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獬豸) / 해치
해태(獬豸)는 사자와 비슷하나 머리 가운데에 뿔이 있다고 한다. 중국 문헌인 이물지(異物志)에는 ‘동북 변방에 있는 짐승이며 성품이 충직하여 사람이 싸우는 것을 보면 바르지 못한 사람을 뿔로 받는다’라고 설명되어 있다. 논형(論衡)이란 책에는, 해태는 뿔이 하나인 양을 닮은 상상적인 동물인데, 죄를 지은 사람을 이 짐승에 닿게 하여 그 죄의 유무를 알았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대사헌의 흉배에 장식되기도 하였고, 화재나 재앙을 물리치는 신수(神獸)로 여겨 궁궐 등에 설치되기도 하였다.
치관(豸冠)은 집정관의 관을 가리키는데 치(豸)라는 신수가 시비곡직을 잘 가린다는 뜻에서 나온 것이다. 또 치사(豸史)라는 말은 어사의 별칭인데, 치(豸)는 신수로서 사람들의 곡직을 잘 가리어서 삿된 사람에게 덤벼든다고 하는데, 어사도 이처럼 비행에 대한 규탄권을 쥐고 있으므로 그렇게 부르게 된 것이다.
豸 자는 통상 ‘발 없는 벌레 치 / 해태 태’ 자로 읽는다. 이 해태를 뜻하는 글자에 廌(해태 채․치) 자도 있다. 그래서 한자로는 해태를 獬廌 또는 獬豸라고 쓴다. 海駝(해타)라는 표기도 쓰이는데 이는 ‘해태’라는 발음에 끼워 맞춘 부회적인 표기라 보인다.
그런데 이 獬豸는 지금 ‘해치’ 또는 ‘해태’로 쓴다. 어느 드라마 이름에 ‘해치’라는 것이 있었다. 이 豸 자는 앞에서 말했듯이 ‘발 없는 벌레 치 / 해태 태’ 자로 읽는다. 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도 ‘해치’는 원말이라고 하고 ‘해태’를 표제어로 올려놓고 있다. 그러므로 獬豸는 ‘해태’라고 읽는 것이 바를 것 같다.
해태(廌)는 바르지 못한 자를 들이받고, 옳지 못한 자를 문다고 한다. 법을 의미하는 한자인 法 자의 원래 글자는 수(氵)와 치(廌), 거(去)가 합해진 灋(법) 자였다. 해태가[廌] 물처럼 공평하게 죄를 조사해서[氵] 바르지 않은 자를 제거한다[去]는 의미의 글자였다. 그런데 너무 복잡해서인지 ‘해태 치(廌)’가 빠진 형태가 지금의 法(법) 자이다. 영월에 있는 법흥사의 요사채에는 ‘치(廌)’를 ‘녹(鹿)’으로 바꾸어 쓴 灋雲堂(법운당)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