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글쓴이 라피엘
「Original」
by. Lapielle
[내가 정말 못살아. 그런 식으로 처리 해버리면 어떡해!]
"미, 미안! 하지만 너도 봤잖아! 의심하던걸?"
[그럴 땐 잘 설득을 해야지. 무턱대고 검 손잡이로 남의 머리를 내리치는 건 또 뭐야? 너 정말 인간 맞아?]
"어디보자? 팔다리도 있고 머리도 박혀있고, 심장도 발딱발딱거리고… 인간 맞는 거 같은데?"
[쯧쯧, 나중에 신고라도 들어오면 어쩔래. 그 대장장이, 나쁜 사람은 아니었어.]
"알고 있어. 그래서 수리비, 그러니까 물건들을 놓고 갔잖아? 친절하게 루갈드행 지도도 주고."
클리어는 언제나처럼 여행을 하고 있었다. 그는 대장장이의 집에서도 '여행자'였고, 그 전에도 수많은 곳을 여행해왔다. 사람들이 그를 부르는 이름은 많았지만, 클리어가 생각하길 정말 자신의 직업, 혹은 본분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여행자라는 단어밖에 없었다. 여행은 그의 삶이었고, 그는 방랑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런 클리어가 4년 만에 큰 도시에 발을 들이며 한 생각은 '역시 대장장이 사건은 처리가 좀 부족했나' 뿐이었다. 그가 4년 만에 사람들이 북적거릴 도시에 오면서, 그는 자신이 예전 도시에서 살았다는 것도 까먹고 있었고, 그 부산함을 좋아했다는 것도 잊고 있었다. 사실 지금 그가 들어온 도시, 라친하르트로 치면 마지막으로 이 도시를 방문한 건 10년도 넘어있었다. 그렇지만 클리어에게 시간은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조금 허술했나…."
아침 해가 푸르스름한 산 위로 슬슬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하늘이었지만 새벽은 이미 지나있었다. 차갑기는 하나 상쾌한 아침공기를 들어 마시며 클리어는 도로의 포석을 밟았다.
꾸벅꾸벅 졸고있는 경비병을 지나 그는 라친하르트의 외곽을 돌고 있었다. 이 쪽 지역에는 민간인들이 모여 사는 집들이 많았다. 라친하르트는 강을 끼고 있는 도시여서 초기시대부터 사람들이 모여 살던 곳이었다. 그러나 도시가 성장하면서, 좁은 땅에 인구가 많아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한 건물에 여러 사람들이 사는 경우가 많아졌다. 라친하르트 사람들은 이런 건물들을 '아파트' 라고 불렀다. 갈색, 회색, 길쭉하고 높은 건물들이 많았다. 조금 음산하고 허름한 분위기였다. 창문도 좁거나 아예 없어서 마치 건물들은 꼬마 아이가 우악스럽게 쌓아놓은 상자 곽 같은 모양이었다.
사람들이 사는 큰 도시답지 않게 오늘 아침은 무척 조용했다. 아직 다들 자고 있는 것 같았다. 우유나 신문을 배달하는 소년들도 보이지 않았다.
[오랜만에 도시에 온 거 아니었어? 들떠 보이지는 않네.]
"언제라도 들릴 수 있으니까."
[여유 넘치긴.]
도시가 아직 잠들어있었기에 클리어는 보이지 않는 그녀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그녀였기에 다른 사람이 보면 미친 사람 취급 당하기 쉬웠다. 하긴, 자신이라도 다른 사람이 허공에 대고 혼자 중얼거리고 있으면 피하고 싶을 것이다. 게다가 정령이라는게 그렇게 흔한 것도 아니고 말이다.
하지만 그의 눈에 보인 그녀는 무척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에게는 상냥했다. 자신의 옆에서 길동무처럼 같이 걸어와주고 있는 그녀가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다. 물론 그녀는 단지 걷는 흉내를 낼 뿐, 사실 전혀 힘이 들지 않는 행동이었지만 그 자그만 배려가 고마웠다.
"에슈티."
