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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말 오랜만에 매서운 추위로 성깔을 부리던 날씨가 2월 초 입춘을 지나며 예년보다 더 따스한 나날이 계속됐다. 여기 중부 내륙도 이미 이러한데 저기 남도지방이야 물어 무엇하랴.
서둘러 봄 기운을 찾아 한반도의 남서쪽 끝단인 진도를 찾아갔으나 오랜만의 강설로 온 산하가 희뿌연 빛이 됐다. 하지만 겨울 평균기온이 철원이 영하 8℃인 데 비해 영상 1.7℃인 진도는 이틀이 지나지 않아 불그스레한 홍조를 되찾았다.
진도는 보배 진 자를 쓴 섬답게 여러 모로 보배로운 섬이다. 진돗개, 진도아리랑, 신비의 바닷길, 홍주 등 진도만이 가진 보배가 섬 곳곳에 널렸다. 3월 들어 여귀산이나 동석산, 혹은 첨찰산을 오른 뒤 이들 진도의 명소나 명물을 찾아 섬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봄 기운이 흠뻑 밸 것이다.
첫날 저녁,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진도까지 내리달린다. 진도 탐승은 진도의 한가운데인 진도읍 소재지에서 먹고 자며 사방을 오가는 방식으로 하는 것이 좋다. 명성에 비해 각 관광지들의 숙박업소나 음식점의 질이 너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나마 나은 곳이 진도읍내이고, 읍 소재지에서 각 명소까지의 거리는 길어야 30km이므로 진도읍 소재지를 거점 삼아 돌아보도록 한다.
제2일은 여귀산 산행부터 한다. 이 산은 크기가 작아서 오전 한나절이면 충분하다. 그 후 서쪽으로 가며 남도석성을 보고 그 다음 진안 마이산만큼이나 기이한 기암봉의 산 동석산을 구경한 뒤 진도사람들이 한국 최고라며 자랑하는 세방낙조를 구경하는 것으로 끝낸다.
제3일은 진도의 자존심인 운림산방부터 본다. 그 후 바로 옆의 고개로 하여 첨찰산 정상까지 절경의 바다풍경을 보는 산악 드라이브 이후 진도 동해안으로 내려가 신비의 바닷길이 갈라지는 곳인 회동리를 가본다. ‘모세의 기적’은 매월 서너 차례씩 일어나는데, 3월에 모세의 기적을 보고자 한다면 3월7,8,9일(일, 월, 화) 중 하루를 택해 물때를 맞추어 나가야 하는데, 새벽 아니면 저녁 늦어서다.
바닷길이 갈라지는 장관이 아니라도 이곳 회동리의 푸른 바닷빛이 볼 만하다. 회동에서 간단히 점심 해결 후 송정리의 애견인의 집 진돗개를 구경한 뒤 갈 곳은 군내면 백조도래지. 백조가 없더라도 호수 보며 달리는 방조제 드라이브가 괜찮다. 이어 진도대교 남단의 녹진 전망대에 올라 울돌목과 노을빛을 본 다음 귀가길에 오른다.
4월부터 11월까지는 진도 향토문화회관에서 토요일마다 오후 2시부터 진도아리랑, 육자배기, 진도씻김굿 등의 무료 정기공연이 열리므로 한 번 들러본다. 문의 진도군 문화관광과 061-540-3229.
■ 제1일 서해안고속도로로 진도까지
일단 서해안고속도로의 남쪽 끝 목포까지 달린다. 목포나들목을 나와 영산호 하구둑을 건너자마자 우회전, 대불공단을 가로질러가서는 좌회전해 영암방조제, 이어 금호방조제 건너 77번 국도로 곧장 20km쯤 남하하면 진도대교에 다다른다. 진도대교를 건너 읍내까지는 20분 남짓이면 된다.
서해안고속도로는 길이가 340km, 목포에서 진도읍내까지는 약 60km이므로 서울서 진도까지는 순조롭게 시속 100~110km로 달리면 5시간쯤 걸린다. 저녁때 서울을 출발했다면 진도에 도착해 곧바로 숙소에 들어야 할 것이다.
