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칠리아 트라파니여행8 - Cala Rossa 보며 뤽 베송 영화 그랑블루를 회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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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파니 에서 페리를 타고 45분만에 에가디 제도 Egadi Islands 의 주 섬인
파비그나나 섬 Favignana 에 도착해
항구에서 왼쪽으로 바다를 끼고 걷다가 내륙으로 들어가서는 계속 걸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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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20분 만에 드디어 크리스탈 처럼 투명하고 에메랄드 처럼 푸른 동쪽 바다
칼라 로사 Cala Rossa 에 도착했는 데,
푸르디 푸른 비취색 바다를 하염없이 보고있자니..... 문득 영화 그랑블루 가 떠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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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바다를 닮은 두 남자의 경쟁과 우정 그리고 사랑을 그린
뤽 베송 감독의 영화 “그랑블루”는
시칠리아 섬의 동쪽 타오르미나와 서쪽인 이곳 트라파니 앞 바다 에서 촬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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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쉽게 접해온 스펙터클하고 재미있는 허리우드 영화에 비해 프랑스 영화는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것을 위주로 하며
큰 볼거리가 없이 잔잔하고 재미없기로 유명하다지만 영화의 고향이 또한 프랑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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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작은 어촌 마을에 사는 자크 ( 장-마크 바 ) 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잠수 사고로 잃고
“돌고래를 가족”으로 여기며 외롭게 성장하는데 유일한 관심사는 "바다 속" 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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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에게 유일한 마을 친구인 엔조 ( 장 르노 ) 는
잠수 실력을 겨루는 경쟁 대상이자 단 한 명의 우정을 다지는 친구로....
유일한 안식처인 바다와 돌고래 와 함께 성장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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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 블루”는 인간에 대해 이야기 하니....
자연을 상징하는 바다와 하나가 되고 싶어 하는 인간 (극중 자크) 과
바다를 정복하려는 인간 (극중 엔조) 의 속성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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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이 흘러 프리다이빙 챔피언인 엔조의 초대로 자크는 대회에 참가하면서
보험 조사원 조안나 (로잔나 아퀘트) 와 일생에 단 한번일지 모르는 눈부신 사랑 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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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안나가 자크의 아이를 임신하지만 그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사랑을 포기하고는
가족으로 여겨왔던 바다와 돌고래를 향해 “영원한 잠수”를 한다는 판타지적 내용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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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안나도 그런 그의 바다를 향한 열망을 알기에 그를 바다로 보내주는 데.....
현실 세계에서는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을듯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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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등장하는 바다, 강 등의 물 은 모체의 양수 또는
“자연이나 근원”을 상징하는 코드이니.....
“그랑블루”를 통해 자연에 대한 사랑, 자연으로의 회귀 를 말하려 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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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처럼 잠수능력이 우수한 자크 는 자신 역시 돌고래와 교감하면서 동일시하는 데,
자연으로부터 태어나 자연으로 회귀하는 자크의 모습은 분명 인간의 의지일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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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은 남녀간, 가족간 그리고 자연에 대한 사랑 등 다양할진대....
그런 감정은 우리 주변에 어느 곳에서든 발생하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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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내려가는 게 무서워, 어느 순간이 되면 올라와야 할 이유 를 잊어버리거든!
너를 보는 것도 그래! 어느 순간이 되면 너를 왜 좋아하게 되었는지 조차 잊어버릴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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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와 엔조의 눈빛은 바다를 닮았는 데,
“ 그 평온한 곳까지 들어가서 가장 힘든 것은 다시 올라올 이유 를 찾는 거야”
라는 자크의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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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에 나도 태국 푸켓의 피피섬에서 2차례 스킨스쿠버 다이빙 잠수를 하면서
그 환상적인 세계 용궁 에 빠져서는.....
“이대로 죽어도 좋겠다” 는 생각이 들었던 경험이 있으니 자크의 말은 과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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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대회에서 자크가 승리하게 되고 엔조는 패배를 인정하면서도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점점 더 무리한 잠수를 시도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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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자연 앞에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고 마침내 죽음에 이르게 된다!
이에 자크는 자책감과 바다와 한 몸이
될수 없음에 괴로워하다 어느날 밤 심연 속으로 잠수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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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블루”는 보고 듣는 재미도 쏠쏠하니,
푸르디 푸른 지중해 바다가 펼쳐지는 배경에 미지의 세계를 조용히 탐험하는 듯한.....