클리어는 하늘하늘한 소재의 드레스로 몸을 휘감고 있는 소녀를 내려다보며 미소지었다. 그녀의 백금발 머리카락을 향해 손을 슥 내뻗었지만 느껴지는 것은 바람뿐이었다. 지금의 그녀는 인간화 되어있지 않았으니까 만져도 감촉이 없는 것은 당연했다. 단지 그 반짝이는 머리칼을 봐도 즐거운 기분이었다.
"좀 달라진 것 같네. 10년 전만해도 이렇게 옹기종기 모여있는 건물들은 별로 없었는데 확실히 인구가 는 것 같아. 그리핀씨는 아직 있을까? 없으면 내 물품들을 거래하기가 좀 불편하겠다."
[궁금하면 확인해보면 되지.]
정령, 에슈티는 외진 골목길로 클리어를 이끌고서는 더 이상 길이 없을 것 같은 곳에서도 척척 길을 잡아냈다. 클리어는 그녀가 인도하는 길을 따라서 묵묵히 걸어갔다. 질문은 하지 않았다. 10년 전의 기억을 더듬어 길을 찾는 것보다야 그녀의 말을 순순히 따르는 것이 훨씬 슬기로운 행동이었다.
한참을 빙글빙글 걸었다. 라친하르트의 도로들은 미로처럼 복잡해서 어떨 때는 한 장소를 찾는데 몇 시간도 넘게 걸린다는 것을 클리어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집 단지들이 점차 줄어들고 조금씩 상업용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그는 역시 에슈티를 믿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이제 아침이 완연히 와있었고, 더 이상 클리어도 그녀에게 마음 놓고 말할 수 없었다. 높은 층에서 빨래를 너는 사람들도 몇몇 눈에 띄었고, 근처 제과점에서는 빵 굽는 냄새가 향기롭게 풍겼다. 클리어는 혹시라도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지 걱정되는 얼굴이었지만 다행히 그의 기분을 눈치챈 에슈티는 뒷골목을 이용했다. 전체적으로 라친하르트는 건물과 건물 사이의 거리가 좁은 곳이라서 뒷골목들이 많았다. 그것은 즉, 지름길도 많다는 뜻이었다.
습기 찬 벽돌들이 양 옆에서 숨막히게 가깝게 버텨있었다. 간신히 사람 한 명이 지나갈 정도의 거리를 두고 건물들이 세워져 있었다. 게다가 뒷골목은 무척 어두웠다. 생선 비린내와 오바이트 냄새가 사방에서 코를 찔렀다. 클리어가 밟고 있는 포석들에는 아예 그 냄새들이 배어있는 듯 했다. 부츠에 기분 나쁜 검은 점액들이 묻은걸 보며 그는 몸서리를 쳤다. 냄새를 맡지 않으려고 애쓰며 클리어는 코를 잡고 에슈티를 따라갔다. 이럴 때는 커튼처럼 스르륵 벽과 벽의 틈 사이로 미끄러져가는 그녀가 몹시 부러웠다.
더러운 벽을 더듬으며 천천히 뒷골목을 누비다가 우연히 도둑고양이 한 마리와 조우해버렸다. 도둑고양이가 털을 곤두세우며 이빨을 드러내 보이자 클리어는 가볍게 쥐의 형상을 한 얼음조각을 만들어 반대방향으로 던져버렸다. 고양이는 캬옹, 하고 소리지른 뒤 가짜 쥐를 쫓아갔다. 가면서 뚜껑이 열린 역겨운 쓰레기통들도 보았고 술 취한 거지들도 만날 수 있었다. 어두운 올리브 색의 벽들에 둘러싸여, 새로운 세상에 와있는 듯싶었다.
몇 분이 지난 후 드디어 뒷골목의 끝이 보였다. 밝은 빛을 보며 클리어는 안도했다. 다행히 그가 뒷골목에서 빠져 나왔을 때, 그 도로를 지나가는 사람이 없었다. 그는 몸을 떨며 에슈티에게 말했다.
"라친하르트가 이렇게 변하다니. 정말 10년 사이에 굉장한데. 바깥은 번지르르해 보여도 뒷골목은 악몽 같아."
