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자(莊子) 내편(內編) - 大宗師篇
9. <도는 만물의 근원으로 어디에나 있다.>
夫道(부도) 有情有信(유정유신) 無爲無形(무위무형)
무릇 도란 정이 있고 실재하지만 작위하는 것도 아니요 또한 형체도 없다.
可傳而不可受(가전이불가수)
그것은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할수는 있지만 물품처럼 받을 수는 없고,
可得而不可見(가득이불가견)
체득할 수는 있지만 볼 수는 없다.
自本自根(자본자근) 未有天地(미유천지) 自古以固存(자고이고존)
스스로 만물의 바탕이 되고 뿌리가 되며, 천지가 생기기 전부터 이미 존재하였다.
神鬼神帝(신혼신제) 生天生地(생천생지)
그것은 귀신과 상제를 신령하게 했으며, 하늘과 땅을 낳았다.
在太極之上(재태극지선) 而不爲高(이불위고)
태극보다 더 위에 있어도 높지 않고,
在六極之下(재육극지하) 而不爲深(이불위심)
육극보다 더 아래에 있어도 깊지 않다.
先天地生(선천지생) 而不爲久(이불위구)
하늘과 땅보다 먼저 생겼건만 오래다 하지 않고,
長於上古(장어생고) 而不爲老(이불위로)
태고보다 더 오래 되었지만 늙었다 하지 않는다.
狶韋氏得之(희위씨득지) 以挈天地(이설천지)
희위씨는 이 도를 얻어 하늘과 땅을 들고 다녔으며,
伏羲氏得之(복희씨득지) 以襲氣母(이습기모)
복희는 이 도를 얻어 원기(元氣) 속에 들어 갔다.
維斗得之(유두득지) 終古不忒(종고불특)
유두는 이 도를 얻어 영구히 어그러짐이 없고,
日月得之(일월득지) 終古不息(종고불식)
해와 달은 이 도를 얻어 영원토록 그 운행을 그치지 않는다.
堪坏得之(감배득지) 以襲崑崙(이습곤륜)
감배는 이 도를 얻어 곤륜산의 신이 되었고,
馮夷得之(풍이득지) 以遊大川(이유대천)
풍이는 이 도를 얻어 신이 되어 황하에서 노닐었다.
肩吾得之(견오득지) 以處大山(이처대산)
견오는 이 도를 얻어 태산의 신이 되었고,
皇帝得之(황제득지) 以登雲天(이등운천)
황제는 이 도를 얻어 하늘에 올랐다.
顓頊得之(전욱득지) 以處玄宮(이처현궁)
전욱은 이 도를 얻어 현궁의 임금이 되었고,
禺强得之(우강득지) 立乎北極(입호북극)
우강은 이 도를 얻어 북쪽 바다의 신이 되었다.
西王母得之(서왕모득지) 坐乎少廣(좌호소광)
그리고 서왕모는 이 도를 얻어 소광산에 앉았으니,
莫知其始(막지기시) 莫知其終(막지기종)
아무도 그 시작과 종말을 알지 못한다.
彭祖得之(팽조득지) 上及有虞(상급유우) 下及五伯(하급오패)
팽조는 이 도를 얻어 순임금 때부터 오패 때까지 장수하였다.
傅說得之(부열득지) 以相武丁(이상무정) 奄有天下(엄유천하)
부열은 이 도를 얻어 무정의 정승이 되어 세상을 다스리다가,
乘東維(승동유) 騎箕尾(기기미) 而比於列星(이비어열성)
죽은 후에는 동유에 올라 기성과 미성을 달려 뭇 성좌에 끼게 되었다.
10. <도는 인간적인 욕망의 초월에서 얻어진다.>
南伯子葵(남백자규) 問乎女偊曰(문호여우왈)
남백자규가 여우에게 물었다.
子之年長矣(자지연장의) 而色若孺子(이색약유자) 何也(하야)
"선생님께서는 연세가 많은데도 얼굴빛은 어리애 같으니 어찌된 일입니까?"
曰(왈) 吾聞道矣(오문도의)
여우가 대답했다. "나는 도를 배웠기 때문이오"
南伯子葵曰(남백자규왈) 道可得學邪(도가득학야)
남백자규가 말했다. "나도 그 도를 배울 수 있을까요?"
曰(왈) 惡(오) 惡可(오가) 子非其人也(자비기인야)
여우가 대답했다. "아, 그건 안되오. 당신은 배울 사람이 못되오.
夫卜梁倚(부복량의) 有聖人之才(유성인지재) )
저 복량의는 성인의 소질은 지녔으나,
而无聖人之道(이무성인지도
성인의 도를 닦는 방도는 몰랐소.
我有聖人之道(아유성인지도)
이에 비해 나는 성인의 도를 닦는 방도는 알고 있지만,
而无聖人之才(이무성인지재)
성인으로서의 소질은 없소.
