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이천수 선수의 기량을 의심하는 축구팬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이천수 선수를 국가대표로 받아들이자고 한다면, 분명 많은 사람들이 반대를 할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그건 이천수선수의 성격이 팀과 맞지 않고 보는이로 하여금 거부감이 들 수 있는 행동을 많이 했으며 급기야 최악의 모습을 보이며 K리그 임의탈퇴에 사실상 국가대표에서 제명되는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이천수 선수는 어려서부터 뛰어난 기량을 바탕으로 강한 승부욕을 가진 선수로 축구에서는 늘 최고의 자리에 있었습니다. 동시대의 축구선수였던 박지성이 당시 이천수선수를 가리켜 "그렇게 축구를 잘 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 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이천수에게 2등은 없었습니다. 늘 최고의 자리에 위치했고 K리그에서는 사기유닛 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압도적인 포스를 뿜으며 승승장구를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완벽한 경기력을 보였던 이천수에게도 단점은 있었습니다.
실패라는 것을 몰랐던 이천수에겐 겸손은 사라지고 그 자리는 "자만"이 대신했습니다. 항상 최고였기에 자신감이 넘쳤고 하고 싶은 행동은 거르낌 없이 행하고 하고 싶은 말은 가리지 않고 했습니다. 그 결과 팬들은 그를 "입천수" 라고 불렀고 항상 언론의 적이 되었습니다.
특출난 기량으로 세계 최고리그중 하나인 스페인 프리메라리그로 진출했지만, 국내에서 받던 최고의 대우와 관심을 스페인에선 받지 못하며 팀에 융화되질 못했습니다. 스페인의 실패로 국내복귀후 곧 네덜란드명문 폐예노르트에 진출을 하지만 역시 적응에 실패하고 우여곡절 속에 지금은 j리그에 진출을 하게 됩니다.
이천수 선수는 팀을 옮기는 과정에서 항상 말썽을 부렸고, 특유의 거침없는 발언으로 이천수에 대한 팬들의 비난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습니다.
한국에 이천수가 있다면 중국엔 이천수를 빼닮은 리웨이펑 선수가 있습니다.
차범근 감독의 발탁으로 프로에 입문한 리웨이펑선수는 중국의 홍명보, 혹은 만리장성이라고 불릴만큼 수비에 있어서 중국 역대 최고의 기량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리웨이펑은 에버튼이라는 빅리그에서 활약했다는 것만 봐도 뛰어난 기량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리웨이펑은 세계에 중국축구를 많이 알렸습니다. 에버튼에서 뛰어난 활약으로 중국을 알렸을까요? 아닙니다. 중국축구를 비판할때 쓰는 단어인 "소림축구" 를 세계에 알리는 역활을 가장 충실히 했던 선수가 리웨이펑입니다. 무림의 절대 고수라는 황비홍급이라고 불릴 정도로 리웨이펑의 축구스타일은 상당히 공격적이었고, 거칠었으며, 항상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좁게는 우리나라의 이동국선수와 항상 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유명했으며 아시아권에선 아시안컵 결승전때 일본선수의 멱살을 잡을때의 그 모습은 몇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가 될 정도로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비단 중국 국가대표에서 뿐만 아니라 중국 프로축구에서 리웨이펑은 이천수선수가 얌전하다고 느껴질 만큼 악명이 대단했습니다. 한가지 예로 선수 한명때문에 그 팀이 리그에서 영구 제명이 됐다면 과연 믿어집니까?
이런 믿기지 않는 일을 리웨이펑 선수는 해냈습니다.
우한 광구라고 하는 중국 1부리그 팀은 리웨이펑 선수의 불미스러운 행동으로 프로축국 퇴출이라는 사상 초유의 징계를 받았습니다. 경기중 상대선수와 사소한 시비가 붙어서 몸싸움이 발생했고 당시 우한 소속이었던 리웨이펑은 상대선수와 충돌이 있었으며 이것을 빌미로 중국 축구협회는 우한 선수에 대한 징계를 내렸지만 그걸 받아들이지 않은 우한은 결국 1부리그 퇴출이라는 징계를 받았습니다.
