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써부터 조르던 캠핑! 더구나 혼연일체가 되어 마치 소풍을 기다리는 초등학생 같은 바람으로 캠핑, 캠핑을 외치던 17기의 소망이 이루어진 날이다.
장소는 용인 구봉산 캠핑장. 광현형의 소감으로는 공장부지로 터를 닦아 놓았다가 분양이 안 되자 놀리는 땅에 캠핑장을 만들었으리라 짐작된다는 구봉산 캠핑장은 그럼에도 우리들 산사모 식구들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하루저녁 지내기에는 넉넉한 공간을 제공 했다고 여겨진다.
캠핑에 대한 기대는 이미 지난 달, 예봉산을 산행 할 때부터 고조된 것이었고, 지난 산행이 끝난 바로 뒤부터 그 기대는 카톡에서, 또 최근 영숙이 또 다른 통로로 만든 밴드에서 화제의 중심을 이루고 있었다.
어디로 갈 것인가를 두고 설왕설래... 캠핑 경험이 많은 동문회장 만열의 조언을 받아가며
그러나 이미 분위기 좋은 많은 캠핑장들은 예약이 완료된 상태였고 태준 형이 가까운 구봉산 캠핑장을 추천 했을 때 캠핑을 열망하던 회원들은 너 나 없이 대세로 몰아댔다.
내 생각으로, 캠핑을 열망하는 산사모 식구들에게 장소나 환경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닌 듯... 우리 산사모 식구들에게는 ‘시간’과 ‘공간’과 ‘함께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바람이 아니었을까 여겨진다. 거의 맹목에 가깝게 여겨질 정도의 열망! 평균 나이 50의 열망으로 치자면 얼마나 소박하고, 달리 보자면 철없음인지... 우리는 스스로 ‘이게 평균 나이 50이야?’
문득문득 놀라기도 한 것이다.
그렇게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캠핑 <=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캠핑>은 아침 열시 반 쯤 ‘종호야 어디야?’ 하는 순영의 카톡으로부터 시작 되었다. 종호는 원래 열두시 반으로 알고 있던 약속이 순영의 서두름으로 갑자기 두어시간 앞당겨졌다는 후문. 우리의 공식 쉐프 종호는 갑자기 바빠졌다. 자신의 계산으로는 두시간의 여유가 있어 차분히 준비 중이던 종호는 게다가 그 차에 광현형까지 배석한 관계로 머릿속이 멍해진 듯. 20기의 종호에게 아직 충분히 익숙하지 않은 9년 차이의 무거운 선배는 종호를 살짝 얼게 했던 것 같다. 허겁지겁 준비를 서두는 동안 산사모 카톡은 불이 붙었다. 어디냐? 어디다. 언제 끝나냐?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 출발했다. 어디쯤 가고 있다 등등....한 시가 조금 넘어 만열과 뉴 페이스 장우가 캠프장에 도착해 이미 텐트를 치고 고기를 굽고 술까지 한 잔 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카톡의 열기는 가히 용광로...
한참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있던 나는 카톡의 알림음을 음악 삼아 운전 할 수밖에 없었다.
모두는 그렇게 들떠 있었고 충주에서 간단한 일을 마치고, 내가 구봉산 캠프장에 도착 했을 때는 세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그때 이미 떡 벌어진 한 상. 태준 형이 약속한 잡채는 미리 만들어 온 것이고, 쉐프의 신명이 깃든 몇 가지의 요리가 벌써 바닥나 가고 있는 상태. 그 시간에 이미 얼근해진 얼굴색들. 시작하는 순간 캠프는 이미 익을 대로 익어있었다. 광현 형, 태준 형, 순영, 영숙, 만열과 우, 그리고 만열의 두 딸은 이미 며칠이나 캠프장에 있었던 사람들처럼 얼굴이 빨개져있었고 텐트 주변은 각종 음식재료와 도구들 그리고 쓰레기로 어수선 했으며 상은 먹고 남은 음식들 만으로도 아직 그득했다.
<요건 낮에 다 먹은 후 밤에 또 고기 구면서.... 요기에서도 주연이의 묵은지는 위력을 발휘했다는 전설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재치 있는 농담들, 그 사이 잠깐잠깐 섞이는 썰렁한 말장난,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던지며 명예회복을 노리다가 결국 웃음보를 터트리는 개가를 올린 광현 형의 70년대 식 말장난 개그. 이 널브러진 분위기를 도대체 어떻게 텐트를 치고 불과 서너 시간 만에 이루어진 상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놀라운 능력이다.
묵묵히, 그러나 참으로 신명 나 만들어 내는 공식 쉐프 종호의 음식은 스테이크 모양을 한 전과 사천식 해물요리로 일단 마무리하고 서너시간에 거쳐 먹고 마시기를 거듭하던 식구들은 이제 지처 잠깐의 산책을 마친 후, 추억의 게임 세븐카드를 시작했다.
