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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프린세스] 05
S#1. 출국장 앞
4회와 연결해서...
영문 모르는 얼굴로 인우 쳐다보고 있는 혜리.
인우 : 마혜리 당신... 못가, 아무데도. (빙긋 웃는)
혜리 : (뭐지? 벙해서 쳐다보다) 못 간다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인우 : (웃음기 싹 거두고) 일본이든 어디든! 이 땅, 대한민국에서 못 떠난다구.
혜리 : (여전히 벙해) 왜요?
인우 : 내가 못 가게 할 거니까.
혜리 : (너무 뜻밖의 말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인우 보는)
인우 : (한마디 하려고 얼굴 가까이하는)
혜리 : (너무 다가온다. 어어어 놀라) 뭐하는 거에요?... (몸 바로 하려는데)
인우 : (혜리 뒷통수 한손으로 탁 잡아 못 움직이게 하는)
혜리 : (키스하려는 줄 알고 헉! 놀라는데)
인우 : (한심하다는) 마혜리, 이러고 싶냐?
혜리 : (황당한, 자기가 뭐하려는 거면서?) 내가 언제 서변이랑 이런 거 하고 싶대요? (밀치려는데)
인우 : (혜리 뒤통수 더 단단히 잡고 안 놔준다)
혜리 : (놀라고 당황) 왜, 왜 이래요오-
인우 : 이 사건 맡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다 팽개치고 도망을 쳐!
혜리 : (키스가 아니었어? 정신 드는데)
직원 : (다가와) 죄송하지만 좀 비켜주시겠습니까?
인우 : (돌아보는, 출국자들 길목 막아서고 있다)
사람들 : (미묘한 자세로 서있는 둘 힐끔거리며 지나가고, 보고 서있고)
혜리 : (이크! 그 틈에 인우 팍 밀치고 물러서는, 기막혀) 아 창피하게, 아니 지금 나 못 가게 할려고 온 거에요?
인우 : 그래! (혜리 팔 다시 탁 잡아끌고 가는)
혜리 : (정신 차릴 틈 없이 끌려가며) 어 어-
S#2. 공항 일각
인적 드문 곳에서 팽팽하게 마주 서있는 혜리와 인우.
인우 : 이렇게 아버지 피해 도망쳤다가 돌아와서 뭐할 건데? 아버지가 안 봐주면, 놀고 먹게 안 한다며, 당신 아버지!
그럼 어쩔거야?
혜리 : (생각해 봤다) ...변호사하면 되죠.
인우 : (바로) 웃기지 마!
혜리 : (못 보던 반응에 멈칫해서 보면)
인우 : 변호사 아주 우습게 아시네? 당신 같은 변호사한테 누가 사건을 맡겨? 불명예 제대한 검사한테.
요즘 의뢰인들, 다 변호사 뒷조사하고 사건 맡겨.
혜리 : (말문 막혀 보다가) 서변한테 먹여 살리란 말 안 할 거니까 상관 마요!
인우 : 그래서 끝내 도망치겠다구?
혜리 : (자기가 답답한)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요? 어떤 꼴까지 당했는데! 나 정말 더 이상 검사하기 싫어, 아니 못하겠어,
끔찍하고 징글징글 해. (다) 알잖아요?
인우 : 이렇게 가버리면 아이는! 지민이는? 또 낯선 검사한테 내놓을 거요?
혜리 : 지민 엄마가 나 싫다고 검사 바꿔 달랬잖아요.
인우 : 윤세준은?
혜리 : (멈칫했다가) 그 사람도 나 싫댔구! (말하다 보니 자기 처지 자조적인) 내가 검사 관두면, 우리 아버지 빼고 다 좋아할 걸?
인우 : 그럼 끝이야?
혜리 : (멈칫해서 보면)
인우 : 남자가 거절하고, 피해자가 안 믿어주면... 바로 등치고 돌아서? 그게 너야?
혜리 : (황당한) 그게 왜 등치는 거에요? (하다) 근데 왜 반말이야?
인우 : (무시하고) 검사 바꿔 달라는 건, 제대로 수사해달라는 절규 같은 거고, 윤세준은, 당신한테 마지막 기회를 준 사람이야!
혜리 : (속 터지는) 그래서 해볼라 그랬잖아, 근데 안 되는데 어쩌라구! 어쩌라구!
인우 : (갑자기 웃긴다는, 작전 바꾼다) 야... 마혜리, 진짜 시시하다.
혜리 : (에? 보는)
인우 : 넌 좋아하는 남자한테 니 똥 닦아 달라고 하고 싶냐?
혜리 : 또옹?
인우 : 지민이 사건 윤검사가 보증 섰다며? 제대로 해결 못하면 윤검사가 책임져야 한다며!
징계를 받든, 시말서를 쓰든, 좌천을 당하든! 한번 제대로 해보겠다는 너 믿어준 죄로 그런 꼴 당하게 만드는 거,
그거 아주 드러운 거야. 니 똥 닦아달라는 거 보다 더 드런 거야.
혜리 : 아니 말을 해도... (상상해 보는, 끔찍하다) 으...
인우 : 좋아했던 사람한테 그런 뒷모습 보이고 싶어? 당신 마지막 모습을... 그런 기억으로 남기고 싶어?
혜리 : (정말 그러고 싶지 않은 상황 연상시키는 인우에게 화나는) 야! 너 뭔데 자꾸 그런 말을 해! 내가 진짜 검사 싫다는데!
나랑 안 맞고, 힘들어 못하겠다는데...
인우 : 하고 싶어서, 재밌어 죽겠어서 일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데! 밥 먹자고 하고, 자식새끼 위해서 하고, 죽지 못해 하고,
사는 게 그런 거야. 니가 뭔데 하고 싶은 일 재밌는 일만 찾아?
혜리 : 넌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인우 : (멈칫하는)
혜리 : 너나 그렇게 살아! (울고 싶은 기분) 나한테 왜 이래!...
인우 : (버럭) 내가 쪽팔려 그래!
혜리 : (흠칫 보면)
인우 : 당신 뭔가 있는 줄 알았거든. 워크숍 빠지고 명품 사러 가는 검사, 남들은 또라이라 그래도 난 괜찮았거든.
싫은 거 안하고 하고 싶은 거만 하는 거처럼 보이지만, 마지막 자존심은 지키는 사람인 줄 알았거든.
혜리 : (뭐라 대꾸 못하고 보는) ...
인우 : 보여주겠다며? 검사로서 능력 없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려는 거, 그거 당신 자존심 아니었어?
혜리 : (생각 복잡해지는, 흔들려서 보는) ...
인우 : 그러니까 보여주고 가. 당신을 믿어준 나한테, 기회를 준 윤세준한테... 상처 입은 지민이한테 당신 자존심 보여줘.
혜리 : (고개 젓는) 다신 검찰청 근처도 가기 싫어.
인우 : (뚝 굳어지는) 모든 사람들 기억에, 쓸모없는 인간으로 남아도 괜찮아?
혜리 : (괴롭지만) 무슨 상관이야? 이젠 나하고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인데.
인우 : 그래?
혜리 : (괴롭지만 스스로에게 단속하듯) 그래! 그래 그래 그래!
인우 : (바로) 그럼 가.
혜리 : (씩씩대며 보다 벙한데)
인우 : (씁쓸하다는 표정으로 보는) 속았네, 내가...
혜리 : (그 표정과 속았다는 말에 자기도 모르게 덜컥하는)
인우 : (미련도 없다는 듯 휙 돌아서 가는)
혜리 : (갑자기 팽팽하던 줄 확 놔버리고 가는 인우 벙해서 보는)
인우 : (뒤도 안 돌아보고 간다)
혜리 : (찝찝하고 당혹스런) 뭐야... 기분만 나쁘게 하고... (보고 섰는)
S#3. 공항 주차장
정말 화난 사람처럼 성큼 성큼 자기 차로 오는 인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차에 타서 그대로 붕- 출발해서 가버린다.
S#4. 비행기 안
탑승객들로 어수선한 비행기 안.
들어오는 혜리, 승무원 안내 받아 비즈니스 클래스 창가 자리에 가서 앉는다. 앉자마자 안대 꺼내서 하고 등 기댄다.
비즈니스 클래스 지나쳐서 이코노믹 클래스로 가는 승객들 때문에 소음 들리자 안대 탁 내리는 혜리.
혜리 : (승무원에게) 수면제 있죠?
S#5. 하늘을 나는 비행기
S#6 비행기 안 (꿈)
혜리, 전 씬의 자리에서 안대하고 고른 숨소리 내며 곤하게 잠들어 있는데 옆에서 훌쩍 훌쩍 우는 소리 들린다.
소리 의식한 듯 얼굴 근육 움직이는 혜리, 잠에서 깬 듯 안대 살짝 올리고 옆 쳐다본다.
지민, 무서운 듯 혜리 쪽으로 몸 오그리고 울고 있다.
혜리, 지민 보고 놀라 어?... 하다 지민 옆 보면 김윤식, 웃으며 지민 쳐다보고 앉아있다.
기겁해서 벌떡 일어나서 김윤식에게 손가락질하며 ‘야!-’ 소리 지르는 혜리.
S#7. 비행기 안 (꿈)
안대 쓴 채 야- 하며 벌떡 일어서다 짐칸에 머리 찧고 아- 하는 혜리.
출발 전에 짐칸 확인하고 다니던 승무원, 놀란 얼굴로 다가온다.
승무원 : 괜찮으세요?
혜리 : (얼른 안대 내리고 옆자리 확 쳐다보면, 아무도 없는 빈자리다)
승무원 : (다가와) 괜찮으세요? 꿈꾸셨어요?
혜리 : (아직 멍한, 옆 좌석 가리키며) 여기 지민이... (하다) 지금 어디에요?
승무원 : 곧 출발할 거니까요, 앉으셔서 좌석벨트 매주세요.
혜리 : 잠깐요! (얼른 가방 집어 들며) 나 내려요! (통로로 나가는데)
검사들 : (부장, 윤, 진, 채, 이검사. 앞좌석에서 일어나 막아서는) 내리지 마, 마검사. 제발 떠나줘!...
혜리 : (그들에게 막혀 어- 버둥대는)
S#8. 비행기 안 (현실)
안대 쓴 채 어- 버둥대며 벌떡 일어서다 짐칸에 머리 찧고 아- 하는 혜리.
출발 전에 짐칸 확인하고 다니던 승무원, 놀란 얼굴로 다가온다.
승무원 : 괜찮으세요?
혜리 : (얼른 안대 내리고 옆자리, 앞자리 쳐다보면, 아무도 없는 빈자리다)
승무원 : (다가와) 괜찮으세요? 꿈꾸셨어요?