음악 이 은은히 깔려 있어 지루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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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에 펼쳐지는 이국적인 하얀 집과 파란 바다는 청량감을 선사하고,
심해로 끊임없이 숨을 참고 들어가는
강인한 남성의 맥박 소리 는 관중마저 숨을 참게 만드는 긴장감을 조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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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블루 영화는 언더워터(바다속) 를 배경으로 한 두 남자와 한 여자 제 각각의
이야기이니 자크는 자유와 고독 을, 엔조는 완벽을 향한 집념 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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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조안나는 사랑 을 이야기하지만,
자유를 사랑하고 톨레랑스의 가치를 따르며 무엇보다도 화면이 너무나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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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보자면 바다 깊숙히 들어가다 보면 어느 순간에 삶과 죽음의 경계,
바다와 더 이상 바다가 아닌 어느 지점.....
일러 “그랑 블루”라 불리는 그곳과 운명처럼 조우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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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항상 죽음 과 관련이 있으니 주인공이 바다에 빠져죽는 환상을 느끼는데...
천정으로부터 점점 바다가 내려와 잠자는 주인공을 덮치는 장면으로 화려하고 멋진 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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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그랑블루의 모델은 자크 메욜 인 데...
그는 프리 다이빙의 전설 이자 선구자로 세계 최초로 102 미터 잠수 기록을 세운 다이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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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는 엔조는 돌고래를 따라 죽게되지만.....
그는 바다가 아닌 자택에서 우울증으로 자살로 생을 마쳤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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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화에서 처럼 자크 메욜은 돌고래를 너무나도 사랑했기에
돌핀맨 으로 불리웠는 데....
자크 메욜을 기념하는 시계 오메기 시마스터 120m 에서 백판에 돌고래를 새겼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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뤽 베송은 어느 인터뷰에서 말하기를..
“ 메욜은 나에게 바다에 대한 교육을 시작했으니 그는 나의 손이 그의 무게추를 잡고
있게한 뒤에 나를 바다 속 30m 까지 잠수하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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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 내가 물 밖으로 끌어 올려질 때, 그는 웃으며 나에게 "이제 이해했는가?"
라고 물어보았다. 나는 그렇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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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것도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진심으로 그것을 "느꼈던 것" 이다.
그 감각은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했을 때의 감각을 넘어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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뤽 베송 감독은 스쿠버 다이빙 교사를 하던 부모님 밑에서 자라
어릴적부터 스쿠버 다이빙을 체험하며 해양학자의 꿈을 꾸던 "마린 보이" 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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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잠수 유경험자 였기에 "산소통을 포함한 모든 스쿠버 장비 를 갖춘 상태" 로
30m 깊이 까지 잠수가 가능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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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뤽 베송 감독은 어릴 적부터 자크 마욜을 존경했었던 준비된 다이버였으나
17살때 불운한 잠수 사고가 있은뒤 아주 깊은 잠수는 불가능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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뤽 베송 감독은 너무도 유명한 영화 “레옹” 에서 부터
“니키타”, “서브웨이”, “제 5원소” 등...
뛰어난 영화를 제작한 감독인 데 “사랑”을 모티프로 한 작품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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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전체적으로 보면 남녀간의 사랑 구도가 비춰지지만....
그 속에서 “자연”에 대한 사랑도 자연스럽게 묻어 나온다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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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자면 “레옹”에서 주인공 레옹은 항상 화분을 들고 다니고
“아더와 미니모이2”에서는 최첨단 CG 와
촬영기술을 통해 태초의 자연을 아름답게 묘사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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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웨이” 속 주인공의 헤어스타일은 마치 잡초들이 듬성듬성 난 것처럼 보이는데....
아울러 뤽 베송 영화의 또다른 특징은 판타지적 연출로부터 탄생한 미장센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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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톤을 지향하는 뤽 베송 감독이기에 프랑스 감독임에도 불구하고
허리웃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을 받지만 영화의 결말은 프랑스의 다른 영화처럼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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뤽 베송 영화의 또다른 특징은 “찰나의 사랑”,
그러나 그 가슴 찢어질 듯한 여운은 너무나도 길게 가니 사랑의 슬픔을 아는 감독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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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싶다만 트라파니로 돌아갈 배 시간이 14시 30분이니
한시간 20분 밖에 안 남았는지라 푸른방 Cala Azzura 은 갈 생각도 못하고 돌아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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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유럽여행! 함께 나누는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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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길잡이★유럽 배낭여행
(http://cafe.daum.net/bpguide)
첫댓글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고즈녁한 아름다운 바다에서 모처럼 마음이 푸근해져서는
영화 그랑 블루를 회상해 보았네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렇지요? 장 르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