한 때, 아카데미 현역들이 우리 집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던 십대의 시절이 있었다. 그 땐 주로 아카데미 활동에 관한 일과 개인적 고민을 나누거나 하는 주 목적이 있는 드나듦이었지만 가끔 밤을 꼬박 새우다보면 놀이가 필요하기도 해서 하던 카드놀이 일명 세븐 카드. 카드 7자를 내어 놓고 그 숫자를 중심으로 차례를 지켜 순서대로 내려놓는 게임이다. 그저 장난삼아 잠시 하려 했던 이 카드놀이는 자꾸 내기로 몰아가는 역시 17기의 충동과 아무래도 내기에 더 익숙할지 모르는 선배들의 동조로 결국 바둑알을 칲으로 삼아 각자 만원씩 내 놓고 하는 훔~ 도박이 되었다. 원래 승부욕 강한 태준 형은 의기양양한 태도로 후배들의 돈을 다 쓸어 모을 자세였고, 룰이고 돈이고 애초에 어떤 기준이라고는 거들떠도 보지 않으며 다만 같이 즐긴다는 것에만 의미가 있어 보이는 취한 영숙은 한참시절 우리집에서 무수히 많이 했던 경험까지 다 까먹고는 있는 돈 다 퍼줄 기세였고, 누군들 잃기보다는 따기를 원하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결과는? <훔~~ 죄송하게도 내가 싹쓸이(?)> 의지에 불탄 태준형이 본전 조금 넘게 따고... 순영, 영숙, 종호! 근데, 왜 돈을 안주냐? 따가지구 바둑알만 스물 몇 개 가꾸 이씀 모하냐? ㅎ~ 이렇게 계산이 흐린 관계로 다음부터 돈을 걸고 하는 내기는 엄금하기로 결심 했다나 어쨌다나.
어쨌거나 그렇게 밤은 깊어 갔다. 9시나 돼서 장환 형이 오고, 그래서 다시 이어진 술자리는 끝이 없을 것 같았으나 이미 낮부터 마구 달린 영숙 일번타자로 떨어졌다. 선후배들 사이에선 이토록 철없이 구는 것 같아도 세상살이는 또 그렇게 올곧고 똑부러지게 해 나가는 걸 보면 참 불가사의한 영숙이다. 열한시 반쯤? 성훈이 왔을 때 나는 그만 빠져야 할 때였다. 요즘 구미에 새 직장생활을 시작한 초보 주말부부인 나는 아무리 산사모 모임이라지만 주말에 아예 집에 들르지도 않을 배짱은 없었던 탓?
집에 도착하자 한시쯤 되었는데, 어라? 나는 캠프장을 떠나 온 것이 아니었다. 다시 시작된 카톡. 우리의 막내 전 희운(24기)이 그 야심한 시각에 일을 마치고 캠프장으로 홀홀단신 오고 있는 중이었던 것이다. 잠시 인사나 하면 끝 날 줄 알았던 톡은 캠프장이 얼마나 재미있었는지는 자리에서 나와 모르지만 2시에 약속한 희운의 픽업이 늦는 바람에 세시 다 되도록 야심한 낮선 곳에서 기다리는 희운의 톡 친구 노릇을 해주며 계속 동참하게 된 것이다.
다음 날 새벽, 겨우 두어시간 눈을 붙이고 다시 집을 나섰다. 산사모 산행일인 것을 이미 알고 있는 아내는 왜, 뭘 제대로 챙겨가지도 않느냐며 자꾸 챙겨주었고 등산화가 아닌 운동화를 신고 나서는 내게 의문을 표시 했지만 가벼운 곳으로 간다는 핑계를 대고 나는 그냥 나왔다.
‘마눌~ 미안혀~ 사실은 어제부터 시작된 일정이었다오~ ^^’ 이실직고 보다는 그냥 모르는 게 편하다는 판단은 오랜 결혼 생활 속에 묻어나는 경륜일까?
아침은 희운이 했다는 소문만 무성한 청량고추를 넣은 얼큰한 닭백숙과 죽을 먹은 것 외에는 내가 뭐 할라고 다시 왔을까 후회될 정도로 그저 정리모드. 성실하기 그지 없기 때문인지 남들이 모른척 하는 가운데 자신의 것이기에 그랬는지 만열과 막내 우가 거진 모든 정리를 하고, 나와 순영은 신선노름이나 하고, 다만 첫 출전에, 그렇게 늦은 시간 도착해 하룻밤을 같이 보낸 희운이 그 틈에 산사모 식구들과 상당히 가깝게 소통되었다는 점은 역시나 어둠을 함께 지새는 효과를 충분히 인정 할 만 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감사하다.