혜리 : 지금 어디에요?
승무원 : 곧 출발할 거니까요, 앉으셔서 좌석벨트 매주세요.
혜리 : 잠깐요! (급하게 가방 집어 들며) 나 내려요! (후다닥 나가는)
S#9. 공항 앞
타박타박 걸어 나오는 혜리, 혹시나?... 주위 둘러보지만 인우 보이지 않는다.
혜리 : 와... 진짜 갔네? 기다려보지도 않고 가냐, 치사하게... (더 막막해진다) 아- 진짜 나한테 어쩌라고! 어쩌라고!
으씨! 으씨!... (씩씩) 나쁜 놈! 서인우!- (하다) 그래 좋아, 보여주겠어! 나도 한 머리 한다 이거야?...
(또 풀죽는) 아- 근데 뭘 어떻게, 뭐부터 해야 되지?...
[프래쉬 컷 4회 76씬에서]
부장 : 유지민이 엄마한테서, 검사 바꿔달라는 요청이 왔어.
혜리 :(현재) 맞다... 지민이네 가다가 토마토 맞았지...
강실장 : (저만치에서 혜리 지켜보고 있다)
S#10. 인우 사무실 옥상
난간에 팔 걸치고 기대서 생각에 잠겨있는 인우.
제니, 테이크 아웃 커피 두잔 들고 오다가 그런 인우 유심히 보며 다가온다.
제니 : (건네주는) 잠 깨라구, 진한거야.
인우 : (보는, 받으며) 뭐 하러 일찍 나왔어?
제니 : 강실장 전화 받았거든. 어떻게 됐어? (시계 보며) 가버린 거 아냐?
인우 : 올 거야.
제니 : (걱정스런) 마혜리 돌아오지 않으면 신동하 사건도 위험해 질 수 있어.
인우 : (올 거라고 믿는) 걱정 마, 내가 아는 한 마혜리.. 바닥까지 이기적이진 않아, 마지막 자존심은 있어.. (그러니까 올 거야)
제니 : (혜리에 대한 인우 감정의 미묘함 느끼는) 그렇게 확신하면 공항에서 기다려서 태워오지 그랬어? 놔두고 온 건 뭐야?
인우 : (변명) 버릇 나빠 질까봐.
제니 : 혹시나 기다렸다가 배신감 들까봐 아니구?
인우 : (무슨 뜻이야? 제니 보는)
제니 : (별 뜻 없는 것처럼 말하는) 너 지금 그래 보이는 거 알아? 올 거야, 가 아니라... 돌아와줬으면, 간절하고, 불안해 보여.
인우 : (내가?... 핸드폰 울린다. ‘강실장’ 보고 받는) 어떻게 됐어?... (잠시, 밝아지는) 내렸어?
제니 : (내렸어? 인우 보는데)
인우 : (안도감에 반가운) 그래서 지금 어디로 가고 있어?
S#11. 지민 집 앞
식당 문 쳐다보고 서있는 혜리, 아직 기척 없다. 오기는 왔지만 뾰족한 대책도 없이 왔다. 잠도 못자고 지치고 피곤하다.
시계 보고 시간 이른 듯 가게 앞 벤치에 앉는 혜리, 하품한다.
[시간 경과]
벤치에 앉은 채로 꾸벅꾸벅 조는 혜리.
지민모, 가게 안에서 움직이다가 혜리 본다. 청바지에 모자까지 눌러쓴 혜리 못 알아보고 누구지? 문 열고 나온다.
지민모 : 누구세요?
혜리 : (졸다 퍼뜩 깨는, 지민모 돌아보고 일어서며) 안녕하세요?
지민모 : (그제야 알아보는) 이 시간에 여긴 웬일이세요?
혜리 : 아 그게요, 제가 원래 어제 올려고 했는데요... (퍼뜩 생각난) 아차! 엄마 편지! 나중에 다시 올께요- (급히 뛰어가는)
지민모 : (벙해서 보는)
S#12. 혜리집 거실
인기척 없는 조용한 거실. 혜리, 살금살금 들어온다.
S#13. 혜리 방
이미 혜리 가출 사태 알려진 후.
애자, 침대에 걸터앉아 딸 편지 부여잡고 눈물 짜고 있고 상태, 화난 얼굴로 통화 중이다.
상태 : 벌써 비행기 뜬 게 있어? 언제, 어디 가는 거야?... (잠시) 일본?...
혜리 : (안 들키고 오려고 아래층에서 쌩 뛰어 올라오는)
애자 : (딸보고 놀라고 반가운) 어머! 혜리야! (벌떡 일어서는)
혜리 : (아버지 보고 헉! 굳는)
상태 : (순간 핸드폰 탁 닫는)
혜리 : (죽었구나... 확 기죽는데)
상태 : (되돌아 왔구나... 확인하는) 싸갖고 나간 짐 가방은 어딨어?
혜리 : (바로 정곡이라 변명 못하고) 가방은... 일본 갔다가 온대요...
상태 : (역시... 화 안내고) 확실히 갔다가 오는 거야?
애자 : (다가오며 의아한) 가방은 실어놓고 넌 비행기 안 탄 거야?
혜리 : 어 그게...
상태 : (퍼뜩) 너 검찰청에는 뭐라고 했어?
혜리 : (생각난, 으악! 손으로 입 막는)
상태 : (눈 커져) 왜?
혜리 : 저 출근해요! (급히 뒤돌아 1층으로 뛰어 내려가는)
애자 : 혜, 혜리야! (쫓아가려는데)
상태 : (잡으며) 냅둬! 출근한다잖아!
S#14 거리 + 윤검 차 안
운전하다 놀란 얼굴로 진검 쳐다보는 윤검.
윤검 : 그게 동영상으로 올라왔어?
진검 : 어제 사진 찍는 민원인들 있길래 혹시나 해서 아침에 검색해 봤거든요.
윤검 : 요즘 사람들 참... (하다) 어디 좀 보자. (차 세우려고 차선 바꾸는)
진검 : (윤검 반응에 멈칫) 지금요?
윤검 : (길 가에 잠시 차 세우느라 정신 쏠려있고)
진검 : (그런 윤검 마음에 걸리지만 말없이 핸드폰 디엠비 작동하는)
S#15. 검찰청 앞
헐레벌떡 뛰어오던 혜리, 멈칫 선다. 어제의 참사 현장에 토마토 자국 바닥에 있고
이검과 채검, 그 외 검찰청 직원 몇 명 둘러서서 얘기 중이다. 한눈에 봐도 자기 얘기 중이다.
채검 : (어제 현장 못 본 정임에게 설명해주는) 이 자리가 바로 어제 그 참사 현장 이에요.
정임 : 진짜 죽고 싶었겠다.
이검 : 여기 밟고 출근하기 힘들지... 보쌈 해 간 남자까지 있는데 나오겠어?
혜리 : (하하하 웃으며) 굿모닝 에브리바디~
모두 : (돌아보는, 혜리 보고 깜짝 놀라고)
혜리 : (미리) 네 네 네, 왔습니다! 가지가지 하는 마검사가 왔습니다!
모두 : (반응도 의외, 차림새도 의외인 혜리 벙해서 보는데)
혜리 : (바닥 자국 보며) 청소들을 안 해... 그럼 바빠서 먼저... (스쳐 지나가는)
채검 : 와... 계속 끝없이 나오네? 철판...
이검 : 선배는 저게 철판으로 보여요? 아- 난 마혜리 자꾸 저러니까 짠하네.
혜리, 애써 더 당당하게 걸어가는데 오토바이 택배 기사, 막 검찰청 들어간다.
무심히 보다가 어 어- 저기요! 하는데 이미 사라졌다.
얼른 뛰어가는 혜리, 청바지에 운동화(컨버스류)라 쌩 뛴다.
S#16. 로비 엘리베이터
막 타고 올라가는 배달원. 혜리, 얼른 옆에 오는 엘리베이터 탄다.
S#17. 공항 일각 (회상)
택배 코너 앞에서 ‘사직서’ 쓴 봉투 탁 놓는 혜리. 직원, 흠칫해서 쳐다본다.
S#18. 부장실
헐레벌떡 뛰어 들어오는 혜리. 부장, 한손에 뜯은 사직서 봉투 들고 사직서를 읽고 있다.
‘사직서 - 서울중부지방검찰청 형사5부 검사 마혜리, 검사직이 적성에 맞지 않음을 통감하여 사직합니다’
혜리(E) : 검사 마혜리, 검사직이 적성에 맞지 않음을 통감하여 사직합니다.
부장 : (본능적으로 반가운) 뭐 뭐 뭐 뭐여? 지 발로 떠난다고? (저절로 웃음 나오는) 오 마이 갓!...
혜리 : (헐레벌떡 들어오는) 부장님!
부장 : (혜리 보고 기겁, 얼른 사직서 책상 밑으로 감추는)
혜리 : (뭔가 봤다. 급한) 부장님, 방금 전에 택배, 뭐 받으셨죠?
부장 : (시침 뚝) 머머 먼 택배? (자기도 모르게 손에 힘주는, 부시럭 소리나는)
혜리 : (눈으로 보며) 그거요... 제가 보낸 거, 그거 제가 잘못 보낸 거거든요...
부장 : (딴청) 무슨 소린지 모르겠네.
혜리 : (눈치 챘다. 사정) 저... 비행기 탔다가 내렸어요...
부장 : (혜리 차림새 보는, 출근 차림새 아니다, 당황해 대꾸한다는게 전국팔도 다닌 탓에 사투리 섞여 나오는)
비, 비양기를 머땀시, 와 그랬는데!
혜리 : (자기 입으로 말하기 힘든 얘기) 토, 토마토를 으깬 토마토를 어제... (살짝 물기 어려) 못 보셨어요?...
부장 : (어쩔 줄 모르는 모습에 마음 약해지는, 사직서 든 손 달달 떨며 갈등하는)
S#19. 윤 검사실
모니터에 다음,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 여러 개 열려있고 윤검, 통화하고 있다.
윤검과 똑같이 모니터에 포털 사이트 열어놓고 윤검이 해결하는 순서대로 동영상 삭제 여부 확인하고 있는 우현,
포털 검색칸에 ‘토검’ 쳐서 확인하면 삭제된 동영상이라는 안내 문구 보인다.
윤검 : 네, 서울 중부지검 형사 5부, 윤세준 검삽니다... (잠시 듣고 있는)
우현 : 여기도 삭제 됐습니다.
윤검 : (우현 향해 끄덕이고 통화하는) 동영상 원본 올린 사람한테 당장 내리라고 하세요.