이후 리웨이펑은 중국리그의 강호 상하이 선화로 이적을 했다가 얼마후 자신을 프로의 길로 이끌어준 스승인 차범근이 이끄는 수원삼성에 입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수원은 통곡의 벽이라고 불리우며 크로아티아 국가대표 출신이었던 최고의 수비수 마토를 이적시키며 수비에 큰 공백이 생겼고 그 공백을 중국선수, 그것도 악명높은 리웨이펑이라는 무림고수를 영입하자 모든 수원 팬들은 웅성였고 걱정을 했습니다. 과연 수원에선 얼마나 많은 카드를 받을 것이며, 얼마나 많은 상대 선수를 부상입힐 것인가에 관심을 모을 정도였습니다.
수원 불루윙즈의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리웨이펑의 수원 데뷔전에서(시즌 직전 해외 투어를 다닐때로 기억합니다.) 레드카드 퇴장을 받으며 걱정이 현실이 되는 듯 했지만 리그가 시작되자 천지개벽에 버금가는 이변이 발생했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알던 리웨이펑이 아니라, 수원선수중 가장 성실하며, 가장 모범적이며, 또한 가장 침착하며 심판의 판정을 존중하는 선수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팬들은 그래봤자 한두번이지.. 그 성격 어디가겠어? 라는 의문을 가졌지만 2009 AFC 챔피언스리그 이후 리웨이펑은 수원에서 최고의 인기선수로 급부상 했습니다.
당시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수원은 일본 챔피언 가시마와 리웨이펑의 전 소속팀 상하이 선화와 함께 죽음의 조에 속하며 힘든 여정이 예상되었습니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수원과 가시마의 수원 홈경기에서 리웨이펑 선수는 팽팽하던 경기를 한방에 뒤집는 귀중한 득점을 올렸고 많은 관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원 삼성 앰블런에 입맞춤을 하며 감격해 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그 모습을 보인 이후 수원엔 "리웨이펑 짜요~" 라는 함성과 함께 중국의 오성홍기가 걸리기 시작했습니다.(리웨이펑의 득점으로 수원은 일본챔프를 상대로 대량득점으로 완파하며 수원뿐 아니라 당시 j리그에 철저히 패배했던 K리그 전체의 자존심을 세워줬습니다.)
한국이 가장 듣기 싫어한다는 중국의 "짜요짜요" 응원구호를 축구수도라는 수원에서 울려퍼지기 시작 한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한번의 감동적인 경기로 리웨이펑의 전 소속팀 상하이 선화와의 원정경기가 있었습니다. 리웨이펑은 오랫만에 친정팀을 찾았지만 사실 당시 상하이선화 경기장에서 리웨이펑은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고 여러가지 상황으로 팀에 미안한 마음이 많았다고 합니다.
당시 경기장엔 리웨이펑을 잊지 않고 찾아준 많은 상하이 팬들앞에서 수비수 리웨이펑은 또한번 득점을 올리며 수원의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리웨이펑 선수는 이전 가시마키전 처럼 흥분된 골 세레모니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했던 행동은 상하이 관중석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당시의 모습은 한국과 중국 모두에서 큰 감동이 되었습니다.
또한 리웨이펑은 기존과 달리 심판의 편파판정에도 상당히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리웨이펑의 악행은 모든 아시아 심판 사이에선 상식이 되어버렸습니다. 그 결과 사소한 볼 경합이 있어도 리웨이펑에게 불리한 판정이 내려지기 일수였고 기존엔 이런 편파판정에 격분한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고 합니다.
하지만 수원의 리웨이펑은 달랐습니다.
K리그에선 수원 소속이란 프리미엄아닌 프리미엄이 있어서 수원의 특정선수에게 일방적인 편파판정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AFC챔피언스리그에선 달랐습니다. 2009년 AFC 챔피언스리그는 심판들이 모두 합심하여 리웨이펑을 매장시키려고 작정한 것처럼 보였던 대회란 기억이 있습니다.
상대 선수와 볼 경합만 하면 리웨이펑의 파울을 불었죠, 수원삼성의 향한 편파판정은 없었지만 리웨이펑에겐 편파판정이 정말 심했습니다. 친정팀이었던 상하이 선화와 경기에서 사실 리웨이펑은 1득점이 아니라 2득점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심판이 고의적으로 1득점을 취소시켜 버렸었습니다.
또한 제가 기억하는 최악의 편파판정으로는 중국팀과의 수원 홈경기가 있었는데, 볼이 아웃되자 지친 리웨이펑은 경기장 밖에 있는 물을 마시러 갔습니다. 그리고 자신쪽에 있던 아웃된 볼을 상대팀 선수가 드로인 하려고 하자 그 선수에게 볼을 전달해줬습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본 심판은 리웨이펑에게 가차없이 퇴장을 시켰습니다.