吾欲以敎之(오욕이교지)
나는 그를 가르치고자 했지만,
庶幾其果爲聖人乎(서기기과위성인호)
과연 그가 성인이 될 수 있을런지 염려가 되었소.
不然(불연) 以聖人之道(이성인지도)
그렇지만 성인의 소질을 지닌 이에게,
告聖人之才(고성인지재) 亦易矣(역이의)
성인의 도를 가르치기란 쉬울 것 같았소.
吾猶告而守之(오유수이고지)
나는 신중히 지켜보다가 그에게 도를 일러 주었소.
三日而候能外天下(삼일이후능외천하) 已外天下矣(이외천하의)
삼일이 지나자 그는 바깥 사물을 알게 되었고, 이미 바깥에 있었소.
吾又守之(오우수지) 七日而後能外物(칠일이후능외물)
나는 계속 그를 지켜 보았소. 이레가 지나자 그는 바깥 사물을,
已外物矣(이외물의) 吾又守之(오우수지)
잊게 되었소. 나는 계속 그를 지켜 보았소.
九日而後能外生(구일이후능외생) 已外生矣(이외생의)
구일이 지나자 삶의 밖을 알았고 이미 삶의 밖에 있었소.
而後能朝徹(이후능조철)
삶을 잊게 되자 그는 아침 햇살같은 깨달음의 경지에 들어가게 되었소.
朝徹而後能見獨(조철이후능견독)
그런 다음 그는 일체의 대립을 초월한 절대의 세계에 들어 갔소.
見獨而後能无古今(견독이후능무고금)
그런 다음 그는 고금의 시간을 초월하였소.
无古今(무고금) 而後能入於不死不生(이후능입어사불생)
그런 다음 그는 삶도 없고 죽음도 없는 그런 경지에 들어 갔소.
殺生者不死(살생자불사)
무릇 죽음을 관장하는 자에겐 죽음이 없고,
生生者不生(생생자불생)
생명을 관장하는 자에겐 삶이 없소.
其爲物(기위물) 無不將也(무부장야) 無不迎也(무불영야)
이 도는 떠나는 것은 그대로 보내고, 오는 것은 그대로 맞아 들일 따름이오.
無不毁也(무불훼야)
소멸하는 것은 소멸하는 대로 맡겨 두고,
無不成也(무불성야)
생성하는 것은 생성하는 대로 내맡길 뿐이오.
其名爲攖寧(기명위연녕)
이를 영녕이라 부르오.
攖寧也者(영녕야자) 攖而後成者也(영이후성자야)
영녕이란 만물을 얽히게 한 뒤에 본성에 따라 자라나게 한다는 뜻이오"
南伯子葵曰(남백자규왈) 子獨惡乎聞之(자독오호문지)
남백자규가 물었다. "선생님께서는 어디서 도를 들으셨소?"
曰(왈) 聞諸副墨之子(문저부묵지자)
여우가 말했다. "나는 도를 부묵의 아들에게서 들었소.
副墨之子(부묵지자) 聞諸洛誦之孫(문저낙송지손)
부묵의 아들은 낙송의 손자에게서 들었고,
洛誦之孫(낙송지손) 聞之瞻明(문지첨명)
낙송의 손자는 첨명에게서 들었소.
瞻明聞之聶許(첨명문지섭허) 聶許聞之需役(섭허문지수역)
첨명은 섭허에게서 들었으며, 섭허는 수역에게서 들었고,
需役聞之於謳(수역문지오구) 於謳聞之玄冥(오구문지현명)
수역은 오구에게서 들었소. 오구는 현명에게서 들었고,
玄冥聞之參寥(현명문지참료) 參寥聞之疑始(참료문지의시)
현명은 참료에게서 들었으며, 참료는 이를 의시에게서 들었던 것이오"
11. <신체의 변화도 자연 변화의 일부이다.>
子祀(자사) 子輿(자여) 子犁(자리) 子來(자래) 四人(사인) 相與語曰(상여어왈)
자사, 자여, 자리, 자래의 네 사람이 모여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孰能以無爲首(능숙이무위수) 以生爲脊(이생위척) 以死爲尻(이사위고)
"누가 능히 무를 머리로 삼고, 삶을 등뼈로 삼으며, 죽음을 엉덩이로 삼을 수 있을까?
孰知死生存亡之一體者(숙지사생존망지일체자) 吾與之友矣(오여지우의)
누가 능히 사생과 존망이 일체임을 알 수 있을까? 내 그런 이를 벗삼으리라"
四人(사인) 相視而笑(상시이소) 莫逆於心(막역어심) 遂相與爲友(수상여위우)
네 사람은 서로 바라보며 웃었다. 그들은 피차 뜻이 맞아 친구가 되었다.
俄而子輿有病(아이자여유병) 子祀往問之(자사왕문지) 曰(왈)
갑자기 자여가 병들자, 자사가 문병을 갔다. 자여가 말했다.
