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의 글은
2014년 6월 7일 포스팅하였습니다.
6.25를 경험하지 않는 첫세대인 베이비붐 세대의 특징은
놀이문화에서 어느 지역이나 어린 시절 문화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산에 소를 먹이고 아침 일찍 소꼴 뜯는 추억은
그 시절 농촌에서 자란 사람이면 누구나 공유하고 있는 동심입니다.
어린 시절 동네 뒷산과 앞산은
많은 추억을 갖게 한 자연 놀이터였습니다.
우리 동네 뒷산은 산서랑 입구에 커다란 아들 바위와 딸 바위가 있고
산서랑을 지나서 작은 연못이 있습니다.
연못을 중심으로 아주 넓은 분지형의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소먹이는 데는 안성마춤이었습니다.
정상의 능선을 따라 한바퀴 돌면
최고의 비경이 펼쳐집니다.
정상의 능선 산아래는 낙동강이 굽이쳐 흐르고....
다른 동네 곧 송림과 갱변, 그리고 김굉필의 도동 서원과 자모동, 오설과 밤마가
커다란 동선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가끔 소들이 산을 넘어 다른 동네 아이들과 마찰을 빚기도 하였지만
소먹이는 구역이 마을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구분되었습니다.
흙을 밟고 자연의 향기로 호흡하였던 어린 시절은
최고의 친환경 서정을 갖게 하였습니다.
요즘 산약초 산행을 하면서 산의 체질이 느껴지는 것은
어린 시절 몸에 배인 산골의 정서였습니다.
산과 들, 그리고 강이 있었던 우리 동네는
전형적인 농촌의 정서가 친근하게 묻어난 고향 마을입니다.
소를 먹이면서 새총놀이를 하였고
활쏘기를 즐겨하였습니다.
활쏘기 놀이는
대나무를 휘어 낚시줄로 묶어 활을 만들고 수수대에 우산대의 살을 잘라 화살을 만들었습니다.
활시위를 힘껏 당겨 놓으면......
3,400미터는 족히 날아갑니다.
새를 잡기도 하였지만
누구 활이 멀리 날아가느냐의 승부는 전쟁 놀이, 그 자체였습니다.
한 번은 도시에서 여름 방학 때에 놀러 온 친구의 친척이
도랑 건너편에서 활을 쏘면 손으로 잡겠다고 하여 활을 쏘았습니다.
대나무로 만든 활이지만 3,400미터는 족히 날아가는 활은
눈깜작할 사이에 이마에 맞고 그대로 쓰러졌습니다.
마침 화살이 우산살이 아니라
모나미 볼펜 앞부분을 수수대에 끼워서 실로 묶어 만든 것이라 큰 부상은 입지 않았지만
정말 위험천만하였습니다.
새총은 고무줄과 가죽 혁대,
그리고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Y자형 나뭇가지로 만들었습니다.
집집마다 새총이 없는 집이 없을 정도로
새총놀이는 베이비붐 세대의 대표적인 놀이문화였습니다.
고무줄의 강도에 따라서
새총의 성능도 달랐습니다.
새총으로 새를 잡는 것은 물론
목표물을 맞추는 게임은 놀이의 즐거움을 더하였습니다.
새총에도 달인과 고수가 있어
김병만 달인처럼 뛰어난 사람이 있었습니다.
새총놀이 말고도
베이비붐 세대의 놀이는 많았습니다.
오래된 기억이지만 못치기는
아주 흥미 진진하며 재미있었습니다.
가위바위보해서 순서를 정하고 커다란 못으로 땅에 꽂힌 상대편 못을 넘어 뜨려 승부를 겨루는 놀이문화는
전쟁의 상처로 남은 베이비붐 세대의 아픈 흔적이 되었습니다.
대나무로 만든 물총놀이는
요즘 도시의 아이들 물총놀이의 원조가 되었습니다.
대나무 물총은 통대나무에 작은 구멍을 뚫고
끝부분에 헝겊을 싼 작은 대나무 심은 피스톤의 원리로 공기를 압축하여
물을 담고 물을 쏘는 과학의 원리가 담긴 놀이였습니다.
대나무로 만든 놀이 가운데 팰구총 놀이는
공기총의 원리를 응용한 호전적인 놀이문화였습니다.
베이비붐 세대가 아니면.....
팰구총이 무엇인지 도무지 모를 것입니다.
팰구총에 한방 맞으면......
맞은 부위가 부어 오르고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충격을 받습니다.
나무 막대기로 하는 자치기는
요즘의 야구보다 더 역동적인 흥미를 더하였습니다.
팽이치기는
가장 스릴있는 놀이 문화였습니다.
단순히 팽이를 돌리는것이 아니라
팽이를 돌리면서 먼저 돌고 있는 상대 팽이를 공격하는 스릴 넘치는 놀이였습니다.
팽이치기의 공격 기술은
고수와 달인의 경지를 만듭니다.
상대편의 돌고 있는 팽이를 맞추어 쓰러뜨리고.....
심지어 둘로 쪼개기까지 하는 공격 기술은 고수의 한 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산약초 산행을 하면서 동심의 새총놀이 문화를 잇게 되어
어린 시절 여러가지 놀이 문화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산 정상에서 새총 만들기에 적합한 멋진 Y자형 나뭇가지를 발견하고
다이소에서 고무 밴드를 구입하여 세 가닥으로 서로 연결하여 멋진 새총을 만들었습니다.
새총의 용도는
해충 퇴치입니다.
산약초 산행을 하다보면
이름모를 해충의 공격에 노출됩니다.
어떤 곳에는 산모기가 많고 있고
또 어떤 곳에는 하룻살이 날벌레들이 많습니다.
특히 쇠파리떼를 만나면
아주 곤역을 치릅니다.
쇠파리는 벌처럼 강한 독성은 없지만
한 번 쏘이면 물집이 생기고 약을 발라도 몇 주는 갑니다.
쇠파리는 쫓아도 쫓아도 도망가지 않고 계속 따라 다니기 때문에
잡지 않으면 피할 도리가 없습니다.
쇠파리를 잡는 데는
고무줄 여러 가닥으로 만든 특수 새총이 최고입니다.
고무줄 끝에 열 개의 작은 나무 토막을 고무 밴드로 묶어 놓았기 떄문에
한 번의 발사로 주변을 초토화시킵니다.
쇠파리 떼가 덜러붙어도
몇 번의 발사로 완전 퇴치하여 안전한 산행을 할 수 있습니다.
쇠파리 뿐만 아니라 벌이나 다른 해충들도
효율적으로 퇴치할 수 있어 아주 좋습니다.
그리고 고무줄을 당겼다가 놓지 않아도
새총으로 쌍절곤 돌린다면 해충을 퇴치하는 용도로 무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삼박 삼일 동안 강원도에서 우거하는 곳이 산촌의 시골집이라
파리와 모기 등 벌레들이 많습니다.
벽에 붙어 있는 파리나 모기를 향하여 새총을 발사하면
어린 시절 새총놀이 하는 것 보다 더 재미있습니다.
틈새로 방 안에 들어 온 모기와 파리는
헌터의 새총놀이 목표물이 되어 동심을 아주 복되게 하였습니다.
파리와 모기 뿐만 아니라 문틈으로 들어오는 나방들도
새총의 맛을 보고 자지러졌습니다.
반갑지 않는 여름 불청객을 기쁘게 맞는 새총놀이는
베이비붐 세대의 해충과의 전쟁을 위한 굿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