<문제의 얼큰백숙~ 늦잠잔 사람들은 맛도 못보고~~ >
장우는 일하고
다른이들은 이러고... ㅋ~
참! 이짬에.... 성훈아~ 아침에 운전해 갈 예정이었으면 밤에 술을 자제 했어야지! 얼굴로만 봐서는 그저 피곤한 기색인 줄 알았는데 이야기 들으니 술이 많이 되었었다며? 남은 사람들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는.... 옐로 카드여~
마무리로 수원 영통에 카폐를 운영한 지 일 년 쯤 되는 16기 김경진 동문을 찾아 잠시 인사를 나누었다. 늘 아카를 생각하면서도 거리문제로 자주 참여하지 못하는 경진은 반갑게 우리 산사모 식구들을 맞아 주었고, 얼마간 대화를 나누고는 아쉬운 작별. 그것으로 이번 산사모 산행을 대체한 구봉산 캠핑은 대단원 이었다.
<경진네 카페 ~ 분위기 죽여줘써~ ㅎ>
조금 아쉬운 것은 요즘 산사모의 식구들이 늘면서, 조직적으로 관리되고 계획된 어떤 일을 하나씩 해나가는 가운데 무엇인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돌발적이고 즉흥적인 몇몇의 기분에 따라 좌지우지 되는 경향을 보이는 분위기이다. 단출하게 시작하여 잘 운영되다보니 자연 흥미를 느끼는 동문이 많아지고, 모두 동문이므로 폐쇄성을 보인다는 것은 옳지 않아 문을 활짝 열고 모두를 받아들이고는 있지만, 그런 복잡함이 본래의 성격을 변질시키는 상황까지 가는 것이라면 미래에는 도태되는 이도 나올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된다. 확장이란 늘 도태가 필연적으로 따르는 것이므로.... 한동안 통일된 색깔을 지니고 있었으나 인원이 많아지며 각양각색의 개성과 돌발이 더 현실적인 모습이 된 산사모. 사실, 벌써 산사모의 색깔은 대략 세 가지로 나누어져 있다. 처음 시작한 대로 한 달에 한 번 가벼운 산행을 하며 산행 자체가 지니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한 그룹과 동네 친구들 계모임처럼 여기며 산행과 상관없이 좋은 사람끼리 모여 어떻게 하면 더 즐거울 수 있는가를 기대하는 한 그룹, 잘 진행되는 이 모임을 보다 조직화 하여 아카데미나 흥사단 발전에 기여할 수단으로 삼아야 옳다는 생각으로까지 진화하고 있다. 불과 몇 명이라고.... 스스로 익어 만들어지고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라면 이 모임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약간 의문이 들기도 하고, 조금은 우려되는 상황이다.
몇 장 찍은 사진은 내 컴과 삼성의 프로그램 Kies에 원체 문제가 많은 까닭에 이 글에 올리지 못했다. 사진을 이미 톡에 올렸으니 산사모 식구 중 누구라도 댓글로 올려 주든 아니면 나중에 다시 올릴 것을 약속~~ ^^
첫댓글 글씨체 크게 올려주세요......
에궁~ 죄송해여~^^
신경 쓸께요 형님~
참 형님~~ 화면을 확대하심 데여~~ 화면은 보통 100%루 잡혀있는데 걸 125%나 150%루 확대해 보셔여~~ ^^
ㅋㅋ 평균나이 50세에 캠핑이라는 제목이 더 흥미를 끕니다.
모두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을거란 확신이 드네요.
평균나이 50세.... You는 진정 youth 입니다~ 탕탕!!
숙자두 원래는 있을 자리였잖니...
안타까울따름~^^
저는 봤어요,,, 장우가 동기밴드에 올린 사진^^;;
수고 하셨습니다~~~^^
장우가 수고 넘 마너써~
장우야~ 요다두 니가 점 올리지? ㅎ~
사진이 아쉬워요...나중에라도 꼭 올려주세용~~ 오우~~ 희운언니 어려운 행차 하셨네요^^
행사할 때도 좀 오시죠??
언젠간 화영이두 올꺼지?
와서 만나~^^
대단한 열정들이십니다~~
찌개도 잘 드셨죠? ㅎㅎㅎㅎ
사진이 있음, 더 실감날텐데....올리지 마세요.
부러우니깐
앗!!! 마따~~울 주연이가 묵은지를 찬조해줘서
잘 먹었는디~ 걸 쓴다구 해노쿠 까무건네? 미안~ 진짜 맛있게
잘 머거써~^^
한라산 등반땐 꼭 참석해야지~~~
그려~ 순자는 산 아주 잘탈껴~ㅎ
그때가 언제였던가 벌써....
늦은새벽 도착해서 다음날까지 선배님들의 무한한 애정과 사랑을 받으며 첫 산사모 모임에 동참하여던 날.
그립네요.특히 맛난 닭죽이^^ 7월 14일에 건강하게 다시 뵐께요~`
그려~ 마니 반가워찌~^^ 그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