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동정 : 특별구역 개발문제가 끝이 없네요. 시장이 통합개발을 포기한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개발 자체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더 심각한 난개발을 하겠다고 오기를 부립니다. 여우가 무섭다고 했더니 호랑이를 들이대는 꼴입니다. 25일에는 부천시민 의식조사 발표가 있었습니다. 부천을 문화도시라 생각하는 시민보다 ‘수도권 위성도시’라고 답한 시민이 많았습니다. 가슴 아픈 일입니다.
[의정일기-부천의 위치는 어디입니까?]
부천의 인구는 87만 명 정도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원, 성남에 이어 경기도내 3번째였던 것이 고양에 추월당하고 용인에 따라잡혀서 이제는 5번째입니다. 수원, 고양은 100만 명이 넘었고 성남, 용인은 97만 명입니다. 인구유입이 늘고 있는 안산, 남양주, 안양, 화성 등에도 곧 따라잡힐 것 같습니다. 수원, 성남은 프로축구 1부 리그 구단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수원은 프로야구 1부 리그 팀도 출범시켰습니다.
프로축구 2부 리그 팀 하나 운영하는데도 온갖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에 비하면 부러울 따름입니다. 문화도시라고 하지만 수원, 성남, 고양이 가진 문예회관조차 없습니다. 문예회관 하나 마련하자고 이 난리를 피우는데 그나마 콘서트홀뿐인 반쪽 문예회관입니다. 어느새 그들은 저만치 앞서가고 우리는 2부 리그 도시가 된 느낌입니다. 인구가 적고 축구단이나 문예회관이 없어서 그런가요? 그 정도 쓸 돈도 빠듯하지만 돈만으로 해결될 일도 아닌 듯합니다.
인구는 정체를 넘어 줄어들고 있습니다. 기존의 많은 인구는 세입보다는 세출수요를 불러올 것입니다. 세입이 늘어날 근거도 없습니다. 수도권 인근 지자체들처럼 개발할 땅도 없습니다. 인구밀도, 녹지율 등 각종 지표는 열악하기만 합니다. 이런 속에서 부천이 선택할 것은 무엇입니까? 당장 눈앞의 땅을 팔아 급한 요구에 대응하는 것입니까?
25일, 시장과 새정치민주연합 시의원들이 각각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 시의회에 계류 중인 호텔부지 매각승인 요구를 포기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현실적으로 가결시키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특별구역 개발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2012년에 승인받은 문예회관 부지만이라도 팔아치우겠다고 말한 것입니다.
부분매각을 하면 난개발이 된다고 자신들이 말했습니다. 전체면적 1만 평의 절반도 안되는 4,680평에 1천여 가구가 입주하는 고밀개발이 될 것이라는 시뮬레이션도 제시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도 부분매각을 하겠다며 난개발의 책임을 반대한 사람들에게 돌립니다. 반대한 사람들을 ‘새누리당과 그에 야합한 얼치기 정치인들, 그리고 자칭 시민단체’라 지칭하면서 ‘당신들이 통합개발을 반대했으니 부분매각을 할 수밖에 없다. 당신들이 자초한 난개발이니 어디 맛 좀 봐라’는 뜻으로 읽힐 말을 했습니다.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원색적인 비난의 말도 그렇고 오기를 부리는 듯한 말투도 그렇습니다. 시정을 책임지는 사람의 언동이라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부분매각을 해서 생길 수입이1,500억 원 정도입니다. 이 돈이 꼭 필요해서 난개발을 감수하고라도 부분매각을 해야 하는 살림살이라면 그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살림 형편이 이 정도가 됐다고 고백하고 이해를 구하든지, 아니면 반대하는 시민의 뜻을 겸허히 수용하여 적절한 대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부천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방자치 시행 초기만 해도 자신 넘치는 혁신지자체의 면모를 자랑했습니다. 시민사회의 활발한 활동은 타 도시의 부러움을 샀고 시민들과 함께하는 거버넌스 행정은 전국적으로 모범이 될 정도였습니다. 공무원들의 창의가 발휘되고 시민과 전문가들의 참여를 통해 지방자치의 모범사례를 만들었고 혁신적인 제도를 도입하여 초기 지방자치를 선도한 자랑스러운 도시였습니다.
시민들의 애향심은 높아갔으며 문화도시를 표방한 슬로건도 자랑스러운 과거였습니다. 아직도 그렇습니까? 근 10년 사이에 행정의 불통은 도를 넘고 있으며 지방자치의 미숙함은 창피할 정도입니다. 손대는 일마다 불통과 독선이 드러나고 하는 일마다 갈등이 됩니다. 결실 없이 뒷걸음치는 행정이 반복됐습니다. 다양한 혁신정책을 ?아 내는 다른 도시들을 보면 창피할 지경입니다.
주어진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그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프로축구 1부 리그가 없어도 문예회관이 없어도 시민들을 행복하게 할 방법은 많을 것입니다. 남들 눈에 보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살고 있는 시민들의 행복이 중요합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 몇 개로 도시가 행복해 질 수는 없습니다. 시민들과 장기 비젼을 공유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최근 부천시가 권위 있는 환경상을 받게 됐다고 합니다. 폐정수장을 농업공원으로 전환한 사례가 평가를 받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공원은 아파트를 지을 개발 예정지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공원을 만들어 환경도시의 이름을 얻은 후 그 공원에 개발도 하겠다는 것은 욕심입니다. 시민들은 환경도시가 더 영광스럽지 않을까요? 새 집을 지어 누군가를 불러오는 것보다 지금 살고 있는 시민들이 행복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주에 말씀드린 근열원래(近說遠來, 가까운 사람들이 기뻐하면 먼 데서 사람들이 몰려 온다는 논어의 말씀)가 그래서 가슴에 닿았나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