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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화 소주(蘇州)-2
소주는 강소성 남부 태호 동안의 도시로 항주와 함께 절경으로 유명했다.
하늘에는 천당이 있고, 땅에는 소항이 있다라고 불릴 만큼 소주는 아름다운 도시였다.
그 소주에 악삼이 갈씨 자매와 함께 들어 온 시간은
붉은 노을이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동녘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때였다.
그들이 소주 거리를 거닐자 집집마다 등불이 하나씩 켜지며 불야성을 이루기 시작했다.
"과연 소주군요."
"사람이 많아..."
"악가가는 정말 감정이 메말랐군요.
소주 시내를 걸어가면서 하는 말이 겨우 '사람이 많아' 에요.
얼마나 재미나고 즐거운데요."
갈운지는 악삼의 불편한 기색을 무시해 버리고
자신처럼 즐거워하지 않는 것이 매우 못마땅했다.
악삼은 갈운지의 투정에 어이가 없는지 고개를 흔들었고
갈운영은 동생을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운지야! 헛소리 그만해라."
"언니, 헛소리가 아니에요.
아름답고 화려한 소주를 걸어다니는데 두 분다 무미건조하니 내가 오
히려 어이가 없어요."
"너는 우리가 지금 쫓기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렸니?" "물론 아니죠."
"그럼, 지금 유람이라도 온 듯이 행동하는 네 모습이
잘못 됐다고 생각이 들지 않는거니?" "네,
그들도 여기까지는 쫓아오지 못할 것이에요."
"그것은 네 생각이지 그들의 생각은 아니지 않느냐."
"하지만..."
"오늘은 늦었으니 기거할 객잔을 찾고 내일 가장 빨리 떠나는 배편을 구해 운남으로 가야한다."
"언니~."
"안 돼."
갈운영는 동생의 애교 섞인 투정을 가차없이 무시했다. 그녀는 조금이라도 길거리 를 구경하고
싶어하는 갈운지의 손목을 잡고 가차없이 객잔을 향했다. 두 자매의 모습을 보던 악삼은 자신도 모
르게 고개를 흔들었다. 특히 갈운지의 응석은 악삼에 게 너무나 이질적으로 다가왔다.
'도대체, 여자란 알 수가 없는 존재구나... 지하미로를 통과할 때 보여준 거침없는 움직임과 살인
마저 불사하던 그 모습은 어디로 가고 저런 응석을 부리는 모습이라니...
어떻게 보면 정말 어이가 없구나.'
악삼의 뇌리에 자신을 갈운영이라고 소개하던 갈운지와의 첫 대면 때부터 미로를 통과하던 모습
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그 모습과 갈운영을 만난 후부터의 너무나 달 라진 현재의 모습에 악삼은 괴
리감을 느꼈다. 악삼은 오히려 몇 마디 나누지 않은 갈운영을 친숙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갈운지의
손목을 잡고 강제로 객잔으로 끌고 가던 갈운영은 자신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흔드는 악삼의 모
습을 보았다. 갈운영은 악삼의 표정에서 자기 자매들의 모습을 보고 어이없어 한다는 것을 알아채고
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악 소협, 어서 따라 오세요."
"아... 알겠소."
갈운영은 샐쭉한 표정을 짓고는 악삼에게 뒤따라오라고 말했다. 그녀는 악삼에게 말 을 걸어 자
기 자매에 대해서 더 이상 깊게 생각하지 않도록 하면서 부끄러운 상황을 모면하기로 했다. 그녀의
생각대로 악삼은 더 이상 다른 생각은 하지 않고 갈씨 자매 뒤를 따라 걸어가기 시작했다. 수많은
인파들이 몰려나와 북적대는 거리에서 다른 생각을 하다가는 갈씨 자매의 행방을 잃어버릴 수가 있기
때문에 악삼은 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 또한 15년 동안 한적한 산 속에서 무공수련만 하던 악삼은
걸 어가면서 부딪치는 수많은 인파에 질려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없었다. 갈씨 자매 뒤 를 따라
움직이는 악삼의 안색은 어느새 하얗게 질려가고 있었다. 그런 악삼이 그 나마 안도의 한숨을 낸 것
은 갈씨 자매가 화려한 2층 건물의 입구에 멈춰 섰기 때문 이다.