◇ 진도대교 근처의 숙박업소
우수영비취모텔 : 진도대교를 건너기 직전, 해남군 문내면 학동리의 우수영 국민관광단지 정문 근처에 있다. 도로에서 200m쯤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한편 소나무 숲을 두르고 있는 운치있는 업소다. 방들이 유난히 아늑한 느낌이며, 방마다 식탁이 놓여 있다. 보통실 2인1실 30,000원, 특실 50,000원. 전화 061-534-0030.
아름다운모텔 : 문내면 소재지의 진도대교쪽 삼거리 길목에 있다. 진도대교와 그 아래의 바다가 보이는 5층 방이 좋은 편이다. 전화 061-535-0790.
◇ 진도읍내의 숙박업소
진도읍 소재지에는 그래도 시설이 괜찮은 편인 업소가 몇 개 있다. 지은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업소들의 큰 방을 구하면 비교적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다. 2인1실 40,000원, 1인 추가 5,000원~10,000원 하는 특실을 얻으면 4~5인 가족도 넉넉히 머물 수 있다. 추천할 만한 업소는 남강모텔 061-544-6300, 태평모텔 542-7000, 프린스모텔(목욕탕) 542-2251, 대동모텔 543-5188. 주말에는 예약을 해두는 것이 좋다.
◇ 진도읍내의 음식점
버섯마을식당 : 프린스모텔 옆에 있는 업소로, 굵직한 바지락을 넣은 콩나물해장국(5,000원)이 일품이다. 버섯을 넉넉히 넣은 연포탕(2인분 22,000원)은 3,4월 진도에서는 최상급으로 꼽아줄 만하다.
만수복식당 : 자연산 미꾸라지만을 쓰는 추어탕으로 진도에서 유명한 집이다. 장마 때는 하루 300kg도 사들여서는 급속냉동 보관하여 재료를 삼는다. 산초 대신 방아풀잎 가루를 쓴다. 전화 061-544-3564.
신천지 : 진도읍 동외리 진도고교 건너편 둔덕에 있는 업소로, 전남도 지정 남도음식 별미집이다. 진도에서는 진도 특산인 구기자 줄기를 먹여 키운 구기자 한우가 유명한데, 이 구기자 한우 꽃등심을 주메뉴로 한다(1인분 17,000원). 1인분 6,000원인 오리구이도 괜찮다. 전화 061-544-7077.
문화횟집 : 진도읍내에서 괜찮은 편인 횟집이다. 진도 별미로 이름난 간제미(노랑가오리의 전라도 방언) 찜(15,000원)이나 무침도 한다. 061-544-2649
뚝길횟집 : 진도 북서쪽 변두리인 진도읍 수유리 전두 마을에 있는 외딴 음식점으로, 자잘한 바닷고기를 뼈째로 썰어내는 이른바 ‘세꼬시’가 푸짐하다고 하여 진도 사람들이 종종 찾는다. 권투선수 출신의 주인 김명국씨가 직접 잡아올린다고 한다. 백조도래지 팻말을 찾아가면 바로 이 집에 다다른다. 061-544-7137.
■ 제2일 여귀산행, 남도석성, 동석산 탐승, 세방낙조
여귀산은 산이 작고 등산로도 단순해 오전 한나절이면 산행이 끝난다. 그러므로 산행 후 오후에는 다른 곳을 몇 군데 더 볼 수 있다.
산행 후 원점인 탑립관광농원 앞 주차장으로 되내려와서 점심식사는 5km 동쪽, 조개잡이 체험장인 죽림리 송림해변의 ‘작은갤러리카페’로 가서 수제비로 해결한다. 그외 이 주변에는 단체 손님 위주의 탑립관광농원이 있을 뿐이다.
조개잡이 체험장에서는 조개잡이 체험은 물론, 5월 영등축제기간 중에는 그물로 가두어둔 고기를 맨손으로 잡아보는 행사도 연다고 하니, 때가 맞으면 한 번 참여해본다. 문화관광과 061-540-3229.
