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4번째 편지 - 걷는 사람들
지난주 만난 두 분은 우연히 걷기 마니아들이었습니다.
한 분은 사업을 하는 분으로 코로나19로 사업이 벽에 부딪치자 마음의 위안을 얻을 생각에 아침마다 남산을 등반하기 시작했습니다. 2020년 4월 4일 그분이 보내온 카톡 내용입니다.
“솔직히 뭐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목표도 없고, 희망도 없고. 어떤 형태로든지 해결 방법이 있어야 하는데 방법을 찾을 수 없으니 너무 힘들고 답답하네요.” 코로나19 당시 우리 모두의 심정이었습니다.
저는 위안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성경>은 ‘하나님은 감당할 수 있는 고난만 주신다’고 했습니다. 그리스 비극 <아가멤논>은 ‘고난은 원하지 않는 자에게도 분별력을 키워 준다’고 이야기합니다. 고전 <철학의 위안>은 ‘행운은 인간을 속이지만 불운은 인간을 깨우친다’고 말합니다.
인간이 이룩한 위대한 성과는 모두 고난 뒤에 이룩되었습니다. 큰 성공은 늘 고난이라는 커튼으로 가려져 있습니다. 우리는 그 커튼만 바라보고 한숨짓지요. 인생의 경험으로 그 커튼 뒤에 있는 것을 꿰뚫어 보리라 믿습니다. 기운 내십시오. 이것도 다 지나갑니다.”
사실 이 메시지는 제 스스로에게 주는 메시지였습니다. 코로나19로 사업도 어려워졌고 개인 생활도 위축된 저에게도 용기를 주는 메시지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아니 전 세계 모두가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분은 매일 아침 5시면 어김없이 남산을 올랐습니다. 가끔 아침 등산길에 찍은 꽃 사진으로 아침 인사를 했습니다. 이렇게 하길 3년 이상 하고 있습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어김없이 아침 5시면 신발 끈을 조여 매고 집을 나선다고 했습니다.
지난 5월 초에는 한 달 동안 300km를 걷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등산을 하기 시작하더니 5월 1일부터 31일까지 총 335km 478,659걸음을 걸었습니다. 지독한 집념입니다.
코로나19로 무산되었던 그분의 사업도 코로나19의 종식과 함께 다시 진행되었습니다. 목표도 희망도 없던 시절 시작한 아침 남산 등산 덕분에 그분의 사업에 목표와 희망이 생겨난 것입니다.
아울러 건강 면에서는 모든 것이 좋아졌다고 했습니다. 그분을 만나면 힘과 활력이 넘치는 것이 느껴집니다. 절망을 극복하기 위해 시작한 아침 등산이 건강이라는 큰 선물을 주었습니다.
요즘은 등산을 하면서 이어폰으로 유튜브를 들어 꽤 유식해졌다며 너털웃음을 짔습니다. 법륜 스님 강의와 황창연 신부님 강의를 너무 재미있게 듣고 있다며 저에게도 한번 들어 보라고 권했습니다. 등산이 사색의 시간을 만들어 주고 있는 것입니다.
7월 1일에는 이런 카톡을 보내주었습니다. “6월 한 달도 313km를 걸었습니다. 이로써 3개월 3일, 94일 만에 1,000km를 걸었습니다.” 인간의 집념은 참으로 대단합니다.
우리가 흔히 먼 거리를 이야기할 때 말하는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가 400km입니다. 1,000km는 서울에서 베이징까지의 거리라고 합니다. 아무튼 엄청난 거리입니다. 이 거리를 한 달 만에 걸은 것입니다.
또 한 사람은 대학 동창 변호사입니다. 그가 등산 마니아라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려진 사실인데 막상 들어 보니 대단하였습니다.
10년 전부터 자가용을 타지 않고 걷거나 지하철로 다닌다고 했습니다. 웬만한 거리는 대부분 걷는답니다. 사무실에서 후배 변호사들이 쓴 서면을 읽어야 할 때면 사무실 밖으로 나와 삼성역 부근을 걸으면서 서면을 검토한다고 했습니다.
어떻게 걸으면서 서면을 읽냐고 물었더니 오랜 습관이 되어 편하답니다. 매일 집에 갈 때 20층이 넘는 아파트를 걸어서 올라간답니다. 그때 심심하니 책을 읽으며 올라간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책을 읽으며 계단을 오르면 언제 올라갔냐 싶게 20층이 넘는 계단을 쉽게 올라간다고 했습니다. 참으로 기이한 습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따라 해볼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하였지만 쉽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 친구는 지방에 재판을 갔다가 끝나면 반드시 부근에 있는 산에 올라간다고 했습니다. 산을 오를 때 심심하니 사진을 찍으며 올라간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찍은 사진이 어마어마하게 많은데 그중 유독 나무뿌리를 찍은 사진이 많아 주위에서 사진 전시회를 하라고 권할 정도라고 했습니다.
주말마다 산악동호회 동료들과 대한민국의 명산을 다니는 것은 오랜 생활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 친구의 몸은 군살이 하나도 없고 얼굴에서는 광채가 났습니다.
두 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저도 걷기에 대한 열망이 가슴에서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나이가 드니 성인병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종합병원 수준입니다.
이를 극복하는 길은 유산소 운동인 걷기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핑계 저 핑계로 차일피일하였는데 두 사람 이야기에 자극을 받아 여름 휴가가 끝나면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30일 동안 매일 1시간씩 걸은 적이 있습니다. 그 무렵 썼던 월요편지(2014년 5월 7일)를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매일 1시간씩 걷고 탄수화물을 안 먹는 식사법을 실천한 지, 한 달 9일 만인 지난 4월 29일 예정된 피검사를 받았습니다. 그 결과를 보고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제 평생에 피검사 수치가 이렇게 완벽하게 정상인 적이 없었으니까요.
간 기능 수치인 GPT(정상 수치 40이하)가 58에서 33으로 떨어졌습니다. 콜레스테롤 수치인 고밀도지단백(HDL)은 50이상이 정상 수치인데 47에서 57로 올라가 있었습니다. 저밀도지단백(LDL)은 130이하가 정상 수치인데 136에서 89로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드라마틱 한 것은 중성지방입니다. 중성지방 수치는 200이하가 정상인데 244에서 66으로 떨어졌습니다. 불과 40일 만에 일어난 변화입니다.
우리는 30일간 무엇을 해서 얼마나 변할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그런 생각이 드니까요. 그런데 우리 몸은 생각보다 복원력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나빠지는 것도 순식간이지만 꾸준히 노력한다면 좋아지는데 그리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른 분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였더니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들이었습니다. 그 사이에 체중도 2킬로그램 이상 줄었습니다.”
10년 만에 다시 이런 기쁨을 맛보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건강을 관리하고 계신가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23.8.1. 조근호 드림
<조근호의 월요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