우현 : (검찰청 메신저에 로그인 되는 혜리 본다. 뜻밖인 듯) 검사님, 마검사님 출근했나봐요?
윤검 : (뜻밖인) 출근했어? (모니터 보면 ‘마혜리’ 로그인 되어있다)
S#20. 혜리 검사실
차계장과 정임, 안 보던 혜리 차림새 신기한 듯 보고 있는 차계장과 정임.
혜리 : (정임에게) 김윤식이 미국에서 근무했던 학교가 어딘지 좀 알아봐주시고 수사관님은 김윤식 주변 좀 탐문해 주세요.
다른 피해자 있는지요.
둘 : (네, 알겠습니다, 정도 대답하는)
윤검 : (문가에 쓱 나타나는)
혜리 : (보고 흠칫 놀라는)
윤검 : (나오라고 손가락으로 부르는)
S#21. 휴게실
마주 앉아있는 혜리와 윤검. 윤검, 혜리 앞에 이복례 자작 사진 놓여있다.
이복례 무고에 대해 설명들은 듯 사진에 손바닥 대보고 있다.
둘, 윤검 집 찾아간 후로 처음 얘기하는 자리라 어색하고 경직된 분위기.
혜리 : (자기 실수 확인에 무안, 자작극에 기막힌) 이럴 수도 있는 거네요...
윤검 : 마검사가 나유미씨 말에 귀 기울였으면 알아낼 수도 있었지.
혜리 : (기죽어) 자기 얼굴을 자기 손으로 이렇게 쎄게 때릴 수 있다는 생각을 어떻게 해요?
윤검 : 자기 기준, 생각, 가치관으로만 수사할 거면, 검사하지 말아야지!
혜리 : (할말 없는) ...
윤검 : 나유미씨는 마검사가 자기 억울함을 못 밝혀서 화가 난 게 아냐.
혜리 : 그럼요?
윤검 : 이복례를 때리지 않았다는 억울한 심정을 무시당해서 화난거지.
혜리 : (죽어도 한마디는 하는) ...일부러 무시한 건 아닌데...
윤검 : (일부러 냉정한) 나유미씨가 토마토 던진 건 심했지만, 마검 입장에서 억울할 건 없어.
혜리 : (서운한, 중얼거리듯) 그런 게 어딨어요, 심한 거면... 쪼금은 억울한 거죠...
윤검 : (단호한) 억울하면 나유미씨 고소해!
혜리 : 네?
윤검 : 마검사한테 토마토 부은 건 명백한 폭행이야. 더구나 공권력을 대리하는 검사를... 기소해서 재판 받게 해!
혜리 : (생각하다가) ...억울하긴 하지만 그렇다구... 제가 심한 것도 있긴 해요...
윤검 : (보다가) 나도 마찬가지야, 그 날은 내가 말이 좀 심했어.
혜리 : (뜻밖인 듯 보면)
윤검 : 사람들은 때로... 자기만의 어법으로 말할 수 밖에 없을 때가 있어.
혜리 : (의아한) 그게 무슨 뜻이에요?
윤검 : (용건 마쳤고 최소한의 사과도 했다. 사진 들고 일어서며) 우리 빈이는 마검사가 만든 쿠키를 더 좋아하드라.
혜리 : (따라 일어서며) 제가 만든 게 어떤 건지 어떻게 알구요?
윤검 : 찌그러진 거, 토낀지 곰인지 모르겠든데, 마검사가 만든 거 아냐?
혜리 : (뻥해서 보다가) 찌그러진 거? (안 믿기는) 그런 걸 좋아해요?
윤검 : 만들고 있는 사람 마음이 보인다나, 그러던데? (나가는)
혜리 : 만들고 있는 사람 마음이 보여? (하다 뭔가 떠오른 듯 반짝하는)
S#22. 검찰청 앞
급하게 통화하면서 계단 다다다 내려오는 혜리.
혜리 : 반죽만, 반죽만 해 놔. 알았지? 어... (핸드폰 끊는데)
인우(소리) : 오- 오늘 의상 좋은데?
혜리 : (멈칫 서서 쳐다보면)
인우 : (카디건 차림, 중간 기둥 정도에 팔짱 끼고 기대 서있다. 혜리 운동화 눈으로 가리키며) 역시 기동성은 운동화야.
혜리 : (놀라는) 어?
인우 : 안 갔네요? (손으로 비행기 날아가는 흉내 내는)
혜리 : (아직 벙해서보는, 어떻게 된 거지?)
인우 : (진심) 반갑네!
혜리 : (정신 든다. 확 다가가는) 당신 뭐야? 여기 왜, (약올라) 나 놀리러 왔어요?
인우 : 오늘 하루 기사 해줄려구, 아버지한테 아직 차 키 못 받았죠? 갑시다! (혜리 팔 덥썩 잡아 차로 끌고 가는)
혜리 : (갑자기 잡혀 어 어 끌려가다 버팅기며) 어딜 가요오-?
인우 : (턱짓 정도로 혜리 가리키며) 가는데! 마검 오늘 할일 많잖아요? 그래서 운동화 신고 나온 거 아닌가?
혜리 : 약 올려요? 그리고 참, 아까 공항엔 어떻게 알고 왔어요?
인우 : (다시 끌고 가며 별거 아닌듯) 뭘 그런 걸 물어보나? 당신도 사람, 나도 사람...
상대방 입장에서 1분만 생각하면 바로 답 나오는데.
혜리 : (뿌리치고 서며 모르겠는) 1분 생각하면 어떻게 답이 나와요?
인우 : 하다 하다 이번엔 검찰청 앞에서 토마토 세례 받아, 동영상 떠, 당장 관두고 싶은데 아버진 겁나고 독립해 살 자신은 없고.
이 나라 떠나 숨는 게 상책이지, 아버지 분노가 걱정으로 바뀔 때까지.
혜리 : (다 아네? 입 딱 벌어져서 보는)
인우 : 내가 지금 코 박고 죽을 접시에 물 받고 있는데, 책임감에 의리는 개뿔! (맞지? 보는)
혜리 : 그렇게 다 알면서 공항에선 왜 나한테, 왜 막 뭐라고 그랬어요?
인우 : 정말 떠나 버릴까봐. 비행기 밑으로 구름 보일 때쯤, 아니면 일본 땅에 내릴 때쯤,
아니다 이륙할 때쯤이면 후회할 게 뻔한데, 그 땐 이미 늦잖아, 돌아오기가.
혜리 : 후회할 게 뻔하다구? (니가 어떻게 알아?)
인우 : 후회했잖아, 그러니까 비행기에서 내렸지.
혜리 : (너무 잘 안다 싶은) 정말 그래서 그렇게 독하게 내 발목 잡았어요?
인우 : 나한테 발목 잡혔어요?
혜리 : 잡았잖아요? 그러니까 내가 지금 여기 있지.
인우 : 오호... 나한테 발목을 잡혔다! 그럼 당신 내껀가?
혜리 : (기겁) 무슨, 무슨 말을 못하겠네!
S#23. 거리 + 인우 차 안
운전하는 인우와 옆 좌석의 혜리. 혜리, 필요해서도 탔고 인우 분위기에 말려서도 탔지만 뚱한 상태.
인우 : 우선 어디로 모실까요?
혜리 : 집이요.
인우 : 집? 오케이! (차선 바꾸고)
혜리 : (퉁명) 이 시간에 왜 집에 가는지 안 묻나?
인우 : 이 시간에 어디에 왜 가시냐고 묻는 기사가 어딨나? 주인이 가자면 무조건 가는 거지, 지구 끝까지라도.
혜리 : (뺀질거리기는? 톡 쏘는) 지구 끝까지 가는 게 노예지 기산가?
인우 : 노예면 어떻고 기사면 어떻습니까? 돌아와 준 게 어딘데.
혜리 : (뭐? 쳐다보는)
인우 : (출발하며) 일단 성북동으로 모십니다-
혜리 : (속으로) 돌아와 준 게 어딘데?.... 자꾸 왜 이래?...
S#24. 혜리 집 주방
지난 번 보다 작은 그릇에 빵과 쿠키 해놓고 기다리고 있는 애자.
앞치마 한 혜리, 빈이 보여줬던 쿠키 모양 급하게 만들고 있다.
애자 : 그렇게 솜씨 없이, 나한테 다 만들어 놓으래지?
혜리 : 이렇게 생긴 걸 더 좋아한대. 그리고 이 정도는 해야지 내가 만든 거지, 안 그럼 완전 사기야?
애자 : 반죽까지 내가 다 해준 건?
혜리 : 그건... 요령! (오븐 트레이에 놓고) 엄마 이거 빨리 오븐에 넣어.
S#25. 분식집
아직 손님 없는 가게 안. 지민모, 뜻밖이라는 얼굴로 혜리가 내보이는 쿠키 바구니 보고 있다.
혜리 : 이거 진짜 제가 만든 거에요? (쿠키 하나 집어 들어 초콜릿으로 써놓은 ‘지민’ 보여주는) 지민이한테 주고 싶은데요...
지민모 : (당혹스런) 이러시면 제가 불편한데요.
혜리 : 솔직히요, 저 제가 왜 지민 어머니한테 밉보였는지 잘 몰랐었어요.
지민모 : (황당한) 네? (그걸 몰라?)
혜리 : (솔직한 심정) 정말 그런 마음은 없었거든요... 일부러 기분 나쁘시게 하려던 거나, 의심한다던가, 그런 마음이 진짜
아니었거든요? 저는 열심히 했던 건데, 이번에 진짜 잘해야 되는 처지였거든요.. 제 어법에 문제가 있나 봐요.. 그쵸?
지민모 : (계산 없이 속 드러내는 혜리 느껴지는, 뜻밖인 듯 보는데)
혜리 : (부장한테 들은 얘기하는) 제가 옷도 좀 점잖게는 안 입구요, 하는 짓도... 이쁘진 않은 거 같애요.
지민모 : (약간 누그러진) 그래서 오늘은 이렇게 입고 오신 거에요?
혜리 : (자기 차림새 보며) 이건 오늘 새벽에 비행기 탈려구요, 사표내고 떠나려고 했거든요...
근데 비행기에서 지민이 꿈을 꿔가지구요...
지민모 : (검사 바꿔달란 요구가 뭔가 일을 일으켰구나... 당황해서 혜리 보는)
지민 : (가게에 딸린 방에서 튿어진 인형 바지 들고 나오며) 엄마- 이거 찢어졌어. (혜리 보고 어? 하는)
혜리 : (과잉 친절 버렸다. 어색하게 손 흔들며) 안녕...