점심식사 후 슬슬 차를 몰아 서진하다가 들를 곳은 남도석성. 그 후 동석산 기경을 본 뒤 바로 옆 서쪽 바닷가로 빠져 세방낙조로 마무리한다.
◇ 상만 비자나무
남도석성으로 가는 도중, 거목을 좋아하는 이는 임회면 상만리의 비자나무(천연기념물 제111호)를 구경한다. 801번 지방도를 따라 서진하다 보면 도로변에 상만 비자나무가 있는 곳임을 알려주는 팻말이 보인다(좌표 N34 22 46 E126 12 58).
나무는 키 보다는 굵기가 대단하다. 키는 9m에 불과하나 둘레는 5.6m나 된다. 사방 하늘로 솟구친 가지들 형상이 멋지다. 옆에 고려시대의 사찰 상만사가 있으니 그때 심어진 것으로 보면 수령은 1,000년도 더 됐다고 할 것이다. 아직도 열매가 여섯 말이 넘게 맺힌다고 한다. 아이들이 올라가 놀다가 떨어져도 다치지 않는다 하여 마을에서는 신목(神木)으로 섬기고, 정월과 8월 보름에 주민들이 모여 제를 지낸다.
◇ 남도석성
남도석성은 낙안읍성을 본 이들은 시시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역사적 의미만큼은 남다른 곳이다. 고려 원종 때 배중손 장군이 삼별초군을 이끌고 진도로 남하해 대몽항쟁의 근거지로 삼고 최후까지 격전을 벌인 석성이라고 전한다. 5m 높이의 석성이 민가를 사각형으로 빙 두르고 있는데, 길이는 610m이니 한 바퀴 빙 돌아보는 것도 좋겠다. 서문 옆에 주차공간이 있으며, 성벽 위로 계단이 연결돼 있다.
성 안에 옛 관아가 복원돼 있는 한편 수십 호의 오랜 민가들이 그대로 있으니, 그야말로 살아 있는 역사유적이라고 할 것이다. 성 바깥의 개울에는 수백 년도 더 됐다는 홍교와, 150년 된 쌍홍교가 걸쳐져 있는데, 규모는 작다.
◇ 동석산
남도석성을 보고 나서 북진, 18번 국도로 올라선 다음 서쪽으로 1km쯤 가서 우회전, 간척지 경계를 따라낸 농로로 접어들어 북상한다. 송호리를 거쳐 801번 지방도로로 접어들며 좌회전, 서쪽으로 조금 가노라면 우측으로 거대한 잿빛 바위산인 동석산이 바라뵌다.
갈색 ‘동석산’ 팻말이 선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주욱 들어가면 천종사란 절 마당 왼쪽 옆에 등산로 안내판과 더불어 공용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동석산 오름길은 절 마당 왼쪽 옆으로 나 있다. 밭뙈기 옆을 길게 가로지른 뒤 산봉쪽으로 90도 꺾어 널찍한 길을 따라 300m쯤 오르면 정자가 서 있다. 이 정자에서 밧줄을 타고 바위 사면을 올라야 한다.
거대한 암벽 아래 폐침목을 댄 계단길로 올라 암벽면을 가로지른 뒤 움푹 패인 동굴 앞을 지나 안부로 오르면 저기 진안 마이산 같은 기암봉 풍치가 척 펼쳐진다. 밧줄과 족적을 따라 저 앞에 뵈는 정상까지도 다녀올 수 있지만, 중간에 가파른 암벽 중간을 가로질러야 하므로 노약자는 절대 엄금이다.
◇ 세방낙조
동석산 입구에서 801번 지방도를 타고 서쪽 해안가로 가노라면 우선 ‘급치산 낙조’란 팻말이 먼저 보인다. 그러나 급치산 낙조대는 군부대 정문 근처에 마련된 넓은 공터로서, 겨울에는 낙조가 숲에 가려 신통치 못하다.