[여기야.]
에슈티는 간단히 클리어의 말을 묵살해버리고서는 한 가게를 향해 가리켰다.
"고마워, 아가씨."
클리어는 에슈티를 향해 눈을 한번 찡긋이고선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 인사를 받은 후 그녀의 모습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이제 들어가 볼까나."
클리어는 혼자 중얼거리고서는 가게의 낡은 손잡이를 밀었다. 미처 자신에게 악취가 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채, 클리어는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익숙한 빛바랜 벽지. 꽤 넓은 실내에는 갖가지 희귀한 물건들이 전시되어있었다. 그늘에 있어서 햇볕이 들어오지 않는 그 곳에는 램프 하나만이 흐리게 빛나고 있었다. 그는 가게의 안쪽 방에서 한 사람의 윤곽을 보고 경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핀씨, 아직도 이 곳에서 일하고 계시나요?"
돌아본 것은 20대 중반쯤의 젊은 상인이었다.
"풉!"
금발머리의 젊은 상인은 얼굴이 새파래져서는 입을 틀어막았다. 그는 떨리고 있는 손가락으로 문을 향해 손짓했다.
"내, 냄새! 나… 나가주세…."
"아하. 맞다. 죄송합니다. 근데 여기서 볼일이 있는데 어쩌죠?"
인간의 뻔뻔함이고 뭐고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젊은 상인은 머리가 띵해지는 것을 느끼며 화장실을 가리켰다.
클리어는 조금 어리둥절하게 상인을 바라보며 화장실에 들어갔다. 그는 하도 상인이 괴로워하는 것 같아서 서둘러 문을 닫고서는, 아름다운 실내 구조를 바라보았다.
"근데 화장실에 들어가서 뭘 하라는 거지?"
클리어는 심각한 고민에 빠져들고서는 화장실 바닥에 쭈그려 앉았다. 그는 단정하게 걸려있는 수건과 목욕 후에 입는 가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냄새가 나니까 샤워라도 하라는 건가?"
그는 조금 생각해본 후 이게 가장 그럴듯한 해석일거라고 엉뚱하게 판단하고서는 물을 틀고 부츠부터 벗기 시작했다. 무척 더러워진 부츠를 보며 클리어는 또 다른 좋은 생각을 해냈다.
"빨래도 하고 가면 좋겠군."
클리어가 나름대로 열심히 추론하고 있을 동안 젊은 상인은 숨을 가다듬었다. 뒷골목을 누비고 온 사람의 냄새란 정말 상상을 초월했다. 한참 후 정신을 차린 상인은 의아한 점을 발견하고 고개를 갸웃였다. 자신은 저 사람을 몰랐지만, 저 여행자는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기억력이 꽤 좋은 편인 자신이었는데 저렇게 특이한 사람을 까먹었다는 게 이상했다. 그러나 집안 대대로 이 가게를 꾸려온 사람답게 그리핀은 최대한 아까의 여행자의 불손함을 잊기로 하고 자신의 아마추어 같은 실수를 꾸짖었다.
그리핀은 마스크를 하나 쓰고, 이제 여행자를 화장실에서 불러낼 생각으로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물소리가 들리자 그는 자신의 귀를 의심해야 했다. 손이라도 씻고 있나? 그러기에는 너무 세게 들리는데.
그는 다시 한번 문을 두드렸고 그제서야 대답이 들려왔다. 그런데 그 대답이 아주 가관이었다.
"아직 씻고 있어요~ 꺄아, 훔쳐보면 부끄러워요!"
졸지에 변태취급을 받은 그리핀은 그 자리에 굳었다. 또한 알수없는 여행자가 무려 자신의 욕실에서 목욕을 즐기고 있다는 상황에 분노와 함께 혼란을 느꼈다. 화장실에서 악취가 날 생각을 하니 정신이 다시 아득해지는 것 같았고, 동시에 지금 굳이 미리 들어가서 여행자를 쫓아내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다.