偉哉(위재) 夫造物者(부조물자) 將以予(장이여) 爲此拘拘也(위차구구야)
"굉장하구나, 조물자는. 장차 이 몸을 굽게 하려는구나"
曲僂發背(곡루발배) 上有五管(상유오관) 頤隱於齊(이은어제)
그는 등이 심하게 굽어서 내장은 위로 올라가고, 턱은 배꼽 아래에 박히며,
肩高於頂(견고어정) 句贅指天(구췌지천)
어깨는 이마보다 높고, 상투는 하늘을 가리켰다.
陰陽之氣有沴(음양지기유려) 其心(기심) 閒而無事(한이무사)
이처럼 음양의 기가 어지러워졌으나 그 마음은 편안하였다.
跰[足+鮮]而鑑於井(변선이감어정) 曰(왈)
그는 비틀거리며 우물에 가서 물 속에 비친 자기의 모습을 보면서 말했다.
嗟乎(차호) 夫造物者(부조물자) 又將以予(우장이여) 爲此拘拘也(위차구구야)
"아, 저 조물주는 내 몸을 이렇게 꼽추로 만들려는구나"
子祀曰(자사왈) 女惡之乎(여오지호) 曰(왈)
자사가 물었다. "자네는 그게 싫은가?" 자여가 말했다.
亡(무) 予何惡(여하오)
"아니, 내가 왜 싫어 히겠는가,
浸假而化予(첨가이화여) 之左臂而爲鷄(지좌비이위계)
만약 내 왼 팔이 차츰 변하여 닭이 된다면,
予因以求時也(여인이구시야)
새벽을 알리기를 바라겠네.
浸假而化予(첨가이화여) 之右臂以爲彈(지우비이위탄)
만약 내 오른팔이 조금씩 변하여 활이 된다면,
予因以求鴞灸(여인이구효자)
올빼미 구이를 만들겠네.
浸假而化予(첨가이화여) 之尻以爲輪(지고이위륜)
내 엉덩이가 차츰 변하여 수레가 되고,
以神爲馬(이신위마) 予因以乘之(여인이승지)
마음이 말로 변한다면 난 그것을 탈 수가 있겠지.
豈更駕哉(기경가재)
어찌 다른 탈 것이 필요하겠는가.
且夫得者(차부득자) 時也(시야) 失者(실자) 順也(순야)
무릇 사람이 태어남은 때를 만나는 것이며, 죽음은 그 때를 따르는 것이라네.
安時而處順(순시이처순) 哀樂(애락) 不能入也(불능입야)
이렇게 때에 안주하고 때에 순응한다면 슬픔과 즐거움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네.
此古之所謂縣解也(차고지소위현해야) 而不能自解者(이불능자해자)
이를 옛사람은 현해라고 했지. 그런데 스스로 풀려나지 못함은,
物有結之(물유결지)
바깥 사물에 얽매여 있기 때문이네.
且夫物不勝天久矣(차부물불승천구의)
하지만 사물이 하늘의 섭리를 이기지 못함은 변함없는 진리라네.
吾又何惡焉(오우하오언)
그러니 내가 어찌 싫어 하겠는가"
12. <삶과 죽음은 변화하는 자연현상일 뿐이다>
俄而子來有病(아이자래유병) 喘喘然將死(천천연장사)
갑자기 자래가 병이나 숨을 헐떡거리며 곧 죽을 것만 같았다.
其妻子環而泣之(기처자환이읍지)
그의 아내와 자식들이 둘러앉아 울고 있었다.
子犁往問之(자리왕문지) 曰(왈)
자리가 문병을 가서 말했다.
叱避(질피) 無怛化(무달화)
"쉿! 저리 비키시오. 죽는 이를 놀라게 하면 안되오"
倚其戶與之語曰(의기호여지어왈)
그리고 나서 자리는 방문에 기대어 말했다.
偉哉造化(위재조화) 又將奚以汝爲(우장해이여위)
"위대하도다, 조물자여. 장차 자네를 어디로 데리고 가서,
將奚以汝適(장해이여적) 以汝爲鼠肝乎(이여위서간호)
무엇으로 만들 것인지. 자네를 쥐의 간으로 화하게 하려는 것일까,
以汝爲蟲臂乎(이여위충비호)
아니면 벌레의 팔뚝으로 화하게 하려는 것일까"
子來曰(자래왈)
자래가 말했다.
父母於子(부모어자) 東西南北(동서남북)
"자식은 어버이의 분부가 내리면 동서남북 어디라도 가야만 한다네.
唯命之從(유명지종) 陰陽於人(음양어인) 不翅於父母(불시어부모)
하물며 천지음양이 사람에게 내리는 분부를 어버이의 그것에 비하겠는가.