"이 정도면 되겠어."
"언니..."
"자 어서 들어가자."
갈씨 자매가 객잔으로 들어가자 점소이 한 명이 쪼르륵 달려와 인사했다.
"어서 옵쇼."
"식사부터 할거니까 자리를 만들어라."
"네, 그럼 이리로 오시지요."
"그리고 여기서 쉬고 갈 거니까, 객실 2개도 준비해." "네, 알겠습니다."
점소이의 안내로 갈씨 자매가 객잔 내부에 들어가자 식사를 하고 있던 많은 사람들의 눈길이 일
제히 몰렸다. 면사로 얼굴을 가린 갈운영이나 눈에 확 뜨이는 갈운지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에는 충분했던 것이다. 그런데 곧이어 들어온 악삼이 갈 씨 자매가 앉은 식탁에 동석을 하자 많은
사람들의 시선은 선망과 찬탄에서 질투와 두려움이 섞인 시선으로 바뀌었다. 악삼이 입은 황의에는
검붉은 피딱지가 얼룩져 있었고 등뒤에 달려있는 창은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민간의 일반 사람들에
게 강호 인은 두려운 존재들이었다. 그런데 악삼이 입은 피에 절은 복장은 강호인중에서도 피
도 눈물도 없는 살인마가 연상되었기에 두려움을 주었고, 갈씨 자매의 미모를 독차 지한 듯한 악삼에게
질투를 느낀 그들의 표정은 복잡했던 것이다. 그런데, 악삼이 동석하자 점소이는 아무런 말조차 못하
고 두려움에 젖어 전신을 가늘게 떨기만 했다.
"이 집은 뭐를 잘하지."
"......"
"뭘 잘하느냐고 물었다."
"아... 네, 네."
점소이가 아무 말도 못하고 두려움에 빠져 벌벌 떨고 있자 악삼은 짜증이 나서 차갑 게 되물었
다. 그러자 점소이는 놀라서 고개를 연달아 숙이며 '네, 네'를 연발해 악 삼을 더욱 짜증나게 만들었
다. 악삼은 자신의 모습이 일반인들에게 어떻게 보이는 지 몰랐던 것이다. 수많은 인파에 질려 신경
이 곤두선 악삼은 자신도 모르게 무표 정한 얼굴과 살기가 배어 나오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특히, 엄
청난 살상을 저지르 면서 살기가 가중된 악삼은 조그만 신경이 비틀려도 폭발적인 살기가 쏟아져 나와
상 대방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객잔 주인은 서둘러 악삼에게 달 려왔다.
강호인과 시비가 붙어서 이익을 본 적이 없는 것을 수없이 경험한 객잔 주 인은 비굴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며 말하기 시작했다.
"협객님,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몰라도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객잔 주인의 비굴한 태도는 악삼의 신경에 거슬렸다. 그러나, 악삼은 인내심을 발 휘해 나지막
하게 말했다.
"이 집에서 잘 하는 음식이 뭔지 알고 싶소?"
"저희 객잔은 천하의 모든 요리를 다 할 수 있는..." "그만!"
"네!..."
"자신있는 걸로 알아서 가지고 오시오."
"네, 알겠습니다."
객잔 주인이 얼어붙은 점소이를 끌고 주방으로 향했고 악삼은 자신을 두려워하는 그 들의 행동에
매우 화가 났다. 갈씨 자매는 악삼의 표정을 보며 매우 재미있어 하 는 표정을 지으며 킥킥거리며
웃었다.
"뭐가 그리 우스운 거요."
"킥킥, 악가가 안색이요."
악삼은 갈운지의 지적에 한숨을 쉬었다.
"저들은 강호인이 아니에요."
"그건 무슨 말이오? 갈 소저."
"악 소협은 15년 동안 오직 무공수련만 한데다가 기껏 다른 사람들을 만나자마자 바 로 처절한
결투로 끝맺었죠."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이오?"
"악 소협은 상대하는 모든 사람에게 강렬한 투기와 살기를 발하고 있어요."
갈운영이 말한 내용은 악삼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악삼은 자신이 그러한 행동 을 하고 있
음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그 놀람은 더욱 컸던 것이다.
