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인 안동 장씨(1598~1680)가 펴낸 음식 조리서 ≪음식디미방≫을 보면 17세기 우리 겨레가 어떤 음식을 만들어 먹었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엔 먼저 면병류 (麪餠類) 곧 떡과 빵으로 만든 음식, 각종 고기 음식인 어육류, 주국방문(酒麴方文) 곧 술 빚는 법과 기타 식초 만드는 법 등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는 “석류탕(石榴湯)”이란 것이 있는데, 이는 꿩고기나 닭고기를 썰어 두드리고, 무나 미나리나 파와 함께 두부, 표고, 석이버섯을 함께 두드려 기름간장에 후춧가룰 넣고 볶아 만두 속스처럼 만듭니다. 밀가루를 곱게 다시 쳐서 물에 반죽하여 지지되, 얇게 만두피를 빚듯이 합니다. 그것에 고기 볶은 것과 잣가루를 함께 넣어 작은 석류 모양처럼 둥글게 집습니다. 그리고 맑은 장국을 안쳐 푹 끓거든 국자로 뜨되 한 그릇에 서너 개씩 떠 술안주로 쓰라고 가르쳐 줍니다. 이 “석류탕”은 석류 모양으로 빚는다는 것이지 석류는 재료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참고 : ≪음식디미방 주해≫, 백두진, 글누림,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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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가운데서 골라 본 글)
779. 임금이 먹으면 수라, 하인이 먹으면 입시 2006/08/24
밥에도 등급이 있습니다. 임금이 밥을 드시면 ‘수라’, 어른이 드시면 ‘진지’, 보통 사람이 먹으면 ‘밥’, 하인이 먹으면 ‘입시’이고, 죽은 사람에게 제사지내는 밥은 ‘젯메’입니다. 밥도 수라가 되면 영광스럽고, 입시가 되면 천해질까요?
예전 농부들은 그릇 위까지 수북이 담은 ‘감투밥’을 먹었습니다. 감투밥은 고봉밥이라고도 합니다. 하인이나 천민,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들은 ‘소금엣밥’, ‘강밥’도 먹습니다. ‘소금엣밥’은 소금으로 반찬을 차린 밥, 즉 변변치 못하게 차린 밥을 말합니다. 또 ‘강밥’은 국이나 반찬도 없이 강다짐으로 먹는 밥입니다. 그런가 하면 세상에는 마땅한 값을 치르지 않거나 당연히 할 일을 하지 않고 ‘공밥’을 먹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 ‘쐐기밥’이란 것도 있는데 이는 속에 반찬감을 넣어 손에 들고 먹을 수 있게 쐐기를 지은 밥을 말합니다. 김밥이나 햄버거가 바로 ‘쐐기밥‘의 하나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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