지민모 : (인형 옷보며 한 두 번이 아닌) 또 찢어졌어?
손님 둘 : (들어온다)
지민모 : 어서 오세요-
지민 : 엄마 이거어...
혜리 : (얼른) 제가 꼬메 줄까요?
지민모 : (의외) 검사님이요?
S#26. 지민 방 (저녁)
모녀가 사는 작은 방. 혜리, 인형 바지 꿰매고 있고
지민, 약간 떨어져 앉아서 양말 속에 넣은 인형 든 채 혜리 바느질 구경하고 있다. 쿠키 바구니도 놓여있다.
지민 옆에 놓인 인형 바구니에 인형 몇 개와 인형 옷들 들어있다. (아직 한마디도 나누지 않은 둘)
혜리 : (거의 다 꿰매고 가위로 실 끊으며) 하도 오랜만에 바늘 잡았드니... (살펴보며) 됐다. (내미는) 자!
지민 : (얼른 받아서 꿰맨데 확인하는)
혜리 : (뿌듯한) 이 언니도 잘하는 게 있긴 있단다.
지민 : (인형 바구니에서 튿어진 인형 옷 몇 개 더 꺼내서 내미는)
혜리 : 뭐야? (보다) 왜 이렇게 튿어진 옷들이 많아?
지민 : (양말에서 짧은 치마 입은 인형 쏙 빼는, 치마 밑으로 바지 입힌다)
혜리 : (? 보다가 다른 인형들 보면 팔 다리 드러나지 않게 두개씩 옷 입혔다) 애들한테 옷을 막 껴입혔네? 이제 봄인데 덥겠다?
지민 : (말없이 인형 옷 입히고)
혜리 : (지민 심리 느껴진다. 아... 순간 말문 막히는데 인형 바구니에서 발레리나 인형 본다. 반가운) 어머, 라라네?
(집어 들며) 나도 얘 있었는데!
지민 : (작게 처음으로 입 여는) 라라 아닌데... 보니에요.
혜리 : 보니야? 나는 라라였는데, 어머머 얘 그럼 라라 딸인가 부다? (보면 발레리나 짧은 치마 속에 청바지 입혀있다)
지민 : (딸? 혜리 얘기에 관심 보이는 눈빛으로 혜리 보는)
혜리 : 근데 얘는 발레리난데, 청바지를 입히면 춤을 어떻게 춰?
지민 : (좀 더 편해진) 치마가 짧아서...
혜리 : 그럼 긴 치마 옷 만들어 주까?
지민 : (정말? 반짝해서 혜리 보는)
혜리 : (둘러보며) 어디 보자... (인형 옷 바구니 뒤적뒤적하다가 자주색 공주 망토 집어 든다) 가위 어딨어?
[시간 경과]
망토를 치마 모양으로 잘라서 트인 부분 없게 바느질해서 만든 치마 인형에게 입히고 있는 혜리.
지민, 어느새 혜리가 만들어 온 쿠키 꺼내서 먹으며 보고 있다.
대강 시침질로 줄여놓은 치마허리 부분이 엉성해 보이자 자기 가방 뒤져서 머리띠 꺼낸다.
머리띠에 달린 코사주 떼어내 인형 치마허리에 장식처럼 고정시키는 혜리.
지민 : (혜리 리폼 솜씨에 점점 신기해서 아... 보는)
혜리 : (완성하고 내놓으며) 어때?
지민 : (신기한 듯 받아서 보는)
혜리 : (지민 또래 목소리 흉내) 지민 언니, 나 그동안 춤 못 춰서 심심해 죽을 뻔 했어. 춤출래.
지민 : (수줍게 웃는)
혜리 : (입으로 백조의 호수 라라라라~ 부르면서 인형 팔 움직여 춤추는 시늉)
지민 : 차이코프스키 20번 백조의 호수... (소리는 안 내고 라라라라 입 안에서 따라하며 인형 춤추게 한다)
혜리 : (인형 건네주고 일어나서 발레 시늉하며 턴 돌다가 삐끗 우당탕 넘어지고)
지민 : (그 모습에 까르르 웃음 터지는)
지민모 : (방문 살짝 열고 딸과 잘 놀고 있는 혜리 보는)
S#27. 분식집 앞 (저녁)
분식집 보이는 쪽으로 서있는 인우 차. 인우, 운전석에 앉아서 통화하고 있다.
인우 : 예, 잘 진행되고 있어요... (잠시) 걱정 마세요, 아버지... (잠시, 미소) 네... (핸드폰 끊는, 시계 보며) 오래 걸리네...
(분식집 쪽 보는데)
혜리 : (신나는 얼굴로 나온다)
인우 : (시동 걸려다 멈추고 혜리 보는)
혜리 : (너무 좋아 어쩔 줄 몰라 활짝 웃으며 뛰어온다)
인우 : (한눈에 일 잘된 게 느껴진다. 차창 열고 고개 내밀고 보는)
혜리 : (양손 흔들며) 대박! 대박! 대박! (마치 안아 달라고 달려오는 포즈)
인우 : (천진하고 귀엽다. 하하 웃다가 사이드 밀러로 웃고 있는 자기 표정 본다.
계산 없이 혜리를 예쁘게 보고 있던 자기 눈빛에 흠칫 놀라는, 당혹스런, 얼른 웃음기 거두며 심각해지는)
S#28. 거리 + 인우 차 안 (밤)
밤새 못 자고 하루 종일 돌아다닌 피로로 기진해서 앉아있는 혜리.
혜리 : 지민이 진술만 있으면 일단 김윤식 기소는 할 수 있어요.
인우 : 증거가 너무 부족하지 않나? 지민이 진술에만 매달려 있는 거에요?
혜리 : 김윤식 미국 행적도 알아보려고 근무했던 학교 어딘지 알아보고 있어요.
인우 : 미국 쪽 까지? 제법이시네요.
혜리 : 맞아요... 가끔 제법일 때 있어요.
인우 : (혜리 돌아보며 피식 웃고) 제법이신 검사님, 어디 가서 뭐 좀 먹읍시다?
혜리 : (그제야) 진짜, 우리 저녁 안 먹었죠?
인우 : 아무리 무료 봉사 기사라도 밥은 사줘야지, 쫄쫄 굶기냐?
혜리 : 오케이! 먹고 싶은 거 정해서 말해요. 내가 쏜다... (하품하는)
S#29. 혜리 집 앞 + 인우 차 안 (밤)
대문 앞에 와서 서는 인우 차. 인우, 혜리 쪽 돌아보면 혜리, 지쳐 떨어져서 깊게 잠들어 있다. 가늘게 코도 곤다.
피식 웃음 나는 인우, ‘마검’ 하며 혜리 팔 흔드는데 꿈쩍도 안한다.
[시간 경과]
대문 보이는 다른 쪽에 주차 돼 있는 인우 차.
작게 오디오 틀어놓고 생각에 잠겨있는 인우, 혜리 돌아본다. 등받이에 머리 기대면서 모자 비틀어져 불편해 보인다.
살짝 모자 벗겨주는 인우, 그 바람에 머리카락들 혜리 앞 얼굴에 흐트러져 내린다.
난감하게 보다가 조심스레 손가락으로 머리칼들 치워주던 인우, 손길 멈춘다.
흐트러진 머리카락들 때문에 더 피곤해 보이지만 해맑게 자고 있는 혜리 얼굴... 묘한 자책감 든다.
흔들리는 마음으로 보다가 다시 머리카락 손가락으로 가지런히 해주는 인우, 뭔가 생각난듯 카디건 벗는데, 안에 반팔 차림이다.
[시간경과]
목 뒤에 인우가 접거나 말아서 받쳐준 카디건 목 베개 덕분에 편하게 잠들어 있던 혜리,
어느 순간 집에서 편히 자고 일어난 사람처럼 눈뜬다. 응... 기지개까지 켜다가 차 안 인 것 느낀다.
정신 차리고 보면 인우, 운전석에서 잠들어있다. 밤 날씨에 반팔이 약간 추운 듯 팔짱 끼고 잠들어있는 인우.
혜리 : (어떻게 된 거야? 둘러보면 자기 집 앞이다) 우리 집이네?... (꼬르륵댄다. 얼른 배 잡는)
밥 먹으러 가기로 했으면 깨워야지...
인우 깨우려는데 인우, 가늘게 코곤다.
멈칫하는 혜리, 잠시 생각하다 조심히 몸 일으켜 차문 여는데 목 뒤에서 받치고 있던 인우의 카디건 툭 떨어진다.
‘이게 뭐야...’ 집어 들어 보던 혜리, 반팔 차림인 인우 본다.
[프래쉬 컷- 카디건 입고 있던 인우]
다시 잘 접혀진 카디건 보는 혜리, 예상 못했던 배려에 찡... 해진다.
혜리 : 가지가지 별거 다 하네?...
카디건 펼쳐서 인우 상반신 덮어주고 살짝 내린다. 종종종 대문으로 가는 혜리.
인우, 어느새 깨서 혜리 뒷모습 보고 있다.
S#30. 검찰청 외경 (다른 날)
S#31. 여성 아동 조사실 문
‘여성 아동 조사실’ 이라고 적힌 문.
S#32. 여성 아동 조사실
지민, 아동 상담사, 지민모 등 앉아있고 혜리, 지민 진술 받고 있다.
각각 남자 인형과 여자 인형 들고 있는 혜리와 지민, 진술 한참 진행 되고 있다.
혜리 : 원장 아저씨가 하자고 한 놀이가 얼음 땡이야? (자기도 아는 듯) 얼음! 하면 못 움직이는 거?
지민 : 땡! 해줘야 도망 갈 수 있어요...
혜리 : (끄덕이며) 그럼 아저씨가 얼음! 해서 지민이 못 움직이게 해놓고 어떻게 했는지 말해줄래?
S#33. 녹화실 모니터
화면으로 조사실 안에 앉아있는 혜리와 지민, 지민모와 상담사 보인다.
지민의 영상 진술 녹화하고 있는 차계장, 맘 안 좋은 눈으로 보고 있다.
S#34. 여성 아동 조사실
거의 영상 녹화 끝나고 있는 분위기.
혜리 : (조심스레 물어보는) 근데 말야... 아저씨한테 하지 말라고는 했어?
지민 : (혜리 보는)
혜리 : (어쩔 수 없이 물어봐서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나 만지지 마세요, 싫어요!... 왜 안했어?
지민 : (울듯) 했어요... 싫어요, 했어요...
혜리 : 싫다고 했더니... 아저씨가 뭐랬어?
지민 : ...바이올린 안 가르쳐 준댔어요...