급치산 낙조대 입구를 지나 2km쯤 북상하면 세방낙조대가 나온다. 목재로 낙조를 볼 수 있는 전망대와 주차장도 마련해 두었다. 이곳 낙조는 저 멀리 앞바다에 점점이 흩어진 크고 작은 섬들 덕에 한결 더 아름답다. 여름철 낙조가 특히 아름답다고 하지만, 2월 중순의 세방낙조도 볼만했다.
지산면 가치리 세방 마을이라고 하여 세방낙조라 부른다. 낙조대 남북으로 해안도로 드라이브가 괜찮았지만, 해안을 따르는 도로 길이가 5km 정도에 불과해 아쉬웠다. 주위엔 숙박업소나 음식점이 없다.
■ 제3일 운림산방, 첨찰산 정상 드라이브, 신비의 바닷길, 진돗개
제3일째는 우선 한국 전통남화가 꽃피운 자리인 운림산방을 가본다. 그 후 아리랑고개로 하여 첨찰산 기상대 아래까지 드라이브하며 다도해 절경을 본 뒤 고개를 넘어 내려가 신비의 바닷길이 열리는 곳인 회동리 바닷가를 휘돌아본다. 그 다음, 진도의 명물 진돗개를 키우는 곳을 한 군데 들러본 뒤 귀가길에 오른다.
진도대교를 건너기 직전, 녹진전망대에 올라보기를 잊지 말도록 한다. 진도대교와 그 아래의 물거품을 일으키며 흐르는 울돌목이 한눈에 뵈는 기막힌 곳이다.
제3일째에 만약 신비의 바닷길을 보고 싶다면 새벽 일찍, 아니면 저녁 늦게 때를 맞추어 회동리로 가야 할 것이다. 바닷길이 볼만하게 드러나는 때는 한 달에 약 3일 정도뿐이므로 이 날을 또한 맞추어 가야 한다. 진도에서 남쪽으로 달려 의신면 소재지 지나 남동진하면 신비의 바닷길로서, 곳곳에 안내판이 서 있어서 한밤중이라도 찾아갈 수 있다.
◇ 운림산방
운림산방(雲林山房)은 진도에서 가장 높은 산인 첨찰산 남쪽 기슭에 있는 문화 유적이다. 진도 출신의 한국화가로서 전통남화의 대가인 소치 허련이 만년을 보낸 곳으로서, 그가 거처하던 집과 그가 조성했다는 연못이 저 뒤의 첨찰산릉과 어울리며 사철 두고 아름다운 정경을 자아내고 있다.
산방 자체의 풍치도 아름답거니와 바로 옆에는 울창한 수림 속의 쌍계사란 절이 서 있다. 또한 소치기념관에 들면 한국 전통남화를 만개시킨 소치 일가의 독특한 그림들을 두루 돌아볼 수 있으니 진도를 찾았다면 반드시 들러볼 곳이다.
소치는 1808년 진도에서 태어난 천재화가다. 어려서부터 그림에 재주가 있었고, 28세 때 해남 두륜산 대흥사의 초의대사를 만나 고산 윤선도 집안의 종가인 녹우당에서 옛 화첩들을 대한 뒤 본격적인 그림 수업을 시작, 33세 때 초의선사의 소개로 당대의 명필 추사 김정희 밑에서 서화수업을 받고 시(詩), 서(書), 화(畵) 모두에 능통하게 되었다.
소치(小痴)라는 아호는 추사가 중국 원나라 4대 화가의 한 사람으로서 대치(大痴)라 불렀던 황공망과 견줄 만하다 하여 지어준 것이라고 한다. 전남 문화유산 해설사 박명석씨는 “소치가 붓 잡으면 대원군이 먹을 갈고, 대원군이 붓 잡으면 소치가 먹 갈고 했다더라”고 전한다. 1856년 추사가 세상을 떠나자 소치는 이곳에 자리잡았고, 그후 미산(米山), 남농(南農), 임전(林田)에 이르기까지 4대에 걸쳐 전통 남화가 계승됐다.
