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벼락거지’, ‘패닉바잉’…집값 폭등에 ‘신조어 공장’된 부동산 시장
부산 시내 아파트 전경. 부산일보DB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인터넷을 중심으로 ‘부동산 신조어’가 쏟아지고 있다. 주로 ‘자가’를 소유하지 못한 무주택자들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자조 섞인 내용이 많다.
아내와 세 살 딸과 함께 부산 해운대의 한 아파트에 사는 이현국(34·가명) 씨는 요즘 박탈감이 크다. 친구들은 영혼까지 끌어모아 아파트를 산다는 ‘영끌’로 ‘자가’를 마련했는데, 아직 전세로 거주 중이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현재 사는 아파트도 전셋값이 폭등해 계약이 끝나는 내년에는 ‘월세’로 옮겨야 할지 고민이다.
이 씨는 “성실하게 직장생활 다니면서 외벌이지만 힘들어도 처자식을 건사했는데,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은 하루아침에 수억씩 아파트값이 오르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하루아침에 ‘벼락거지’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부산 시내 아파트 전경. 부산일보DB
이 씨가 자신을 칭한 ‘벼락거지’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많이 사용되는 신조어다. 집값이 갑자기 오르면서 거지 신세가 된 무주택자가 자신을 한탄하는 표현으로 사용한다. ‘벼락부자’의 반대말이다.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벼락거지의 정의를 정리해 놓기도 했다. ‘전세 살면서 미래 준비하는 맞벌이 분’, ‘차곡차곡 현금만 모으신 분’, ‘청약 당첨만 바라보시는 분’, ‘전세가 세금도 안내고 저렴한 주거 방식이라고 믿는 헛똑똑이’ 등이다. 자가가 없는 이들은 모두 벼락거지에 해당한다는 ‘웃픈’ 해석이다.
부산 시내 아파트 전경. 부산일보DB
부동산 관련 신조어가 유행하는 건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그동안 '빌거(빌라에서 사는 사람)'나 '휴거(LH 주택에서 사는 사람)'와 같은 표현이 사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유행하는 부동산 신조어의 특징은 '자가'를 소유하지 못한 젊은 세대가 자신을 비하하는 내용이 많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아파트를 산다)', '패닉바잉(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자 공황 상태에서 구매하는 것)', '배배테크(집값이 너무 오르자 매매계약을 파기한 집주인으로부터 두 배의 위약금을 돌려받는 것을 비꼬는 말)', '이생집망(이번 생에 집 사기는 망했다)' 등이다.
전문가는 이러한 신조어들이 부동산값 폭등으로 인한 사회의 양극화를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강정규 동의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이 안정화된 상황에선 이런 표현이 나오지 않지만, 최근 폭등과 더불어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면서 “자기표현이 활발한 젊은 세대들이 주로 사용하면서 우리 사회의 심각해지는 양극화를 나타내는 것 같아 안타깝고 씁쓸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