"일반인들이 우리 강호인을 바라보는 모습은 토끼가 호랑이를 보는 것과 같아요. 그 런데 악 소
협은 자신이 매우 굶주리고 화가 난 맹수라는 표시를 내고 있어요. 한마디 로 악 소협은 누군가에게 시
비를 걸거나 도발한다는 모습이 정확해요."
악삼은 갈운영의 지적에 큰 충격을 받았다. 악삼은 자기가 남에게 어떻게 보이는 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음식이 나와 갈씨 자매는 식사를 했지만 악삼은 고민하느라 대충 먹는 시늉만
냈다. 식사를 하기 위해 갈운영이 면사를 벗어 갈운 지와 쌍둥이 자매라는 것이 알려지자 객잔에서
숨죽이며 식사를 하고 있던 많은 사람 들을 감탄하게 만들었지만 악삼은 그런 일에 신경조차 쓰지 못했
다. 갈운영은 식사 가 끝나자 겁에 질린 점소이를 불러 객실을 안내하도록 시켰다. 그들은 점소이
의 안내를 받아 객잔 후원에 있는 2층 건물에 들어갔다. 단정한 객실에 그들이 들어가 자 점소
이는 한숨을 쉬고 뒤돌아 나가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갈운영이 점소이를 불 렀다.
"점소이!"
"네, 아가씨, 부르셨습니까!"
"옷이 필요하니 재단사를 데리고 오너라."
"네, 네, 알겠습니다."
"이건 수고비다."
갈운영은 점소이에게 은자 한 냥을 던져주었다. 은자 한 냥을 손에 넣은 점소이 얼 굴은 환하게
변해버렸다. 은자 닷 냥이면 한 식구가 한 달을 거뜬히 넘길 수 있었 으니 은자 한 냥의 가치는 적은
것이 아니었다. 특히 객잔에서 봉급을 받는 것이 아니고 손님에게 수고비를 받아서 생활하는 점소
이에게 은자 한 냥의 무게도 큰 것이 었다. 점소이는 바로 갈운영에게 허리를 몇 번이나 숙이더니 재
단사를 빨리 데려 오겠다고 말하며 객실에서 나갔다. 점소이가 나가자 갈운영은 악삼을 바라보았다.
"이 곳은 소주에요. 피묻은 옷을 입고 다니다간 골치 아픈 일과 부딪치죠." "알겠소. 갈 소저."
"무기도 감추세요. 그리고 살기와 투기를 겉으로 드러내지 마세요."
갈운영이 말하는 내용에 수긍한 악삼은 고개를 끄덕였다. 격리된 생활을 해 민간의 생활 방식
을 모르는 악삼은 갈운영이 알려주는 내용에 의거해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악삼은 번화한 소주의 환경에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악중악과 북풍각 소속의 무사들은 악삼이 소주에 들어간지 일 각이 지나기도 전에 도 착했다.
경공을 사용해 소주까지 도착한 악삼과 갈씨 자매에 비해 그들은 다량의 말을 가지고 있었기에 근접
거리까지 추적을 좁힐 수가 있었다. 그러나, 단 일 각의 차이는 너무나 컸다. 악중악은 30여명에 달
하는 북풍각 무사들과 함께 소주에 입성 했다. 그러나, 그들은 소주에 들어가기 위해서 자신들의 복색
을 표국의 표행으로 위 장해 들어갔고, 위장을 하느라 많은 시간을 잡아먹었다. 악중악이 북풍각 무사
들과 소주를 활보할 때에는 악삼일행은 벌써 객잔의 객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소주 중심에 도착한 악중악은 표차를 끌고 객잔에 들어갔다. 악중악은 객잔 주인 을 불러 별
실을 빌려 북풍각 무사들과 음식을 기다렸다. 그런데, 음식이 나오자 북풍 각 무사들은 굳어진 안색으로
뻣뻣하게 정열을 한 채 움직이지 않았다.
"다들 앉거라."
"각주님."
"다들 식사부터 해라."
"네 알겠습니다."
"편하게 식사해라. 나는 전 각주와는 다른 사람이다."