혜리 : (울컥해서 지민 보는)
S#35. 부장실 (다른 날)
회의 테이블에 마주 앉아있는 부장과 혜리.
부장, 지민 사건 공소장 읽어보고 있다. 긴장한 얼굴로 보고 있는 혜리.
(죄명: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13세미만미성년자강간 등)’
부장 : (다 읽은 듯 덮으며, 한숨처럼) 참 내 기가 막혀서...
혜리 : (덜컥해서) 제가 뭐 잘못 썼어요?
부장 : (기막힌 심정) 마혜리가 제대로 된 공소장을 다 쓰고 말야...
혜리 : (단순하다) 제대로 썼어요? 그럼 재판에서 이기겠네요?
부장 : 공판 검사가 제대로 하면 이기겠지.
혜리 : 부장님, 이 사건은 제가 직관하게 해주세요.
부장 : (뜻밖인) 뭐? 마검이 재판까지 하겠다고?
혜리 : 성범죄 사건은 수사 검사가 재판까지 많이 하잖아요.
부장 : 그렇긴 하지만... 마검, 자네 성범죄, 특히 애들 상대로 성범죄 저지르는 사내새끼들이 얼마나 뻔뻔한지 아냐?
혜리 : 알죠? 김윤식 진짜, 레슨 학생이 일찍 안 왔으면 지민이 완전히 성폭행 당하는 거였어요.
(분노) 얼굴 가죽을 확 벗겨버리고 싶어요.
부장 : 어떻게?
혜리 : 네?
부장 : 이번 사건처럼 구체적인 성폭행 증거 없이, 피해자 진술만 있을 때 피의자 들이 어떻게 해?
백프로 진술조서에 부동의 할 거 아냐? 그럼 어떻게 되는지 알지?
혜리 : ...지민이가 재판정에 나와서 직접 증언해야죠...
부장 : 그거 컨트럴 하기가 쉬운 줄 알아? 공판 경험도 없이.
혜리 : 그래서 더 제가 해야 돼요. 지민이가 워낙 낯을 가려서, 공판 검사는 지민이 대하기 더 어려워요.
부장 : 그렇긴 한데...
혜리 : 지민엄마가 저한테 꼭 김윤식이놈 꼭 잡아 달라고 부탁했어요. 저도 지민이한테 약속했구요.
부장 : (잠시... 옆에 놓인 기록 몇 개 밀어주며, 허락의 의미) 이거 하는 거 보고. 자네가 당직 때 영장 내준 사건이야.
혜리 : 전 지민이 재판 준비할려면 바쁜데요?
부장 : 야 야, 다른 검사들은 한달에 1, 2백건씩 하는데, 미제 쌓여 난리야! 이게 다 누구 때문인지 알어?
혜리 : (얼른 기록 당기며) 하겠습니다! (맨 윗 장에 ‘신동하’ 이름 보인다)
S#36. 화원
프리지아로 꽃다발 만들고 있는 신정남. 인우, 그 앞에 서있다.
한쪽 선반에 사각모 쓴 신동하 졸업사진 액자 놓여있다.
신정남 : (만들면서 초조한) 변호사님, 오늘 우리 동하 검찰 조사받는 날인데...
인우 : 걱정되세요?
신정남 : 아 그럼요? 사람 도와주다 누명 쓴 걸로 모자라 그거 때문에 전과자 되면 교사도 못되고 인생 망치는 거잖아요...
잠이 안와요.
인우 : (담담하지만 확신을 주는 어조) 저한테 맡기셨으면, 믿고 기다리세요.
신정남 : (보다가) 예, 알겠습니다... (다 된 꽃다발 주는) 여깄습니다.
인우 : (받아드는)
S#37. 강가
꽃다발 들고 강가로 걸어오는 인우, 어느 지점에 이르자 멈춰 선다.
꽃다발 강가에 놓고 애잔한 눈빛으로 강물 바라보는 인우... 여느 때의 그에게서 볼 수 없는 고통스럽고 아픈 눈빛으로 변한다.
S#38. 혜리 검사실 (5시-6시경)
구속복 차림으로 혜리 앞에 앉아있는 신동하.
많이 읽은 듯 넘기는 부분 불룩한 기록과 그 옆에 간단히 요약 메모해 놓은 다이어 리 놓여있다.
‘새벽 1시 30분, 어깨 부딪힘, 신동하 먼저 주먹 날리고... 쇠파이프 집어 이웅철 때리고, 순찰 중인 경찰 출동으로 연행...’ 등
메모 내용에 맞게 프래쉬 컷으로 당시 상황 짧게 보여 진다.
[프래쉬 컷]
- 주택 공사장 앞. 걸어가던 이웅철, 비틀거리며 오던 신동하와 어깨 부딪힌다.
- 뭐야! 하며 이웅철에게 주먹 날리는 신동하.
- 쇠파이프 집어 들고 달려드는 신동하.
혜리 : 신동하씨, 심야에 고소인 이웅철씨와 우연한 시비 끝에 쇠파이프로 폭행, 전치 7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구속 되셨죠?
신동하 : 때리긴 했지만, 시비로 그런게 아니라 여자를 구하려다 그런거라니까요?
S#39. 몽타주
- 골목길(밤).
약간 취기어려서 걸어가던 신동하, 골목길에서 여자 비명소리 들린다.
동하(E) : 지나가는데 여자 비명소리가 들려서 가봤더니,
- 골목길(밤).
어둠 속에서 이웅철(22), 한 손으로 송미연(24, 안경 쓴) 입 막고 다른 손으로 엉덩이 정도 더듬고 있다.
여자, 입 막은 이웅철 손 떼내려고 하고.
동하(E) : 그 놈이 어떤 여잘 추행하고 있었어요.
- 골목길(밤).
이웅철 한대 팍 때리는 신동하, 이웅철 비틀하면서 손으로 여자 안경 건드려서 안경 떨어진다.
순간 여자 손잡고 ‘뛰어요’ 하고 뛰면서 안경 밟는 동하.
동하(E) : 모른 척 할 수가 없어서 도와줬어요.
- 다른 골목길 (밤).
정신없이 뛰는 신동하와 송미연(안경 없다), 쫓아오는 기척 없자 멈추는데
갑자기 웅철과 남자1,2가 옆길에서 함께 나타난다. ‘저깄다!’ 소리치며 쫓아오고.
기겁해서 다시 달리는 동하와 미연, 골목길에서 서로 다른 길로 간다.
동하(E) : 갑자기 두 놈이 더 나타나서 쫓아오는 거에요.
- 주택 공사장(밤).
세 명에게 구타당하는 동하, 맞고 넘어지면서 공사장에 뒹구는 쇠파이프 들고 일어선다.
겁에 질려 눈 질끈 감고 마구 쇠파이프 휘두르는 동하.
동하(E) : 혼자 맞다가, 얼결에 옆에 있던 파이프 휘두른 거에요.
경찰 사이렌소리 들린다. 그제야 눈 뜨고 보면 머리에 피 흘리며 뒹구는 이웅철. 남자 1,2 어느새 없어졌다.
S#40. 혜리 검사실
신동하 조사하고 있는 혜리. 혜리, 신동하 말 믿기 힘든 상황이다.
혜리 : 신동하씨가 구해줬다는 그 여자 이름도, 어디 사는지도 모른다면서요? 인상착의도 기억 못하구요.
동하 : 처음 본 여자고 서로 말 할 틈도 없었어요. 안경을 썼던거 같기도 하고...
혜리 : 구해준 여자도 모르는 여자고, 남자 둘은 나타났다 사라지고... 신동하씨 진술 확인해줄 목격자도 없는데...
인우 : (들어오는) 안녕하십니까?
차계 : (보는, 얼굴 알아보는) 어? 지난 번에, (일어서며) 검사님 지금 조사 중이시라,
동하 : (돌아보는, 반가운) 변호사님!
혜리 : (놀라 신동하 보고 인우 보는)
인우 : 안녕하십니까? 검사님. 신동하 피의자 변호인으로 왔습니다. (변호사 선임계 내미는) 변호사 선임곕니다.
혜리 : (보고 놀라는)
S#41. 휴게실
마주 앉아서 얘기하고 있는 혜리와 인우. 인우, 공적인 일로 만나는 자리라 깍듯하게 예의 갖춰 말하는 분위기.
혜리 : (신기한) 아니 어떻게 내가 맡은 사건 변호를 또 맡을 수가 있어요?
인우 : 그러게요. 사건 많이 하시는 검사님도 아닌데요.
혜리 : (약간 호들갑) 내 말이, 내 말이... 진짜 신기하다.
인우 : (공식적, 사무적) 검사님.
혜리 : (어? 하다) 참, 우리 지금 공식적인 업무 중인거죠? (표정 수습하는)
인우 : 신동하 조사해보니까 어때요?
[시간경과]
혜리 : (황당한) 신동하 주장이 다 사실이라구요?
인우 : 이웅철에게 성추행 당하는 여자를 구하려다 그렇게 된 겁니다.
혜리 : 증거 있어요?
인우 : 찾고 있는데 시간이 더 필요해요. 그래서 구속 기간을 연장해 주셨으면 합니다.
혜리 : (황당한) 이 정도 폭행 사건 갖고 구속 기간 연장 신청을 하라구요?
이번 사건, 내가 영장 친 사건이라 얼마나 꼼꼼히 검토 했는지 알아요?
인우 : 신동하 말을 안 믿는군요.
혜리 : 성추행 당했다는 피해자도 목격자도 없고, 한명이던 남자가 세 명으로 늘어서 쫓아왔다가
경찰이 나타났을 땐 두 명은 없어졌대요. 말이 돼요?
인우 : 그러니까 증거를 찾아야죠.
혜리 : 어떤 증거를 찾겠다는 거에요? 경찰 조사에서도 못 찾은 증거를.
인우 : 신동하가 구해준 여자든, 현장 목격자든,
(강조하는) 이웅철이 추행범이고 신동하 폭행이 정당방위였다는 걸 밝혀줄 증거요.
혜리 : (난감한) 그 정도 이유로 구속기간을 연장해줄 순 없어요.
인우 : (툭 던지듯) 후회하실 텐데.
혜리 : (됐다는) 이번 구속기간까지는 기다려 줄께요, 그 안에 증거 찾아 와요. (일어나 나가려는데)
인우 : 내기 할래요? 내가 증거 찾는지 못 찾는지.
혜리 : (돌아보는)
S#42. 인우 사무실
소파에 앉아있는 강 실장과 인우. 탁자에 부러진 여자 안경테와 깨진 안경 알 조각 몇 개 들어있는 비닐봉지와
서울 중천구 소재 안경점 리스트 적힌 파일도 있다.
