해 연구하면서 차츰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한국학 전공을 선택한 대학 학생들과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한국 대중문화에 흠뻑 빠져있다. 특히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러시아 시장에 활발하게 진출하면서 한국기업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도 많다”고 전했다.
에르뎀 교수에 따르면 울란우데에 있는 교육 기관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한 것은 2001년으로 부리야트 대학 내에 동양학부가 개설되면서부터다. 한국 명예 영사인 스테판 칼므코프 총장이 전폭적으로 지원했고 2005년에는 한국문화센터도 오픈했다. 동양학부에는 한국학과를 비롯해 중국, 일본학과가 있으며 학사·석사 과정에서 100여 명이 한국학을 전공하고 있다. 세종학당의 경우 지난 학기에 80여 명 정도가 수학했다. 대학 내 한국학과 전공 교수들은 8명 가운데 5명이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에르뎀 교수는 “5년 사이 한국학과 입학생들이 많이 늘었다”면서 “고등학생 때 한국 드라마나 K-POP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대학 한국학과 문을 두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류 덕분에 한국학을 전공하는 학생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것.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된 학생들의 한국에 대한 애정은 한국어에서 한국사와 문학, 경제, 사회과학 등으로 점차 영역을 넓히며 깊어지고 있다는 게 에르뎀 교수의 설명이다. 한류 열풍과 상관없이 울란우데에 한국어 학습자들이 있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한국학 전공자들이 급속하게 늘어난 것도 한류 현상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특히 한국어학과 학생들의 경우 3학년이나 4학년 때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다녀온 이후 전공 분야 연구에 열정을 보인다.
그는 “울란우데에서는 한국인들을 거의 만날 수 없기 때문에 교환학생 프로그램은 한국학과 학생들이 한국인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라면서 “한 학기 동안 한국에서 공부하면서 더욱 폭넓게 한국에 관해 알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국인들을 만나기 전에 가졌던 호감이 우애로 바뀌면서 더 열심히 공부하고 졸업한 이후에는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가 하면 이르쿠츠크 대한민국 총영사관에 취직하는 등 졸업생들이 한-러 관계 발전을 이끄는 인재로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울란우데에서도 다양한 한국 현대·전통 문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 명절을 기념해 열리는 한복입기체험, 민속놀이, 한글 말하기 대회는 물론 이르쿠츠크 총영사관과 공동으로 K-POP행사가 매년 열리고 있으며 1년에 두 번 한국어 말하기 대회는 한국어 학습에 촉진제가 되고 있다. 이밖에도 한류 커뮤니티 회원들이 자체적으로 1년에 2~3번 쇼핑몰이나 광장에서 K-POP 페스티벌을 기획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식 재료를 판매하는 곳이 없다보니 한식 체험 프로그램도 단연 인기가 많은 행사 가운데 하나다.
끝으로 에르뎀 교수는 울란우데에서 한국학 교수나 학생 위한 한국학 특강 프로그램을 운영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는 “지난 학기에 국제교류재단 주최로 특강이 열렸는데 반응이 매우 좋았다. 한국사를 비롯해 한국 문학 등에 대한 특강 프로그램이 진행된다면 한국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 매우 유익할 것”이라면서 이밖에도 “한국학 교수나 한국어 강사들을 위한 교수법 강의가 이뤄진다면 한국어 교육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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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렇게 한글에 대한 관심은 커졌지만, 해외 교육시설은 많이 부족합니다.
해외에서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은 한국 정부가 지원하는 '세종학당'인데, 현재 세계 곳곳의 대기자만 만 명이 넘습니다.
오대성 기자의 보돕니다.
[리포트]
베트남인 풍투차 씨는 국내 대학교에서 4년째 유학 중입니다.
한국에 관심이 생긴 건 K팝 때문이었습니다.
[풍투차/한국외대 4학년 : "그 당시에 지금처럼 영상 자막이 발달하지 않았어요. 기다리기가 너무 지쳐서 '이참에 그냥 내가 하자, 내가 한국어를 공부해서 내가 알아듣자'해서 시작했습니다."]
하노이에 있는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유학도 왔습니다.
["고등학교 들어가니까 이제 체계적으로 배워야겠다 해서..한국인 선생님이 계시니까 듣기랑 말하기에 정말 도움이 많이 됐어요."]
한국 콘텐츠 인기가 한국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면서 전 세계 세종학당도 5년 새 100곳 가까이 더 생겼습니다.
기존엔 아시아 중심이었는데, 유럽과 아프리카에도 새로 문을 열었습니다.
["(기다려야) 얼마나? (기다려야~)"]
하지만 시설이나 선생님 수에 비해 한국어를 배우려는 신청자가 훨씬 많습니다.
[야라 마구브/이집트 고등학생 : "세종학당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한국어를 혼자서 공부도 못하고 너무 슬퍼하는 친구가 많아요."]
[김연웅/이집트 세종학당 선생님 : "총 3백 명의 신규 학습자를 모집하는데 하루 만에 3천150명이 지원하더라고요. 함께할 수 없는 학생들이 더 많기 때문에 저희가 안타까운 마음뿐입니다."]
우리 정부가 주는 운영 지원금만으로 감당이 안 돼 독일 본에 있던 세종학당은 5년 만에 문을 닫았습니다.
[정종권/세종학당재단 학당지원부장 : "(현지 대학들이) 문의를 해요. '혹시 운영하게 되면 예산은 어느 정도 지원이 될까요?'라고 물어보다가, 예산 때문에 생각만 하고 포기하는 경우들도 있고..."]
세종학당에서 공부하려고 대기하는 사람은 터키 2천5백 명, 러시아 8백 명 등 전세계에 모두 만 천명이나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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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575번째 한글날을 맞아 KBS1TV에서는 특집 방송 ‘#방탄_때문에_한글_배웠다’이 방송됐다. 이날 방송에는 수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어 노래를 함께 부르는 콘서트장의 진풍경을 비롯, 미국, 영국, 프랑스, 케냐,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에서 한글 공부에 빠진 팬들의 모습이 담겼다.
베트남에서는 올해 한국어가 제1외국어로 승격됐고, 한때 폐지 위기였던 프랑스 대학에서는 한국학이 인기 학과로 떠오르는 유례없는 현상이 생겼다고 전했다.
최근 ‘콜드플레이’와의 협업곡 ‘마이 유니버스’에서 뷔는 ‘어둠이 내겐 더 편했었지. 길어진 그림자 속에서’라는 한국어 가사를 담백하게 불러 글로벌 팬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또 뷔가 만든 ‘보라해 ’는 방탄소년단과 팬들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통용하는 말이 됐으며, ‘맥도날드’와의 협업에서 ‘BTS 세트’에 각인돼 한글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기도 했다.
영국의 음악 매체 ‘NME’에 따르면 뷔가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서 멤버 인기도 1위로 분석됐고, 특히 K팝의 인기, 드라마, 박항서 베트남 축구 감독 신드롬을 비롯, 한국어 교육 열풍이 분 곳으로 잘 알려져 있는 베트남은 뷔의 인기가 51%로 압도적이었다.
방송의 마지막에 방탄소년단이 등장, 뷔는 “우리말은 참 아름답고 섬세한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한글날인 만큼 모두 함께 우리말의 의미를 되새기는 하루를 보냈으면 합니다”라고 뜻깊은 메시지를 전하며 “나를 안아줬던 단 한 사람”이라는 ‘메킷라잇’의 한 소절을 감미롭게 불러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으며 방송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