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고등법원 특별 4부(부장 구욱서)는 지난 21일 "새만금 공사를 재계하라"며 전라북도 주민과 환경 시민단체가 농림부를 상대로 낸 '사업계획 취소 청구소송'을 기각시켰다.
고등법원의 이 같은 판결은 1심 판결을 뒤집은 결과라 귀추가 주목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새만금호의 수질이 농업용수 기준인 4등급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만을 들어 새만금사업 자체가 내용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원고 등이 무효사유로 주장하는 행정처분의 구체적인 하자가 중대·명백하다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새만금사업의 내용이나 목적이 사회통념에 비춰 실현 불가능하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무효확인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고 청구 기각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공유수면매립법의 사정변경 사유와 관련해선 "새만금 사업의 목적을 봤을 때 주곡의 안정적 공급과 개방화 시대에서 국가경쟁력 확보는 국가경영상 중요한 정책과제"라며 "일부 인정되는 예상치 못한 사정변경 사유만으로 새만금사업 자체를 취소할 필요가 있다거나, 그 취소가 공익상 특히 필요한 경우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혀 경제적 타당성 논란에서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또 재판부는 주민들에 대한 동의와 보상 결여에 대해 "증거가 부족하고 오히려 주민 1천637명 전원의 동의를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농림부의 주장을 받아들인 판결을 내렸다.
농림부는 이 같은 판결에 대해 "구체적인 이용계획은 내년 6월 국토연구원의 용역이 나오면 결정하겠지만,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경제성 확보와 실현이 가능한 방향에서 다른 용도로 개발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농림부는 "방조제 33km 가운데 아직 연결하지 않은 구간을 내년 4월에 끝내겠다"는 방침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치권도 논평을 통해 법원 판결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 열린우리당·한나라당·민주당은 '환영'을 나타냈고, 민노당은 '유감'의 뜻을 드러냈다.
열린우리당 전병헌 대변인은 "새만금사업의 합법성과 당위성을 인정한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존중하며, 환영한다"며 "정부는 재판부의 판결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이 사업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책임감을 가지고 친환경적으로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 대변인은 "환경단체의 새만금사업에 대한 높은 관심은 새만금사업을 보다 친환경적으로 추진하도록 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한다"며 "오늘의 판결을 계기로 새만금사업에 대한 갈등과 논쟁을 종식하고, 이 사업이 환경과 개발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세계적인 모범사례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은 "아직 상급심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중차대한 국책사업이 재개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며 "그동안 많은 예산이 투입되었고, 장기간 공사를 해왔으며, 전북발전에 획기적인 계기가 될 새만금 간척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 한나라당의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변인은 "이번 판결은 사필귀정이고, 다만 환경단체의 우려와 염려에 대해서는 보완을 위해 각별한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찬반 양측 모두 법원 판결에 대해 승복하고 상대의 주장에 대해서도 존중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제4정조위원회 역시 "한나라당은 이미 박근혜 대표가 현장을 방문해, '전북지역의 중차대한 국책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했고, 이에 따라 올해 국회상임위 예산 심의에서도 원활한 사업진행을 위한 예산을 배정한 바 있다"며 "앞으로도 한나라당은 신속히 이 사업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민주당 김재두 부대변인도 "먼저 전북도민과 함께 환영한다"며 "이번 법원의 결정은 15년간 이어져온 사업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새만금사업의 탄력제가 되고, 새 전북 건설의 기폭제가 됐다"고 평했다.
김 부대변인은 "새만금사업은 서해안시대를 열고 새 전북을 건설하겠다는 200만 전북도민들의 염원이다"며 "이제 정부는 더 이상 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만반의 준비와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반명 민노당 박용진 대변인은 "법원의 이번 판결은 새만금 방조제의 완공이 급격한 수질악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정부측 보고서마저도 무시한 것으로써, 환경우선 인식이 결여된 아쉬운 판결이다"며 "매우 유감스럽다"는 뜻을 밝혔다.
박 대변인은 "경제성이 낮고 엄청난 환경적 재앙을 불러올 것이 분명한 사업의 강행이, 이미 실패로 확인된 제2의 시화호를 만드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이번 판결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정부가 이제라도 환경단체 등 반대의 목소리에 조금이나마 귀를 기울여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정부는 판결 이후 2.7㎞의 물막이 공사를 내년 3월경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환경단체 등은 이에 크게 반발하며 판결에 불복, 상고할 뜻을 밝히고 있어 새만금 사업에 대한 최종 판결은 논란이 지속된 채 대법원에서 내려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