인우 : 어디서 찾았어?
강실장 : 중천구 상미동 안경점에서 사건 이틀 뒤에 와서 안경 맞췄대요.
인우 : (비닐봉지 속 안경 가리키며) 이 안경 주인 확실 해?
강실장 : 예, 이 안경도 그 집에서 한 거랍니다. (메모지 주며) 연락처하고 주솝니다.
인우 : (메모지 받아보는)
[인서트- ‘송미연, 010-1718-****. 서울 중천구 상미동 157번지’]
강실장 : 그리고 여기... (거리에서 몰래 찍은 여자 스냅 사진 내미는)
인우 : (의미 있게 보는)
S#43. 검찰청 외경 (다른 날)
S#44. 혜리 검사실
법복 입고 머리도 묶은 혜리, 거울 보고 ‘아 에 이 오 우’ 하고 있다. 떨리는 듯 후... 하는데 정임, 서류봉투 들고 들어온다.
정임 : (서류봉투 건네며) 검사님, 검사님 앞으로 온 거에요.
혜리 : 저한테요? (받아서 보면 ‘마혜리 검사님’ 만 써있고 발신인 없다. 봉투 열어 보면 영어로 작성된 김윤식 근무 당시
교장의 진술서와 재직증명서, 성범죄로 수사 받았던 수사 기록 나온다) 이게 뭐야?... (읽다가 헉 놀라는) 어머!
차계 : 왜 그러세요?
혜리 : (정임 보는) 이거 어디서 온 거래요? 미국에서 온 거래요?
정임 : (멀뚱) 아뇨, 퀵으로 온 거래요.
S#45. 인우 사무실
거울 앞에서 슈트 매무새 매만지고 있는 인우. 제니, 들어온다.
제니 : 니가 첫 재판 들어가는 검사 같다.
인우 : 보냈어?
제니 : 지금쯤 보고 있을 거 같은데?
인우 : 잘 해내야 할 텐데, 마혜리.
제니 : 해낼 거야.
인우 : (돌아보는) 해낼 거야? 니가 걸 어떻게 알아?
제니 : 그게 니가 원하는 거잖아, 그러니까 그렇게 돼야지. 아니면 내가 여기까지 따라와서 고생한 보람이 없잖아.
인우 : 빚지는 거 싫은데... (고맙다는, 손 내밀면)
제니 : (잡아주며) 미 투.
S#46. 법원 외경
S#47. 재판정
판사석에 앉아있는 판사 셋. 피고인석에 김윤식과 변호인, 검사석에 혜리,
방청석에 법조 출입 기자들과 인우, 지민모와 지민 등 앉아있다.
좌배석 판사 고서영, 갸웃하며 혜리 보고 있다. 메모지에 ‘마혜리..’ 써 있고 그 옆에 ‘그 마혜리?’ 쓰는 고서영.
재판장 : (피고인석 보며) 피고인, 피해자 진술조서에 부동의 하셨죠? 지난 번 의견 번복 없습니까?
변호 : 네.
재판장 : 그럼 검사 측 증인 신문하겠습니다. (혜리 보며) 준비 됐어요?
혜리 : 네, 준비 됐습니다.
재판장 : 그럼 피고인과 방청객은 퇴정토록 하고 증인 신문 시작하세요.
[시간 경과]
증인석에 혜리가 리폼해 준 인형 안고 앉아있는 지민, 낯선 분위기에 굳어있다.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는 지민모, 혜리 역시 첫 재판이라 긴장해 있다.
혜리 : 지민아, 엄마가 늦게 오신다고 했을 때 원장님이 뭐라고 하셨어?
지민 : (불안하게 혜리 쳐다보는)
S#47-1. 방청실
모니터로 재판 상황 중계되고 있다. 증언대는 모니터 화면에 잡히지 않고 지민이 목소리만 들림.
긴장해서 보고 있는 인우와 법조 출입기자들
혜리 : 원장아저씨가 퍼즐 놀이 하자 그랬지? 그래서 원장실로 들어갔지?
지민 : ...네...
변호인 : (크게) 이의 있습니다! 지금 검사는 증언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지민 : (변호인 나서자 움찔 놀라는)
혜리 : 영상녹화진술에서 지민이가 했던 말을 다시 확인하려는 겁니다.
재판장 : 검사 측 계속 하세요.
혜리 : (다시 지민 보며) 지민아, 원장실 들어가서는 뭐했어?
지민 : (아저씨들 등장에 겁먹었다. 고개 푹 숙이고 있고)
혜리 : (약간 당황해) 지민아.
지민 : (그대로) ...
혜리 : 지민아?
지민 : (혜리 힐긋 봤다가 얼른 다시 고개 숙이고 인형만 만지고 있고)
혜리 : (당황하는) ...
[방청실 - 방청객들 약간 웅성거리고, 걱정스런 인우]
인우 : (아... 걱정스럽게 보는)
혜리 : (다가가서 작게) 지민아, 왜 그래? 언니 봐봐.
지민 : (꼼짝도 하지 않는다) ...
혜리 : (진땀난다. 난감해서 어쩔 줄 모르는데)
재판장 : 검사, 계속 할 수 있겠어요?
혜리 : 네? 네, 네! 할 수 있습니다... (순간 어떡하나?... 하다 지민이 만지작거리는 인형 옷 본다.
갑자기 퍼뜩 떠오른 듯 지민 보이는 앞으로 가서 법복 벗으 며 ‘라라라라~’ 백조의 호수 부른다)
지민 : (멈칫 반응 보인다)
[방청실 - 방청객들 “왜 저래? 뭐하는 거야?” 수군거리고]
지민 : (눈 앞의 움직임에 관심 가는 듯 고개 들어 혜리 보면)
혜리 : (계속 허밍하며 벗은 법복 허리에 묶고 가슴에 달았던 코사주로 허리 고정 시키며) 지민아, 이 노래가 뭐지?
(묶었던 머리도 푼다)
지민 : (언니가 뭐하는 거야? 혜리 보는)
혜리 : (백조의 호수 부르며 어설픈 발레 추는) 따라라라 라라라~
변호인 : (별 짓 다 하는 구나 콧방귀)
혜리 : (재판장 가운데서 터닝하면서 삐끗하는) 에고...
지민 : (픽 웃더니) 차이코프스키 20번 백조의 호수.
혜리 : (얼른 다가오며) 그래! 백조의 호수! 너 이거 바이올린으로 잘 켜지?
지민 : (끄덕이는)
[방청실 - 기자들 특이한 행동에 수첩에 메모하거나 넷북으로 기사 치고 인우 관심 있게 보는, 웃음도 나고]
혜리 : 맞다, 지민이 바이올린 배우러 다녔지?
지민 : (혜리에게 집중해 있다) 네.
혜리 : (편하게 대화하듯이) 요즘도 다녀?
지민 : 안 다녀요...
혜리 : 왜 안 다녀? 지민이 꿈이 바이올리니스트라면서.
지민 : ...아프게 해서요...
혜리 : (별일 아닌 듯) 아프게 했어? 누가?
지민 : 원장님이요...
재판장 : (유심히 보는)
혜리 : (차분하게) 원장님이 어떻게 아프게 했는지 말해 줄래?
지민 : (다시 눈빛 흔들리는)
[시간경과]
여전히 인형 차림새로 지민에게 증언 유도하고 있는 혜리.
혜리 : 원장님이 얼음! 하면 지민이는 못 움직이는 거지? 그런 다음 어떻게 했어?
지민 : (말하기 싫은 듯 망설이는)
혜리 : (잠시 보다가) 자 지민아, 언니 봐? (몇 걸음 뛰어가서) 얼음! (하며 딱 멈추고 움직이지 않는다)
지민 : (당황해서 보다가) 땡!
혜리 : (일부러 움직이지 않고 있다)
지민 : (애타는) 땡 했어! 빨리 도망가!
혜리 : (그대로 있고)
지민 : (간절한) 땡 땡 땡!
혜리 : (가슴 아픈, 물기 어린 채 버티다가)
지민 : (울먹이며 터진다) 빨리 도망 가! 얼음하고 있으면 나쁜 짓 해! 아파!
혜리 : (그대로 선채) 지민인 왜 계속 얼음하고 있었어?
지민 : (그때 들었던 말들 쏟아내는) 땡 해주기 전에 움직이면 바이올린 못 배워!
움직이지 마! 가만있어! 엄마한테 돈 다 받을 거야!
지민모 : (울컥해 울음 터뜨린다)
판사 : (확실히 알겠다는 듯 끄덕이는)
변호사 : (졌다는 듯 착잡하게 시선 내리고)
[방청실 - 방청객 충격에 웅성이고, 인우 지켜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
[시간 경과]
의견 제시하는 혜리. 김윤식과 방청객들 자리하고, 지민과 지민모는 퇴정한 상태.
혜리 : 피고인측 주장대로 어린이의 상상력은 무한합니다, 특히 유지민처럼 일곱살 여자아이의 상상력은 정말 상상 초월입니다.
하지만, 경험해 보지 못한 (강조하는) 성폭력의 고통, 두려움, 공포와 충격은... 일곱 살 아이가 상상할 수 없습니다.
좀 전에 지민이가 뱉어낸 울음 속의 공포를 떠올려 주십시요. 그게 연기로 보이십니까?
증거는 지민이와 김윤식, 두 사람의 기억 속에만 있습니다. 피고인은 기억만 가지고 있지만, 지민이는 기억만이 아니라
저 작은 가슴 속을 꽉 채운 상처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검사석으로 가며) 그리고 또 하나...
(인우가 보낸 서류들 집어 들어 보이며) 재판 들어오기 직전에 받은 자료들입니다.
피고인은 8년 전, 미국 제이슨 아카데미에서 음악교사로 근무하다가 학생 성추행 혐의로 사직했습니다.
모두 : (웅성거리고)
혜리 : (두 장 들어 보이는) 피고인이 근무했던 제이슨 아카데미 재직증명서와, 당시 교장이 김윤식의 사직 사유를 써준
진술서구요 (다른 종이 들어 보이며) 이건 그 당시 경찰 조사 받았던 수사 기록입니다. 참고자료로 제출하겠습니다.
그 때도 증거가 명확하지 않은 관계로, 김윤식이 학교를 그만 두고 떠나는 걸로 학교 측과 합의했습니다.
그리고 그 해 한국으로 귀국했습니다.
변호사, 김윤식 : (고개 푹 떨구는)
인우 : (힘겨운 고비 넘긴 혜리 안도의 눈으로 보는)
S#48. 법원 복도
뿌듯한 얼굴로 지민 키에 맞춰 몸 숙이고 인사하고 있는 혜리. 지민모, 보고 서있고.
