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여 전 LG생활건강에서 국내 최초의 구취 제거 전문 브랜드인 ‘페리오 46cm’치약을 출시했었습니다. 포장지에는 '숨결이 닿는 거리 46cm'라는 문구와 함께 ‘사람 사이에 친밀감과 유대감이 형성되는 거리가 46cm’ 라는 학설의 창시자인 에드워드 홀의 캐리커쳐도 함께였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어서 출시 7개월여 만에 누적판매 300만개를 돌파했고 지금도 판매 중입니다.
미국의 문화인류학자인 에드워드 홀은 그의 문화인류학 4부작이라 불리는 『침묵의 언어』,『숨겨진 차원』,『문화를 넘어서』,『생명의 춤』을 비롯해 일상의 문화인류학과 문화 간의 비교연구에 관한 여러 저서들을 남겼고, 9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4부작 중 제2권 『숨겨진 차원』에서 그는 인간이 공간을 구조하고 사용하는 방식에 문화가 미치는 영향을 ‘프록세믹스’라 명명하였습니다. 홀은 인간관계의 다양한 거리에 있어, 사람은 일정한 공간을 필요로 하고, 다른 사람이 그 안에 들어오면 긴장과 위협을 느낀다며 4가지 거리유형으로 분류하였습니다. 밀접한 거리, 개인적 거리, 사회적 거리, 공적인 거리가 그것들입니다.
밀접한 거리는 0cm~46cm 거리의 공간으로, 여기에 들어올 수 있는 건 연인, 가족이며, 손만 뻗으면 닿을 정도이기 때문에 신체 접촉이 자주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아주 끈끈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이로, 촉각의 거리, 협상, 사랑의 거리입니다. 초면이나 싫은 상대에 대하여는 부담감과 경계심을 느끼며, 구면이나 좋은 상대에 대하여는 친근감을 느끼는 거리이나, 동시에 맞붙어 싸우는 거리이기도 합니다.
개인적 거리는 46cm~1.2m 거리의 공간으로, 언제든 상대방을 만지거나 붙잡을 수도 있을 거리이며, 친구나 가까운 지인과의 거리라 볼 수 있습니다. 사생활도 일부 개입될 여지가 있으며, 상대를 신뢰하지 않으면 들어올 수 없는 거리입니다.
사회적 거리는 1.2m~3.6m 거리의 공간으로, 사적인 사이가 아니라 공적인 관계의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습니다. 직정 동료나 업무적으로 만난 사이, 종교 활동, 사회적 관계로 연결된 사이로, 사생활에 개입할 수 없는 사이입니다. 사무적이고 공식적이며, 주의력 유도의 거리로, 메시지 전달의 거리이기도 합니다.
공적인 거리는 3.6m 이상의 거리로서 상호적 연결을 가지는 관계는 아닙니다. 공연장에서 무대와 관객석의 거리, 강의장에서 강사와 청중들 간의 거리를 생각하면 됩니다. 언어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이 거리에선 단어나 어휘, 문법 사용에도 차이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목소리는 커지고 몸짓 등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으로 의사가 전달됩니다.
실제로 호텔 로비 커피숍의 좌석은 사회적 거리 정도의 간격을 유지시킨다고 합니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서로 앉으면 1.2m 이상은 되며, 공연장과 강의장의 무대와 관객석과의 거리도 이를 고려하고 설계한다고 합니다.
동물도 본능적으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 합니다. 다만 동물의 거리는 단 한 가지, 임계거리만 존재할 뿐입니다. 위협을 줄 수 있는 동물이 접근할 때 피할 수 있는 정도의 거리만 유지하면 되는 겁니다. 거리, 관계의 복잡도가 결국 사람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악수나 포옹은 사회적 거리에서 개인적 거리, 밀접한 거리로 살짝 들어가는 행위입니다. 과거엔 토닥이고 스킨십을 하거나, 상대를 보며 웃거나 상대의 얘기에 크게 리액션을 하는 등, 근접 거리에서 소통해 왔으나 시대가 바뀌고, 환경이 바뀌면서 소통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특히 코로나 3년을 거치면서... 과거와 달리 지금은 문자나 메신저로 소통하는 걸 편해하는 사람들도 많고, 화상회의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늘어가고, 강의도 인강이 엄청 늘었습니다. 소셜 네트워크에서 사귄 친구가 현실의 친구가 되고 있습니다. 사람과 직접 대면하지 않고도 일하고 쇼핑하고,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 있는 시대가 이미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밀접한 거리, 개인적 거리 안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고, 우리의 사회적 거리는 더 멀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엔데믹 선언을 한 지도 5개월이 지났지만, 관계는, 생활 방식은 과거로 돌아가지 못한 것 같습니다. ‘숨결이 닿는 거리’까지는 아닐지라도, 서로가 팔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 자신과 다른 사람들 사이를 유지하는 보호영역이자, 대화할 수 있고 서로의 감정을 확인할 수 있는 거리, 즉 ‘개인적 거리’를 함께 유지하는 분들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 큽니다. 관리하지 않음에도 유지되는 관계가 많았으면 하는 바람 큽니다.
자연은 제게 늘 그러합니다. 물론 제 일방적인 느낌일 수 있지만...
그래서 무시로 자연을 찾습니다. 특히 계절의 변화가 시작되는 때에는.
경천섬에서 코스모스와 노을을 보며 가을을 느꼈습니다.
https://blog.naver.com/bornfreelee/223229560850
대명유수지의 물억새와 코스모스가 가을을 웅변합니다.
https://blog.naver.com/bornfreelee/223230532785
봉사를 하면서, 일방적으로 주거나 받는 ‘관계’는 없음을 깨닫습니다. 정성을 다하여 봉사를 하면, 그분들로부터 ‘행복’을 선물받기 때문입니다. 저절로 환하게 웃게 되기 때문입니다.
https://blog.naver.com/bornfreelee/223231192887
관리 Vs. 관계(모셔온 글)========
선물이 도착합니다.
생일 축하한다고 프린트되어 있습니다.
하나도 안 고맙습니다.
관리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빈손으로 와서 고맙다고만 말합니다.
눈물겹게 느껴집니다.
관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감히 말씀드리건대
인맥관리하지 마십시오.
허무한 짓입니다.
인간관계만 하십시오.
당신이 관리를 하고 있는지
아니면 관계를 하고 있는지
그걸 구분하지 못할 바보는 없을 것입니다.
-----문단열의 <단열단상>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