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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시간여행
목포(木浦)는 남해와 서해가 만나는 지점에 있는 중심 항구입니다. 우리나라 최서남단의 항구도시로서 노령의 마지막 묏부리 유달산과 호남 옥토를 가로질러 온 영산강, 그리고 그림 같은 다도해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고장입니다. 부산, 원산, 인천에 이어 네 번째로 1897년 10월 1일 개항한 이후 이제는 50평방km의 면적에 해안선 길이가 16km이며 인구 25만의 중소도시가 되었습니다. 여자가 누워 있는 형상의 입암산(立巖山), 세 섬이 모두 합해졌다가 수로를 내어 다시 분리된 삼학도(三鶴島), 길이 10km로 용오름처럼 길게 뻗어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는 고하도(高下島)가 도시의 중심부를 감싸고 있습니다. 목포 북항과 고하도 사이에는 2012년 목포대교가 놓였습니다. 길이 4129m, 너비 35-40m의 왕복 4차선 도로가 바다 위를 매끈하게 가릅니다.
형식적으로는 대한제국 정부의 자발적인 첫 개항이었지만 곧 대(對) 일본 쌀 수출항이 됩니다. 개항을 기점으로 일본인 거주지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한편 여러 자치기관이 설치되면서 수탈의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쌀, 면화 등 미곡 수탈의 전진기지였던 목포는 골목골목 우리 민족의 눈물과 설움이 깊이 서려 있습니다. 이제 식민 통치의 흔적은 사라졌지만, 빛바랜 근대 건축물들이 곳곳에 남아 서러움의 시대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옛 이름이 그대로 붙어있는 ‘다순구미’마을은 개항 전 어부들이 살던 원조 목포마을입니다. 그곳에는 아직도 일제 때 지어진 적산가옥들이 외형이 변형된 채 일부 남아 있고, 옛 일본영사관, 옛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 이훈동 정원, 동본원사 등이 당시의 흔적으로 남아 있어 목포 수난의 역사를 생생하게 되돌아보며 ‘근대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습니다.
갓바위
두 사람이 나란히 삿갓을 쓰고 있는 형상의 갓바위는 다른 지역의 풍화혈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파도 · 해류 등에 의해 바위가 침식되는 과정을 잘 보여주어 자연학습장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자연적 · 문화적 가치를 인정 받아 천연기념물 제 500호로 지정되었습니다. 갓바위에는 몇 가지의 전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병든 아버지를 간호하던 효자가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불효를 가슴 아파하며 갓을 쓰고 울다가 죽은 후 솟아오른 두 개의 바위라고 전해지며, 부처님과 아라한이 영산강을 건너 이곳을 지나다 잠시 쉬던 중에 삿갓을 놓고 간 것이 바위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져 옵니다.
동본원사(東本願寺)
목포에 들어선 일본 첫 불교사원으로 정식명칭은 '진종 대곡파 동본원사'입니다. 동본원사 목포별원은 1898년 4월에 세워졌으며 목포심상고등학교 설립인가를 받아 목포 내에서 최초로 일본인 소학교로 정식 운영되기도 했습니다. 석재를 이용하여 일본 목조 불당의 건축 의장 요소를 표현한 보기 드문 외관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본당 전면에는 예배 용도로 사용되는 공간을 현관화하여 구성하였고 그 위쪽 지붕은 일본식 박공지붕 형태로 꾸며져 있습니다.
본원사 종파는 살생을 한 악인도 구원 받을 수 있다는 교리가 있어 무수한 살생을 저지르는 사무라이들이 신봉하였고 조선 침략의 종교적 도구로 사용되기에 이릅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토요토미 히데요스의 잔존세력을 없애기 위해 동 · 서 2개의 절로 나누었습니다. 해방 이후 정광사의 관리를 받다가 1957년부터 목포중앙교회로 사용하게 되어 사찰이 교회가 되는 이색적인 약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2010년 오거리문화센터로 개관하여 각종 문화행사 및 전시회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코롬방제과
1949년에 문을 열어 군산 이성당, 대전 성심당, 전주 풍년제과, 광주 궁전제과와 더불어 전국 5대 빵집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유명 빵집입니다. 빵 디자인이 옛날 방식이지만, 카운터에서 직접 주문해야 하는 크림치즈바게트와 새우바게트가 이 집의 인기 메뉴입니다. 주문하면 즉시 치즈가 혼합된 생크림이나 고소한 새우 향이 나는 크림을 발라 주는 메뉴인데, 겉은 바삭하고 속살을 촉촉해서 자꾸자꾸 먹게 됩니다.