彼近吾死(피근오사) 而我不聽(이아불청)
음양의 조화가 나에게 죽음을 내리는데, 내가 이를 거역한다면,
我則悍矣(아즉한의) 彼何罪焉(피하죄언)
나는 곧 나쁜 사람이 된다네. 하지만 음양의 조화에게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夫大塊載我以形(부대괴재아이형) 勞我以生(노아이생)
무릇 자연은 나에게 형체를 주었고, 삶으로써 나를 애쓰게 하며,
佚我以老(일아이로) 息我以死(식아이식)
늙음으로 나를 느긋하게 하고, 죽음으로 나를 휴식케 한다네.
故善吾生者(고선오생자)
따라서 내가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 들였다면,
乃所以善吾死也(내소이선오사야)
죽음도 긍정적으로 받아 들여야 할게 아닌가.
今之大冶鑄金(금지대야도금) 金(금) 踊躍(용약) 曰(왈)
지금 노련한 주물사가 쇠를 불려 주물을 만들려는데 쇠가 날뛰면,
我且必爲鏌鋣(아차필위막야)
‘나는 반드시 막야와 같은 보검이 되리라’고 외친다면,
大冶(대야) 必以爲不祥之金(필이위불상지금)
주물사는 반드시 상서롭지 않은 쇠라고 여길 것이네.
今一犯人之形(금일범인지형) 而曰(이왈)
이와 마찬가지로 어쩌다가 내가 한번 사람의 형체를 지녔다고 해서,
人耳人耳(인이인이)
‘꼭 사람으로만, 꼭 사람으로만’라고 한다면,
夫造化者(부조화자) 必以爲不祥之人(필이위불상지인)
조물자는 반드시 상서롭지 못한 사람이라고 여길게 아닌가.
今一以天地爲大鑪(금일이천지위대로) 以造化爲大冶(이조화위대야)
이제 천지를 커다란 용광로로 생각하고, 조물자를 노련한 주물사로 여긴다면,
惡乎往而不可哉(오호왕이불가재)
나야 어떤 형태로 변하든 좋지 않은가.
成然寐(성연매) 蘧然覺(거연각)
편안히 잠들고 조용히 깨어날 따름일세"
* 누구나 죽음이라는 한계상황에 부딪치게 마련이다. 여기서 절대자에 의한 구원을 바라는 신앙이 성립된 셈이다. 하지만 장자는 우리가 삶을 사랑하듯이 죽음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함을 역설한다.
왜냐하면 생사존망은 천지신명의 안배이므로 우리의 의지가 개입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신앙에 의한 구원의 길을 찾지는 않았다. 세계를 움직이는 힘을 하나의 원리로서 파악한 장자는 우리에게 체념의 철학을 강조한 것이다. 그리하여 신 없는 세계에서도 인간은 방황하지 않고 늘 넉넉한 마음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인간 존엄의 근거를 이런 점에 두고 있는 셈이다.
13. <삶은 군살이고 죽음은 고름을 짜내는 것과 같다>
子桑戶(자상호) 孟子反(맹자반) 子琴張(자금장) 三人相與語曰(삼인상여어왈)
자상호, 맹자반, 자금장 등 세 사람이 서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孰能相與於無相與(숙능상여어무상여) 相爲於無相爲(상위어무상위)
"누가 능히 서로 사귐이 없이 사귀고, 서로 도움이 없이 도울 수 있을 까.
孰能登天遊霧(숙능등천유무) 撓挑無極(요조무극)
누가 능히 하늘에 올라 안개 속에 노닐고 무극을 휘돌면서,
相忘以生(상망이생) 無所終窮(무소종궁)
유한한 삶을 잊고 다함이 없을 수 있을까?"
三人相視而笑(삼인상시이소)
세 사람은 서로 쳐다보며 빙그레 웃고,
莫逆於心(막역어심) 遂相與爲友(수상여위우)
마음에 거슬리는데가 없어 드디어 친구가 되었다.
莫然有間(막연유간) 而子桑戶死(이자상호사)
얼마 동안 아무일 없이 지내다가 자상호가 죽었다.
未葬(미장) 孔子聞之(공자문지)
장례식을 치르기 전에 공자가 이 소식을 듣고 자공을 보내어,
使子貢往侍事焉(사자공왕시사언) 或編曲(혹편곡) 或鼓琴(혹고금)
일을 돕게 하여, 자공이 가보니 한 사람은 발을 엮고, 또 한 사람은 거문고를 타면서,
相和而歌曰(상화이기왈)
곡조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嗟來桑戶乎(차래상호호) 嗟來桑戶乎(차래상호호)
"아, 상호여! 아, 상호여!
而已反其眞(이이반기진) 而我猶爲人猗(이아유위인의)
너는 벌써 참된 곳으로 돌아갔건만, 우리는 아직 사람으로 남았도다"
子貢趨而進曰(자공추이진왈) 敢問(감문)
자공이 예법에 따라 종종걸음으로 달려가 물었다.