운림산방 옆의 쌍계사는 진도 최고의 사찰이다. 내륙의 대찰들을 보아온 사람 눈에는 전각들이 그저 그렇게 보일 뿐, 별다른 감흥은 없을 것이지만, 노거수목들과 어울린 분위기는 그런대로 사줄만하다. 누각 아래 솔잎차와 유자차 등을 파는 찻집이 꾸며져 있다.
운림산방 주변에 별장식당(061-543-7749) 등 음식점이 두엇 있으나 썩 권할 만하지는 못하다.
◇ 첨찰산 드라이브
운림산방에서 동쪽으로 난 도로를 따라 아리랑고개 꼭대기에 오르면 진도사람들이 최고의 절경으로 꼽는 다도해 풍경이 펼쳐진다. 고갯마루 바로 옆에 쉬었다 가라고 정자각도 지어두었다. 그러나 욕심을 더 내서 정자각 바로 옆으로 낸, 기상관측소로 가는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주욱 올라가보도록 한다.
고갯마루에서보다 훨씬 더 기막힌 바다 풍경을 볼 수 있다. 기상대로 오르는 급경사길이 시작되는 지점(고갯마루에서 약 1.5km 거리)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도록 한다. 오가는 길 내내 바다 조망이 트이며, 중간에 회차할 수 있는 널찍한 공간도 있다.
진도 사람들은 매년 초 아리랑고개로 하여 첨찰산 기상대까지 올라 신년 해맞이를 한다. 제3일째 아침 일찍 이곳으로 올라 일출맞이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 “해무가 낀 어떤 날은 한라산이 붕긋 솟아 올라 아주 가깝게 보인다”는 기상대 직원들 말이다.
◇ 신비의 바닷길
조수는 하루에 2번씩 흐름을 바꾼다. 그 흐름이 뒤바뀌는 경계선 상에는 긴 둑 같은 것이 형성되는데, 우리나라 서남해안의 섬과 섬, 섬과 육지 사이에는 그런 수중 둑이 생겨난 곳이 매우 많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진도 고군면 회동리에서 모도(茅島)까지의 2.8km에 달하는 ‘신비의 바닷길’이다. 1975년 주한 프랑스 대사 피에르 랑디가 이 현상을 목격하고 ‘한국판 모세의 기적’이라며 프랑스 신문에 소개한 뒤 외국에도 널리 알려졌다.
조수는 하루에 두 번씩 드나들며, 매월 두 차례 조금 즉, 수위가 가장 낮아지는 때가 찾아온다. 신비의 바닷길은 이때 열리되, 1년 열두 달 중에도 특히 수위가 낮아지는 때가 되어야 완전히 연결된다.
그것이 1년에 4~5차례라고 하며, 대개 4~5월에 찾아온다고 한다. 때문에 진도군은 매년 4~5월경 영등축제를 연다. 올해 영등축제일은 5월5~7일 3일간이다. 그러나 먼 바다로부터의 태풍의 영향 등 때문에 언제가 완전히 열릴지는 닥쳐보아야 확실히 알게 된다고 한다.
진도군은 신비의 바닷길이 뚜렷이 드러나는 월별 날짜와 시각 등을 홈페이지에 게시해둔다(http://tour.jindo.go.kr). 3월은 7,8,9(일,월,화)일로서 이중 8일이 가장 낮아지는 때다.
그러나 바닷길이 가장 뚜렷이 열리는 시각이 7일 5시38분, 8일 6시15분, 9일 19시14분으로서 어두컴컴한 때라 구경하기가 어렵다(이 무렵의 일출시각은 7시, 일몰시각은 6시30분). 다만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 영등할미 동상이 있는 곳부터 어느 정도까지만 볼 수 있다고 한다.
이외의 달에도 바닷길이 열리는 때는 항상 새벽 아니면 저녁때라고 하며, 해가 길고 따스한 여름철이 직접 걸어서 오가는 체험을 해보기엔 더 낫다고 한다.
4월은 6,7,8일(화,수,목)로 시각은 모두 저녁때인 18시, 18시44분, 19시21분이며, 5월 5,6,7일(수,목,금) 영등축제 때는 17시30분, 18시20분, 18시50분이 절정이다. 절정의 시간 전후해 30분 정도 바닷길이 열린 상태를 유지한다. 바닷길이 시작되는 지점에는 2000년 4월 제작된 뽕할머니 상징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바닷길 안내 진도군 문화관광과 061-540-3136.