층층이 칼집을 낸 바게트 사이사이에는 크림치즈가 듬뿍 발려있습니다. 한 입 가득 베어 물면 먼저 바삭한 빵 식감에 반하고 담백하고 쫄깃한 빵과 어우러지는 부드러운 크림치즈에 두 번 반하게 되는 크림치즈바게트! 그리고 새우바게트 역시 놓칠 수 없는 메뉴입니다. 반죽에 마른 새우를 갈아 넣어 구워낸 바게트에 오이피클과 머스터드소스를 섞은 크림이 채워져 있습니다. 새우향이 물씬 풍기는 바게트 빵은 쫄깃한 식감을 자랑하고, 크림은 새콤하고 짭조름해 자꾸만 구미를 당깁니다.(크림치즈바게트 5,000원, 새우바게트 4,500원)
유달산과 노적봉(儒達山 露積峰)
유달산은 예부터 영혼이 거쳐 가는 곳이라 하여 영달산(靈達山)이라 불렸습니다. 이 산에는 영혼이 심판을 받는다 하여 이름지어진 일등바위(율동바위), 심판을 받은 영혼이 이동한다 하여 생긴 이등바위(이동바위)가 있습니다. 동쪽에서 해가 떠오를 때 그 햇빛을 받아 봉우리가 마치 쇠가 녹아내리는 듯한 색으로 변한다 하여 유달산(鍮達山)이라 부르다가 구한말 대학자인 무정 정만조가 유배되었다가 돌아오는 길에 유달산에서 시회를 열자 자극을 받은 지방 선비들이 유달정(儒達亭) 건립을 논의하게 되었고, 그 때부터 산 이름도 유달산(儒達山)이 되었습니다.
노적봉은 해발 60m의 바위 봉우리로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이 봉우리에 이엉을 덮어 마치 조선군의 군량미를 쌓아 놓은 것처럼 꾸며 다수의 병사들이 있고 충분한 양곡이 있는 것처럼 보임으로써 일본군이 함부로 쳐들어오지 못하게 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 일이 있은 후부터 이 봉우리를 노적봉이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노적봉 상단의 바위는 사람의 얼굴 모습을 하고 있어 ‘큰 바위 얼굴’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노적봉에서 오포대-‘목포의 눈물’ 노래비를 지나 유선각(儒仙閣)에 오르면 목포 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다도해를 거느린 순한 바다가 꿈결처럼 펼쳐집니다. 유선각을 지나 마당바위에 서면 날갯짓하는 학의 모습을 형상화한 목포대교가 보입니다.
목포 근대역사관 1관(옛 일본영사관)
목포 개항 후 3년 뒤인 1900년 12월에 완공된 옛 일본영사관이었던 2층 건물 근대역사관에는 개항과 이어진 외래문화의 유입, 일제강점기 수탈과 저항의 역사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습니다. 목포의 개항과 일제 강점기의 가슴 아픈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사적 제289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목포시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가장 좋은 곳에 지어져 당시 일본이 국력 과시용으로 지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르네상스 양식의 붉은 벽돌 2층 건물로 당시 사용하던 거울, 벽난로 등 원형 그대로 남아있으며 일제 침략의 현장으로 역사적인 교훈을 주는 곳으로 역사적 가치가 있습니다.
본관 1층으로 들어서면 1897년 10월 1일 목포항이 개항되기 전부터 그 이후까지의 기록에 대해 알기 쉽게 전시해 놓았으며, 그 당시에 사용했던 물건들 또한 함께 관람할 수 있습니다. 영사관 건물 뒤편에는 숨은 듯 자리한 방공호가 있습니다. 미군의 공습에 대비해 1944년부터 1945년 사이에 만든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국인을 강제 동원해 파놓은 길이 85m의 동굴로 3개의 문이 있습니다. 건물 앞쪽에는 평화의 소녀상과 국도 1·2호선 기점 기념비가 있습니다. 목포~신의주 구간의 국도 1호선과 목포~부산 구간의 국도 2호선이 모두 이곳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1호선은 남쪽 고하도, 2호선은 서쪽 신안군 장산면으로 변경됐습니다.
목포 근대역사관 2관(옛 동양척식회사 목포지점)
1921년 일본이 우리나라의 토지와 농산물을 착취하기 위해 설립한 특수 국책 회사였던 옛 동양척식회사 목포지점 건물입니다. 후기 르네상스 양식에 장방형 평면의 2층 석조 건물로, 1999년 전라남도 기념물 제174호로 지정됐습니다. 일본을 상징하는 무늬가 건물 곳곳에 새겨져 있는데, 좌측 상단부엔 벚꽃문양, 내부 1층 벽면엔 태양 문양이 장식되어 있습니다. 1층 계단 옆에는 당시에 쓰던 대형금고가 그대로 남아 있으며, 육중한 철문 뒤의 커다란 방은 한때 모두 금으로 채워져 있었다고 합니다.
동양척식주식회사는 일제강점기의 대표적 경제수탈기관이었습니다. 전국 아홉 곳의 지점 중에서 이곳 목포지점은 가장 많은 소작료를 거둬들이기로 악명이 높았습니다. 현재 건물은 1,2층 모두 일제강점기 시대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사진 자료가 전시돼 있습니다. 대부분 목포의 옛 모습과 일제의 만행을 보여 주는 장면들인데, 2층의 일부 사진은 너무나도 잔혹하고 징그러운 장면이 촬영된 것으로, 심약자 및 임산부의 관람 주의를 요한다는 경고 문구가 따로 붙어 있을 정도입니다.
