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논란에 휩싸인 유니클로 광고가 잠시 주춤했던 일본 제품 보이콧에 다시 불을 붙였다. 문제가 된 광고는 98세 패션 컬렉터 백인 할머니와 13세 패션 디자이너 흑인 소녀의 대화 내용이다.
소녀 : "스타일이 정말 좋은데요. 제 나이 때는 어떻게 입으셨나요?”
할머니 : “너무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안 나네.”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안 난다는 영어 문장' I can’t remember that far back.'
일본어 자막은 "옛날 일은 잊어버렸다"라고 그대로 표기되었으며, 한국어 자막에는 “80년도 더 된 일을 어떻게 기억하냐?”라고 표기되었다. 일본어 자막에도 ‘80년’이라고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는데 굳이 한국어 자막에만 80년을 적어 넣었다.
유니클로가 아무리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해명도 아닌 변명을 한들 그 저의는 뻔하다. 80년 전 일이라고 언급한 그때 그들이 저지른 강제 동원 만행을 기억할 수 없다고 의도적으로 밝힌 것이다. 아울러 일본 제품 불매에 대해 '얼마나 가겠느냐'는 비아냥거림이며, 한국을 조롱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나이를 먹으면 최근의 기억부터 지워진다. 오히려 어제 일은 잊어도 어린 날의 기억은 더욱 선명해지기도 한다. 그것이 정말 지우기 어려운 각인된 경험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리고 우리 옛날 말에 때린 사람은 오므리고 자도 맞은 사람은 발 뻗고 잔다고 했다. 죄를 지은 사람의 마음가짐이 그러해야 함이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몇 해 전 일본 관련 업무를 맡고 있을 때 여러 차례 일본 출장을 다녀온 적이 있다. 출장을 떠날 때면 늘 고민이 생긴다. 물론 출장 목적에 따른 업무 성과에 대한 압박이야 당연히 있지만, 그 외에 부수적인 부담이 따르기 마련이다. 쉽게 말해서 빈손으로 돌아올 수 없다는 얘기다. 동료들이나 가족들에게 안길 선물 보따리에 대한 고민으로 출발 비행기에서부터 고민을 한다.
어느 해 자매 도시를 방문했을 때 그쪽 도시의 직원에게 이런 고민을 말했더니 웃는 얼굴로 이러저러한 것들을 추천해서 사온 적이 있다. 그중에 무난하게 호응을 받은 건 화장품이나 과자 등이었다. 그리고 어느 해 늦가을에 출장을 갔는데 때 아닌 추위로 곤란을 겼었다. 현지 직원은 내게 유니클로에서 히트텍을 사 입으라고 했다. 겉으로 보기엔 얇고 가벼워서 무슨 보온이 될까 생각했는데 의외로 따뜻하고 좋았다.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이랑 남편을 위해 매장에 들러서 하나씩 사서 돌아왔다. 남편이야 주는 대로 입는 형편이라 별 반응이 없었지만, 아이들은 즉각 브랜드를 알아보고 엄청 좋아했다. 그 이후로 겨울 내의는 우리나라 제품은 쳐다보지도 않고 유니클로를 선호했다.
그런데 기대에 못 미친 물건도 있었다. 여러 해 동안 허리 통증을 앓고 계시는 엄마를 위해 동전 파스라는 걸 사 왔었다. 그리 비싸지 않아서 비상용으로 집에 두려고 꽤 많은 양을 샀다. 어깨 통증으로 잠을 못 이루던 어느 날 동전 파스가 생각나서 어깨에 붙여 보았다. 그러나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효과는커녕 파스를 붙인 살갗에 가려움증 같은 것이 느껴졌다. 다음날 엄마에게 전화해서 허리 통증은 어떤지, 파스 효과가 있는지를 여쭈었다. 돌아온 답은 신통치 않았다. '그 동전만 한 게 뭐 신통하겠느냐.'
우리와 비슷하게 아픈 역사를 겪은 이스라엘을 보자. 이스라엘은 인구 850만 명의 작은 나라이지만 중동을 움직이는 핵심 국가이다. 인접국과의 분쟁 문제가 있지만 이스라엘은 몇 천 년에 걸쳐 세계 제일의 우수 민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이스라엘 국민들은 독일차를 사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일본 차 보다 한국 차가 더 잘 팔린다고 한다. 일본을 독일과 같은 전범국가로 동일시하는 것이다. 아우슈비츠 학살을 비롯하여 독일이 자신들에게 저지른 끔찍한 과거를 기억하는 이유이다.