북풍각 소속의 무사들이 굳은 얼굴로 띄엄띄엄 먹어대자 악중악은 그들의 마음을 풀 어주는데 신
경을 썼다. 악중악은 북풍각을 비롯한 북해오각 전체가 심할 정도로 혹 독한 상하관계를 유지하고 있
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악중악은 북 풍각 무사들에게 부드럽게 식사를 권했다. 그
러나, 상관과 함께 식사를 같이 한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한 북풍각 무사들은 악중악의 행동에 안절부절
못했다.
"걱정하지말고 충분히 먹어둬라. 식사가 끝난 뒤부터는 정신 없이 돌아다녀야 하니 많이 먹어
둬라."
"네, 알겠습니다."
북풍각 무사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 악중악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러나, 식사가
끝나고 차가 나오자 악중악은 북풍각 무사들을 한번씩 바라본 후 입을 열었다.
"나는 너희들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다."
"말씀하십시오."
"나는 추적이나 잠입, 미행에는 전혀 알지 못하는 문외한이다. 이런 내가 추적과 미행 을 전담하는
북풍각의 각주가 된 것부터 우스운 일이긴 하다만 맡겨진 이상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내 입장
이다."
"네."
"좋아! 내가 알고 싶은 것은 하나다. 우리는 모두 합해 32명에 불과하다. 소주를 이 인원으로
뒤진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그럼 너희들은 어떻게 악삼을 찾아내겠느냐?"
악중악의 질문을 받은 북풍각 무사들은 서로의 눈치를 바라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못 했다. 그러
나, 악중악은 끈질기게 대답을 기다렸고, 시간이 흘러갈수록 북풍각 무사 들의 안색은 무겁게 변해갔다.
별실 안에는 무거운 침묵이 시간과 함께 쌓였고 팽 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그런데, 갑자기 북풍각 무
사 중에 한 명이 깊은 한숨을 쉬고 는 자리에 일어나자 다들 안색이 묘하게 변해버렸다.
"각주님."
"말해 보라."
"각주님께서는 저희들을 믿으십니까?"
"안 믿는다. 나는 그 누구도 믿지 않는다. 내 자신조차 믿지 않는데 누구를 믿겠느냐."
북풍각 무사들은 악중악의 말을 듣고는 모두 어이가 없는 표정이 되어 서로를 바라보 았다. 그런
데, 자리에서 일어난 말을 하던 북풍각 무사의 입가에는 미소가 흐르기 시 작했다.
"저희도 각주님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내 명령에는 너희들은 복종해야 한다." "물론, 저희는 명령에 복종합니다.
그러나 단순할 정도로 명령에 움직일 뿐입니다."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는 발언이군... 그대의 이름은
무엇인가?" "구직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구직!"
"예, 각주님."
악중악과 구직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붙었다. 그러자, 두 사람의 입가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걸리
기 시작했다.
"지금도 나를 못 믿겠는가?"
"믿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희를 믿지 못한다는 각주님의 말씀은 믿습니다." "좋아! 내가 알고
싶은 것은 단 하나다."
"이 인원으로 소주를 뒤집어 악삼이란 자를 찾을 수 있는가를 알고 싶은 겁니까?" "그렇다."
"각주님은 악삼이란 자가 소주에 있다고 확신하시는 것 같습니다." "악삼은 분명히 소주에 있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찾을 수가 있느냐이다." "이 인원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불가능하다고 단언한 말이 나왔음에도 악중악은 흔들리지 않은 채 구직을 조용한 시 선으로 바라
만 보았다. 구직은 악중악의 안색을 보고는 감탄한 표정을 지으며 말 을 이었다.
"그러나, 인원을 늘리면 됩니다."
"그것은 나도 안다. 그러나 현재 보강한 인원은 없다." "보강할 필요는 없습니다."
"무슨 뜻인지 설명해라."
"소주는 강호에서 가장 많은 정보조직이 활동하고 있는 곳 중에 하나입니다." "정보조직이라면 개
방과 구류방, 환희궁, 공령문을 말하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또한 우리 사해방의 비선 조직과 저희
북풍각의 비선도 활동하고 있습 니다."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조직은 북풍각의 비선뿐이 없지 않은가?"
악중악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구직에게 반문했다. 그러자, 구직의 입가에 비열해 보이는 미
소가 나타났다.