서영, 저만치에서 혜리 살피며 보고 서있다.
혜리 : 오늘 정말 잘했어.
지민 : (갑자기 혜리 목 끌어안는)
혜리 : (이런 경험 처음이다. 당황해서 멈칫했다가 지민 안아주는데 울컥 찡한 감정 올라온다)
S#49. 법원 앞
나오는 혜리, 기자들 다가온다. 카메라 플래시도 터지고.
기자 : 오늘 재판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주 미인이신데요 한 말씀 해주시죠.
혜리 : 제가 미인이라서 재판이 인상적이라는 말씀이신가요?
기자 : 예? 아이구 아닙니다.
혜리 : 그럼 뭐가 인상적이세요? 검사가 피고인 잡는 재판 처음 보셨어요? 우리 선배들 날마다 하는 일인데요.
기자 : 재판정에서 쇼까지 하는 검사님은 흔치 않죠.
혜리 : 쇼가 아니라 피해자와의 대화라고 해주실래요?
기자 : 어린이 눈높이에 맞추셨다... (열심히 수첩에 적고)
S#50. 검찰청 일각
법복 차림으로 으쓱거리며 날아갈 듯 걸어오는 혜리. 인우, 저만치 기둥 정도에 팔짱 끼고 기대서 혜리 보고 있다.
혜리 : (신난) 첫 사건에 직관으로 재판까지 확실히 해냈지? 그럼 아빠 해결됐고, 자존심 해결 됐고...
(뭔가 생각났다. 벼르는 표정으로 더 후다닥 가는)
인우 : (혜리 뒷모습 본다. 이제 검사로 자리는 잡았다. 계획대로 간다...)
S#51. 화장실 앞
화장실에서 나오던 윤검, 법복 차림으로 바로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혜리 앞으로 톡 튀어나와 막아선다.
윤검 : (기겁해 놀라) 깜짝이야!
혜리 : (아랑곳없이) 들으셨어요?
윤검 : 듣기는 뭘, (하다 황당한) 왜 항상 하필 여기서 기다리지?
혜리 : (자기 말만 하는) 저 제대로 했어요.
윤검 : (그제야 법복 눈에 띄는) 재판 잘 했나?
혜리 : 네! (강조하는) 일이나!... (눌렀던 서운함 살짝 올라오는) 제대로 했다구요.
윤검 : (벙해서 보다가 기억 떠올리는)
[4회 72씬에서... ‘일이나 제대로 해!’ 하던 자신]
윤검 : (아... 혜리 보는데)
혜리 : (해놓고 보니 좀 뻘쭘하다. 고개 숙여 인사) 그럼 가보겠습니다. (돌아서 쪼르르 가는)
윤검 : (휙 바람처럼 한방 먹이고 가버리는 혜리 뒷모습 보는)
혜리 : (가면서 혼잣말) 그래, 내가 똥 닦아 달라는 여잔 절대 아니지.
우현 : (화장실에서 나오는) 마검사님 왜 저렇게 해대고 가신대요?
S#52. 혜리의 집 (저녁)
식탁에 앉아있는 세 식구.
혜리 : 그러니까 이제 차키! 하고 카드 주세요!
상태 : 아직 판결도 안 나왔는데 누구 맘대로 차키 카드 달래?
혜리 : (옆에서 출력해 놓은 인터넷 신문 기사 탁 내밀며) 이거 보세요.
(‘열정의 여검사’ ‘온 몸 던진 열정으로 진술 이끌어 낸 여검사’ 등 인터넷 기사들, 법복 입은 혜리 사진 실려 있다)
애자 : 이거 너 아니니?
혜리 : 아까 재판 끝내고 나오면서 인터뷰 한 거야.
상태 : (솔깃해서 읽는, 사진 속 딸과 실제 딸 한번씩 번갈아 보고 다시 읽는)
S#53. 몽타주
- 모니터. ‘신세대 검사는 달라요’ 라는 제목 클릭 하는 손.
- 부장실. 지면 신문 읽고 있는 부장, ‘증거 없는 사건도 포기하지 말라는 선배들 가르침 되새겨’ 등 혜리 인터뷰 문구 보인다.
‘자식이 말은 또 잘해요...’ 흐뭇한 부장.
- 인우 사무실 모니터. 인터넷 기사 보는 인우.
- 부장실. 배당하고 있는 부장. 마혜리 앞에 제법 두꺼운 기록 놓는다.
- 복도. 제일 끝에서 수레 끌고 나오는 정임, 제법 기록 양 많아졌다.
- 혜리 검사실. 수레에 실린 배당 보는 혜리, ‘와- 드디어 제대로 배당 받는 거야?’ 좋아하고.
S#54. 중정 공원
커피잔 들고 벤치에 앉아서 얘기하는 여직원들.
여1 : 마혜리 완전 기 살았다며?
여2 : 살기만 한 정도가 아니라, 인기 스타 됐지.
여1 : 세상 참 불공평 해. 하느님이 있니? 없니?
여3 : 얼마나 가겠냐? 한번 금간 바가지 테이프로 붙여봤자지.
S#55. 혜리 검사실
모니터에 공소장 파일 떠있고 신동하 사건 공소장 떠있다.
혜리 : 이실무관, 신동하 사건 공소장 다 됐어요.
정임 : 네, 알겠습니다.
혜리 : (기지개 쭉 하다가 멈칫하는)
인우(E) : 구속 기간을 연장해 주셨으면 합니다.
혜리 : (잠시 생각하다가 핸드폰 들고 일어서는데)
정임 : (메신저 보고) 검사님, 부장님이 저녁에 회식하신답니다. 참석 여부 통보하랍니다.
혜리 : 오늘 저녁? (나가며) 아- 이렇게 예고를 안 하시면 곤란한데?...
S#56. 인우 사무실 / 휴게실
핸드폰 받고 있는 인우.
인우 : 신동하 사건 증거요?... 아직 못 찾았는데. 왜요?
혜리 : (약간 미안한) 좀 전에 신동하 사건 공소장 써서 넘겼거든요.
인우 : 그래요?... 유감이네...
혜리 : 내가 보기엔 그 사건, 증거 못 찾아요. 증거가 없는데 어떻게 찾아?
인우 : (피식 웃고) 위로는 됐고, 대신 저녁이나 사시죠. 저녁 빚진거 있지 않나?
혜리 : 저녁?... (하는데)
우현 : (들어온다, 혜리 보고 인사하는)
혜리 : (핸드폰 한손으로 막고 슬쩍) 윤검사님 저녁에 회식 가신대요?
우현 : 잘 모르겠는데요? (서가로 가고)
혜리 : 그래요... (핸드폰 다시 하려는데)
우현 : (생각난 듯) 검사님, 우리 윤검사님 오해하지 마세요.
혜리 : 네?
우현 : 표현을 안 해서 그렇지 마검사님 걱정 많이 하세요.
토마토 동영상요, 그것도 출근하자마자 포털 마다 전화해서 싹 내려주셨잖아요.
혜리(E) : (놀라) 그 동영상 윤선배가 없애준 거에요?
인우 : (핸드폰으로 들린다. 기분 묘하고)
우현 : (생색 내고 싶은) 저도 같이 했어요.
혜리 : 진짜 진짜 진짜 윤선배님이 해준거에요? 진짜! (대답 안 기다리고 등 돌리고 핸드폰 든 손 가슴에 모으며) 어머 어떡해?
혜리(E) : (더 또렷이 들리는) 어떡해...
인우 : (핸드폰 내리는)
S#57. 삼겹살 집 (저녁)
불판 위에서 타고 있는 삼겹살. 부장, 폭탄주 제조하고 있다.
부장, 행주 깔린 작은 쟁반에 폭탄주 두잔 놓고 혜리에게 한잔 건넨다.
부장 : 자, 마검사.
혜리 : (받고 기다리는)
부장 : (폭탄사하는) 남들은 당연하게 하는 사건을 참 오랜만에 하나, 어렵고 어렵게 맡아서 겨우 겨우,
혜리 : (무안해서 입 나오는, 윤검 보는)
윤검 : (무심히 있고)
부장 : 해결하고 면피하는가 싶더니, 재판에서 한방에 능력자로 거듭난 우리 마혜리 검사...
(혜리 정색하고 보며) 이제부터 시작이다? 우린 아직 너를 믿지 않아. (내밀면)
혜리 : (쨍하며)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저도 저 믿으시면 부담스러워요.
부장 : (쨍하고 마시려다 멈칫)
혜리 : (쭉 마시는, 머리에 빈잔 쏟아 보이고 폭탄주 삼발이 딸랑딸랑하고)
부장 : (얼른 마시고, 이후 혜리와 동시에 딸랑딸랑까지)
진검 : 축하해 마검. 고비 넘기고 질긴 생명력으로 살아남았네.
혜리 : 사랑의 힘이죠. (히히 웃고)
S#58. 포장마차 (저녁)
술 마시고 있는 인우와 신정남. 빈 소주병 한 병 놓여있고 두 번째 소주병 반 이상 비어있다. 거의 신정남 혼자 마신 분위기.
신정남 : 약한 사람 지나치지 말고 도와줘라... 반듯하게 키운 게 화가 나고 후회돼서 죽겠습니다.
인우 : 아드님 그렇게 키우셨어요?
신정남 : 모르는 여자가 무슨 일을 당하든 말든 모른 척 했으면 이렇게 억울한 꼴은 안 당했을 거 아닙니까?...
인우 : 사장님은 평생 살면서... 그런 실수 한 적 없나요?
신정남 : 예?
인우 : 다른 사람 억울하게 만드신 적 없나 해서요.
신정남 : (보다가 울컥 올라오는) 있어요, 있어요...
인우 : (뜻밖인 듯) 있어요?
신정남 : (아들 잘못 될까 두려움) 벌 받는 거 같아요, 저... (꺽꺽 우는)
인우 : (놀라지도 않고 말리지도 않고 물끄러미 보는데 핸드폰 울린다. 안 보고 받는) 서인웁니다... (뜻밖인 듯) 찾았어?...
(끄덕이며 듣는) 어... 그래? 알았어. (끊는) 찾았답니다.
신정남 : (울다가 보면)
인우 : 아드님이 구해준 아가씨요, 찾았어요.
신정남 : (믿기지 않는) 차 찾았어요?
S#59. 호프 집 앞 (밤)
기분 좋게 웅성거리며 서있는 형사 5부 검사들. 윤검 차 저만치 서있고 대리기사 차키 받아가서 탄다.
부장 : 술 마셨으니까 누가 마검사 데려다 주고 가.