아직도 의문으로 남는 장면인데, 정지된 상황에서 경기장에 마련된 물을 마시는 것이 퇴장감이었을지? 아니면 아웃된 볼을 상대편이 드로인 하려고 하자 그 선수에게 볼을 전달한게 퇴장을 당할 일인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이런 어이없는 상황에서도 리웨이펑은 황당하단 표정을 짓긴 했지만 순순히 심판의 퇴장판정을 받아들였습니다.
K리그에서도 리웨이펑은 특유의 거친 플레이로 경기를 진행하긴 하지만, 절대 의도적으로 상대선수를 해하려는 움직임은 없었고, 심판판정에 대항하는 모습도 없습니다. 또한 노장답게 선수단 분위기를 추스릴 줄 아는 모습까지 보여주었고, 언론을 상대로 한 인터뷰에서도 상당히 성숙된 모습을 보여주며 행동에 있어서 수원에서 가장 모범이 되는 선수가 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리웨이펑의 모습에 국내와 중동의 많은 클럽에서 거액의 스카웃 제의가 들어왔지만 "수원은 자신이 힘들때 도움을 준 클럽이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 자신에게 믿음을 준 팬들과 클럽을 배신할 순 없다" 라며 잠시의 고민도 없이 이적을 거부 했다고 합니다. (후에 알려진 이야기지만 국내 모 클럽에선 수원의 2배에 해당하는 연봉을, 그리고 중동에선 입이 벌어질 정도의 초거액으로 리웨이펑을 유횩했었다고 하네요. 하지만 수원의 팬들과 차범근 감독이 보여준 믿음을 생각하며 잠시의 고민도 없이 수원에 잔류를 하기로 했답니다. 이렇게 리웨이펑이 각 구단에서 러브콜을 받는 이유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수원이 리웨이펑을 통해 얻은 중국 위안화 역시 무시 못할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이천수 선수는 악동이란 이미지가 있긴 하지만 리웨이펑 만큼은 아닙니다. 그리고 아직 젊기때문에 충분히 제기를 노릴 수 있습니다.
박지성이나 이영표 같이 인격적인 모습까지 팬들에게 사랑을 받는 선수가 성숙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평범합니다. 하지만 이천수와 같은 악동 이미지의 선수가 박지성처럼 겸손한 모습을 보인다면, 팬들은 더욱 그 선수를 기억하며 지지하는 모습을 보일 것입니다.
지금 중국의 홍명보라고 불리는 리웨이펑과 관련된 기사를 보면, 악플이 전혀 없던 홍명보의 모습까지 빼닮았습니다. 최근 우리나라 최고의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와 다음에 리웨이펑 인터뷰 기사가 실렸는데 모든 글들이 리웨이펑을 칭찬하는 댓글 뿐이었습니다. 악플 천지라며 뇌이년, 개이버라는 비아냥을 받는 네이버에서 까지 리웨이펑은 칭찬을 받는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이천수 선수역시 지금이라도 한국에서 리웨이펑이 인정받는 원인을 찾아보고 리웨이펑의 장점을 배우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리웨이펑 짜요~ 라는 응원을 일본팬들에게 이천수도 받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설사 AFC챔피언스리그에서 j리그 소속으로 K리그를 상대로 결승골을 넣더라도 리웨이펑 선수처럼 성숙된 모습을 보여준다면 K리그 팬들은 이천수에게 더 큰 환호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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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수 선수가 일본에 있는동안 블로그로 알게된 일본인이 이천수 경기와 관련된 자신의 포스팅을 제가 한국어로 번역해서 퍼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이천수 선수의 일본 생활을 지켜보며 비판보단 리웨이펑의 사례를 보며 한국의 리웨이펑이 될 수 있도록 응원을 보냅시다.!
첫댓글 천수형 화이팅
이천수 울산 시절~ 정말 전율이 돋습니다.ㅎ 수원과 전남에서 조금만 달랐다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이제 J리그를 정ㅋ벅ㅋ하길..!
리웨이펑은 진짜 멋있는 남자임...
삽질개천수...다시 생각해도 넘 했네 ㅋ
좋은글 잘읽었습니다ㅏ
좋은 글이네요 입천수는 언론이 만든 말이지만요 ~
정말 좋은 글이네요...
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