臨尸而歌(임호이가) 禮乎(예호)
"시체 앞에서 노래를 부름이 예입니까?"
二人相視而笑曰(이인상시이소왈)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고 웃으며 말했다.
是惡知禮矣(시오지례의)
"이 친구가 어찌 예의 참 뜻을 알리오"
子貢反(자공반) 以告孔子(이고공자) 曰(왈)
자공이 돌아와 공자에게 아뢰었다.
彼何人者邪(피하인자야) 修行無有(수행무유)
"그들은 어떤 사람일까요? 예절을 무시한 채 행동을 삼갈 줄도 몰라,
而外其形骸(이외기형해) 臨尸而歌(임호이가) 顔色不變(안색불변)
주검 앞에서 노래를 부르며, 얼굴 빛도 변치 않습니다.
無以命之(무이명지) 彼何人者邪(피하인자야)
그러니 제가 무어라 말할 수가 없습니다. 도대체 그들은 어떤 사람일까요?"
孔子曰(공자왈) 彼遊方之外者也(피유방지외자야)
공자가 대답했다. "그들은 세상 테두리 밖에서 노니는 사람들이다.
而丘遊方之內者也(이구유방지내자야)
그리고 나는 세상 테두리 안에서 노니는 사람이다.
外內不相及(외내불상급)
이 바깥과 안은 서로 미치지 못하는 터임에도 불구하고,
而丘使女往弔之(이구사여왕조지) 丘則陋矣(구즉루의)
너를 보내 조문케 한 것은 나의 불찰이었다.
彼方且與造物者爲人(피방차여조물자위) 而遊乎天地之一氣(이유호천지지일기)
그들은 이제 조물자와 벗하며, 천지의 근원인 일기(일기)속에서 노닐려 한다.
彼以生爲附贅縣疣(피이생위부췌현우)
그들은 삶을 혹이나 사마귀 정도로 생각하고,
以死爲決[疒+丸]潰癰(이사위결환궤옹)
죽음을 헌데나 곪은 것을 짜는 것으로만 여긴다.
夫若然者(부약연자) 又惡知死生先後之所在(우오지사생선후지소재)
그러므로 그와 같은 사람들은 이미 죽음과 삶에 대한 차별에서 벗어난 것이다.
假於異物(가어이물) 托於同體(탁어동체)
우리의 육신을 여러 물질을 빌어 만든 것으로 여기며,
忘其肝膽(망기간담) 遺其耳目(유기이목)
제 몸의 간과 쓸개, 눈과 귀 따위도 잊은 채,
反覆終始(반복종시) 不知端倪(부지단예)
한없이 되풀이 되는 시작과 종말을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芒然彷徨乎塵垢之外(망연방황호진구지외) 逍遙乎無爲之業(소요호무위지엄)
그들은 세속을 떠나 유유히 무위자연의 세계를 소요하는 것이다.
彼又惡能憒憒然(피우오능궤궤연) 爲世俗之禮(위세속지례)
따라서 그들은 번거로운 세속의 예절을 지켜가며,
以觀衆人之耳目哉(이관중인지이목재)
세상 사람들의 이목을 끌려고 할 리가 없는 것이다".
14. <도의 세상에서는 서로를 잊는다.>
子貢曰(자공왈) 然則夫子(연즉부자) 何方之依(하방지의)
자공이 물었다. "그럼 선생님은 어느 쪽을 따르겠습니까?"
孔子曰(공자왈) 丘(구) 天之戮民也(천지육민야)
공자가 말하기를, "나는 천벌을 받은 몸이다.
雖然(수연) 吾與汝共之(오여여공지)
하지만 나는 너와 더불어 이 길을 가고자 한다"
子貢曰(자공왈) 敢問其方(감문기방)
자공이 물었다. "그 방도를 듣고 싶습니다"
孔子曰(공자왈) 魚相造乎水(어상조호수) 人相造乎道(인상조호도)
공자가 말했다. "고기는 물에서 자라고 사람은 도에서 자란다.
相造乎水者(상조호상자) 穿池而養給(천지이양급)
물에서 자라는 고기는 못을 파주면 살 수 있고,
相造乎道者(상조호도자) 無事而生定(무사이생정)
도에서 자라는 사람은 세상 일을 버리므로 마음이 안정된다.
故曰(고왈) 魚相忘乎江湖(어상망호강호)
따라서 고기는 강과 호수에서 서로를 잊고,
人相忘乎道術(인상망호도술)
사람은 도의 세계에서 피아의 차별을 잊는다고 한다"
子貢曰(자공왈) 敢問畸人(감문기인)
자공이 물었다. "기인이란 어떤 사람입니까?"
曰(왈) 畸人者(기인자)
공자가 말하길, "기인이란,
畸於人而侔於天(기어인이모어천)
보통 사람과는 뜻이 통하지 않지만 하늘과는 뜻이 통하는 사람이다.