이검 : 내가, (하는데)
혜리 : (손으로 딱 윤검 지적하며) 선배님이 데려다 주세요.
윤검 : (어? 보는)
진검 : (헉 놀라는)
부장 : 야 윤검은 진검하고 같은 동네야. 이웃사촌.
이검 : (이런 상황 재밌다) 진검은 저하고 가면 되요, 저 가는 길 중간이니까.
혜리 : (얼른 윤검 팔 잡아끌며) 가요! (차 쪽으로)
윤검 : (끌려가며) 부장님 들어 가십시요, (훑어보며) 들어들 가.
다들 : (적당히 인사하고)
진검 : (겨우) 들어가세요...
부장 : 저거 저거 뭐야? 마혜리가 윤검한테 꽂힌 거야?
채검 : 에이 아니에요? 마검은 토마토 때 보니까 보쌈 도령 있더만.
진검 : (철렁한 기분으로 보는)
S#60. 거리 + 윤검 차 안 (밤)
뒷좌석에 나란히 앉아있는 혜리와 윤검. 윤검, 약간 곤혹스런 입장이다.
혜리, 아무 말 없이 창밖만 내다보는 윤검 힐끔거리며 본다.
윤검 : (기척 느끼고) 왜.
혜리 : (약간 취기 어린, 따지듯) 아니 저 좀 쳐다보면서 가시면 안돼요?
윤검 : (황당) 내가 왜 마검을 쳐다보면서 가?
혜리 : 쫌 보면서 가면 왜 안 되는데요?
윤검 : (대리기사 힐긋 보고) 남자고 여자고 술 마시고 주사 부리는 인간 딱 질색이야.
혜리 : 딱 질색하는 게 왜 그렇게 많아요? 남자가 쪼잔하게.
윤검 : (황당한 듯 쳐다보는) 뭐?
혜리 : (윤검 목소리 그대로 흉내 내는) 남한테 피해주는 인간이 나 좋다는 거 딱 질색이야!
남자고 여자고 술 마시고 주사 부리는 인간 딱 질색이야!
윤검 : (흉내 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음 나는)
혜리 : 그쵸 그쵸? 웃기죠? 딱 질색, 은 평생에 진짜 싫은 딱 한 가지에만 쓰는 거라구요.
그러다 맨날 남한테 돈 꿔서 술사다 마시고 주정 부리는 여자랑 결혼하면 어쩔라 그래요?
대리 : (참다가 큭큭 웃는)
윤검 : (못 참고 동시에 풋 웃음 터지는)
혜리 : (신기한) 와- 웃을 줄도 아는구나?
S#61. 혜리 집 앞 (밤)
한쪽에 윤검 차 서있고, 윤검 혜리 배웅하려 같이 내린다. 대리기사는 운전석에.
윤검 차 바로 뒤에 인우 차 서있어서 둘의 대화 다 들을 수 있는 설정.
혜리 : 제 차는 검찰청에 두고 왔잖아요, 낼 아침에 저 데리러 오시면 안돼요?
윤검 : 택시 타던가. 그만 들어 가.
혜리 : 날 진짜 싫어하는 것도 아니면서 왜 그래요?
윤검 : (차 타려고 돌아서다 멈칫하는)
혜리 : 아니 나처럼 이쁘고, 날씬하고, 젊은 여자가 좋다는데 왜 튕겨요? 기분 나쁘게.
윤검 : 마검.
혜리 : 아니 아니! 진짜 저한테 아무 관심 없어요? (아니죠? 보는)
윤검 : (보다가 안 되겠다) 있어.
혜리 : 있죠? 있죠 있죠 있죠!
윤검 : 한번 자고 싶단 생각은 들어.
혜리 : (눈 커져) 네?
윤검 : (아예 싹 자르려는) 그런 마음 들라고 그러고 다니는 거 아냐?
혜리 : (기막혀) 아니거든요?
윤검 : 아니면 왜 그러고 다녀?
혜리 : (바로) 난 소중하니까요.
윤검 : (뜬금없는 대답에) 뭐?
혜리 : (옛 경험에) 내 몸이, 내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건지 아니까요... (상처 남아 자조적인) 남이 뭐라든, 남이 어떻게 보든
그 따위 꺼, 개나 물어가라 그래요...
윤검 : (벙해서 보는)
인우 : (윤검에 대한 혜리 마음을 다 보고 들었다. 윤검 표현에는 부글거리고 혜리는 맘 안 좋다)
혜리 : 그런 게 있어요... 그런 게.. 있어요... (훌쩍하고) 그래두... (약간 목 메여) 이건 아니다... (돌아서 대문으로 가는)
윤검 : (뭔지 모르지만 혜리의 아픔을 건드렸다. 당황해 다가가며) 마검사.
본능적으로 둘 사이 분위기 깨고 싶은 인우, 갑자기 차 시동 건다. 헤드라이트 확 켜진다.
윤검, 돌아보는데 상향등으로 올리며 훅 후진하는 인우 차.
윤검, 눈 부셔서 차 알아볼 수 없다. 손으로 가리고 차 보다가 혜리 쪽으로 고개 돌리는 사이에 휙 차 돌려서 사라지는 인우 차.
어느새 대문 안으로 들어간 혜리. 윤검, 대문 틈으로 올라가는 혜리 보고 섰다.
S#62. 혜리 집 외경 (다음날, 아침)
S#63. 혜리 집 주방
식탁에 앉아있는 혜리, 상태, 애자.
상태 : 마검사 앞으론 일찍 일찍 조신하게 다녀라.
혜리 : (? 보는)
애자 : (얼른) 정의원네서 다시 너 보자고 했대. 매스컴이 무섭긴 무서운 거야.
상태 : 으이그 꼭 나서서 내 할말 지가 하고 김새게...
혜리 : (약간 황당한) 그래서 선보라구요?
상태 : 그럼 안 봐?
혜리 : (내키지 않는) 아니 다른 사람이면 몰라두요, 나 싫다고 했던 놈하고 선보긴 싫은데요?
상태 : 싫다 소리 나오게 누가 했는데? (약간 언성 높여) 아니, 안 싫다고 하는게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지!
애자 : 그래두 여자 자존심이,
상태 : 여자 자존심은! 자기를 찾는 사람이 있을 때 존재하는 거야!
혜리 : (말은 못하고 심란해지는) ...
S#64. 이 검사실
핸드폰 통화하고 있는 이 검사.
이검 : 야 고서영이 웬일이야?... (잠시) 마혜리? 어, 우리 부 검사야. 이번 금초...
(잠시, 의외) 그게 무슨 말이야? 마혜리를 알아봐 달라니?
S#65. 법원 일각 / 이 검사실
핸드폰하고 있는 서영. (진심으로 혜리 못 알아보고 긴가민가한 상황)
서영 : 제 법대 동기 중에 마혜리라고 있었는데 걔 아닌가 해서요.
이검 : (황당한) 법정에서 마혜리 봤다면서?
서영 : 봤는데, 너무 다른 사람 같아서요. 그리고 선배네 마혜리 검사는 한국여대 의상학과 출신이라면서요.
이검 : 어, 완전 특이 케이스지. (하다) 그럼 동명이인이네.
서영 : 동명이인은 아닌 거 같던데요.
이검 :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서영 : 사실은, 그 때 마혜리가 법대 2학년 마치고 자퇴했거든요.
이검 : 그래? (잠시, 듣는) 어 어... (잠시, 관심) 어 어...
서영 : 그럼 선배, 지금 바로 이메일로 사진 보낼 테니까 한번 봐주세요.
이검 : 그래, 알았어. 보내.
S#66. 화장실
거울 보며 화장 고치고 있는 혜리. 진검, 화장실에서 나온다. 혜리 보고 멈칫하는 진검.
혜리 : (꾸벅 웃으며 인사하는) 속 괜찮으세요?
진검 : 어...
혜리 : 근데요, 윤선배님, 왜 사별하셨어요?
진검 : (심기 불편해) 사별이 뭔지 몰라? 부인이 세상을 떠났으니까 사별을 하지.
혜리 : 설마 제가 사별의 뜻을 모를까 봐요? 죽을 사, 이별 별. 무슨 일로, 어떤 일로 세상을 떠나셨냐구요?
아 참 그리고 몇 년 전에 사별했어요?
진검 : (완전 심상치 않다) 그런 걸 왜 물어?
혜리 : 윤검사님 좋아서요.
진검 : 뭐?
혜리 : 제가 윤검사님 좋아하거든요, (하다 이상한 듯) 근데 왜 그렇게 놀라세요?
진검 : 어, 아니... (시선 돌리는)
혜리 : (해맑게 웃으며) 신기해서 그러시죠? 제가 뭐가 아쉬워서 윤선배님 같은 남자 좋아하는지.
S#67. 몽타주
- 컴퓨터 화면 검찰청 내 자유게시판. 게시자 ‘이성실’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라는 제목 밑에
법대 1학년때 캠퍼스에서 찍은 뚱보 시절의 혜리, 동근, 서영 셋의 사진 떠있다.
사진 찍는 순간 혜리는 동근을 살짝 쳐다보는데 동근의 손은 서영 허리에 둘러있다. 혜리에게는 없는 사진이다.
(이검이 검찰청 내부 사이트 친목까페에 올린 사진을 다른 사람이 퍼나른 것)
- 윤검, 우현, 미선, 채검, 나부장 모니터 속 뚱녀 혜리 보고 헉! 놀라는 얼굴 한 명씩 컷컷으로 빠르게 보여진다.
(진검은 아직 못 본 상태, 이검은 이미 봤으므로 빠짐)
S#68. 혜리 검사실
놀란 얼굴로 모니터 들여다보며 티격태격하고 있는 차계장과 정임.
혜리, 막 들어오는데 둘, 모니터에 정신 팔려서 혜리 들어왔는지도 모른다.
차계 : 아니야.
정임 : 기에요.
혜리 : (뭐지?) 뭐, (하는데)
차계 : 절대 아니라는데! 만원!
정임 : 확실하다는데 오 만원!
차계 : (자신 없어지는) 오 만원? 그렇게 자신 있어?
정임 : 다 변해도 눈빛은 못 속입니다.
혜리, 장난기로 살금살금 걸어서 두 사람 뒤로 간다. 둘, 눈치 못 채고 있고.
혜리 : (둘 사이로 얼굴 쏙 디밀며) 뭐길래 그래요? 같이 좀 봐요.
둘 : (혜리 돌아보며 헉!)
혜리, 웃으며 모니터 보다가 헉! 굳어진다. 모니터에 올라있는 뚱녀 시절의 자기 사진 보고 경악하는데서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