"다른 정보조직이 찾아 나서게 만들면 되지 않겠습니까?" "다른 조직이 찾아 나서게 만든다!"
"그렇습니다."
"어떤 방법을 사용하면 되는가?"
"그들이 모든 것을 동원해 찾을 만큼의 가치를 악삼에게 부여하면 됩니다." "유언비어를 만들어
각 정보조직이 움직이면 우리는 그 뒤를 따라간다." "네, 그러면 충분히 찾아낼 수가 있습니다."
"훌륭하군."
"감사합니다. 각주님."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나누자 다른 북풍각의 무사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구직은 누구도 몰랐지만 북풍각에 숨어 있는 2인자였다. 그러나, 구직의 능청스러운 행동은 역대 북풍
각주들의 눈을 속였고 오직 북풍각 무사들만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구직의 눈에 북풍각주들은 북해방주의 소모품에 불과해 보였기에 철저할 정도 자신을 숨겼던 것
이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등장한 악중악은 구직의 눈에도 단순해 보이지 않았다. 구직은 자신이 주
군으로 모실만한 인물인지 알고 싶었다. 사실, 구직도 지 쳐가고 있었으므로 쉽게 자신의 속내 일부를
보인 것이었다. 특히, 악중악이 자신들 을 믿지 못한다고 솔직히 말하자 구직은 너무나 기뻐 흥분을 감
추는 것이 힘들 정도 였다. 그러나, 구직은 마음을 냉정하게 먹고 좀더 기다리기로 했다.
'아직은 아니다. 조그만 더 기다린다. 붕새가 구만리를 날아가기 위해선 수천 년을 기 다리는데 인
간인 내가 몇 년을 더 못 참겠는가'
구직은 마음속으로 흥분을 가라앉히고 악중악을 좀더 알아보기로 마음을 정했다.
그런 구직의 마음을 모르는지 악중악은 무심하게 말했다.
"시간이 없다. 빨리 움직여라."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악삼이 무엇을 가지고 있다고 퍼트리는 것이 좋겠습니까?"
악중악은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행도."
"헉!"
"억!"
북풍각 무사들의 안색은 하얗게 변해버렸다. 특히 구직의 표정은 경악 그 자체였다.
"각주님, 진심이십니까?"
"그렇다."
정보와 추적을 전문으로 하는 북풍각 무사들조차 오행도에 대한 것을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을 만큼 그 비밀은 엄중한 것이었다. 특히, 자신들 최고 상관인 북 해방주나 공포로 물들여진 이
름인 집법원주마저 찾고 있어 사해방에서 일급기밀로 취 급하는 오행도의 비밀을 세상에 알린다는 것에
경악했다. 구직은 떨리는 마음을 진 정시키고 악중악에게 물었다.
"얼마만큼 알립니까?"
"그들이 움직일 정도로 알린다."
"그렇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을 모두 알리는 겁니다." "천하에서 가장 속이기 어려운 자들이
정보를 관장하는 자들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천하에서 가장 쉽게 속일 수 있는 자들 또한 그들이다.
그들이 천하에서 가장 뛰어난 정보를 움직인다면 절대로 바보가 아니다. 십 중에 구는 진실이고 마지
막 하나가 거 짓이라면 누구라도 속게 돼있다."
"알겠습니다. 바로 시행하겠습니다."
구직은 악중악의 배포가 마음에 들었다. 기밀사항을 함부로 유포한 사실이 알려진다 면 바로 사
형인 것을 알고 있는 구직은 표현할 수 없는 위험을 느끼며 기쁨에 젖어 버린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묘한 희열을 느꼈다. 구직이 나가자 그 뒤를 따라 북 풍각 무사들이 모두 사라졌고 악중악은 악삼을
생각하고는 탄식하고 말았다.
"형제여, 미안하다..."
악중악의 씁쓸한 독백이 넓은 별실에 울리며 적막한 분위기를 만들었고 별실 지붕에 위에 솟은
달은 붉게 빛내며 핏빛이 감도는 앞날을 예감했다.
첫댓글 즐독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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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감하고 갑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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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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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알고자 하면 늦게 알게되고 남이 도와서 알게되면 빨리 깨우친다
좋은글 감사 합니다 !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독이랍니다
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