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보디빌딩 도전기_연재 2
EP 01 DNA라는 한계를 넘어: 내 인생에 마침표는 없다
부제_왜 또 그힘든 길을 가냐고 묻는 이들에게
https://www.youtube.com/watch?v=zsY7_8-eYxY&t=37s
사람들은 묻습니다. 이만하면 충분한 성취가 아니냐고, 왜 굳이 그 힘든 도전을 다시 하느냐고 말입니다. 사실 아비인 나조차 매 순간이 한계임을 느끼며 숨이 가쁩니다. 하지만 상욱이에게 삶은 태어나는 순간부터가 ‘도전’ 그 자체였습니다. 처음엔 살기 위해서, 그다음은 가족에게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서, 그리고 이제는 ‘한계’라는 편견을 지워가는 거대한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2023년 두 번째 대회의 끝자락에서 나는 아이의 얼굴에 서린 ‘억울함’을 보았습니다. 핸디캡을 고려하지 않은 냉정한 피지컬의 평가대 위에서 아이는 노력의 결과에 부끄러워했고, 자신의 노력이 정당하게 인정받지 못한 것에 분노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 억울함이 반가웠습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자신의 부족함에 눈을 떴다는 것은, 상욱이가 스스로 자극을 성장의 땔감으로 삼을 줄 아는 ‘주체’가 되었음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흔히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보호’라는 이름으로 세상과 격리하곤 합니다. 하지만 ‘보호라는 명목’ 하의 격리는 장애인들의 사회성과 삶의 질에 도움이 될까요? 그게 안전을 담보할까요?
선천성 발달장애인 ‘다운증후군’ 상욱이의 이 무모해 보이는 도전은 단지 몸을 만드는 것이 목표가 아닙니다. "나도 저들처럼 되고 싶다”는 상욱이의 욕망은 그를 사회 속으로 끌어당기는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입니다. 이 도전이 상욱이와 같은 조건의 다른 아이들에게 "우리도 도전할 기회가 있고 가치가 있다”는 희망의 신호탄이 되길 바랍니다. 우리 사회의 포용력은 이 아이들을 안전한 곳에 숨기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실패할 기회와 도전할 무대를 열어주는 데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대회를 앞두고 거의 매일 하는 새벽 유산소
새벽의 공기는 차갑지만 유산소 운동을 하는 상욱이의 이마에는 열기가 서립니다.
“첫 대회 때는 기분이 너무 좋았는데, 두 번째는 실망이었어요.”
“왜?”
“사람들 몸이 너무 좋았어. 나도 그렇게 만들어보고 싶어요.”
상욱이는 이번 도전을 ‘마지막 도전’이라 부릅니다. 그 의미는 마지막처럼 불태우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2023년의 도전 결과에 대한 아쉬움은 기억의 창고에 쌓여 불씨가 되었고, 아이는 그 기억을 땔감으로 새벽을 밝힙니다. 아비인 나는 그저 그 불씨가 꺼지지 않게 곁을 지킬 뿐입니다. 스스로 자극을 받아 갱신하려는 그 의지는 이미 상욱이가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존재로 성장했다는 신호입니다.
그리고 오후
헬스장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하는 상욱이의 얼굴이 일그러집니다. 사실 다운증후군의 특성상 근육은 쉽게 붙지 않습니다. 타고난 조건 때문에 자세교정조차 남들보다 몇 배는 더 시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포기할 순 없습니다. 그걸 지켜보는 트레이너 선생님은 상욱이의 고집은 단순한 고집이 아니라 ‘집념'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오전 유산소와 홈트, 그리고 랩 연습까지…. 많이 힘들 텐데도 오후에는 반드시 웨이트를 하러 헬스장에 갑니다. 자신의 할 일이라고 생각하면 반드시 끝까지 해냅니다. 평소 ‘독한 놈’이란 소리를 좋아하는 상욱이의 고집은 다운증후군의 전형적인 고집이 아닙니다. 그건 ‘의지’입니다. 고집이 ‘감정’에 기인한 것이라면, 의지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부스터입니다. 이것은 신체 단련을 넘어 DNA에 새겨진 ‘결정론적 한계’를 ‘다운증후군의 고집’으로 불리는 집념으로 지우고 있는 ‘실존적 투쟁’입니다.
‘삶’은 지금을 쌓아가는 것이라고 합니다. 상욱이는 지금 근육을 쌓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운명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상욱이의 달력에는 2026년 5월 보디빌딩 대회와 하반기 정식 앨범 데뷔라는 약속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이번이 마지막 도전일 수 있어. 아빠가 끝까지 함께 할게.”
아이는 나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습니다.
“네, 이번엔 진짜 끝까지 열심히 할 거예요. 후회 없게.”
지금 멈추면 그대로 끝이라는 것을, 상욱이는 온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비장애인의 시선이 아닌,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비장애(非障礙)적인 태도. 비장한 표정으로 운동화 끈을 꽉 조여 매는 아이의 뒷모습에서 나는 거대한 힘을 느낍니다.
2026년 5월,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우기의 세 번째 도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제 기적은 요행이 아니라 아이의 굳은 마음에서 피어날 것입니다.
‘2026 WNGP BUCHEON’
일시 : 5월 30일(토)
장소 : 경기도 파주 대교미디어센터
예고
다음 이야기 “EP 02 정직한 몸_3.3배의 법칙 (The 3.3x Rule)”에서는 상욱이의 타고난 조건과 그걸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상욱이와 아빠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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