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달력 신통하네.
이삿짐 하는 이들이 만든 달력도 아닌데 꼬박꼬박 손 없는 날이 표시가 돼 있어. 충청은행에서 돌린 달력인데, 지금은 하나은행으로 통합이 됐지.
손 없는 날?
귀신이 사람 일 방해를 하는 날을 손 있다구 하는데, 음력으로 초하루 이틀은 동 쪽이 그렇구, 남으로는 사흘하고 나흘이, 닷새 엿새는 서 쪽, 이레 여드레는 북향으로 뭔 일을 하면 안 좋다네.
그런데, 아흐레하구 열흘 째는 구신이 어디가고 없는가 봐. 그날이 손 없는 날. 어디로 뭔 일을 해도 좋다는 날이지.
주로 이사를 이 날 하더라구. 망치질두.
어제 갈비가 먹고 싶더라구.
저번 원룸 주인이 논산에두 괜찮은 집이 있다구, 웬만한 한정식 집보다두 낫다구 해서 갔지. 시간은 식당 사람들이 쉬는 시간 쯤. 옷 차림새두 그냥 그렇구.
들어가면서 부터 푸대접 받았어. 갈비는 먹긴 했지, 갈비탕만 된다네. 그냥 쏘주 한 병 마시고는 나왔지. 차는 게 두고.
오늘 아침에 차 가지러 갔어.
어제 밤처럼 두 시간을 걸어서. 어제는 세 시간을 걸어서 들어왔지, 오면서 이집저집 더투느라.
차 챙기구, 옆에 있는 마트에서 며칠 먹을거리 장만하구 들어왔지.
일주일 밀린 설겆이 할려구 고무장갑 끼구 서성거리는디, 기슈?
삼신 할미 - 웃집 할머니가 경을 읽으셔서, 내 그냥 그렇게 부르고 있음 - 아들이 중고차 샀다구 고사 지냈댜.
막걸리 몇 잔, 고사머리 안주로 얻어 마시고는 지금 알딸딸.
이거 맨 입으로 얻어 먹는 거 아닌디, 지갑을 열어보니 어제 더투고 다니느라 천원짜리 뿐이네.
마트에서 사온 물건이라두 들고 갈렸더니, 다, 술 아니면 안주꺼리 뿐.
실은 게에 더해 쏘주가 두 병째네.
동네에 섞여 살려면 참 고생이 많겄어, 걱정된다.
땅 주고 받으며 섭섭했던 거, 그러며 몰래 묫자리 본 거, 묘만 쓰면 똥바가지 날라다닐 예고하며, 누가 술고래구 언놈이 싸가지가 밥맛인지, 이리 알아가는 것이 사람사는 거라는 거.
알어 나두. 아는 거하구 실제 사는 거하구가 달라서지.
근디 소막에서두 알었지만, 이들은 그래두 제법 땅뙈기라두 주물르지.
내야 뭐 끼어들 건덕지두 없구 그냥 듣구만 있었어. 그랬더니, 아, 서울 양반이 참 사람이 됐다구.
나, 하루 먹거리하구 쏘주두 다 빚으루 버티구 있다구. 당연히 끼어들 자격두 자신두 없는데, 그들만의 해몽이지.
내 꼴이 봐 줄만은 한가?
오죽하겄는가.
첫댓글 에그~~손없는날?
그런것은 신경도 안쓰고 살았는데
이번에 이사할때는 좀 챙겨볼까~ㅎㅎ
담달에...
공장이사할려고요..ㅠㅠ
먼곳에 계시면서 건강을 꼭...챙기세요
아프고 나니 건강이 최고인것을 알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