故曰(고왈) 天之小人(천지소인) 人之君子(인지군자)
그러기에 하늘의 소인은 세상 사람들의 군자요,
人之君子(인지군자) 天之小人也(천지소인야)
세상 사람의 군자는 하늘의 소인인 것이다"
15. <죽음과 삶의 실체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顔回問(안회문) 仲尼曰(중니왈)
안회가 공자에게 물었다.
孟孫才(맹손재) 其母死(기모사) 哭泣無涕(곡읍무체)
"맹손씨는 그 어머니가 죽었을 때 곡을 하여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고,
中心不戚(중심불척)
마음속으로 슬퍼하지도 않았습니다.
居喪不哀(거상불애)
또한 상중임에도 불구하고 서러워 하는 빛이 안 보였습니다.
無是三者(무시삼자) 以善處喪蓋魯國(이선처상개로국)
이 세가지가 없는데도 성의있게 상을 치렀다고 소문이 노나라에 퍼졌습니다.
固有無其實(고유무기실) 而得其名者乎(이득기명자호)
본디 실상이 없는데도 그 이름이 드러난 사람입니까?
回壹怪之(회일괴지)
저는 그것이 이상하기만 합니다"
仲尼曰(중니왈)
공자가 대답했다.
夫孟孫氏(부맹손씨) 盡之矣(진지의)
"저 맹손씨는 자기의 할 바를 다 했을 뿐만 아니라,
進於知矣(진어지의)
예를 아는 이들보다 더 앞섰던 것이다.
唯簡之而不得(유간지이부득)
세상 사람들은 그 일을 간소히 하려 해도 할 수가 없는데,
夫已有所簡矣(부이유소간의)
그는 간소하게 치른 것이다.
孟孫氏(맹손씨) 不知所以生(부지소이생) 不知所以死(부지소이사)
맹손씨는 사는 까닭을 알려고 하지 않으며, 죽는 까닭도 알려고 하지 않는다.
不知孰先(부지숙선) 不知孰後(부지숙후)
삶과 죽음의 어느 쪽도 마음에 두지 않는다.
若化爲物(약화위물) 以待其所(이대기소) 不知之化已乎(부지지화이호)
자연의 섭리에 좇아 알지 못할 변화를 기다릴 따름이다.
且方將化(차방장화) 惡知不化哉(오지불화재)
무릇 변하듯 보이는 것도 실은 변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고,
方將不化(방장불화) 惡知已化哉(오지이화재)
변하지 않는듯 보이는 것도 실음 변하는 것일 수도 있다.
吾特與汝(오특여여) 其夢未始覺者邪(기몽미시각자야)
너와 나는 아직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 사람일 수도 있지 않을까.
且彼有駭形(차피유해형) 而無損心(이무손심)
게다가 그는 형체의 변화에 놀라기는 하여도 마음을 상하지는 않는다.
有旦宅(유단택)
그리고 죽음을 거처를 옮기는 일로만 여기고,
而無耗精(이무모정)
진실로 죽는 일은 없다고 보는 것이다.
孟孫氏特覺(맹손씨특각)
맹손씨야말로 도를 깨달은 지라,
人哭亦哭(인곡역곡)
남들이 곡을 하면 관습에 따라 곡을 했던 것이다.
是自其所以乃(시자기소이내)
이는 저절로 그렇게 한 것이다.
且也相與吾之耳矣(차야상여오지이의)
또한 서로 자기의 육신을 가리켜 자기라고 하지만,
庸詎知吾所謂吾之非吾乎(용거지오소위오지호)
자기가 말하는 자기가 참으로 자기인지 아닌지를 어찌 알겠는가.
且汝夢爲鳥而厲乎天(차여몽위조려호천)
또한 너는 꿈에 새가 되어 하늘에 오르기도 하고,
夢爲魚而沒於淵(몽위어이몰어연)
꿈에 고기가 되어 못에 잠길 수도 있을 것이다.
不識今之言者(불식금지언자) 其覺者乎(기각자호)
하지만 지금 말하고 있는 너도 과연 깨어있는 너인지.
其覺者乎(기각자호) 其夢者乎(기몽자호)
꿈을 꾸고 있는 너인지를 어찌 알겠느냐.
造適不及笑(조적불급소)
시비를 가리는 게 웃느니만 못하고,
獻笑不及排(헌소불급배)
웃는 게 사물의 추이에 맡기느니만 못한 셈이다.
安排而去化(안배이거화) 乃入於廖天一(내입어료천일)
추이에 맡기고 안주하는 이는 이내 고요한 도와 하나되는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
16. <깨우쳐 노력하면 바른 길로 갈 수 있다.>
意而子見許由(의이자견허유) 許由曰(허유왈)
의이자가 허유를 만나니 허유가 물었다.
堯何以資汝(요하이자여)
"요임금은 그대에게 무엇을 가르쳤는가?"