◇ 회동리 일대 숙박업소와 음식점
회동리는 바닷길의 명성이나 몰리는 인파에 반해 숙박업소나 음식점들은 거의가 놀라울 만큼 초라하다. 다만 회동 남서쪽 약 5km 지점의 초사리 해변 둔덕에 서울 근교의 그것들과 비슷한 수준의 펜션이 하나 있다. 회동리 북쪽 바로 위 금계리 기계 해수욕장 해변가의 업소 두어 군데도 그나마 괜찮은 편이다.
진도마린빌리지 : 진도 업소들의 일반적 수준에 비하면 뜻밖이라고 할 정도인 펜션이다. 방 안에서 섬 사이의 강 같은 분위기의 바다가 내려다뵌다. 15평형(원룸형. 70,000원), 24평형(방 2개, 거실 1개. 12만 원), 27평형(18만 원) 등 통나무집이 여러 동 있으며, 주말도 요금은 같으나 피서철엔 좀 올린다.
주말에 쓰려면 일찍 예약해야 한다. 평일에는 대개 여유가 있다고 한다. 주변에 매점이나 식당이 전혀 없으므로 사전에 모두 준비해가도록 한다. 전화 061-544-7999.
해변장횟집 : 신비의 바닷길 북쪽 기계 해수욕장 선착장 바로 옆에 있는 민박 겸 음식점으로, 2층 구석방이 바다 조망이 좋은 등, 그런대로 쓸만하다. 전화 061-542-0625.
바닷가이야기 : 기계 해수욕장 북쪽 끝의 둔덕 위에 자리잡은 집. 뜰에서의 조망도 매우 좋은 횟집 겸 민박집으로, 2,3층 방이 조망이 좋은 편이다. 욕실을 갖추었으며 30,000원. 이 근처에는 전복 종패생산업소가 여럿 있어서인지 이 집 전복죽(12,000원) 맛도 괜찮은 편이라고 한다. 전화 061-542-1501.
◇ 진돗개
수백리 길을 마다하고 옛 주인을 되찾아갔다거나, 아니면 죽은 주인 곁을 오래도록 지켜 사람들을 감복시킨 수많은 진돗개들의 본고장 진도에 갔다면 ‘진짜 진돗개’를 한번 찾아보지 않을 수 없다. 진도내 도로를 달리다 보면 곳곳에서 진돗개 사육장, 혹은 새끼를 분양한다는 팻말을 볼 수 있다.
진도에서는 다른 종의 개를 가지고 들어갈 수조차 없게 규정돼 있으니, 그중 아무 데나 들러도 진짜 진돗개를 볼 수 있겠지만, 기왕이면 품평회에서 인정받은 놈으로 한 번 구경할 일이다. 진도 남쪽 임회면 봉상리 송정 마을의 진도군 지정 종견장 중 한 곳인 ‘애견인의 집’(061-543-6650)에 가면 멋진 녀석들을 볼 수 있다.
주인 홍선호씨에 따르면, 진돗개는 검은 놈도 있지만 백구와 황구 두 종류가 가장 흔하다. 진도에는 진돗개 심사위원이 10명 있으며, 이들이 지정한 우수견이 군 전체에 7,000마리쯤 있다. 새끼는 좋은 놈이 50~100만 원 정도 한다.
홍씨 집의 강토는 97년생으로, 2001년 전국 진돗개 품평대회에서 500마리 출품견 중 최고상을 받았다. 묵호 또한 97년생인데 2002년 토종견협회 품평회에서 멧돼지를 보고 바로 덤벼드는 등 용맹하고 차분해 최고상을 받았다고 한다. 98년산인 단희는 2002년 전국품평대회에서 암컷 대상을 받았다. 상을 받았대서가 아니라 과연 의젓하기도 남다른 것 같다.
