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사랑, 그리고 이별
노순희 헬레나(부산교구 수정마을본당)
사돈 어르신을 처음 뵌 것은 5년 전 이맘때였다.
부산에서 오래 살아온 내게 강원도의 겨울은 몹시 추웠다.
우리 부부는 같이 직장 생활을 하며 남매를 길렀고 첫 혼사를
앞두고 딸아이 상견례 준비에 가슴이 설레었다.
대구를 지나 차가 중앙고속도로에 접어들자
조용하고 다정한 자연풍광이
새로운 꿈에 부푼 우리를 반겨줬다.
천리 길도 너무나 가까웠다. 딸아이는 사돈 어르신들을
모시고 신랑이 될 사람과 함께 우리를 맞아줬다.
‘뭐야, 저 애는 벌써 저 집 사람인가?’ 하며 행복한 불평을
했지만, 난 이내 환한 표정을 지었다.
두 분은 너무나 소박해서 첫눈에 정이 들었다.
몇 마디 인사말을 나누자 곧바로 한가족이 돼 딸아이의
용평 시댁으로 향했고, 쏟아지는 별빛 속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딸아이는 5월의 신부가 돼 시댁과 근무지가 가까운 대화성당에서
혼인 미사를 봉헌했다.
낯선 성당을 찾아간 우리에게 한없는 사랑을 베푸신 배달하
신부님을 잊을 수 없다. 시간이 흘러 찾아간 성당에서
이제 신부님 모습을 볼 수는 없지만, 성전에서 기도하며 아름다운
은혜를 가슴 깊이 새겼다.
둘째 아이를 낳은 며느리를 보고 가신 지 얼마 안 돼 불의의 사고로
사돈 어르신이 돌아가셨다. 바짝 마른 몸매에 젊을 때 앓으신
뇌졸중으로 왼쪽 다리를 살짝 절면서도 늘 쾌활하셨던 분이셨다.
어려운 사돈 사이임에도 우리는 만나면 포옹하고 눈물로
기쁨을 나누었었다.
집안 곳곳에 남아 있는 많은 것들이 그분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오늘 아침에도 그분이 보내주신 버섯으로 찬을 만들다가 목이 메어
울어버렸다.
‘사람은 이렇게 사랑하고 이별하는구나….’
그 골짜기에 이제 그분은 계시지 않는다.
내가 살면서 만난 사람 중에 가장 따뜻하고 가슴이 넓으셨던 분이셨다.
하느님 나라에서 뵈올 때까지 부디 안녕히 계십시오.
영원히 사랑합니다.
평화신문 2015. 02. 08발행 [1301호]
첫댓글 갑자기 하늘에 계신 울 부모님 , 형제, 친구들이 그려집니다. 모두 성당에 열심히 다녔으니 지금쯤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행복에 머물러 있겠지요?
그래도 우리는 연옥 영혼을 위한 기도는 꾸준히 바쳐야 겠습니다. 늘 수고하시는 회장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