意而子曰(의이자왈)
의이자가 대답하였다.
堯謂我(요의아) 汝必躬服仁義(여필궁복인의)
"요임금은 저에게 말하기를 반드시 인의의 덕을 따르고,
而明言是非(이명언시비)
옳고 그름을 분명히 가리라고 했습니다"
許由曰(허유왈) 而奚來爲軹(이해래위지)
허유가 말했다. "그렇다면 그대는 무엇하러 왔는가?
夫堯旣已黥汝以仁義(부요기이경여이인의)
요임금은 이미 그대에게 인의로써 몸에 먹물을 새겼고,
而劓汝以是非矣(이의여이시비의)
옳고 그름으로써 코를 베었다.
汝將何以遊夫(여장하이유부) 遙蕩恣睢(요탕자휴) 轉徙之塗乎(전사지도호)
그대는 저 분방하고 변화로운 도의 세계에서 노닐 수 없으리라"
意而子曰(의이자왈) 雖然(수연) 吾願遊於其藩(오원유어시번)
의이자가 대답했다. "그렇기는 하나 저는 그 울타리에서라도 노닐고 싶습니다"
許由曰(허유왈) 不然(불연)
허유가 말했다. "안 된다.
夫盲者(부맹자) 無以與乎眉目顔色之好(무이여호미목안색지호)
장님은 미인의 얼굴을 알아 볼 수가 없고,
瞽者(고자) 無以與乎靑黃黼黻之觀(무이여호청황보불지관)
화려하게 수놓은 옷의 아름다움도 보지 못한다.
意而子曰(의이자왈) 夫无莊之失其美(부무장지실기미)
의이자가 말했다. "무릇 무장이 그 미모를 잊고,
據梁之失其力(거량지실기력) 皇帝之亡其知(황제지망기지)
거량이 그 괴력을 잊으며, 황제가 그 슬기를 잊게 됨은,
皆在鑪捶之間耳(개재로추지간이)
모두 용광로 속에서 다시 불려졌기 때문입니다.
庸詎知夫造物者之(용거지부조물자지)
그러니 조물자가 저의 먹물을 지워 주고
不息我黥而補我劓(불식아경이보아의)
베어진 코를 붙여 제 몸을 온전한 모양으로 되돌려서,
使我乘成以隨先生邪(사아승성수선생야)
선생의 가르침을 따르게 할 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許由曰(허유왈) 噫(희) 未可知也(미가지야) 我爲汝言其大略(아위여언기대략)
허유가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지. 내 그대에게 도의 대략을 말해 주리라.
吾師乎(오사호) 吾師乎(오사호)
내 스승, 나의 스승인 도는,
[敕+韭]萬物而不爲義(제만물이불위의)
만물을 잘게 썰어 하나로 돌아가게 하건만 스스로 의롭다 하지 않고,
澤及萬世而不爲仁(택급만세이불위인)
영원토록 은혜를 베풀면서도 어질다 하지 않는다.
長於上古而不爲老(장어상고이불위로) 覆載天地(복재천지)
아득한 옛날부터 존재해 오건만 늙었다 하지 않고, 하늘을 덮고 땅을 실어
刻彫衆形而不爲巧(각조중형이불위교)
갖가지 모양을 만들면서도 스스로 솜씨 있다고 여기지도 않는다.
此所遊已(차소유이)
도는 이런 일을 자유롭게 노니는 마음으로 행하는 것이다.
17. <坐忘(좌망)>
顔回曰(안회왈)
공자의 사랑하는 제자인 안회가 공자를 보고 말했다.
回益矣(회익의)
"저도 이제 많은 수양을 얻게 되었습니다"
仲尼曰(중니왈) 何謂也(하위야) 曰(왈)
중니가 말하기를, "무억이 어떻다는 말이냐?" 안회가 대답하기를,
回忘仁義矣(회망인의의) 曰(왈)
"저는 인의(仁義)를 잊어 버릴 수가 있습니다" 공자가 말하기를,
可矣(가의) 猶未也(유미야)
"그건 장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아직 충분하지 못하다"
它日復見曰(타일복견왈)
그 뒤 어느 날 안회가 다시 찾아와서 말했다.
回益矣(회익의) 曰(왈)
"저도 이젠 많은 수양의 진보를 보았습니다" 공자가 묻자,
何謂也(하위야) 曰(왈)
"어떻게 말이냐?" 안회가 대답하기를,
回忘禮樂矣(회망예락의) 曰(왈)
"저는 예악(禮樂)을 잊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可矣(가의) 猶未也(유미야)
"그건 장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다고 할 수 없다"
它日復見曰(타일복견왈)
다음 날 안회가 또 찾아와서 말했다.