진도견은 특히 일본인들이 좋아해 많이 사간다고 한다. 증조부 대까지의 족보도 물론 따라간다. 개 울에는 비 가림 시설만 해주었을 뿐, 집이 따로 없다. 그냥 흙바닥에서 바람 맞히며 재워야 튼튼하다는 것이다. 흙바닥에서 그냥 자는 데도 몸을 어떻게 간수했는지 윤기가 자르르하다. 때가 되어 합방시킨 암컷과 수컷도 여러 쌍 있었는데, 서로 마주 주고 받는 눈초리에서 정정 뚝뚝 떨어지는 것이 젊은 신혼부부 그대로였다.
◇ 녹진전망대
진도를 빠져 나가는 길에 잠시 들러볼 만한 곳이다. 진도대교 진입 직전 우측으로 녹진전망대 팻말이 보인다. 이곳은 정유재란의 전세를 결정적으로 뒤바꾼 울돌목해전 시 충무공이 지휘하던 곳이라고 한다. 당시 만금산이라 불리던 이 둔덕 위에서 강강수월래를 하여 왜로 하여금 우리가 대군을 갖춘 듯 위장했다고 한다. 전투는 대승이었지만, 수많은 민간의 희생이 있었다고 전남 문화유산 해설사 회장인 박명석씨(58)는 말한다.
“어민들이 자진해서 배를 몰고 왔고, 충무공은 이들 어선 100여 척을 병선인 양 꾸며 저 앞바다에 내보내 시간을 벌었다지요. 저기 저 독굴산엔 볏짚을 씌워 커다란 노적가리인 양 위장했고, 쌀뜨물도 바닷물에 풀어 흘려보내고 말이죠. 전투가 벌어진 뒤엔 주민들은 충무공이 시키는 대로 칡덩굴을 잘라 저 울돌목에 던져 넣어선 왜선들이 뒤엉키게도 했고…. 저기 읍내로 가다보면 왼쪽 산기슭에 정유재란 무명 의병들 묘역이 있답니다.”
전망대는 바람이 너무 세어서 그 아래 정자각 옆에 차를 대고 차를 한 잔 끓이자 마침 독굴산쪽으로 붉디붉은 석양이 지기 시작한다.
◇ 여귀산
작으나 빼어난 미모 자랑하는 ‘몸짱’ 바위 산
진도에는 등산인들이 찾는 산이 제법 여러 개 있지만, 여귀산(女貴山?457m)은 진도군이 첨찰산과 더불어 진도의 2대 명산으로 꼽는 산이다. 계집 여 자에 귀할 귀 자를 쓴 산명의 유래는 알 수 없으나, 이름이 주는 어감 그대로 산이 예쁘며, 주능선 위의 두 개 암봉을 여성의 유방에 비유하는 사람도 있다. 한국지명사전에 따르면 ‘이 산은 조선조 때 봉수대가 있어서 해남 관두산 봉수를 받아 첨찰산 봉수에 응하였다’고 한다.
아무튼 산이 작고 아담하여 천천히 걸어도 서너 시간이면 산행이 끝난다. 그러나 정상부는 돌출한 암봉이어서 조망 하나는 기막히게 좋으니, 남녘의 봄바람 맞이 삼아 한나절 몸풀이 산행엔 딱 알맞는 대상지라 할 수 있다. 정상 암봉을 오르는 계단길은 경사가 급하므로 노약자는 오르지 않는 것이 좋다.
산행은 ‘여귀산’이라는 갈색 팻말이 선 공용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시작한다. 도로를 따라 탑립관광농원(전화 061-544-0056)의 사슴목장 동쪽 끝으로 가보면 등산로 입구가 보인다. 정상 1.9km라 쓰인 작은 등산로 안내판이 서 있다.
사슴목장 울타리 옆을 따라 오르노라면 목장쪽에서 지릿한 지린내가 풍겨온다. 울 안에서는 엘크와 사슴 등의 무리가 등산객을 빤히 바라보고 있기도 하다. 길은 우선 지능선 상 안부의 헬리포트로 이어진다. 북동쪽 저 위 봉에는 산불감시초소가 서 있는 것이 보인다.