독일은 필요할 때마다 잊지 않고 사과하고 있고, 이스라엘은 용서하고 있다. 그러나 용서한다고 잊겠다는 건 아닌 것이다. 독일에 비해 일본은 어떠한가. 사과는커녕 조선의 개항과 근대화에 기여했다고 자신들이 저지른 만행은 숨기고 오히려 역사를 왜곡하기까지 한다. 그리고 한국 제품도 의도적으로 폄하하여 잘 사지 않는다. 세계 1위의 삼성 스마트폰이 일본에서는 중국 제품 보다 아래 순위라고 한다. 한국은 여전히 자신들 보다 열등한 식민국가라는 의식이 자리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스라엘에 비해 우리는 어떠한가. 한때는 일본 제품이라면 오금을 못 펼정 도로 좋아했던 부끄러운 과거가 있다. 일본에 여행 가는 엄마들은 코끼리 전기밥솥을 몇 개씩 사 오고, 스타킹에서부터 자동차까지 일제라고 자랑스럽게 여겼으니 얼마나 한심한 모습이었는가.
어디 그뿐인가. 일본 여행을 다녀온 후 쓰레기 없고 불법 주차 없는 거리를 본받으라면서 일본인의 준법정신과 근성까지 부러워했다. 물론 그들이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배려 정신은 배워야 한다. 잘하는 것까지 못한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강한 자에게 강하고 조금이라도 빈틈이 있으면 가차 없이 치고 들어가는 비정함이 그 바닥에 깔려있음을 보게 된다.
우리 스스로가 그들보다 더 우수한 민족이라는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 그들에게 아름다운 문화를 전수했던 수천 년의 역사가 있지 않은가.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일본 규슈' 편의 부제는 '빛은 한반도로부터'이다. 일본에 문명을 전수한 우리의 선조들과 찬란한 문화를 통해 일본이 발전했다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일본 문화의 원류는 백제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왕인 박사가 천자문을 전했으며, 노리사치계가 불교를 전했으며, 혜초는 쇼 토크 태자의 스승이었다. '빛은 한반도로부터' 전해진 역사로 인해 오늘의 일본이 있는 것이다. 일본의 문화는 백제의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지금 사족을 못 쓰는 일본의 물건들은 백제의 도공이 전해준 섬세한 기술에서 비롯되었다.
일본어에는 백제와 관련된 말이 많이 있다. 대부분의 의미들이나 어원을 보면 백제의 우수성을 나타내고 있다. 대표적인 말로 '쿠다라나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 의미는 ' 시시하다. 별거 아니다'이다. '~나이'는 '없다, 아니다'라는 부정어로서 쿠다라가 없다는 뜻이다. 그럼 쿠다라는 무엇인가. 바로 '백제百濟'라는 뜻이다. 선진문명을 백제에서 수입한 배경 때문에 '백제의 것이 아니면 시시한 것'이라는 풍조가 생겼다. '백제(쿠다라くだら)의 것이 아닌(나이ない) 것은 시시하다'라는 어원이 생길 정도로 우수한 우리의 문화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고 말했다. 우리의 미래를 염려하면서 우리의 문제를 정확하게 짚어낸 말씀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대충 덮고 넘어가려는 정情의 문화 때문인지도 모른다. 인정으로 넘어가는 건 정당한 관계에서나 미덕이지 일방적 피해자의 입장에서 인정을 베풀며 넘어갈 일은 아니다.
역사를 잊으면 같은 길을 걷게 된다. 일본에 의해 강제 병합이 되고, 36년간 받았던 핍박의 아픈 역사가 백 년이 지났는가. 천 년이 지났는가. 이런 판국이니 일본에게서 제대로 된 사죄의 말도 듣지 못하고, 일개 기업으로부터 뻔뻔한 조롱이나 당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래도 희망은 있다. 늦었지만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깨어나고 있다. 일본 여행 계획을 세웠던 대다수의 시민들이 위약금을 부담하면서까지 일본으로 여행을 가지 않고 있으며, 일본 맥주를 비롯하여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당분간은 사그라지지 않을 거 같다.