이훈동(李勳東) 정원
미곡상으로 출발해 호남 제일의 갑부로 성장한 일본인 우찌다니 만페이(內谷萬平)가 1930년대 만든 일본식 정원으로, 유달산(228m)의 남동쪽 기슭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해방 후 해남 출신의 국회의원 박기배 씨가 소유하였던 것을 1950년대에 조선내화 창업주 이훈동(1917-2010)이 사들였습니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원형이 바뀌기는 했으나 일본식 정원의 특징을 전하는데 부족함이 없습니다. 개인정원으로는 호남지방에서 가장 큰 규모로 입구정원, 안뜰정원, 임천정원, 후원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다만 정원은 한국식 서원 양식으로 지어져 있으며 수풀 속으로 좁다란 시냇물이 흐르게 해놓았습니다. 내부에는 일본식 5층, 7층 석탑이 있으며 나무의 종류도 한국 야생종 37종, 일본 원산종 39종, 중국 원산종 25종, 기타 12종 등 113여 종에 이릅니다. 현관 앞에 있는 암수 한 쌍의 일본 원산 향나무는 사람이 심은 것이 아니라 자생목인데, 일본의 화산 폭발 때 그 씨가 목포까지 날아와서 싹이 텄을 것이라 전해지고 있습니다. 개인 소유의 정원이지만 문화재로 지정되었습니다. 드라마 ‘야인시대’의 촬영지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정원을 보려면 이훈동의 호를 딴 성옥(聲玉)기념관을 먼저 관람해야 합니다.
성옥기념관은 이훈동 선생의 88세 미수(米壽)를 기리기 위해 2004년 자녀들이 건립한 문화공간입니다. 성옥 선생이 평생 동안 정성들여 모아온 근·현대 서예대가의 작품과 한국화는 물론 도자기와 수석, 화석 등의 개인 소장품들도 많이 전시돼 있습니다. 겸재 정선, 추사 김정희부터 우리 근대 한국화 대표 화가의 수작이 한 공간에 어우러져 있습니다. 고암 이응로, 의재 허백련, 남농 허건, 운보 김기창, 청전 이상범, 소정 변관식, 이당 김은호, 제당 배렴, 심향 박승무 등 우리 화단 명인의 절정기 그림은 물론 이 9인이 함께 그린 ‘9인 합작 화조도’, 폭마다 각기 고수의 그림이 펼쳐지는 ‘10인 10폭 병풍’에 이르면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고하도(高下島) 이충무공 유적지
이순신 장군이 1597년(선조 30)에서 1598년(선조 31)까지 108일간 머물면서 전쟁에 대비하며 군진을 재정비했던 곳입니다. 이순신 장군은 명량대첩 뒤에 군산 앞바다의 고군산도(古群山島)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 1597년 10월 29일에 이곳 고하도로 진을 옮겼습니다. 조선시대에는 나주목(羅州牧)에 속했으며, 비문에는 고화도(高和島), <난중일기(亂中日記)>에는 보화도(寶花島)라고 표기하였습니다. 서남해안의 바닷길과 영산강의 내륙 수로가 연결되는 지점으로 지리적으로도 중요한 곳입니다.
바다 위 용 한 마리처럼 길게 누운 고하도는 서북쪽이 병풍처럼 높이 솟아 있어 겨울에 북서풍을 막아줄 수 있는 구조였기 때문에 배를 감추기에도 적합한 곳이었습니다. 이곳에서 이순신은 수군 재건에 필수적인 전선 건조와 군량 모집을 계속하였습니다. 그러나 지리적 위치가 서해 쪽으로 치우쳐 있어서 남해에서의 해상 활동에 적절하지 못한 약점이 있었습니다. 또한 섬이 작아 곡물 생산이 적었고, 유입된 백성을 수용할 공간이 부족하였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이듬해인 1598년(선조 31) 2월 17일 완도(莞島) 동북쪽에 위치한 고금도로 통제영을 옮겼습니다.
고하도 옛 선착장에는 이순신 장군을 기리는 모충각과 그가 건설했던 진지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모충각에서 언덕을 하나 넘으면 무화과밭이 나옵니다. 밭 한가운데에 비석이 하나 서 있습니다. ‘조선육지면발상지지(朝鮮陸地綿發祥之地)’라 새겨져 있습니다. 비석 뒤에 若松兎三郎(와카마쓰 도사부로)란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조선 땅에 신품종 목화를 들여온 사람입니다. 1960년대까지 대한민국 사람들은 솜이불을 덮고 자고 무명옷을 입고 다녔습니다. 문익점이 아니라 와카마쓰가 들여온 남미산 신품종 육지면을 덮고 입었습니다. 높낮이가 크지 않아 가볍게 걷기 좋은 ‘용오름길’은 목포대교와 목포 시내를 보며 걷기 좋은 트레킹 코스입니다.
첫댓글 목포 영란횟집의 민어회, 독천식당의 낙지육회탕탕이, 장터식당의 게살비빔밥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