그래서 여행자가 젖은 머리칼을 털며 발그레해진 얼굴로 화장실에서 나왔을 때 그리핀은 벌컥 인상을 찌푸리며 화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클리어는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동그란 두 눈을 그리핀에게 옮겼다.
"그러는 당신이야 누구시죠? 그리핀씨는 출장 가셨나요?"
"제가 그리핀입니다!"
"앗, 설마 그 코흘리개 쬐끄만 그리핀 꼬마!"
그리핀은 갑자기 자신의 어렸을 적 별명이 저 여행자의 입에서 나오는 것을 듣고 당황했다. 여행자는 무척 반갑다는 얼굴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고, 그리핀도 어쩐지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이란 기분이 들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처음의 질문을 물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나?"
여행자는 빙긋이 웃었다.
"내가 누군지 설명하려면 도저히 하루 만에 못 끝내. 그런 의미로 조금만 알려주고 이틀 정도 묵었다 가면 어때? 네 가족 소식도 궁금하고. 그나저나 클리어라는 사람 알아?"
그리핀은 탄성을 질렀다. 그제서야 그가 누구인지 알았다.
"들어오세요. 환영합니다."
안녕하세요, 라피엘입니다!
이런, 훌쩍 며칠이 지나버렸고 펑크가 또다시 났군요 (?!)
저번에는 이루비치아씨랑 더스크씨의 재등장이라고 했는데 클리어씨로 바꿔버렸습니다.
윽, 얼른 초반을 넘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요. 그런데 그게 글에 다 드러나는것 같아서 orz
그리핀씨는 중요한 캐릭터 같아보여도 별로 안중요합니다 (..)
이제 1장은 (이곳에서는 장 별로 안나누었지만 원래는 1장 부분입니다 현재) 한 6 ~10편정도 있으면 끝나겠네요. 의외로 진행이 느리게 됩니다.
그럼 리리플 나갑니다!
나나양 // 다음화 올렸심 킬킬 오늘은 조회수 0이 아닐것 같네염.. [..]
더크씨 // 낄낄 더크형이 기대한다고 하면 왠지 중요하게 느껴져염 (?!) 역시 폐인이라서 (?)
무군 // 님하도 블로그 여셈. 끗.
벨군 // 아니 있잖아, ㅎㅇ는 딴 곳에서 해도 되잖아?! 어쨌든 ㅎㅇ [..]
렌느씨 // 와앗 감사합니다 /ㅅ/ 그런데 왠지 무지무지하게 배가 고프네요. 왜일까나...
솔오빠 // 백만년은 아니고 몇개월 만이에요. (?!)
다나 // 태그의 여왕씨, 안녕~! 요즘 바빠보여요.
하야씨 // 언니 보고 싶어 ㅠㅠㅠ 흑흑흑 내 글에 꼬릿말 적어주는게 너무 고마워 [..]
슈티 // 은발이죠 히죽히죽.. 원래 금발로 하려다가 오류를 깨닫고 은발로 다시 ㄱㄱ
해리씨 // 해리님도 건필하세요~ /ㅅ/ 감사합니다!
그럼 블로그도 자주 들려주세요 (홍보)
킬킬, 그럼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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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pie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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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후후 1등이..ㅈㅅ 어쩄든 즐감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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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태그의 여왕?! 갑자기 호칭이 그렇게 되어버린거야?; / 백금발이라, 너무 멋져!! 흑, 역시 우리의 미소녀님은 설정부터가 초 절정이군요!
읏흥, 시험기간에 봐주는 센스! 근데 꺄아라니 성격이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거 아냐!? 럳쟈ㅐㅂ레ㅓ얀ㅁ;ㅣㄹㅇㄴ
..으하하하하, 그리핀이라는 이름 보고 순간 상상해버렸.. 살려주세요(도주)
와아 ;ㅅ; 백금같은색 정말 좋아요~ (응?) 아아 다음편도 기대할게요! 재밌게봤어요 ;ㅅ;
언제나 멋있네염 ㄳㄳ
아아, 멋져요.;ㅅ; 헤에.. 건필은 기본이고, ...블로그 주소는 어찌 되시나요?[아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