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일기1
-지게-
낼모레 요양원으로 간다는 동네 할매한테
지게 하나를 얻어왔다
헝겊 덧댄 어깨끈 싸리나무 엮은 바지게
산너머 보리밭에 부려댄 쇠두엄 몇 가닥 말라붙어 있다
‘어따 쓸라고’
不在의 헛간에서 30년
용을 써주던 지게 작대기는 살구나무가 되고
새콤한 세월 너머에 살아있는 지게
두 다리는
무덤 속 뼈처럼 반들거린다
할배가 져 나른 쇠두엄이 얼마나 되는지
삶의 무게였는지 거두어야 할 사랑이었는지를
나는 모른다
콩 삶는 무쇠솥 아래 누이면
오분도 안돼 한 줌 煙氣로 돌아가겠지만
저 남은 뼈다귀는 더 살아
내 겨울을 짊어질 땔감의 무게를 견뎌줄 것이다 (2021.10)
詩作노트/ 내가 귀촌한 땅끝 해남에서 멀지 않은 친구의 시골동네는 한때 60여 가구가 살았다는데 지금은 15호만 사람이 살고 집터만 남았다. 빈집도 10여 채 된다. 지금 살아 계신 노인들이 떠나면 마을은 소멸할 것이라는 친구의 말이 괜한 넋두리가 아니다. 주변에 귀촌을 권유해 마을을 살려볼 요량으로 친구와 고쳐 쓸만한 빈집들을 찾아 본 적이 있다. 녹슬고 고장난 농기구들과 깨진 세간살이들이 먼지를 뒤집어 쓴 채 헛간을 지키고 있었다. 항아리 멧돌 쟁기 멍석 놋그릇 물레틀 같은 것들은 고물장수가 비누 몇 장 주고 진작에 가져가 버렸단다. 그것들은 도시의 어느 찻집이나 식당 한켠을 장식하고 있을 것이다. 거창한 복고풍 전통 인테리어라는 이름으로.... 그렿게나마 우리의 전통은 죽지 않은 것인지.... 박제된 문화를 문화라 할 수 있을 것인지....
첫댓글 세월을 지고 있는 지게.
자신의 몸을 지고 있던 거였네요
지게 하나에도 감성을 이끌어내는 실력
대단 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