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일기4
-수박-
이글거리는 검은 태양 땅 속에 수태를 했다
뜨거워진 몸
소낙비에 쩍 벌어 빨간 속살을 드러내는 헤픈 네가 꼴사나워
농부는 톱질이나 해야 속마음 열어볼 수 있는 흥부네 박 껍질 빌어다
널 자궁에 가두었더란다
하늘 향해 배꼽 내민 네가
만삭의 보름달이 뜨는 밤이든 왕매미 쩌렁한 팽나무 그늘에서든
만삭의 몸을 풀어헤치고 초승달 눈웃음으로 변신을 해야
입술 철철 적시지 않고는
목울대 꿀꺽거리지 않고는 너를 맛볼 수 없으니
등골 휘도록 배가 터져도 기분 좋은 단맛이 나는
너는 천상 여자다
(2021. 7/ 自作詩)
*시작노트
산자락 자투리 황토 땅에 수박 여남은 그루 심었더니 퇴비를 많이 줘서 그런지 요즘 품종이 좋아선지 대갈통만한 수박이 제법 탐스러웠습니다. 언제 익어 새참으로 맛보나 하루에도 두어번 씩 기웃거렸는데 소낙비 내린 오후 어느날 두 덩이가 쩍 갈라져 벌건 속살을 드러내고 누워있지 뭡니가. 뜨거운 태양이 한참 애무해놓았는데 찬비가 내리니 이놈이 제풀에 옷고름을 풀어헤쳐버린거지요. 그걸 개미 몇마리가 벌써 단내를 맛보고 있었으니. 고얀 것. 목도 마르던 참에 두 손으로 갈라 한입 물으니 조금 시큰하면서 달콤한 그 맛이란... 옛날 제철 산수박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