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상] "참전용사
어르신들 계신 덕에 지금의 평화 있다는 걸 깨달아"
참전용사 "이제껏 살아온 삶이 헛되지 않았다고 위로받았소"
"북한군 포탄에 맞아 하늘나라로 먼저 간 전우들 생각할 때가
제일 슬프지. 지금도 눈물이 나. 팔에 있는 이 흉터도 그때
다쳐서 생긴 거야."
지난 8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
6·25 참전용사인 홍갑표(87)씨가 옆에서 함께 걷던 대전 대덕고등학교 2학년생 염지희(17)양을 바라보며 말했다. 고개를 끄덕이던 염양은 홍씨의 오른손을 꽉 쥐었다. 남남이었던 홍씨와
염양이 처음 만난 건 지난 3월. 대전 대덕고등학교 학생들이
진행하고 있는 '국가유공자 인생 기록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대덕고의 보훈 동아리 '채움'이
작년 1월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참전용사들의 자서전을 만들어주는 내용이다. 프로젝트를 기획한 대덕고 3학년 강주현(18)양은 "시작은 '말벗
봉사'였는데, 어르신들과 만남을 거듭할수록 '우리가 6·25전쟁 세대와 마주하는 마지막 세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어르신들이 가진 전쟁 당시 이야기나 역사관이 잊히지 않도록 하는 것도 우리 몫이라 생각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2·3학년 학생
20명은 매달 한 번씩 대전보훈요양원을 찾고 있다. 한 번 방문할 때마다 손 마사지나 달력
만들기 등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참전용사들과 나눈 이야기를 틈틈이 녹음했다. 일 년간 모은 이야기를 개인당 A4지(紙) 7~8장 분량으로
정리했고, 그걸 엮어 책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작년엔 참전용사 12명의 자서전을 만들어 500부를 출간했고, 올해는 8명의 자서전을 만들고 있다. 자서전 제작 비용은 대전지방보훈청과 대전보훈요양원에서 지원한다.
대덕고 3학년 이준혁(18)군은 "전쟁이나 군 관련 용어가 생소해 정확한 표현이 맞는지 여러 번 확인했다"며 "어르신 가족들에게 전화해 사실관계를 되묻기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6·25 참전용사인 유진호(86)씨는 "손주뻘 되는 학생들이 우리의 인생을 이해해주려
노력해줘 고마웠다"며 "이제껏 살아온 삶이
헛되지 않았다고 위로받았다"고 했다.
학생들은 최근에는 참전용사 20명의
'손 자취 앨범'을 만들었다. 학생들이 직접
찍은 참전용사들의 손 사진에 '죽음이 내 머리 옆을 스쳐 지나가도 국가를 위해 나는 총을 놓지 않았다' '포탄이 멈추고 밤의 적막이 찾아오면 어머니의 따듯한 밥 한 그릇이 사무치게 그리웠다' 등 참전용사의 한마디를 담은 앨범이었다. 염양은 "봉사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국가유공자 어르신들은 나와 관계없는 삶이라 생각했지만 매달 어르신들을 마주하며
이분들 덕에 지금의 평화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출처: 조선일보
기사원문: http://naver.me/xpDulvd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