15분 뒤 주능선의 작은 암부에 올라선다(좌표 N34 23 32.7 E126 14 30.9). 여기서부터 아름다운 해안 풍경이 줄곧 이어진다. 북서쪽으로 천천히 300m쯤 오르면 이윽고 암릉이 시작된다. 별로 위험할 것 없는 순한 암릉이지만, 양쪽으로 아무 가린 것이 없어 조망은 매우 좋다.
오르다간 뒤돌아보면 암릉과 멀리 바다 풍경이 어울려 발길을 멈추게 하곤 한다. 저 앞으로는 전설의 바벨탑을 형상화한 것 같은 느낌의 정상 대암부가 바라뵌다. 정상부 주변, 특히 남사면은 동백이 뒤덮다시피 하여 겨울이어도 푸르른 기운이 산에 가득하다.
처음 올라서는 암봉은 작은 여귀산이라고도 불리는 408m봉. 널찍한 암반을 이루어 노닥거리기엔 그만인 곳이다. 정상을 향해 암릉을 타고 가노라면 중간에 내려서기가 다소 까다로운 곳도 나오므로 노약자는 보살펴주어야 한다.
안부로 내려섰다가 다소 급한 능선길을 따라 주욱 오르면 정상 암부 아래. 발판이 10m쯤 되는 수직 절벽면에 박혀 있고, 쇠파이프로 고정한 쇠사슬도 묶여 있다. 그러므로 어지간하면 누구든 오를 수 있다.
쇠난간 구간을 지나 오르면 평평한 정상 암부다. 그 바로 위에 정상임을 알리는 작은 돌탑이 쌓여 있다. 평평한 암부가 바람도 다소 약하고 남향하게 기울어져 있어 쉬기에 알맞다. 정상 주변은 대나무가 무성하고, 그 너머 산기슭엔 신축 중인 남도국립국악원 건물이 내려다뵌다. “이곳 정상에서 서쪽으로는 더 이상 매력적인 봉우리가 없어서 거의가 여기서 되돌아선다”며 초등학교 3학년생 딸을 데리고 온 진도군청산악회원 하경찬씨(상하수도사업소 근무)가 일러준다.
정상에서는 내려설 때가 훨씬 더 까다롭다. 조심스레 내려선 다음 일단 작은여귀산과의 안부로 내려서서는 남쪽 계곡길로 내려선다. 울창한 동백수림 속으로 바윗돌이 드러난 길이 이어진다. 간혹 숲이 터지며 시원스레 바다가 보이기도 한다.
계곡길은 탑립관광농원 서쪽 바로 옆의 공터로 이어지며 산행이 끝난다. 이렇게 정상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데는 5km 남짓에 3시간이면 족하다.
산행을 마친 뒤 점심 식사는 5km 동쪽의 죽림 마을 해변 작은갤러리 카페에서 해결한다. 근처에 그외 별다른 음식점도 없다. 고갯마루에는 ‘탑골의 탑이야기’라는, 여러 기의 돌탑을 쌓아둔 돌탑공원이 있는데, 잠깐 들러볼 만하다.
작은갤러리 카페 : 흙집으로 아담하게 지어올린 이 카페는 한국화가 박병락씨 부부가 운영하고 있는데, 모과차나 매실차도 괜찮거니와 의외로 수제비가 특히 인기 높아서 읍내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이들도 있다. 다시마와 바지락으로 국물을 제대로 낸다. 4,500원. 지나는 길에 들러 차나 간단히 맥주 한 잔 하기에도 괜찮은 분위기다. 061-544-0071.
탑립관광농원 : 여귀산 남쪽, 산행 기점 구실을 하는 농원이다. 만족스럽지는 않으나, 단체로 갔을 경우 이용할 만해 보였다. 여러 명이 묵을 수 있는 큰 방이 있으며, 방문 옆에 자그마한 조리시설을 갖추어 두었다. 음식 맛과 서비스 등은 미지수. 전화 061-544-0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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