그런 중에 또 하나의 희망을 보았다. 식민사관의 그늘에서 역사 교육을 받았던 과거를 반성하고, 역사를 바로 잡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나라의 정책이 아니라 국민이 뜻을 모으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그리고 기성세대가 아니라 미래를 열어갈 어린 세대들의 변화가 눈에 띈다.
며칠 전에 전남대 사학과 학생이 유니클로 광고를 패러디한 동영상을 보면서 감동을 받았다.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고 응원을 보냈다. 결국 유니클로는 그 광고를 내렸다는 소식이다. 역시 그들의 방식대로 사과는 없었다.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역시 그 고약한 버릇은 고치지 못했다.
어느 방송에서 인터뷰를 통해 패러디 영상을 제작하게 된 동기를 들었다. 그 학생은 유니클로의 광고에 문제를 제기한 한국 측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접하고 분노를 느꼈다. 그래서 그들에게 무엇이 잘못인지를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상 속의 학생과 근로정신대 양금덕 할머니의 대화 내용이다.
"제 나이 때는 얼마나 힘드셨어요?"
"누구처럼 원폭과 방사능을 맞고 까먹지는 않아. 그 끔찍한 고통을 영원히 잊을 수 없어.”
그들의 상처는 원폭과 방사능이다. 그들이 어찌 그 고통을 잊을 수 있겠는가. 자신들이 고통 받은 과거를 통하여 타인의 고통에 대해서도 눈을 뜨라는 경고의 메시지이다. 아픈 곳을 찌르는 날카로운 일침이자 지혜로운 방식이다. 굳이 얼굴을 붉히면서 화를 낼 필요가 있겠는가. 올겨울엔 유니클로를 벗고 따뜻한 정이 듬뿍 담긴 우리의 내복을 입겠다.
첫댓글 이스라엘을 좋게 보지는 않지만 독일차를 사지 않는 국민성은 우리가 배워야 할 것 같아요~
이제부터라도 잘 배우면 될까요?
그런데 제대로 역사를 가르치지 않으려는 우리 안의 권력층들이 문제인 거 같아요.
창작활동이 참 열정적이네요. 작품소재도 다양하고, 2차대전 때 미국이 일본 4개도시에 핵을 투하하려 했는데. 그중 하나가 교토인데 교토에는 백제후손왕이 세운 천년문화 황궁이 있었죠, 그 천년문화재가 사라질 것을 염려한 미국 전쟁장관이 교토상공에서 투하직전에 취소시켰데요. 윤동주가 다닌 학교 옆이라네요.그런데 일제는 임진란때 조선실록을 불태웠고 또 강점기때 우리나라 각지에서 강탈한 중요 서책 20만여권을 정궁(경복궁)에서 소각시켰다네요. 쥑일 놈들~
그렇습니다. 일본인이라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참 야만적이고 악랄한 민족성입니다.
오늘 아베는 이낙연 총리와의 회담에서 계속 한국이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고집 부렸다죠~
아베의 아베에 의한 아베를 위한 아베 같은~
다시는 지지 말아야 합니다.
참 잘 쓰시는군요. 글을 이끌어가는 능력이 보통이 아닙니다. 일취월장~! 존경하며 박수 드립니다.^^♡
어쩌라는 건지
정말 속을 뒤집어보고 싶어요.
우리가 힘을 길러야지 방법이 없어요.
격려 말씀까지 감사합니다.
친구중 한 명은 일본놈들이라고 늘 표현합니다 ㆍ일본제품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죠 ㆍ어쩌다 술집에 들어갔다가 일본 냄새가 나면 욕을 해대고 돌아나옵니다 ㆍ그 친구가 맞는 것 같습니다ㆍ
국민성이 있긴하지만 전부를 그렇게 생각할 순 없지요. 어디나 문제는 정치인 거 같아요.
일본이라는 나라와 일본인은 우리에게 항상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듭니다. 일본 사람들은 옛날 일본 문화에 크게 이바지한 도조 이삼평이나 도톤보리를 건설한 도톤같은 사람도 한결같이 조선이나 백제에서 온 사람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고, 귀화했으니 일본인이라고 하더군요. 사이판에 가보면 태평양 전쟁의 죄과에 대해 반성하는 것이 아니라, 한때 아시아 일대를 제패했던 일본 제국주의를 기리며 향수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우리가 극일하기 위해서는 죽을 때까지 한데 뭉쳐서 지속적인 힘을 보여줘야 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나라가 강해야 하는데, 힘이 너무 없어요. 개인은 잘 살고 나라는 가난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