回益矣(회익의) 曰(왈)
"이젠 보다 많은 수양을 얻게 되었습니다" 공자가 묻기를,
何謂也(하위야) 曰(왈)
"어떻게 말이냐?" 안회가 대답하기를,
回坐忘矣(회좌망의) 仲尼蹴然曰(중니축연왈)
"좌망(坐忘)을 했습니다" 공자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반문했다.
何謂坐忘(하위좌망) 顔回曰(안회왈)
"좌망이란 무엇이냐?" 안회가 대답하기를,
墮枝體(타지체) 黜聰明(출총명)
자기 육신을 버리고, 총명(聰明)이 소용없게 되는 것,
離形去知(이형거지) 同於大通(동어대통)
즉 형체와 지각(知覺)에서 벗어나 큰 도(道)와 일체가 되는 것,
此謂坐忘(차위좌망) 仲尼曰(중니왈)
이것이 앉아 있으면서 잊는 좌망입니다" 그러자 공자는 말했다.
同則無好也(동즉무호야)
"도와 일체가 되면 사물(事物)에 대한 좋고 싫고 사랑스럽고 미운 감정이 없어지고,
化則無常也(화즉무상야)
도와 동화(同化)되면 모든 집착과 구속에서 벗어나게 된다.
而果其賢乎(이과기현호) 丘也請從而後也(구야청종이후야)
너는 과연 현명하구나. 나도 이제 너를 따라 배우기로 하겠다"
* 이 좌망은 몸과 마음의 존재를 떨치는 점에 있어서는 선종의 좌선과 비슷하다. 선종은 중국인의 사변적 능력이 낳은 가장 중국적인 불교 종파이다. 그리고 이미 전국시대의 장자 철학으로 그와 유사한 모델이 마련된 셈이다. 그렇지만 좌망은 어떤 수양법으로 터득한 경지는 아닌 것 같다. 인위를 배척한 장자는 위대한 도와 하나가 됨을 그런 말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18. <하늘이냐 사람이냐>
子輿與子桑友(자여여자상우)
자여(子輿)는 자상(子桑)과 친구 사이였다.
而霖雨十日(이림우십일) 子輿曰(자여왈)
장마가 열흘이나 계속되고 있었으므로, 자여는 이런 생각을 했다.
子桑殆病矣(자상태병의)
‘자상은 가뜩이나 가난한데, 이 장마에 먹을 것도 없이 병이나 나지 않았을까’
裹飯而往食之(과반이왕식지)
그래서 그는 밥을 싸들고 자상의 집으로 찾아 갔다.
至子桑之門(지자상지문)
그런데 자상의 사립문 앞에 이르자,
則若歌若哭(즉약가약곡) 鼓琴曰(고금왈)
자상이 거문고를 뜯으며, 노래도 울음도 아닌 이상한 목소리로,
父邪母邪(부야모야) 天乎人乎(천호인호)
"아버지냐? 어머니냐? 하늘이냐? 사람이냐?"
有不任其聲而趨擧其詩焉(유불임기성이추거기시언)
하며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 왔고, 배고픈 탓인지 소리가 노래가 되지 못하고 연거푸 같은 소리만을 되풀이 할 뿐이었다.
子輿入曰(자여입왈)
자여가 안으로 들어가서,
子之歌詩(자지가시)
"자네는 아버지냐 어머니냐 하늘이냐 사람이냐 하고 노래를 하는데,
何故若是(하고약시) 曰(왈)
그건 무슨 의미인가?" 하고 묻자, 자상이 대답했다.
吾思夫使我至此極者(오사부사아지차극자)
"나는 대관절 무슨 인과(因果)로 이런 곤궁에 처해 있는지를 생각해 보았으나,
而弗得也(이불득야) 父母豈欲吾貧哉(부모개욕오빈재)
전연 알 수가 없네. 부모가 설마하니 나를 가난에 빠뜨려 놓고 기뻐할 리도 없으며,
天無私覆(천무사복) 地無私載(지무사재) 天地豈私貧我哉(천지개사빈아재)
하늘과 땅도 굳이 나만을 가난 속에 밀어 넣을 리도 없잖겠나.
求其爲之者而不得也(구기위지자이부득야)
대관절 누구 때문인지 알 수가 없어.
然而至此極者(연이지차극자) 命也夫(명야부)
그런데도 이 꼴이 되어 있으니, 이것은 역시 자연의 운명임을 깨닫고 있네"
* 일찍이 그리이스의 에피쿠로스는 ‘나에게 빵과 물만 있다면 나의 행복을 신(神)의 그것과 겨누리라’고 말했다. 이렇게 현인은 가난 속에서도 도를 즐기며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 이 장의 대화에는 그런 격조랄까, 여유로움이 없는 셈이다. 그리고 궁핍의 원인을 자신의 무능이나 사회제도의 모순에서 찾지 못한 채, 푸념만 늘어 놓는 것도 칭찬할 만한 태도는 못 된다.
첫댓글 ..
.
즐감
.
장자(莊子) 내편(內編)의 大宗師篇을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