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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의 젖줄 금강.41 - 좋은 말 좋은 이름
개똥벌레는 반딧불이로 개똥하고는 아무 관련이 없다. 그런데 마치 개똥에 뒹구는 것 같은 혐오감을 준다. 오히려 1급수 청정지역에서 다슬기를 애벌레의 숙주로 하여 살다보니 농약이나 환경의 오염으로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쇠똥에 나뒹구는 쇠똥벌레와는 다르다. 쥐똥나무가 있다. 봄의 끝자락에 하얗게 꽃이 피고 향기가 좋으며 청순함이 있다. 공해에 강하고 울타리용으로 많이 심는다. 그런데 뜬금없이 하필 쥐똥나무라니. 이 또한 혐오감을 주기는 다를 바 없다. 다만 그 열매가 익으면 새카만 것이 쥐똥을 닮았을 뿐이다. 매사 선입감이 많이 작용한다. 앞뒤를 살펴볼 겨를도 없이 그럴 것이라고 쉽게 단정 짓는다. 그러다 보니 엉뚱한 일이 벌어지고 오해를 불러오기도 한다. 이름은 아주 중요하다. 그 사람을 대신한다. 사람도 누구라고 이름이 나오면 선뜻 그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가. 이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개명하기도 한다. 웃음거리나 혐오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그럴 것이라는 선입감에 얕잡아보거나 무시하는 태도도 결코 좋은 모습은 아니다. 그런 이름이 붙을 때는 그만한 연유가 있어 오히려 관심사항이다.
가끔은 대충대충 지레짐작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두가 짐작과 같은 것은 아니다. 그래서 더 이름은 조심스러운 것이다. 이름만큼 성스럽고 정성을 다하는 경우도 드물다. 누가 귀한 자식의 이름을 아무렇게나 짓고 싶겠는가. 좋은 이름을 지어 불러주고 싶을 것이다. 동식물도 그렇다 그냥 평범하면 오히려 분간하기 어렵고 혼란을 가져오기도 한다. 그 특징을 잘 파악하여 그랬구나 하는 긍정적인 답을 구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그를 연구하여 발명하였거나 혹은 발견한 사람이나 만든 사람의 이름을 따서 붙이기도 한다. 저의적인 해석이나 엉뚱한 생각으로 왜곡하는 일이 있다. 개똥벌레 하나를 예로 들어도 알 수 있다. 개똥벌레는 집단으로 서식하여 외롭지 않다. 친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무리가 어우러져 군무를 추는 모습은 별이 빛나는 여름밤 하나의 축제가 되기도 한다. 때로는 초등학교동창을 떠올린다. 졸업 후 이런저런 사유로 만나지 못하다가 수십 년 만에 그의 이름을 듣는다. 크게 성공하여 큰 회사 사장으로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하고 관계에서 큰 인물이 되었다고도 한다. 그런데 자꾸 코를 찔찔 흘리던 앳된 초등학생만을 떠올린다.
초등학교 때 모습에서 멎어 거기서 모든 것을 찾으려고 한다. 선입감에 매달려 도저히 납득이 안 되는 눈치다. 그간 많은 세월이 가고 더 많은 노력으로 바뀌었음을 간과한다. 산골짜기 빗방울 하나가 끊임없이 흐르고 흘러 냇물이 되고 강물이 되고 바다가 되었는데. 이름은 뭔가를 대신하는 대명사다. 죽을 때까지 따라 다니는 이름이다. 너무 가볍게 느껴져도 안 되고 어떤 터무니없는 연상으로 웃음거리가 되어도 안 된다. 유명인의 이름을 따거나 너무 중후해도 좀은 그렇다. 그만큼 좋은 말 좋은 이름이었으면 싶지만 쉽지 않다. 살아가며 이름 때문에 수치심이나 수난을 겪는 일 없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일생을 함께할 이름 아닌가. 한 번 들어 잘 잊히지 않고 오래도록 기억될 수 있고 고상함까지 곁들여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미 정해진 수많은 이름 속에 마음처럼 떠오르랴. 때로는 사후에도 남아 있을 이름이고 보면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니다. 그래서 젊은 부부도 아이가 생기면 어떤 이름이 좋을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기도 한다. 그런데 집안에서 이미 사용 중이거나, 문중의 돌림자도 반영하다 보면 크게 벗어날 수 없어 만만치 않다.
산과 들에서 자라는 개불알꽃이 있다. 그 중에 광릉요강꽃, 털개불알꽃, 노랑개불알꽃도 있다. 점잖은 자리에서 섣불리 부르기에 좀은 그렇다. 초여름 냇가 풀숲에 핀 샛노란 애기똥풀은 그래도 좀 낫다. 애기 똥은 그렇게 거부감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처럼 부르기에 괜스레 쑥스럽고 듣기에 어딘가 거북스러운 이름도 있다. 물론 사람 이름은 고유명사로 그 사람만을 지칭하지만 순간적으로 다른 것과 연상 작용을 하며 퍼뜩 선입감처럼 스쳐가며 엉뚱한 상상력과 기억력이 뒤엉켜 황당무계한 일이 생겨나기도 한다. 대개는 좋은 방향보다는 나쁜 방향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걸림돌을 안고 있는 것이다. 대중에는 수수꽃자리(라일락), 까투리와 쟁기, 버드내처럼 정감이 가면서 불러보고 싶은 이름도 많이 있다. 사람 이름도 마찬가지다. 눈여겨볼 만한 순수 우리말 고운 이름도 있다. 유등천은 버드내이고 대전은 한밭이듯 금강은 비단강이다. 금강 천리 길을 내닫노라면 굽이굽이 펼쳐지는 풍경이 얼마나 아름답고 정겹게 다가서는지. 금강유역 한밭의 사람들! 참 좋은 이름의 강과 참 좋은 이름의 도시에서 참 좋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고 할 것이다. - 2017. 0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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